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가리봉1동의 한 오피스텔. 한 층에 14개의 조그만 방이 다닥다닥 들어찬 이곳에 한중사랑교회 서영희(56·여) 목사가 찾아왔다. 서 목사가 여자숙소인 한 방에 들어서자 40∼50대 조선족 여성 6명이 그를 버선발로 맞았다. 그가 ‘불편한 게 있느냐’고 묻자 이들은 손을 내저었다. 주로 가정부, 식당 종업원, 간병인으로 일한다는 이들은 “겨울날 따뜻한 방에서 지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마치 집에 온 것 같다”고 입을 모아 감사인사를 전했다.
중국동포 140여명이 숙식을 해결하는 이곳은 한중사랑교회 예배당이자 쉼터다. 한중사랑교회는 예배 공간이 따로 없다. 컴퓨터실과 무료진료 시설을 갖춘 동포체류지원센터(264.46㎡), 쉼터 ‘사랑의 집’(1147.11㎡), 교육관(343.80㎡) 등 교회 시설로 이용되는 3개 장소가 주일엔 예배당으로 변한다. 매주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를 한곳에 수용할 만한 장소가 없어서다. 교회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는 성도는 800여명, 등록교인은 1만3000여명이다.
서 목사가 예배당 대신 주거공간을 먼저 마련한 데는 사연이 있다. 전직 중학교 교사인 그는 2000년 43세에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자녀를 돌봐주던 중국동포를 전도한 그는 그의 가족·친지에게도 복음을 전하다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접했다. 서 목사는 “2∼3평 남짓한 방에서 일가족 8∼20명이 함께 사는 걸 보고 이들에게 안식처가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2001년 가리봉동의 25평 오피스텔 3개 방을 개조해 쉼터 겸 예배공간을 만든 게 교회의 시작”이라고 소개했다.
쉼터를 제공하고 성경을 알기 쉽게 가르쳐준다는 소문이 나자 1년 만에 10배가 넘는 성도가 교회로 왔다. 그러자 중국동포의 또 다른 아픔이 서 목사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지위와 고된 일로 병고와 우울증,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그는 무료진료 및 법률상담을 진행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제1회 세계인의 날’에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같은 해엔 교회가 동포체류지원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법무부·구로구청 등 정책지원과 법률·의료지원이 교회에서 이뤄지고 이용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교회는 명실상부 중국동포사회의 구심점이 됐다.
그는 “어디서든 참된 신앙인이 돼 이웃을 바꾸고 나아가 중국 복음화를 일구는 제자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꿈”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중국동포에게 희망을 전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