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기도력&설교자료&교회행정사역

책 거룩한 전쟁 (존 번연) / 첨부화일 pdf 있슴.

주거시엔셩 2015. 10. 24. 13:44



                거룩한 전쟁


  존 번연

1. 타락

그곳 주민들의 피부색과 언어, 생활 양식 및 믿음의 정도는 하늘의 뭇 별들만큼이나 다양하여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모습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얘기한 대로 내가 그곳에 가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 나는 그들의 말과 습관, 생활 양식 등에 익숙해질 만큼 오랫동안 그곳에서 지냈다. 나는 그곳 주민들과 같이 생사고락을 나누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만일 주인의 소환 명령만 없었더라면 나는 계속 그들과 함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멋진 우주 안에 영혼성[Mansoul]이라는 아름다운 자치 구역이 있었는데, 그 독특한 건축 양식과 널따란 공간 등 그곳의 여러 가지 유리한 입지조건을 생각해 볼 때 하늘 아래 그곳과 견줄 만한 곳은 어디에서고 찾 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두 개의 거대한 세계 사이에 자리잡은 이 영혼성은 믿을 만한 기록에 의 하면 샤다이 왕에 의해서 창조되었다고 한다. 샤다이 왕은 자신의 기쁨을 위해 영혼성을 건축했으며, 이 성을 그가 창조한 만물의 거울이요, 영광이 요, 최고의 걸작품이 되게 했다. 누군가는 이 성이 처음 완성됐을 때, 하늘의 천사마저 감탄하여 이 성 위에 내려와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왕은 영혼성을 자신이 보기에 아름답게 지었을 뿐만 아니라 영혼성에게 주위의 창조물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영혼성을 전우주의 수도로 하라는 샤다이 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며, 그에 따라 모든 이들이 영혼성을 섬기게 되었다. 또, 이 영혼성은 왕에게서 모든 창조물들을 복종시키고, 불순종하는 것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과 능력을 부여 받았다.

영혼성의 한 가운데에는 그 견고함이 가히 하나의 성이라 할 만하며, 즐거움에 있어서는 마치 낙원과 같고, 그 규모가 온 세상을 다스릴 만큼 참으로 웅장한 궁전이 있었다. 샤다이 왕은 이 궁전을 자신을 위해 마련해 두었다. 그것은 홀로 기쁨을 누리기 위함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함이었다. 샤다이 왕은 영혼성 주민들에게 수비대를 배치하여 궁전을 지키도록 했다.

영혼성 성벽은 매우 견고하고 짜임새 있어서 영혼성 주민들이 일부러 손을 대지 않는 한 결코 흔들리거나 붕괴될 수 없게 되어 있었는데, 바로 여기에서 건축가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막강한 군대라 하더라도 성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영혼성을 훼손시키거나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영혼성에는 성벽과 같이 거대하고 견고한 성문이 다섯 개 있었는데, 이 문들을 통해서만 외부와의 출입이 가능했다. 성문의 이름은 이문(耳門)[Ear-gate], 목문(目門)[Eye-gate], 구문(口門)[Mouth gate], 비문(鼻門)[Nose-gate], 촉각문(觸覺門)[Feel-gate]이었다. 이처럼 영혼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를 형성하였고, 주민들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성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이 영혼성의 여러 특징들 가운데 하나만 관찰해 보아도 그 영광과 능력에 대해 금방 알 수 있었다. 성안에는 항상 충분한 양의 군량미가 비축되어 있었으며, 법 중의 법이라 일컬을 만한 완벽한 법이 마련되어 있었다. 따라서 단 한 사람의 악인이나 배반자, 또는 폭도가 있을 수 없었다. 주민들 모두가 그들의 왕에게 충성스러웠으며, 서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영혼성의 영광과 안전을 유지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영혼성은 그것이 지닌 본래의 선함을 유지하는 한, 샤다이 왕의 후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었으며, 이것은 동시에 샤다이 왕의 기쁨이기도 했다.

그런데 극악 무도하고 힘센 거인인 암흑의 왕,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탐내어 자신의 거처로 삼고자 했다.


디아볼로스[Diabolus]의 반역

디아볼로스는 본래 샤다이 왕의 휘하에 있던 자로, 왕의 영토 중 가장 비옥한 땅을 관리했었다. 그는 아침의 아들로 창조되어 그에 걸맞은 고귀하고 명예로운 지위를 얻어 존귀와 영광과 부귀를 함께 누렸다. 샤다이 왕 다음 가는 권력을 갖고 깊어하는 탐욕이 지옥의 불길처럼 타오르지만 않았어도 그는 자신의 지위에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샤다이 왕이 이미 자신의 모든 권세를 그의 독생자에게 위임하고 난 후였다.

마침내 디아볼로스는 몇몇 동료들을 유혹하여 자신의 음모에 끌어 들였다. 이들 반역자들은 자신들이 샤다이 왕의 유업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왕의 독생자인 임마누엘 왕자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전지전능하신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는 자신들의 영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샤다이 왕은 아들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했기 때문에 이 일을 알고 크게 노하여 반란 계획을 거사 직전에 좌절시키고, 그들을 정죄하여 그 지위를 박탈했다. 또, 그들을 궁성에서 내쫓아 쇠고랑을 채워 무시무시한 무저갱[horrible pits] 속으로 떨어뜨렸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왕의 은총을 바랄 수 없게 되었으며, 오직 내려진 심판에 영원히 복종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누렸던 믿음과 은혜와 영광의 지위에서 쫓겨나 영원히 왕의 은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에 대해 강한 악의 와 분노를 품게 되어 이리저리 날뛰면서 왕의 소유물을 파괴하고 더럽혔다. 그러다가 그들은 우주로 내려와 마침내 영혼성에 이르게 되었다. 디아볼로스 일행은 샤다이 왕의 영혼성을 창조할 때 거기에 함께 있었기 대문에 그 성이야말로 샤다이 왕의 가장 훌륭한 창조물이며, 그의 기뻐하심을 얻은 소중한 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오랜 논의 끝에 영혼성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영혼성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마치 먹이를 찾은 굶주린 사자처럼 무시무시한 함성을 질러댔다.
“이제 우리가 바라던 목표물을 찾았으니 샤다이 왕에게 맘껏 복수를 하자! ”
그리고 곧바로 영혼성에 대한 공격 전략을 세우기 위해 회의를 열었는데, 다음의 네 가지 문제가 제시되었다.

첫째, 영혼성 공격에 그들 모두가 참여할 것인가?

둘째, 현재의 남루한 옷차림으로 영혼성에 들어갈 것인가?

셋째, 영혼성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있는 그대로 알려 줄 것인가? 아니면 간교한 말로 그들을 속일 것인가?

넷째, 영혼성의 주요 인사들을 어떻게 처치할 것이며,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이 나왔다. 만일 그들 모두가 함께 영혼성에 나타나면, 틀림없이 주민들이 놀라서 그들을 경계할 것이므로 한 두 명만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디아볼로스는 영혼성 주민들의 허락 없이는 입성이 절대 불가능함을 강조하면서, 만일 주민들을 놀라게 해서 그들이 경계심을 품게 되면 성을 차지하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바로 디아볼로스 자신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에 모두가 찬성했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도 모두들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영혼성 주민들은, 자신들처럼 추악하고 지저분한 모습을 처음 볼 것이므로 위화감을 조성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과격하고 난폭한 알렉토[Alecto](이름은 '끊임없는 분노'라는 뜻이며, 티시포네·메가이라와 함께 복수의 여신들을 가리키는 에리니에스의 하나이다. 밤의 여신 닉스의 딸이라고도 하고,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게 성기를 잘리면서 흘린 피가 땅(가이아)에 떨어져 태어났다고도 한다. 또는 저승을 지배하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딸이라고도 한다.)가 강하게 주장 하자 이에 대해 아폴리온[Apollyon](악마, 무저갱( 無底坑)의 사자( 使者) 《요한 계시록 9:11》 . 네이버사전)이 동조했다. “옳은 말이오, 우리들 중 어느 누구라도 지금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면, 그들은 모두 놀라 우리를 경계할 것이 틀림없소. 그렇게 되면 영혼성 공략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오. ”


이에 힘센 거인 바알세불[Beelzebeb](‘주인’이라는 의미의 바알과 사당이라는 의미의 세불의 합성어이다. 신들이 거주했던 사당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오물의 주’, ‘주거의 주’ 등을 나타낸다. 구약시대 블레셋의 도성 에그론에서 섬기던 바알세불의 헬라어 이름이다. 신약성서에서 이 이름은 사탄을 귀신의 대장으로 칭한다(누가복음 11:18). – 네이버 백과사전)이 말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그들은 우리의 옛 모습(샤다이 왕 휘하에 있을 때의 모습)만 알고 있을 뿐, 지금의 몰골은 본 적이 없소. 내 생각엔 낯익은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듯싶소.”


이렇게 해서 만장일치로 이 제안이 통과되자, 그들은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에 들어갈 때 갖춰야 할 복장에 대해 논의 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루시퍼[Lucifer]는 디아볼로스에게 영혼성 내 지도자의 복장으로 변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영혼성 주민들이 그 같은 복장에는 익숙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을 지도하는 자의 옷차림을 한 사람이 영혼성을 점령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또 그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동물의 모습으로 가장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제안도 나왔는데. 디아볼로스는 이 안을 받아들여 뱀으로 변신하기로 했다. 오늘날 아이들이 새를 좋아하는 것처럼 당시 영혼성 주민들에게는 뱀이 아주 친근한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 역시 부정적인 답이 나왔는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혼성 주민들은 결속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벽과 성문이 견고하여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결코 성내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에 대해 레기온[Legion](로마군의 최대 단위 부대는 legion 이었다. 그리고 legion 은 .시기에 따라 그 구성과 숫자는 다르나 6,000 명 정도였다- 10 개의 cohort 로 구성되면, cohort 는 6 개의 centuria 로 구성되었다. 바로 이 centuria 를 지휘하는 장교가 centurion, 백부장( 百夫長) 또는 백인대장( 百人隊長)이었다. 로마군 백부장은 대게 평민 내지 일반시민 출신으로서 귀족인 partrician 과는 달리 plebeian 출신이었다. 일반 병사에서 승진하여 장교가 된 자였다 그런 만큼 전투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지휘관으로서 로마군의 기본 단위 부대인 백인대를 통솔하였으며 로마군의 중추 역할을 하였다.)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발표했다.

“만약 그들이 우리의 계획을 알아 차린다면. 그 즉시 자기들의 왕에게 사자를 보내어 지원군을 요청할 것이 틀림없소.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소? 그러므로 갖은 거짓말과 궤휼, 그리고 감언이설로 우리의 계획을 은폐해야 하며,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도 금방 일어날 것처럼 그들을 설득해서 은밀한 중에 우리의 목적을 성취해야 하오. 이것만이 성을 점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오. 그들 스스로 성문을 열게 해야 하오. 다시 말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계획은 확실히 성공할 수 있소. 왜냐하면 영혼성 주민들은 모두 단순, 정직하고 진실하여 사기와 기만 그리고 위선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대문이오. 그들은 거짓말이나 가식적인 언사와는 거리가 머오. 그러므로 우리가 변장만 잘하면 우리가 어떤 말을 할지라도, 심지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사실처럼 받아들일 것이오. 특히,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꾀면 우리의 무시무시한 계획도 그들에게는 유익하고 명예로운 것으로 들려 우리가 내 거는 약속도 그대로 믿을 것이오”


여기에 대해선 어떤 반론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쉽게 해결 되었다. 이제 그들은 네 번째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즉, 영혼성의 주요 인사가 나타나면 그들 중 누가 발포 명령을 내릴 것이며, 또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할 가장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논의했다. 그들은 우선 저항장군[Captain Resistance]부터 해치우기로 결정했다. 저항장군은 디아볼로스와 그의 부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었다. 그를 처치하는 일은 호수의 분노신 티시포네[Tisiphone](이름은 '살인을 복수하는 여자'라는 뜻이다. 알렉토·메가이라와 함께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 가운데 하나이다. 티시포네는 피투성이인 옷으로 몸을 감싸고 앉아서 저승의 입구를 지켰다고 한다.)에게 맡겨졌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회의를 마친 그들은 영혼성을 향해 진군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디아볼로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디아볼로스가 뱀의 모양으로 변장했기 때문이다[under shade and in the body of dragon]. 마침내 영혼성에 도달한 그들은 이문[Ear-Gate] 앞에 진을 쳤다. 목문[Eye-Gate]을 통해 성안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문을 통해서는 성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또, 그들은 복병을 배치하여 저항장군이 사정거리 내에 들어오면 저격 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디아볼로스가 이문 앞으로 다가가 영혼성 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사악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향해 나팔을 불자 누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소동을 벌이는가 알아보기 위해 영혼성의 주요 인사들인 무죄[Lord Innocent] 경, 자유의지[Willbewill] 경, 명철[Understanding] 시장, 양심[Conscience] 서기관, 그리고 저항 장군이 성벽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볼로스를 발견한 자유의지 경이 그에게 어디서 온 누구며,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또 요란한 소리로 성을 불안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디아볼로스는 온유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광스런 영혼성 주민 여러분! 보시다시피 저는 이웃 성에서 온 사자로, 저희 왕으로부터 신하의 예를 갖추고 여러분을 극진히 섬기라는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것은 여러분에게 중대한 일을 전하기 위함이므로 저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여 끝까지 참고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여러분께 확실히 말씀드릴 것은 이 일은 결코 제 자신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요, 여러분의 이익을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제 말씀을 듣는 동안 이 일이 여러분의 이익에 관한 문제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영혼성 주민 여러분! 지금은 깨닫지 못하시겠지만, 사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속아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를 찾으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디아볼로스가 이렇게 말을 시작하자 영혼성 주민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더욱 열심히 들었다. 디아볼로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여러분의 왕과 그의 율법 그리고 여러분들에 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왕이 위대하며 능력이 많다고 믿고 계시겠지요. 그러나 그가 여러분에게 말한 모든 것은 거짓일 뿐만 아니라 여러분에게 무익한 것입니다. 그의 말이 거짓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첫째, 여러분의 왕은 여러분에게 하나의 금기 사항을 제시하고 만약 그것을 어길 경우 정녕 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 여러분이 그것을 어긴다 해도 그가 위협한 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또, 설사 어떤 위험을 경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조그만 열매 하나 따먹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항상 그 무시무시한 형벌의 고통 속에서 떨며 살아야 합니까? 떨며 산다는 그 자체가 노예 생활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둘째, 정말이지 그가 여러분에게 준 그 율법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고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자비롭지도 못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지은 죄에 대해 가해지는 형벌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목숨과 과일 한 개 사이엔 얼마나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까? 그 둘의 비교가 됩니까? 샤다이 왕의 법에 따라 과일 하나 때문에 여러분의 귀중한 목숨을 잃어야만 합니까? 더욱이 처음에는 모든 실과를 다 먹어도 좋다고 해 놓고선 왜 하필 그 과일만은 먹지 말라고 합니까? 이 얼마나 애매모호한 율법입니까?

다음은 마지막으로 율법의 자비롭지 못함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 그 금단의 열매를 먹기만 하면 여러분은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좋은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은 그 나무의 이름만으로도 증명될 수 있습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입니다. 여러분은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습니까? 아니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샤다이 왕의 율법 아래 놓여 있는 한 여러분은 선악을 구별하는 그 지식이 얼마나 편리하고 유쾌하며, 얼마나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인지 상상할 수 도 없을 것입니다. 또, 결단코 그것을 얻지도 못할 것입니다. 왜 여러분은 그 같은 맹목과 무지 속에서 영원히 살려고 합니까? 왜 여러분은 자기의 지식과 이해를 넓히려 하지 않습니까?

자, 위대한 영혼성 주민 여러분!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여러분은 자유 시민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구속되어 있으며, 노예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서운 협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오직 여러분의 왕이 ‘그렇게 될지어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노라. ’라고 한 말 외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샤다이 왕이 금지한 그 것을 행하기만 한다면, 여러분은 지혜와 명예를 동시에 다 얻을 수 있는 데, 참으로 억울하지 않습니까? 더구나 그것을 먹는 날에는 여러분의 눈이 밝아져서 샤다이 왕과 같이 될 텐데 말입니다. 이제 제가 모든 것을 설명해 드렸으니 현재와 같은 노예의 삶을 계속 영위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여러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여러분은 온갖 굴레에 얽매여 있는 비참한 노예에 불과합니다. 무지 속에서 사는 것 보다 더 무서운 속박이 어디 있겠습니까? 장님처럼 평생을 어두음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밝은 세상을 보는 것이, 답답하고 캄캄한 토굴 속에서 사는 것보다 자유로운 세상에서 사는 편이 더 나은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처럼 디아볼로스가 목청을 올리고, 모두가 그의 열변에 빠져 있을 때, 티시포네가 저항장군을 겨누어 활 시위를 당겼다. 성문 위에 서 있던 저항장군은 머리에 치명상을 입고 성벽 밖으로 거꾸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 광경을 지켜본 영혼성 주민들이 아연 실색한 반면 디아볼로스는 득의만면했다. 영혼성을 지키는 막강한 무사였던 저항장군이 전사하자, 온 주민들은 망연자실하여 전의를 잃고 무력해지고 말았다. 이 때를 틈타 디아볼로스와 함께 갔던 악덕망설[Ill-pause]이 영혼성 주민들에게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지금 우리 대장께서는 여러분이 조용하고 온순하게 들어 주시는 것에 대해 대단히 기뻐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그분의 진실된 충고를 받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여러분을 진정 사랑하시기 때문에 샤다이 왕의 노여움을 살 위험도 감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하신 말씀에 더 부언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분의 말씀은 모두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이름 하나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장님의 허락을 받아 여러분께 한 가지 충고를 하고자 합니다. 자, 여러분! 대장님의 말씀을 잘 생각하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그 열매를 눈 여겨 보십시오. 아직은 모르시겠지만 바로 그 과일이 여러분에게 큰 지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말씀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만일 여러분이 우리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다면 저는 여러분에 대한 제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악덕망설이 열변을 통하고 있는 사이, 또 한 명의 주요 인사인 무죄경이 죽임을 당했다. 눈에 띄지 않게 쏜 화살에 맞았는지, 과로로 인한 현기증 때문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늙고 교활한 악덕망설이 뿜어 내는 독기로 인해 질식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급사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영혼성의 아름다움이며 영광이었던 두 사람이 죽게 되자 영혼성에는 그들만큼 순전한 정신을 지닌 자는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이제 영혼성은 마치 어리석은 자의 천국이 된 듯하였다.

이렇게 되자 주민들은 곧장 디아볼로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했다. 그들은 악덕망설이 일러 준 대로 금단의 열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디아볼로스가 힘주어 강조했던 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정말 그 열매는 먹음직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웠기 때문에 그들은 그 과일에 도취되어 그만 그것을 따먹고 말았다. 금단의 열매를 먹은 순간 그들 모두 취한 상태가 되어, 자비로운 샤다이 왕의 말씀에 불순종할 경우 그들에게 내려질 심판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 목문[Eye-gate]과 이문[Ear-gate]을 열어 디아볼로스 그 부하들을 입성케 했다.


타락

일단 영혼성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한 디아볼로스는 그의 목적 달성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영혼성의 중심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영혼성 주민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순간,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고 생각한 디아볼로스는 이전보다 더 강한 어조로 연설을 했다.

“아! 불쌍한 영혼성 주민들이여! 사실 나는 그대들의 영광과 자유를 위해 이 같은 일을 했소. 그러나 이제 그대들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하게 되었소. 만약 샤다이 왕이 이 사실을 안다면 당장 이곳으로 내려 올 것이며, 그대들이 자신과의 약속을 깨뜨리고 율법을 어긴 사실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러워할 것이오. 이제 그대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오? 모처럼 얻은 자유를 버리겠소? ”


그러자 영혼성 주민들은 일제히 “당신이 와서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시오 ”라고 부르짖었다. 이렇게 해서 영혼성의 왕이 된 디아볼로스는 곧 바로 궁정을 점령하여 영혼성의 모든 권력을 장악해 버렸다. 그리하여 샤다이 왕이 자신의 기쁨을 위해 만들어 놓은 궁전을 이제 거인 디아볼로스의 요새가 되었다. 성을 장악한 디아볼로스는 즉각 수비대를 두어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게 하는 한편, 언제 영혼성 재탈환을 시도할 지 모르는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를 대비해서 경비 강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렇게 하고도 안심이 안 되자 영혼성의 재건 계획에 착수하여 제멋대로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들을 지었다.

그는 시장인 명철 경과 서기관인 양심을 파면시켰는데, 시장은 이름 그대로 현명한 자였으나, 디아볼로스를 영혼성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데 찬성 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디아볼로스는 명철이 예지력을 지녔음을 알기 때문에[because he was a seeing man] 시장 직에 계속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디아볼로스는 명철의 모든 지위와 권력을 빼앗고, 집 둘레에 높은 담을 쌓아 그의 집을 온통 흑암에 잠기게 했다. 이제 명철은 햇빛을 전혀 볼 수 없어 장님과 같이 되었으며, 금족령으로 인해 자유롭게 돌아 다닐 수도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명철이 아무리 영혼성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도 실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서기관인 양심은 영혼성이 점령되기 전까지 샤다이 왕의 율법에 정통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을 얘기하는 용기와 충성을 갖춘 인물로 뛰어난 판단력과 진실된 입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 역시 디아볼로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존재였다. 비록 자신의 입성을 찬성하긴 했지만 어떤 수단으로도 그를 완전히 자기 수하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그는 샤다이 왕의 가르침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으며, 디아볼로스를 위한 법률 개혁안의 상당 부분에도 찬성했지만 그가 완전히 굴복하지 않는 한 그런 것들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양심은 항상 샤다이 왕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내려질 심판을 두려워하였으며, 때로는 격노한 사자처럼 디아볼로스에게 반항하곤 했다. 그가 디아볼로스에게 반항할 때면 그 주변이 온통 그의 뇌성벽력 같은 음성으로 가득찼다. 바로 이런 연유로 영혼성의 새 왕은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의 성난 음성이 성안을 가득 메울 때마다 디아볼로스는 그를 두려워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뇌성벽력과 같은 우렁참과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디아볼로스는 이 늙어 버린 양심을 타락시켜서 영혼성을 마비시키고, 허영으로 그의 마음을 무감각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그를 우선 타락한 생활에 빠지게 한 다음 점차 죄악에 물들게 했다. 결국 그의 의도대로 양심은 죄에 대해 무감각해져서 이제 양심 때문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양심이 제 정신이 아님을 주지시키고, 아무도 그를 상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의 발작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힘주어 말했다.

“만일 그가 온전한 정신을 지녔다면 저럴 수 있겠는가? 미친 자들이 발작하며 헛소리를 하듯이 저 늙은이도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


이제 영혼성 주민들은 양심이 무슨 말을 해도 경멸하고 무시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디아볼로스는 교묘한 방법으로 양심이 말했던 샤다이 왕에 대한 교훈과 심판의 위협을 스스로 공공연히 부인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양심을 실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아무도 그를 믿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서기관은 샤다이 왕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혀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극렬한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때로는 침묵을 지키는 등 그 행동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또, 오랫동안 깊은 잠에 곯아 떨어지는가 하면, 송장과 같이 잠잠하기도 하였으며, 허영의 길로 달음질하는 영혼성 주민들과 함께 디아볼로스의 피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씩 뇌성벽력 같은 호통을 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주민들이 디아볼로스를 찾아가면 디아볼로스는 “그가 그렇게 지껄이는 것은 나를 사랑해서도 아니며, 여러분을 동정해서도 아니오. 단지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미치광이의 헛소리일 뿐이오 ”라는 말로 주민들을 안심시키곤 했다.

그리고 디아볼로스는 영혼성 주민들의 마음에서 양심이 역설했던 교훈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랑하는 영혼성 주민들이여, 저 망령든 노인은 이성을 잃고 온갖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그가 했던 말 중에 샤다이 왕의 얘기는 하나도 없음을 명심하시오 ”

그러나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왜냐하면 영혼성 주민들의 죄에 대한 양심의 모든 부르짖음은 바로 샤다이 왕의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디아볼로스는 교활한 말로 영혼성 주민들을 현혹시켰다.

“샤다이 왕은 영혼성의 파괴와 반역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으며, 그대들이 나를 왕으로 삼았다고 책망하기 위해 오는 일도 없을 것이오. 샤다이 왕은 그대들이 이전엔 자기 백성이었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나 디아볼로스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단지 우리를 향해 손짓만 하고 있을 뿐이오. 그러므로 영혼성 주민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베푼 값진 봉사를 잊지 마시오. 나는 그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소. 지금 그대들이 지닌 법률과 관습은 처음 낙원에서 소유했던 것보다 훨씬 더한 즐거움과 만족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나는 그대들이 굴욕적인 노예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보았소. 그래서 그대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허용한 것이오. 나는 그대들에게 어떤 제약도 두지 않을 것이며, 또한 그대들을 두렵게 할 만한 어떤 법이나 규칙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오. 그 미친 노인을 제외하고는 그대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내 자신이 그렇듯이 그대들에게도 제약을 받지 않고 왕자처럼 살 권리를 주겠소 ”


양심이 위협적인 훈계를 할 때마다 디아볼로스는 이 같은 말로 영혼성 주민들을 현혹시켰으며, 야심에게 분노와 대적의 감정을 갖도록 그들을 부추겼다. 이렇게 그는 양심 서기관을 파멸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마침내 많은 사람들이 그가 아주 먼 데로 떠나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와 나눴던 교제, 그의 모습, 심지어 그가 어떻게 그들을 책망하고 꾸짖었던가에 대한 기억마저도 그들을 화나게 하고,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았다. 양심은 끄떡없이 버티어 나갔다. 그것은 샤다이 왕의 능력과 지혜를 빌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게다가 그의 집은 성과 같이 견고하였으며, 악당들이 공격을 받을 경우 수문을 조금만 열어도 그들 모두를 물속에 잠기게 할 수 있었다.


자유의지(Willbewill)의 변절

양심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자유의지 경에 대해 얘기 하도록 하자. 자유의지 경은 영혼성의 명문 출신의 유력한 고관이었으며, 상당히 많은 재산과 특권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강직한 성품으로 결단력과 용기를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그를 대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에는 자신이 소유한 재산과 특권을 자랑스러워했으나, 이제는 샤다이 왕의 법에 얽매여 노예 생활을 하는 것을 경멸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교활한 디아볼로스의 권면을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이는 그 변변치도 않은 정부 관리가 되고자 하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 얼마나 완악한 생각인가! 그는 시기를 아주 유효 적절히 이용한 것이다. 디아볼로스가 이문[Ear-gate]에서 연설할 때도 그가 제일 먼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냄으로써, 디아볼로스를 성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다.


이런 이유로 디아볼로스는 자유의지 경을 총애하였으며, 그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자 했다. 특히 디아볼로스는 그의 굽히지 않는 용기와 능력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디아볼로스는 그에게 자기 마음 속에 간직한 비밀들을 털어놓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를 설득시키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처음 디아볼로스의 입성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디아볼로스를 위해 봉사할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충정을 확인한 디아볼로스는 그를 영혼성의 실권자로 임명하였고, 성벽과 성문을 지키는 책임자로 삼았다. 이외에도 영혼성 주민들에게 자유의지 경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칙령을 공포하여, 이제 그는 영혼성 안에서 명실상부한 이인자가 되었다. 이제 그의 승낙 없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으며, 모든 일이 그의 뜻대로 진행되었다. 자유의지 경의 수하에는 마음[Mr. Mind]이라는 비서가 있었는데, 둘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함께 다녔다. 이제 영혼성은 자유의지 경과 마음의 욕심을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 되었다.


자유의지 경이 영혼성의 실권을 한 손에 거머쥐고 얼마나 오만방자하게 굴었겠는가는 가히 상상할 만하다. 우선 그는 자신이 이전에 샤다이 왕에게 바쳤던 충성을 만인들 앞에서 부인하고 대신 디아볼로스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며, 성내의 모든 것을 자기 임의대로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그가 영혼성에서 행한 일들은 실제 눈으로 보기 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었다.


그는 날마다 양심[Mr. Recorder](구텐베르크 영역버전에는 단순히 서기관으로 되어있다)을 죽일 궁리를 했다. 양심을 보는 것도, 그의 음성을 듣는 것도 그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심을 만나면 고개를 돌리고, 그가 말을 할 때면 귀를 틀어 막았다. 영혼성의 도처에 남아 있는 샤다이 왕의 율법 또한 그에게는 눈엣가시였다.

예를 들면, 그의 비서인 마음의 집에는 샤다이 왕의 율법이 적힌 낡은 종이조각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것을 본 자유의지 경은 그것을 내던지고 말았다. 그는 양심이 상당히 많은 양의 율법 책을 보관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손을 댈 수는 없었다. 또 그는 명철 경의 저택이 아직도 덜 어둡다고 생각하여 그의 저택 내에 촛불 한 줄기 비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제 디아볼로스를 기쁘게 하는 것이면 모두가 자유의지 경을 기쁘게 했다. 영혼성 안에서 그 어느 누구도 자유의지 경 만큼 디아볼로스의 능력과 영광을 선전한 이가 없었다. 그는 거리를 누비면서 디아볼로스의 용감 무쌍함과 현명한 지도력을 찬양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천한 무리들과 어울리며 디아볼로스의 공덕을 전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또, 그는 상부의 명령 없이도 이 모든 일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자유의지 경의 수하에 애정[Mr. Affection]이라는 부관이 있었는데, 그 또한 몹시 타락하여 육신을 기쁘게 하는 일만을 일삼았기 때문에 사악한 애정[Vile-Affection]이라고 불렸다. 그는 마음의 딸인 육적욕망[CarnalLust]과 결혼하여, 무례[Impudent], 험담[Blackmouth], 증오[HateReproof]라는 세 아들과 진실조롱[Scorn-Truth], 여호와경멸[Slight-God], 복수[Revenge]라는 세 딸을 두었다. 이들 육 남매가 각기 결혼하여 낳은 아이들은 그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가치조차 없는 못된 아이들뿐이었다.


한편 거인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의 방어를 더욱 강화하였으며, 자기 마음에 드는 자들을 요직에 앉힌 후 눈에 거슬리는 것들은 파괴하기 시작했다. 시장 광장과 성문 위에 세워졌던 샤다이 왕의 황금 동상도 거짓[NoTruth]을 시켜 완전히 파괴하고 대신 그 자리에 엄청나게 큰 자신의 동상을 세웠다.

또한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에서 발견되는 샤다이 왕의 율법과 규례를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 버리라고 명령했다. 도덕적 교훈, 인간의 훈계, 그리고 자연의 가르침을 비롯하여 사소한 법까지도 전폐시키고자 했다. 그는 영혼성이 진흙탕에서 뒹구는 천한 돼지처럼 육욕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성이 되어 마침내 파멸하기를 원했다. 영혼성이 샤다이 왕으로부터 멀어지도록 하기 위해 기존의 모든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대신 시장 광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자신의 칙령과 율법, 그리고 명령문을 선포했다. 다시 말해서 샤다이 왕의 계명을 지키는 대신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설상가상으로 디아볼로스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음란함과 사악함을 권하여 자기의 명령을 따르면 평안 만족 기쁨 등 이 세상의 모든 축복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반면, 샤다이 왕의 법을 범하는 것은 전혀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난공불락의 요새

이제 영혼성은 완전히 디아볼로스의 손아귀에 들어가 주민들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은 점점 더 디아볼로스의 기반을 확고하게 했다. 디아볼로스가 다져가는 기반은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싶어했던 영혼성 주민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었다. 그러나 디아볼로스는 비록 명철과 양심을 그들의 자리에서 쫓아냈지만 자신이 위대한 능력을 계속 발휘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격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타락 이전의 영혼성이 얼마나 신실했는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영혼성 주민들의 마음에 맞는 새로운 인물로 시장과 서기관을 대신하기로 마음먹고 오로지 타락만을 추구하는[a man that had neither eyes and ears] 육욕[Lord Lustings]과 망선(忘善)[Forget-Good]을 각각 시장과 서기관으로 임명했다.

신임 시장 육욕 경은 철저하게 본능적인 인간으로, 그의 모든 행동은 영혼성의 몰락을 슬퍼하는 모든 자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이는 그가 선이라곤 전혀 행함이 없이 오로지 악만을 행하기 때문이었다. 신임 서기관인 망선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이라곤 오직 악뿐이며 사악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이 둘은 그들의 권력을 남용하여 온갖 못된 짓을 하면서 영혼성 주민들을 그릇된 길로 이끌었다. 다스리는 자의 행실이 옳지 못할 때, 그가 다스리는 지역이나 국가 역시 그릇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의 주요 관리들을 임명하였는데, 그들은 필요에 따라서 높은 직책에 임명될 수도 있었다. 그들은 불신[Mr. Incredulity], 거만[Mr. Hauty], 욕설[Mr. Swearing], 매춘[Mr. Whoring], 강팍[Mr. Hard-Heart], 몰인정[Mr. Pitiless], 분노[Mr. Fury], 거짓[Mr. No-Trust], 허위 [Mr. Stand-to-Lies], 거짓평화[Mr. False-Peace], 술고래[Mr. Drunkenness], 잔꾀[Mr. Cheating], 무신론[Mr. Atheism] 등 모두 열 세 명이었다. 이 중 불신이 최고 연장자였으며, 무신론이 제일 나이가 적었다. 디아볼로스는 다른 많은 의원들과 하급 관리들도 선출 했는데, 모두 앞서 말한 자들의 친인척들로 여기서 그들 모두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렇게 주요 관리를 모두 개편하고도 디아볼로스는 샤다이 왕의 공격으로부터 영혼성을 방어하기 위해 요새를 세 개나 구축했다. 첫 번째 요새는 반항요새[Hold of Defiance]로, 그들이 더 이상 옛 왕 샤다이에게 속해 있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로 삼기 위해 영혼성 위에 높이 세웠다. 두 번째 요새는 심야요새[Midnight Hold]로, 온갖 참 지식을 배척하기 위해 세웠고, 세 번째 요새는 죄악요새[Sweet-Sin Hold]로, 선을 지향하는 좋은 생각이 성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웠다. 반항요새는 목[Eye]문 가까이에 설치되었기 대문에 빛이 통과하는 것을 막아서 성을 어둡게 하였으며, 심야요새는 궁전 바로 옆에 지어 그 그림자로 영혼성을 덮게 했으며, 세 번째 죄악요새는 시장에 설치하였다.

디아볼로스는 반항요새 사령관에 자신의 시종 무관 출신인 여호와 증오[Spite-God]라는 가장 악독한 신성 모독자를, 심야요새 사령관에는 역시 시종 무관 출신인 어둠사랑[Love-no-Light]이라는 추악한 자를, 그리고 죄악요새 사령관에는 서민 출신인 육신사랑[Love-Flesh]을 각기 임명했다.
죄악요새 사령관인 육신사랑은 이전의 생활 방식보다 육욕에 빠진 현재의 영혼성 생활을 매우 즐거워했다. 이렇게 요새를 구축하고 나서야 비로소 디아볼로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 영혼성 안에 자신의 위치를 완전히 확보한 셈이다. 이전 관리들은 모두 해임시키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들을 새로 임명하였으며, 선한 샤다이 왕을 생각나게 하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대신 자신의 황금 동상을 세웠다. 또한 기존의 법률을 폐하고 망령된 법령을 공포했으며, 요새를 새로 구축하고 경비를 강화했다. 디아볼로스가 이렇게 안전 대책을 세운 것은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을 되찾기 위해 쳐들어오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였다.



2. 예비된 구원
 
 
 
재탈환 계획


독자들은  영혼성이  디아볼로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이미  오래 전에 샤다이 왕의 귀에 들어갔음을 짐작했을 것이다. 영혼성에서 디아볼로스가 행한 모든 일이 샤다이 왕에게 철저히 보고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디아볼로스가 그 순진한 영혼성 주민들을 어떻게 정복할수 있었는가에 관한 것으로, 정의롭고 용감한 저항 장군이 영혼성 주민들과 함께 성문에 서 있을 때 계책을 세워 죽인 일, 또 샤다이 왕에게 순종하는 무죄 경이 갑자기 죽임을 당한 일, 악덕망설이 디아볼로스에 대한 지지 연설을 마치자 주민들이 그의 말을 듣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후 그들을 성 안으로 받아들인 일, 그리고 디아볼로스가 명철 시장과 양심 서기관을 강제로 물러나게 한 경위와 자유의지 경이 그의 비서인 마음과 더불어 샤다이 왕을 배반한 사실들이 보고되었다. 자유의지 경이 디아볼로스로부터 신임을 얻어 영혼성에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으며, 정욕이 온갖 못된 짓을 자행하고 있음도 상세히 보고되었다. 그리고 보고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 추악한 자유의지 경은 공공연히 샤다이 왕을 부인하고 디아볼로스에게 그의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또, 디아볼로스는 명철 시장과 양심 서기관을 그 직책에서 몰아내고 자신의 충복인 육욕과 망선[ForgetGood]을 그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들은 이전에 영혼성 내에서 가장 비열하고 야비한 자들이었습니다. ”


이 충직한 보고자는 디아볼로스가 어떻게 주민들을 현혹시켜 이전과는 딴판인 사람들로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고했다. 또 디아볼로스가 구축한 영혼성 내의 요새, 탑, 동상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샤다이 왕의 군대가 영혼성 주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성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서 디아볼로스가 얼마나 철저히 주민들을 무장시켰는가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이 보고는 샤다이 왕과 그의 아들 임마누엘 왕자, 그리고 그 측근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행해졌다. 그들 모두는, 왕이 사랑하는 주민들이 교활한 디아볼로스의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측근들에게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영혼성을 구원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영혼성을 잃게 된 점을 깊이 애석해 했다. 왕과 그 아들은 자신들의 극한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영혼성에 대한 그들의 무한한 사랑과 연민을 보여 주었다. 왕과 아들은 그들이 오래 전에 세웠던 계획에 관해 은밀히 논의했다. 얼마간은 영혼성의 타락과 디아볼로스의 점령을 방치하되 반드시 재탈환하여 다시 영원한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이때 온유와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임마누엘 왕자는 디아볼로스의 배신행위에 분개하면서 아버지께 영혼성의 재탈환을 자신에게 맡겨 줄 것을 간청했다. 왕은 사랑하는 아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왕은 아들에게 우주로 내려가 그곳에서 정의와 공평으로 영혼성 주민들을 회개케 하고, 동시에 그들을 디아볼로스의 권세로 완전히 해방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놓도록 명했다. 임마누엘 왕자는 적절한 시기에 거인 디아볼로스를 무찔러 그의 권능으로 영혼성을 구출하고, 자신이 몸소 영혼성 내에 거하면서 그 누구도 더 이상 영혼성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결정을 내린 후 샤다이 왕은 대역사자[the Lord Chief Secretary]를 시켜 장차 있을 영혼성 해방에 관한 소식을 서면으로 작성해서 전 우주 곳곳에 공포하도록 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관계된 모든 자들에게 고한다. 위대한 샤다이 왕의 아들, 임마누엘 왕자는 아버지의 약속에 따라 영혼성을 재탈환하여, 무한한 사랑의 능력으로 디아볼로스의 포로가 되기 이전보다 더한 축복과 행복을 영혼성에 부여할 것이다. ”


이 소식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반역자 디아볼로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는 “이제부터 나의 괴로움이 시작되는 구나. 결국 내 백성들도 모두 빼앗기겠지!”라고 울부짖었다.

한편, 샤다이 왕과 함께 궁정에 거하고 있던 고관들 및 수석 보좌관들은 이 소식을 처음 접하고 매우 놀랬다. 처음엔 서로 은밀히 얘기를 나누다가 왕과 아들 사이에 이루어진 영혼성에 관한 영광스런 계획을 알게 되자 그들 모두는 경이로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들은 이 기쁜 소식을 자기들만이 알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 서면이 완성되기도 전에 궁성을 빠져 나와 우주에 내려가 그 소식을 사방에 알렸다.


사탄의 궤계

앞서 얘기한 대로, 디아볼로스는 이미 그 소식을 접한 후였고 대단히 낙담해 있었다. 그러나 한동안 소심하던 그는 곧 다음과 같은 행동방침을 정했다.

첫째, 가능하면 이 소식이 영혼성 주민들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 만일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가 그들을 위해 큰 축복을 준비해 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된다면, 그들은 디아볼로스에게 반기를 들고 본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아볼로스는 자유의지 경에게 밤낮으로 모든 성문, 특히 목문[Eye-gate]과 이문[Ear-gate]을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 그는 자유의지 경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우리를 반역자로 간주하고 영혼성을 원래의 노예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소. 사실 무근인 유언비어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영혼성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러한 낭설이 주민들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오. 이 소식은 나 뿐만 아니라 경에게도 결코 환영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나는 우리 주민들을 두렵게 하는 그 같은 유언비어를 송두리째 뿌리 뽑고 싶소. 그것이 우리의 지혜이고 책임이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경은 내가 지시하는 대로 따로 주시오. 우선 모든 성문 입구에 강력한 순찰대를 배치하고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 모조리 검문 검색하여 우리에게 호의를 갖고 있지 않은 자라고 판단되면 절대 성안에 들이지 마시오. 영혼성을 끊임없이 드나드는 간첩들이 성안을 돌아다니며,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것처럼 보이거나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의 계획을 선전하는 자가 있으면 가차없이 사살하시오. ”


자유의 경은 기쁜 마음으로 그의 주인인 디아볼로스의 명령을 받들었다. 그는 총력을 기울여 어느 누구도 성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으며, 좋지 않은 소식을 가지고 들어오는 외부인들은 철저히 격리시켰다.

둘째, 디아볼로스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새로운 맹세와 엄청난 계약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그와 그의 정부를 버려서도 안되고, 배반해서도 안되며, 또 그가 정한 법률을 개정해서도 안 되고, 다만 그를 자기들의 절대적인 왕으로 숭배하도록 만들어서, 샤다이 왕은 결코 그들의 사망 언약[covenant with death]과 음부의 맹약[agreement with hell]을 파기할 권리가 없다고 외치도록 했다. 어리석은 영혼성 주민들은 이 극악 무도한 계약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들은 아무런 심적 고통도 느끼지 못했으며, 오히려 샤다이 왕은 위선으로 가득찬 폭군이며, 따라서 그를 다시 받아들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 했다. 이렇게 디아볼로스는 불쌍한 영혼성을 더욱 조여매었다.

셋째, 디아볼로스는 자신이 강하지 못하다는 강박 관념을 벗어버리기 위해 영혼성을 더욱 타락시키는 데 몰두하기로 했다. 그는 불결[Mr. Filth]을 시켜 가증하고 음란하며 선정적인 글을 작성해서 각 성문에 붙이고, 영혼성의 건실하며 믿음직스런 아들들을 유혹하여 온갖 불결하고 추악한 일들을 행하게 했다. 아무도 이것을 방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는 영혼성을 더욱 허약하게 만들어 비록 주민들이 샤다이 왕의 구원 계획을 알게 되더라도 그 구원을 확신하거나, 바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즉 죄악에 흠뻑 젖어 있을수록 소망은 적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샤다이 왕의 아들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 주민들을 구원하겠다는 언약을 했고, 또 그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려 한다 해도, 영혼성의 끔찍한 추행과 부패를 보면, 그 구원 계획을 취소하고 그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아볼로스는 쓰라린 경험으로 임마누엘 왕자도 샤다이 왕 못지않게 거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하늘에서 내어 쫓긴 것도 부정과 죄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영혼성도 그 죄 값으로 자신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의 계획을 세웠지만, 그래도 그는 안심이 안 되어 또 다른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디아볼로스가 계획한 네 번째 음모는, 영혼성을 무차별 공격하여 잿더미로 만들기 위해 군대가 소집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었다. 이렇게함으로써 샤다이 왕이 그들의 죄를 용서하고 디아볼로스로부터 해방시키려는 계획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먼저 소문을 퍼뜨리면 사람들은 그 다음에 들려오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들이 구원받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것이야말로 자신들을 파멸로 이끌기 위한 샤다이 왕의 음모라고 여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는 영혼성의 전 주민을 시장 관장에 모아 놓고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나의 자랑스런 친구들이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그대들은 나의 법적 시민이자, 영광스런 영혼성의 시민이오. 내가 그대들과 함께 한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대들에게 베푼 모든 특권과 자유를 그대들은 잘 알 것이오. 그것은 곧 그대들과 나의 명예이며, 또한 그대들의 만족이며 기쁨이었다고 생각하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성밖에서는 영혼성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소. 나는 나의 가장 지혜로운 종 루시퍼를 통해 샤다이 왕이 영혼성을 파괴하고 그대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군대를 정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내가 그대들을 이렇게 모이게 한 이유는, 우리가 당면한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을 의논하기 위함이오. 나 자신만의 안정을 생각하며 이곳을 조용히 떠나면 그만이지만 내 마음은 항상 그대들과 함께 있기 대문에 그대들을 이 위험 속에 내버려둘 수가 없소. 이제부터 어떠한 시련과 위험이 닥쳐온다 해도 그대들과 운명을 함께 할 생각이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오랜 친구인 나를 부인하겠소? 아니면 나와 생사를 같이 하겠소? ”


그러자 영혼성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참하지 않는 자는 죽여 버려라!”고 외쳐댔다. 디아볼로스는 말을 계속했다.

“이제 와서 용서를 바란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오. 샤다이 왕은 원래 용서할 줄 모르는 자이기 때문이오. 아마 처음에는 우리를 용서해 주는 척 할 것이오. 그러나 그것은 영혼성을 힘들이지 않고 점령하기 위한 거짓 용서에 불과하므로 그가 내뱉는 말은 한 마디라도 믿어서는 안 되오, 그는 온갖 부드러운 말로 영혼성을 유혹하여 정복하고, 우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몸부림칠 때에 우리를 그의 무자비한 승리의 전리품으로 삼으려 할 것이오. 그러므로 그가 제시하는 어떤 조선에도 유혹됨이 없이 최후의 한 사람까지 대항하겠다는 각오를 해야만 하오. 그의 말 한 마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뜻밖의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오. 그대들의 목숨이 걸린 이 중대한 문제를 놓고 그대들은 그와 같은 속임수에 넘어가겠소?

나는 그대들이 샤다이 왕의 간사함을 하루 속히 깨달아 그에게 종 노릇 하는 비참한 삶을 보내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오. 만약 샤다이 왕이 영혼성을 정복하고 우리 중 몇몇 사람을 용서할지도 모른다고 가정할 수도 있소. 그렇다 해도 그것이 그대들에게 무슨 유익이 되겠소? 더욱이 나에 대한 지극한 충성으로 영혼성의 고급 관리가 된 자들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겠소? 샤다이 왕은 평화를 약속하고 나서 실제로는 이전의 노예 상태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오. 그렇다면 그 지경에서 현재와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겠소? 천만의 말이오. 그대들은 답답한 율법에 얽매여 이제껏 그대들이 싫어했던 일을 다시 강요당할 것이오. 비참한 노예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용감하게 죽는 것이 낫지 않겠소? 그대들이 나를 위하는 한, 나는 그대들과 늘 함께 있음을 명심하시오. 샤다이 왕이 영혼성을 향해 부는 나팔 소리는, 피, 피, 오직 피 소리뿐이오.

그러니 깨어 있어야 하오. 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소. 이제 다같이 일어나 무기를 드시오. 시간이 날 때마다. 싸움에 필요한 전술을 가르쳐 주겠소. 내게는 영혼성을 머리 끝부터 말 끝까지 무장하기에 충분한 많은 무기가 준비되어 있소. 그러므로 각오하고 완전 무장을 하고 있는 한, 샤다이 왕이 제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어떤 해도 입지 않을 것이오. 나와 함께 궁전으로 갑시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전투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합시다. 그대들이 사나이답게 전쟁터에 나설 수 있도록 투구와 흉배와 검, 그리고 방패 등 온갖 무기들이 준비되어 있소.

첫째, 내가 그대들에게 줄 투구는, 복을 얻는 확신과 지혜의 자랑과 정신적 평안을 줄 것이오. 이 투구는 갈증에 시달리며 괴로움의 골짜기를 걸어가는 중에도 평안과 기쁨으로 충만할 수 있었던 자들이 썼던 것이오. 이것을 쓰면 어떠한 적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것이오. 그러면 그대들은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오.

둘째, 철로 된 흉배는 나의 왕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나의 모든 부하들은 이 흉배를 허리에 두르고 있소. 이것은 곧 쇠처럼 단단한 마음이며, 돌처럼 굳은 마음이오. 그래서 이것을 몸에 두르고 있으면 어떠한 자비도 그를 감동시키지 못하며, 아무리 무서운 심판에도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되오. 그러므로 이것은 나의 깃발 아래서 샤다이 왕을 대항하여 싸우는 모든 자에게 필수적인 무기가 될 것이오.

셋째, 지옥 불로 연마된 검은, 샤다이 왕과 그의 아들 및 그의 율법, 또 그를 따르는 백성들을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소. 이 검을 지니시오. 수천 번의 시험을 통해 확신하는 바이니 내가 가르쳐 준 대로 이 검을 몸에 지닌 자는 결코 패하지 않을 것이오.

넷째, 또 내가 그대들에게 줄 방패는 불신앙이오. 이 방패를 들면 말의 진리 여부와 심판에 대한 모든 말들에 대해서 일단 의심을 품게 되오. 이 방패를 사용하시오. 적이 여러 차례공격을 시도하여 손상을 입힌 적도 있지만, 그런 일은 극히 드문 일이오. 나의 신복들과 임마누엘 왕자 간에 있었던 전쟁사를 보면, ‘우리의 불신앙 방패 때문에 임마누엘 왕자가 많은 능력을 행치 못했다 ’라고 기록되어 있소.

나의 이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고 싶거든, 누군가가 이 무기의 본질을 따질지라도 섣불리 믿어서는 안 되오. 샤다이 왕이 설사 무서운 심판에 대해 말할지라도 그것을 믿지 마시오. 그가 자비를 약속한다 해도 믿지 말며, 그대들에게 뭔가를 해주겠노라고 맹세할지라도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말 것이며, 그가 말한 모든 것은 일단 의심하시오. 그때가 바로 불신앙의 방패를 맘껏 휘두를 수 있는 좋은 시기임을 인지하시오. 나는 그대들이 나에게 합당한 자들이 되어 주길 바라오. 그러므로 이렇게 행하지 않는 자는 나의 적으로 간주하겠소.

다섯째, 내게는 또 하나의 놀라운 무기가 있는데, 기도 능력이 없는 벙어리 영혼[a dumb and prayerless spirit], 즉 자비를 구하는 것에 비웃음을 보내는 영혼이 바로 그것이오. 그러므로 영혼성 주민들이여! 그대들은 나의 이 무기를 반드시 사용하시오. 무엇 때문에 용서를 구하며 울부짖으려 하는가! 그대들은 내게 속해 있는 한 절대로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되오. 그대들은 굳센 용사이며, 그 효과가 입증된 무기로 무장되어 있소. 그런데 무엇 때문에 샤다이 왕에게 자비를 부르짖어야 한단 말이오? 그런 생각은 속히 버려야만 하오. 이 밖에도 나는 나무 망치, 횃불, 화살, 그리고 살인 무기 등 성능 좋은 무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이것들도 사용하기를 권하는 바이오. ”


디아볼로스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온갖 전쟁 무기를 나눠 준 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영혼성 주민들이여! 명심할지어다. 나는 그대들의 합법적인 왕이며. 그대들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였으며, 어떤 경우에도 나를 부인하지 않겠다고 시인했으므로 이제는 그대들의 용맹과 정의를 실제로 보여주기 바라오. 또한, 이제껏 내가 그대들에게 보여 준 모든 친절과 그대들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맘껏 베풀었던 나의 온갖 선행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오. 내가 그대들을 영화롭게 만들었던 그 모든 특권과 하사금과 면제와 이득을 명심하고 누군가가 나의 지배권을 빼앗아 가고자 할 때, 그대들의 충성심을 발휘해 주오. 사자와 같이 용맹스런 영혼성 주민들이여!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노니 그대들은 관연 우리가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가? 나는 머지않아 우리가 전 우주를 지배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소. 그날이 오면 나는 그대들을 지도자들로 임명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얼마나 놀라운 축복 속에서 살게 될 것인지 상상해 보시오 ”


디아볼로스는 이처럼 자기에게 예속된 영혼성 주민들을 설득시키고 선동하여 각 성문 경비를 강화토록 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요새인 궁전에 안전히 거했다. 영혼성의 모든 회중은 그들의 충성심을 내보이기 위해, 그리고 샤다이 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나 그들이 사랑하는 사령관 디아볼로스에게 선전 포고할 때를 대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투 훈련을 했다.
또한, 그들은 폭군 디아볼로스에 대한 찬양 노래를 부르면서 샤다이 왕에대한 증오심을 더욱 불태웠다. 그뿐만 아니라 샤다이 왕과 디아볼로스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날 큰 전쟁이 일어날 경우 자신들이 취해야 할 태도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그것을 서로에게 협박하듯이 강요했다.


샤다이 왕의 네 장군

한 편, 자비로운 샤다이 왕은 디아볼로스의 폭정 하에서 시달리는 자기 백성들을 구원시킬 목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샤다이 왕은 아들 임마누엘을 영혼성에 보내기 전에 일단 다른 신하들을 먼저 보내어 영혼성의 현 상태와 그들이 자기에게 다시 순종할 뜻이 있는지 알아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준비된 병사들은 모두 사만 명으로 성실하고 용감했다. 그들 모두는 왕의 친위대이거나 왕이 직접 뽑은 자들이었다. 이들은 용감 무쌍한 네 명의 장군을 선두로 영혼성을 향해 진군해 들어갔으며, 장군들은 각각 일만 명씩의 병사를 지휘했다.

첫 번째 장군은 보아너게 장군이요, 두 번째는 확신 장군[Captain Conviction], 다음은 심판 장군[Captain Judgment], 그리고 마지막 장군은 형벌 장군[Captain Execution]이었다. 이들은 모두 샤다이 왕이 영혼성 탈환을 위해 출정시킨 장군들로 왕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전투에 이 장군들을 전투에 세웠었다. 그들은 참으로 용감 무쌍하고 강했을 뿐만 아니라 부하 병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전투 때에는 선두에 서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병사들도 그들을 닮아 용감하고 훌륭했다.

샤다이 왕은 각 장군들에게 깃발을 주어 부대의 선두에서 휘날리게 하였는데, 그 깃발들은 샤다이 왕의 대의 명분과 영혼성에 대한 그의 권리를 나타냈다. 보아너게 장군은 총책임자로서 일만 명의 병사를 거느렸는데, 그의 부대의 기수는 우뢰[Mr. Thunder]였다. 그가 든 검은 색 기에는 세 줄기의 번쩍이는 번개가 문장으로 그려져 있었다. 확신 장군의 기수는 애통[Mr. Sorrow]이었는데 그는 불길에 휩싸인 율법 책이 그려진 푸르스름한 깃발을 들고 있었다. 심판 장군에게도 일만 명의 병사가 배치되었으며, 공포[Mr. Terror]가 깃발을 들었다. 그 깃발은 짙은 자색 바탕에 빨갛게 활활 타고 있는 용광로가 그려져 있었다. 네 번째 장군은 형벌 장군으로 그 역시 일만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의 기수는 정의[Mr. Justice]로 그는 열매 맺지 않는 나무의 뿌리에 도끼가 놓인 문장이 그려진 진홍색 깃발을 들고 있었다. 이들 네 명의 장군들은 모두 왕에게는 충성을 다했고 전쟁에서는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샤다이 왕은 네 장군들과 그들 각각에게 속한 일만 명의 병사와 참모들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계급과 그에 걸맞은 무기, 임무와 능력을 부여했다. 또, 장군들에게는 부여 받은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그리고 정확하게 수행하라는 특별 명령을 내렸다. 왕이 내린 명령은 장군들의 칭호, 지위, 계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흡사했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다음과 같다.


<영혼성의 공의로운 왕, 샤다이 왕이 진실되고 숭고한 보아너게 장군에게 주는 영혼성 재탈환에 대한 명령>

“굳세고 충성스러운 보아너게 장군이여! 나의 이름으로 그대의 군대를 거느리고 불쌍한 영혼성으로 가라. 그대가 영혼성에 당도하면 먼저 평화 조건을 제시하여 주민들이 사악한 디아볼로스의 압제의 멍에를 벗어 버리고 정당한 주권자이자 왕인 나에게 돌아오도록 명하라. 또, 디아볼로스에게 속한 모든 것으로부터 손을 떼고 스스로 정결할 것을 명하고 그들이 이 명령에 순종하는지 잘 살펴보라.

영혼성 주민들이 그대의 명령에 진심으로 순종한다면 그대는 그대의 모든 병사를 동원해서라도 디아볼로스의 무리들을 몰아내고 영혼성 안에 나의 군대를 주둔시키라. 거기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한 사람은 누구든지 조금이라도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친구나 형제로서 대하라. 내가 그들은 사랑하고 그들 모두는 내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그대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가서 나의 자비로움을 보일 때가 오리라는 것도 전하라.

그러나 그대가 나의 이름으로 권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끝까지 저항한다며 그대에게 맡겨진 모든 권세와 능력과 군대를 사용하여 굴복시키라. 행운을 빈다.”

이렇게 해서 독자들은 그들의 임무를 대략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나머지 장군들도 이와 거의 비슷한 명령을 받았다. 왕의 명령을 받은 장군들은 각기 특성과 직분에 합당하게 완전 무장을 하고 정해진 장소로 집결했다. 그리고 샤다이 왕에게서 새로운 위안의 말을 들은 다음 펄럭이는 기를 앞세우고 영혼성을 향해 총 진군했다. 선두엔 보아너게 장군이 섰으며 확신 장군과 심판 장군은 중간 부대를 지휘하고 맨 뒤는 형벌 장군이 맡았다. 영혼성까지 먼 길을 가는 동안 그들은 많은 나라와 지역을 통과했는데, 어느 나라로부터도 공격을 받거나 욕을 당하는 일이 없었으며, 오히려 도처에서 샤다이 왕의 이름을 외치는 가운데 축복을 받으면서 진군을 계속했다. 그들의 원정 비용은 전부 왕의 군자금으로 충당되었다.


나팔수의 경고

여러 날의 행군 끝에 그들은 영혼성이 멀리 바라다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네 장군들은 영혼성이 처한 비참함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디아볼로스가 영혼성 주민들을 박해하여 노예처럼 억압하고 있는 증거들이 멀리서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장군들은 영혼성에 이르러 이[Ear]문 앞에 모였다. 그리고 거기에 진을 치고 참호를 판 다음 공격 준비를 서둘렀다.

한 편, 영혼성 주민들은 펄럭이는 휘황찬란한 군기를 들고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잘 훈련된 병사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모두 집에서 뛰어 나와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디아볼로스는, 그 휘황찬란한 광경을 본 주민들이 샤다이 군의 권유를 듣는 순간 성문을 열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서둘러 궁전에서 나와 시장 광장에 주민 전원을 집합시켰다. 전 주민이 한데 모이자 그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여러분! 여러분은 나의 진실되고 우애 깊은 친구들이지만 오늘 여러분이 적군을 지켜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 철없는 행동에 대해 나는 비난을 하지 않을 수 없소. 여러분은 그들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목적으로 성 앞에 진을 치고 있는지 알고나 있소?

그들은 이미 내가 예기했던 것처럼 우리의 영혼성을 파괴하기 위해 온 자들이오. 그 동안 여러분을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무장시켰던 것도 모두 이 때를 위함이었소.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들의 모습을 맨 처음 보았을 때, 먼저 봉화를 올리고 온 성안에 경보를 울려 철저한 방어를 할 수 있게 해야 했소. 나는 전에 그대들의 용감한 행동에 호감을 가졌었는데 이번 일로 크게 실망했소. 그래서 여러분이 그들과 맞닥뜨리게 될 경우 겁을 집어 먹고 방어 능력을 잃지나 않을까 염려되오.

내가 경비를 가중시키고 모든 성문마다 굳게 닫으라고 명령한 이유가 무엇인 줄 아시오? 내가 그대들의 정신을 무쇠와 같이 단단하게 만들고, 또 그대들의 연약함을 보기 위함이었겠소?

아무튼 철저한 방어 태세를 갖추시오. 복을 울리고 전투 준비를 하고 모이시오. 저들이 성을 공격해 오기 전에 그들에게 영혼성 내에도 용감한 군대가 있음을 똑똑히 보여 줍시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잔소리하며 책망하고 싶지 않소. 그러니 보다 나은 행동을 보여 주기 바라오. 앞으로 내 승낙 없이는 아무도 성안에 들어올 수 없소. 이제 내 말을 다 들었으니 명심하고 수행하도록 하시오. 그리하면 그대들은 내 보호 속에 안전하게 거할 수 있을 것이오. 나는 내 자신의 일처럼 그대들의 안전과 명예를 진정으로 돌보겠소. 그리면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가시오? ”


이때부터 주민들의 행동에 이상한 병화가 일어났다. 그들은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천하를 뒤집어 엎으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왔다 ”라고 외치면서 심한 공포로 전율을 일으키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성 안을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들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제 정신을 잃고서 “시민의 평화와 생존권을 파괴하려는 자들이 여기 왔다 ! ”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외침을 들은 디아볼로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통쾌하구나. 나의 충실한 심복들이여! 지금 너희들은 진정한 복종을 나에 게 보여 주고 있다. 샤다이 놈들, 영혼성을 점령해 볼 테면 해 보라지. ”


샤다이 왕의 군대는 영혼성 앞에서 사흘을 기다렸다. 나흘째 되던 날, 보아너게 장군은 나팔수에게 이문[Ear-gate] 앞으로 가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거기서 위대하신 샤다이 왕의 이름으로 영혼성의 주민들에게 항복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다. 나팔수의 이름은 주의집중[Take-heedwhat-you-hear]이었는데 그는 명령대로 이문에 가서 나팔을 불었다.

그러나 디아볼로스의 엄명 때문에 영혼성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고, 어느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혼성의 분위기를 전해 들은 보아너게 장군은 침통한 얼굴로 나팔수에게 잠시 더 기다려 보자고 명했다.

얼마 후 보아너게 장군은 다시 나팔수를 시켜 이문에 가서 나팔을 불도록 했으나, 이번에도 역시 문은 굳게 닫히고 아무도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그들의 왕인 디아볼로스의 명령을 그처럼 잘 이행했다. 그래서 장군들과 참모들은 작전 회의를 소집하고 영혼성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의논했다. 그들은 각자 맡은 임무를 주도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다시 한 번 나팔수를 보내 영혼성 주민들에게 항복을 권고케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만일 이번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엔 그들을 무력으로 다스려 샤다이 왕 앞에 굴복시킬 것을 다짐했다.

따라서 보아너게 장군은 나팔수를 다시 이문으로 보내 위대하신 샤다이 왕의 이름으로 더 크게 나팔을 불러 영혼성 전 주민들이 그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하라고 명령대로 이문에 가서 나팔을 불러 영혼성에 세 번째 항복을 권고하면서 만약 그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엔 보아너게 장군이 병력을 출동시켜 영혼성을 강제로 점령할 것임을 전달했다.

그러자 영혼성의 실권자이자 성문 책임자인 자유의지 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냉정하고 거친 말투로 나팔수에게, “너는 어디서 온 누군데 소란스럽게 나팔을 불며 영혼성을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함부로 내뱉는 것이냐?”고 물었다.

나팔수 : 나는 샤다이 왕 군대의 총사령관 보아너게 장군의 부하다. 그대가 영혼성과 공모하여 샤다이 왕에게 대적했기 때문에 보아너게 장군께서는 이 성에 대하여, 또 그 중 한 사람인 그대에게 특별히 전갈을 보냈다. 만일 영혼성이 순순히 항복한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거역할 경우에는 그로 인한 모든 불행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자유의지 경 : 알았다. 내 너의 말을 그대로 전하겠다.

나팔수 : 이봐, 날 속이려 들지 말라. 그랬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순순히 항복해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희들과 전쟁을 벌여 무력으로라도 너희들을 체포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너는 내일 네 왕에 대한 도전의 증거로서, 또한 영혼성의 정당한 왕인 샤다이 왕의 승리의 증거로서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오르게 될 번쩍이는 검은 깃발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자유의지 경은 되돌아가고, 나팔수도 다지 진영으로 돌아 갔다. 나팔수가 진영에 도착하자 장군들과 참모들은 무슨 새로운 소식이라도 있는지 또한 그의 다녀온 결과가 어떠했는지 궁금하여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이윽고 나팔수가 입을 열었다.

“제가 영혼성을 향해 나팔을 불자 성의 실권자이자 성문 책임자인 자유의지 경이 소리를 듣고 나와 성벽 너머로, 제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나팔을 부는 목적이 무엇인지 묻길래 저의 임무와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 내용을 다 듣고 디아볼로스와 영혼성에 전달하겠다고 하면서 떠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보아너게 장군은, “자, 그럼 잠시 동안 참호 속에서 기다리면서 이 반역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 봅시다. ”라고 말했다. 영혼성으로부터 답신이 올 때가 되자 보아너게 장군과 그의 휘하 장군들은 모든 병사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제 위치를 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 영혼성을 점령한 적군들이 순순히 항복해 올 경우엔 무조건 자비를 베풀어야 하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을 때 강압적으로라도 그들은 복종케 하라는 명령이 전 진영의 병사들에게 하달했다. 마침내 그날이 이르러 나팔이 일제히 울리고 모든 병사들은 각자 할 일을 점검했다.

한 편, 영혼성 주민들은 샤다이 왕 진영의 전 지역에서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매우 의기 소침했다. 그것이 자신들의 성을 공격하기 위한 예비 신호임에 들림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다소 안정을 되찾은 수 그들은 적군의 공격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무장을 해야 했다.


이문[Ear-gate] 앞의 담판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영혼성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이 없자,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그들의 응답을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을 굳힌 보아너게 장군은 영혼성 주민들이 샤다이 왕의 메시지를 듣도록 나팔수에게 거듭 나팔을 불게 했다.

나팔수가 나팔을 크게 불어대자 영혼성 주민들은 오히려 이문을 더욱 굳게 닫았다. 보아너게 장군은 성벽 위에 모인 몇 사람에게 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의 시장은 불신 경[Lord Incredulity]으로 육욕 경[Lord Lusting]의 후임이었다. 불신 경이 성벽 위에 나타나자, 보아너게 장군은 분격하여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대는 시장이 아니다. 영혼성의 본래 시장인 명철 경[Lord Understanding]은 어디에 있는가? 그에게 전할 말이 있다. ”


그러자 어느 틈에 거인 디아볼로스가 끼어들며 말했다.

“총사령관! 그대는 불손하게도 벌써 네 번씩이나 영혼성 주민들에게 항복할 것을 권고하였고, 나팔을 불러 영혼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누구의 권세로 그대가 이런 일을 행하는지 상관하고 싶지 않으며, 또 새삼스럽게 그것을 논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당신의 정체가 무엇이며 또 무엇 때문에 이런 소동을 벌이는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


그러나 번쩍이는 세 줄기의 번개 문장을 가진 보아너게 장군은 디아볼로스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영혼성을 향해 크게 외쳤다.

“반기를 든 불행한 영혼성아! 자비로우시고 위대한 샤다이 왕께서는 나를 그대들에게 파송하면서 그대들이 우리 왕국으로 자발적으로 돌아오게 하는 임무를 맡기셨다. 그분은 또한 그대들이 나의 항복 권고에 동의 할 경우에는 친구나 형제로서 대우하고 끝까지 반항할 경우에는 무력으로 영혼성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


그때 펴진 율법책이 그려진 푸른 색 기를 든 확신 장군이 일어나서 말했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들어라! 그대들은 이전에 순결함으로 영광스러웠지만 지금은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대들은 나의 형제 보아너게 장군의 말을 들었다. 그대들이 만일 지금 우리가 제시하는 화평과 용서의 조건을 공손히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지혜호운 행위로 그대들은 축복을 받을 것이다. 특히 그대들에게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는 분은
그대들이 배반했던 샤다이 왕으로 지금 당장에라도 그대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느 주가 감히 그의 진노를 감당하겠는가?

만일 그대들이 죄를 진 일이 없다거나 샤다이 왕에게 반역을 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우리 왕과 인연을 끊었던 그날로부터의 모든 행위가 그대들의 죄악을 낱낱이 증거할 것이다. 그대들이 폭군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에게 복종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샤다이 왕의 율법을 버리고 디아볼로스에게 복종한 이유는 무엇인가? 뿐만 아니라 왜 그대들은 샤다이 왕의 의로운 군대인 우리를 대적하고 성문을 닫았는가? 마음을 고쳐 먹고 내 형제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여 자비의 기회를 잃지 말고 우리와 빨리 화해하도록 하라.

아! 영혼성아! 자비로부터 도망치지 말라. 디아볼로스의 간사한 유혹에 넘어가 비참한 구렁텅이에 빠지지 말라. 이 기만자는 우리가 우리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거짓으로 그대들을 설득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원정에 참가한 것은 우리 왕에게 순종하는 마음과 그대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라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영혼성 주민들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대들의 이 같은 무례한 불순종에도 불구하고 샤다이 왕이 그대들을 용서하시길 원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은혜가 아니겠는가? 왕은 지금 그대들이 이전의 상태로 되 돌아 올 수 있도록 우리를 통하여 그대들을 권면하고 설득하고 계신다.
그대들에게는 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과연 왕께서도 그대들을 필요로 하실까? 천만에,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지극히 자비로우신 샤다이 왕은 영혼성이 망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며, 그대들이 다시 돌아와 자신과 함께 거하기를 바라고 계신다. ”


확신 장군의 말이 끝나자마자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가 그려진 자색 기를 든 심판 장군이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 시작했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오랫동안 샤다이 왕을 배신 하고 거역하는 불순종을 범해 왔다. 오늘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우리 자신의 생각을 전하거나 우리 뜻대로 그대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샤다이 왕의 명령을 좇았을 뿐이다. 왕은 그대들이 회개하고 그에게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신다. 만약 그대들이 복종하기를 거역한다면 강압적인 수단을 써도 좋다는 말씀이 계셨다. 저 기만자 디아볼로스가 샤다이 왕은 그대들을 굴복시킬 수 없을 거라고 설득한다고 해도 결코 그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만유 위에 계시는 샤다이 왕은, 그 능력이 산에 닿으면 연기가 날 정도이다. 지금 그대들을 향해 열려진 자비의 문이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대들의 앞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용광로의 날이 준비되어 있다. 심판은 지체하지 않고 아주 속히 올 것이다.

영혼성 주민들이여! 샤다이 왕은 그대들로부터 온갖 수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자비를 베푸시는데 그대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하찮 게 여겨지는가? 보라! 왕은 용서의 황금 홀을 그대들 앞에 내민 체, 그대들을 위해 항상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계신다. 그런데도 끝내 그분의 노를 격동시켜서 용서의 문을 닫게 할 셈인가? 일단 문이 닫히면 영
원히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비록 그대들이 그것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심판이 그분 앞에 있으니 그대들은 감히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분을 분노케 하여 큰 화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제 아무리 어마어마한 몸값이라 해도 그대들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샤다이 왕이 그대들의 부를 높이 사리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황금도, 힘의 능력도 그분에게는 다 쓸데 없는 것들이다. 그분은 심판을 위하여 보좌를 예비하셨으며 장차 회오리 바람처럼 수레를 타고 오셔서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맹렬한 노를 발하시며 그대들을 책망하실 것이다.
영혼성 주민들아! 그때에 사악한 자로 심판 받아 무서운 진노와 형벌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라 ”


심판 장군이 이 같은 말을 하는 동안, 거기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디아볼로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심판 장군의 말은 계속 되었다.

“오! 슬프도다. 영혼성 주민들아. 그대들을 만나기를 소망하는 샤다이 왕의 사자들인 우리들에게 정녕 문을 열어 주지 않겠는가? 우리 왕이 그대들을 심판하는 날에 그대들의 마음이 어찌 견디어 내겠으며 그대들의 손이 떨리지 않겠는가? 그날에 그가 디아볼로스와 그의 무리들에게 예비 한 진노의 잔을 단술 마시듯 들이키게 할 텐데 그대들이 그 고난을 견뎌 낼 수 있겠는가? 때가 이르기 전에 잘 생각해 보라. ”


마지막으로 네 번째 형벌 장군이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오, 영혼성 주민들아! 이전의 영광스러웠던 그대들이 지금은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처럼 쓸모 없이 되어 버렸구나. 이전에는 높으신 이의 기쁨이더니 지금은 디아볼로스의 소굴이 되었구나. 내 말을 들으라. 위대한 샤다이 왕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말하노라. 보라,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 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
우리라. 영혼성 주민들아! 좋은 열매 맺지 못한 그대들은 지금까지 가시와 엉겅퀴만 내어왔다. 나쁜 열매로 그대들이 좋은 나무가 아님을 알 수 있으니 그대들의 포도는 쓴 포도요, 그 송이는 몹시 쓰구나.

그대들은 그대들의 왕을 대적했다. 우리는 샤다이 왕의 권세이며 능력이자 그대들의 뿌리에 놓인 도끼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마음을 돌리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재난이 닥쳐 오기 전에 말하라. 회개
하겠는가? 우리의 도끼로 지금 당장에라도 그대들의 쓴 뿌리를 찍어 내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잠시 도끼를 옆에 두고 그대들에게 마지막 경고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고와 다가올 심판 사이에서 그대들은 회개를 해야 한다. 지금이 그대들에게 주어진 최후의 기회다. 어떻게 하겠는가?
샤다이 왕에게로 돌아 오겠는가? 아니면 최후의 심판을 받겠는가?

오, 영혼성 주민들아! 내가 강타를 가하면 그대들은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나는 도끼를 그대들의 뿌리 옆에 놓는 것과 도끼로 찍어 버리는 권한을 위임 받았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샤다이 왕에게 항복하지 않는 한 그러한 형벌은 결코 피하지 못한다.


영혼성 주민들아! 지금 그대들이 누리는 그 모든 것도 그대들이 영원
한 불못에 던지움을 당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 가엾은 영혼성
주민들아! 왕의 인내와 관용이 무한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일 년, 이년 혹은 삼 년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만일 그대들이 삼
년을 더 반역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 때에는 영원히 축복
의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될 것이다. 그대들은 내 말이 단순한 위협으로만
들리는가? 왕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고 보는가? 영혼성 주민들아!
죄인인 그대들이 이러한 왕의 말을 무시한다 할지라도 머지않아 그것은
실제로 활활 타오르는 불못이 되어 그대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대들
은 지금껏 이 땅의 훼방자가 되어 왔듯이 앞으로 영혼성 안으로 불러 들
이고 동시에 심판과 형벌도 같이 오게 한 것이 아닌가? 이미 그대들은
장군들의 간절한 말을 다 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성문을 열지 않고 있구
나.

영혼성 주민들아 어서 결정하라! 계속 죄 속에 머물러 있겠는가? 아
니면 평화 조건을 수락하겠는가? 그대들은 지혜로운 네 명의 장군들의
말 듣기를 거부했다. 비록 우리들의 말이 성문을 활짝 열러 젖힐 정도의
위력은 발휘하지 못했으나 우리들은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문을
통해서 그대들에게 우리의 뜻을 다 전했다. ”


장군들의 열변에 다소 마음이 움직인 영혼성 주민들은 마침내 그들의 요
구를 재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 장군들은 주민들이
악덕망설[Ill-Pause]을 성 밖으로 쫓아내서 행위에 대한 죄 값을 받게 한다
면 그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겠지만, 그를 추방하지 않을 때에는 그 어떤
것도 허락할 수 없노라고 선언했다. 악덕망설이 영혼성에 있는 한 모든 좋
은 생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디아볼로스는 자기의 대변자인 악덕망설을 빼앗길까 두
려워 처음에는 곧장 반격을 가하려고 했으나 이내 생각을 바꿔 불신
[Incredulity] 시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불신 경! 주민들이 듣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당신이 직접 저 무뢰
한들에게 답변해 주시오. ”


디아볼로스의 요구대로 불신 경이 입을 열었다.


“이봐라! 너희들은 우리 영혼성 가까이에 포진함으로써 우리의 왕을
불안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동요시키고 있다. 그대들이 어
디서 왔건 알고 싶지 않으며, 그대들이 무슨 소리를 하건 우리들은 그것
을 믿지 않겠다. 그대들은 샤다이 왕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허
무 맹랑한 소리를 지껄여 대고 있으나 우리는 그가 무슨 권한으로 그런
명령들을 내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대들은 주민들에게 그들
스스로 선택한 왕을 버리고 그대들의 왕, 샤다이에게 항복할 것을 권고
하는 동시에 항복하면 과거의 허물을 묻지 않겠다는 발림말로 그들을 설
득하고 있다. 더구나 그대들은 만일 영혼성 주민들이 그 충고를 따르지
않을 땐 그 대가로 영혼성을 온통 짓밟아 버리겠다고 위협하며, 공포 분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대들 장군들이여! 디아볼로스 왕이나 그의 종인 나 불신이나 영혼
성 주민들은 그대들의 말을 믿지 않으며, 그대들이나 그대들의 권고나
그대들을 보낸 왕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는 그의 권세나 복
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들의 협박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이다. 그대들은 우리를 쳐부수겠다고 위협하나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
도 우리 자신을 방어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도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주기 바란다.

그대들과 오래 말하고 싶지 않으므로 몇 마디만 더 하고 말을 마치겠
다. 보아하니 그대들은 불법으로 왕의 지배를 떠나 유랑 생활을 하면서
각종 소동을 일으키고 도처로 다니면서 감언 이설과 공갈을 일삼으며 어
리석은 성이나 시 또는 나라가 그대들에게 땅을 내주지나 않을까 하는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영혼성은 다른 성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대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위협적인 항복 권고에도 응하지 않겠다. 또한 그대들에게 성문을 열
어 주지 않을 것이며, 영혼성 주변에 장기간 주둔할 수도 없게 하겠다.
우리 주민들은 평안히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대들이 나타남으로 말미
암아 그들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니 서둘러 장비를 거두어 이곳
을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화포를 발사하겠다. ”


늙은 불신 경의 말이 끝나자 자유의지 경이 격렬한 어조로 말을 덧붙였
다.


“여봐라! 우리는 그대들의 항복 권고와 위협적인 명령을 처음부터 끝
까지 다 들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오
직 지금의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 그러니 삼일 간의 여유
를 줄 테니 우리들에게서 떠나라. 그렇지 않고 영혼성의 잠자는 사자인
디아볼로스의 비위를 거스르는 날엔 단단히 혼줄이 날 것이다. ”


서기관인 망선[Forget-Good]도 한 마디 거들었다.

“여러분! 나는 거칠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그대들에게 우리 상관들이
자비와 온유로 대하는 것을 보았다. 조용히 이곳을 떠나라는 그분들의
명령을 따르라. 그들의 친절을 받아 들이라. 우리가 하려고만 했다면 벌
써 오래 전에 우리가 가진 무리의 위력을 보여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와 안락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상처
를 입히고 싶지 않다. ”


이 말을 들은 영혼성 주민들은 기뻐서 법석대기 시작했다. 디아볼로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샤다이 왕의 장군들에 비하여 더 우세한 것처럼 보였기 대
문이다. 그들은 종을 울리고 노래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영혼성의 저항

이렇게 해서 디아볼로스는 자기 성으로 되돌아가고 시장과 서기관도 자
기 처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자유의지 경만은 남아서 부대를 이중으로 배치
하고 성문 빗장을 이중으로 걸어 잠그었다. 특히 샤다이 왕의 군대가 가장
눈독을 들이는 이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자유의지 경은 항상 불평
불만으로 가득 찬 노인인 편견[Prejudice]을 경비 대장으로 임명하고 그
수하에 귀머거리 병사[deaf men] 육십 명을 두었다. 그들은 적장들과 병사
들의 말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임무를 수행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샤다이 왕의 장군들은 영혼성의 요직 관리들만을 대면하고 주민들로부터
는 아무런 소식이 없자 그들이 전쟁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자기
군사들에게도 전투 준비를 명령했다. 그들은 주력 부대를 이문으로 집결시
켰는데 이는 영혼성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맨 먼저 이문을 공격하는 것이 최


상의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잔여 병력들은 각각 다른 장소에
배치하고 전원 모두에게 군호를 주었다. 그 군호는 ‘거듭나야 한다[YE
MUST BE BORN AGAIN]’였다.

드디어 나팔수가 진군 나팔을 불었으며, 영혼성에서도 지지 않고 나팔을
불었다. 그리고 이편에서 함성을 지르면 저편에서도 함성을 지르고, 이쪽에
서 돌격을 하면 저쪽도 돌격을 함으로써 전투는 시작되었다. 영혼성에는 이
문의 망대에 두 대의 거대한 대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자고
(自高)[High Mind]이고, 다른 하나는 무모(無謀)[Heady]였다. 그들이 생명
줄처럼 믿고 있었던 이 두 대포는 교만[Mr. Puff-up]이라고 하는 주물공
(鑄物工)이 만든 것인데 사실 크게 유해한 것이었다.

그러나 샤다이 왕 진영의 장군들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때때
로 귓전을 스치며 날아가는 대포알에도 누구 한 사람 다치지 않았다. 이 두
대의 대포로 샤다이 왕 군대의 진영을 교란시켜 이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영혼성 주민들은 그것이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영혼성에는 또 다른 소형 포를 몇 대 가지고 있었는데 이
것을 가지고 샤다이 군을 대적했다.

한 편, 용맹스러운 샤다이 왕의 병사들은 이문을 향해 거듭 진격 했다.
이문이 열리지 않으면 성을 공격해 봐야 헛수고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다. 그들은 여러 대의 투석기와 두 세 개의 공성추(攻城錘)를 가져와 투석
기로 짐과 사람을 쳐부쉈고 공성추로는 이문을 부수어 열어 젖히려 했다.

양군은 수차에 걸쳐 크고 작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는데 샤다이 왕의
장군들은 대포를 사용하여 이문의 망대를 부수어 통로를 확보하려 했다. 그
러나 디아볼로스의 맹위와 자유의지 경의 용맹과 불신 시장과 망선 서기관
의 분전으로 영혼성은 끄떡하지 않고 잘 버텨냈다.

그리하여 샤다이 군의 여름 전투는 막대한 비용을 소모한 채 완전히 패
배하고, 승리는 영혼성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샤다이 왕의 장군들은 상황을
잘 판단한 다음, 겨울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일단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이
싸움에서 양군이 다 같이 적지 않게 피해를 입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샤다이 군이 영혼성으로 행군하는 도중 군이 되겠다고 결심한 세 청년을
우연히 만났는데 얼핏 보기에 그들은 군인이 갖추어야 할 용기와 기술을 갖
춘 사람들처럼 보였다. 유전[Mr. Tradition], 인간의 지혜[Mr. Human-
Wisdom], 사람의 꾀[Mr. Man ’s-Invention]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은 장군
들에게 나아가 샤다이 왕에게 충성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장


군들은 그들에게 자신들의 원정 계획을 설명한 후에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
고,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충고를 했다. 그러자 그 젊은이들은, 자신들은 원
정 소식을 전해 듣고 여기까지 왔으며 훌륭한 장군들 밑에서 싸우고 싶다고
간청했다. 보아너게 장군은 그들의 용감성을 인정하여 군대에 합류시켜 전
투에 참가시키기로 했다.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그 열띤 전초전에서 자유의지 경의 부대는 영혼
성의 비상문을 통해 이들 세 청년이 소속되어 있는 보아너게 군의 후미를
습격했다. 결국 세 청년은 포로가 되었고, 이 소식은 온 성안에 순식간에
펴져 디아볼로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요컨데 자유의지 경의 공적과 포로
로 잡힌 자들에 대한 소식이 모두 알려졌던 것이다.

디아볼로스는 자유의지 경을 불러 사건의 진상을 알아본 후에, 포로들을
불러 그들이 누구며 어디에서 왔으며 샤다이 왕의 군대에서 무슨 일을 했는
지 세밀하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순순히 질문에 응했으며 다시 감옥
으로 보내졌다. 얼마 후 디아볼로스는 제차 그들을 불러다가 자기 편에 들
어와 샤다이 왕에 대항하여 싸울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은 믿음보다는 운명에 따라 살아가기 때문에 받아만 준다면 기꺼이
헌신하겠다고 대답했다.

모든 것이 디아볼로스의 지배하에 놓인 영혼성에는 다재다능[Captain
Anything]이란 이름을 가지 장군이 있었다. 그는 대단한 실천가였는데 디
아볼로스는 이 세 청년을 그의 군대에 입적시키라는 편지와 함께 다재다능
장군에게 보냈다.

“친애하는 다재다능 장군! 이 편지를 가지고 간 세 청년은 나에게 충
성하기를 희망하고 있소. 나는 그대가 이들을 지도하는 데 가장 적임자
라고 생각하오. 그래서 나의 이름으로 이들을 보내니 필요에 따라 샤다
이 왕과 그 부하들의 대항군으로 써 주기 바라오. ”

다재다능 장군은 그들을 받아들여 우전과 인간의 지혜는 하사관으로 임
명하고, 사람의 꾀는 그의 기수로 삼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쯤 해두고 전
쟁터로 돌아가 보자

샤다이 왕의 군대 역시 어느 정도의 전적을 거두었다. 즉, 시장 관사의
지붕을 파괴하여 전보다 많은 포화 세례를 주었고, 자유의지 경을 물맷돌
한 방으로 거의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는 곧 회복되었지만 그의 부하 중


상당수의 간부들이 죽었는데, 욕설[Mr. Swearing], 매춘[Mr. Whoring], 분
노[Mr. Fury], 허위[Mr. Stand-to-Lies], 술고래[Mr. Drunkenness], 잔꾀
[Mr. Cheating] 등 여섯 명의 죽음은 샤다이 군에서 볼 때 큰 전과를 올린
셈이었다. 샤다이 군은, 이문 망대에 설치한 두 대의 대포를 포격해 진흙탕
으로 떨어뜨렸다.

겨울 진지

앞에서 얘기한 대로 샤다이 군의 용감한 장군들은 겨울진지로 철수하여
인원과 장비를 점검하고 부대 둘레에 참호를 팠다. 그들은 적절한 시기에
영혼성을 기습하곤 했는데, 이는 주민들을 국도의 공포로 몰아 넣기 위함이
었다. 이 계획은 멋있게 적중하여 그들이 원하는 만큼 영혼성을 괴롭힐 수
있었다.

이제 영혼성은 이전처럼 깊이 잠들 수도 또 한가로이 허랑방탕한 삶을
보낼 수도 없게 되었다. 샤다이 왕 진영으로부터 계속해서 공포감을 조성하
는 함성이 강하게 이 성문에서 저 성문으로, 때로는 모든 성문에서 일시에
올려댔기 때문에 이전에 주민들이 누렸던 안일은 이제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기습 신호는 긴 겨울 밤, 심한 추위로 전투가 불가능할 때 더욱 자주 울
렸다. 그래서 영혼성 주민들에게 겨울은 가장 혹독한 계절이 되었다.

때로는 나팔 소리가 들리고 물맷돌이 빙빙 돌면서 성안으로 날아오고,
일만 여 명의 군사가 큰 소리를 내면서 영혼성 둘레를 돌곤 했다. 또, 부상
당한 주민들의 신음 소리와 울부짖음은 점점 쇠약해져 가는 영혼성 주민들
에게 고통을 더하게 했다. 그들은 포위 공격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았
으며, 그들의 왕인 디아볼로스도 마음의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
졌다.

그리하여 영혼성 주민들간에 서로 대립되는 생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더 이상 못 견디겠어. ”라고 얘기했고, “샤다이 왕에게로 돌아가자.
그러면 이 모든 불안은 곧 끝날 거야 !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가 과연 우리를 용서해 줄는지 의심스러워. ”라고 말하며 공포에 떠는 사
람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전 서기관이었던 양심이 주민들을 훈계하였는데 그의 말소
리는 마치 천둥 소리와 같이 우렁찼다. 이제 영혼성에서는 샤다이 군 병사
들의 고함 소리, 그 장군들의 호령 소리와 더불어 양심의 훈계도 아주 위협적인 것이 되었다.

영혼성에서는 물자의 궁핍까지 느끼기 시작해 이전에 주민들이 가졌던
물질에 대한 모든 욕망이 사라지게 되었다. 모든 쾌락은 저주스럽게 되었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불에 그을리고 말았다. 주름살과 죽음의 그림자가 주
민들의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상태
에 처하더라도 마음의 화평과 만족을 얻고자 했다.

샤다이 왕의 장군들은 한겨울인데도 아랑곳없이 나팔수를 통해 항복 권
고문을 영혼성에 보냈다. 그들은 수 차례에 걸쳐 끈질기게 나팔수를 보냈다.
그것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영혼성 주민들이 항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권고문을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를 보낼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 고집쟁이 불신 영감의 결사적인 반대와 자유의지 경의 변덕스러움만 없
었더라면 이미 오래 전에 영혼성은 항복했었을 것이다.

디아볼로스는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고, 영혼성은 주민들은 항복에 관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성안에는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다. 샤다이
왕 측에서는 영혼성에 어떤 내용의 항복 권고를 했을까?

맨 처음 평화의 메시지를 가지고 간 나팔수는 위대한 샤다이 왕의 장군
들이 영혼성의 불행을 측은히 여기고 있으며 주민들이 그를 자신의 구원 문
제에 무관심한 것에 대해 무척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들이 만약 교만
한 마음을 버리고 회개하면 지금까지 그들이 행한 모든 반역과 불법을 용서
하고 다시는 기억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니 제멋대로 굴거나 샤다
이 왕에게 대항해서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고 나서 나팔수는 왕의 군대로 다시 돌아갔다.

두 번째 갔을 때 나팔수는 나팔 소리를 울린 후에 처음 갔을 때보다 더
강하게 훈계했다. 즉, 그들의 계속되는 반역은 장군들을 분노케 할 뿐이니
샤다이 왕에게 항복하든지 아니면 상 앞에 백골이 되어 눕든지 둘 중 하나
를 선택하라고 종용했다.

세 번째 갔을 때는 더 엄하고 강력하게 했다. 나팔수는 그들이 너무 완
악하여 장군들이 영혼성에 자비를 베풀는지 심판을 내릴는지 의심스럽다고
까지 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그러나 나는 그대들이 즉각 성문을 열기를
바란다는 장군들의 권고를 전한다. ”고 덧붙이고 나서 다시 진영으로 돌아갔
다.

세 차례에 걸친 항복 권고 중 특히 마지막 두 번은 영혼성 주민들을 공
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그들은 즉시 회의를 소집했다. 그 결과 자유의지 경이 이문에 가서 나팔을 불어 샤다이 왕 측 장군들과의 면담을 요청키로
했다. 자유의지 경이 면담을 요청하자 장군들은 무장을 한 채 각각 일 만
군사를 거느리고 영혼성 가까이 왔다.

영혼성 주민들은 장군들에게 그들의 왕 디아볼로스가 제시하는 조건, 조
항 및 제안에 대해 상호 협정을 맺고 그들과 화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
면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용감한 자유의지 경, 망선 서기관, 불신 시장 등 주요 관리들을 마
음, 성, 성문의 지배자로 그대로 있게 할 것.
둘째, 디아볼로스의 휘하의 현 관리 중 누구에게서도 지금까지 영혼성에
서 그들이 누려오던 자유와 직위, 안식처를 박탈하지 말 것.

셋째, 위대한 옹호자이자 왕이었던 디아볼로스의 지배하에서 그들이 오
랫동안 누렸던 특권을 허락하고 그의 통치하에서 즐기던 모든 쾌락들을 금
하지 말 것.

넷째, 새로운 법률, 관리, 그리고 법률의 집행자들은 그들의 선택과 동의
없이는 그들을 제약할 어떤 힘도 가지지 말 것.

그들은 “이것이 평화를 위한 우리의 제안이자 조건이오. 만일 여러분들
이 이것을 수락해 준다면 우리는 샤다이 왕에게 복종하겠소. ”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무역하고 간사한 제안을 들은 보아너게 장군은 다음과 같은 연설
을 했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나는 그대들이 나팔을 불어 우리와 회담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참으로 기뻤다. 게다가 우리의 위대하신 샤
다이 왕에게 기꺼이 복종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더욱 기뻤다. 그
러나 그대들이 그 어리석은 조건들과 억지로 그대들의 면전에 불법의 장
애물을 쌓았을 때, 나의 기쁨은 슬픔으로 변했으며, 그대들의 회개에 대
한 나의 기대는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나는 그 타협 조건을 고안해
낸 이가 다름아닌 영혼성의 오랜 숙적인 악덕망설[Ill-Pause]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조건들은 샤다이 왕에 대한 충성을 가장할 뿐 어느
누구에게서도 정당성을 인정 받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
두는 그대들에게 한없는 경멸을 보내며, 그 부당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바이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그대들이 샤다이 왕에게
굴복하기로 결심하고 그를 믿고 그의 제안에 따른다면 그대들은 샤다이
왕 앞에 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대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평화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를 믿지 못한다면 그대들은 이전
의 비참한 상태에 계속 처하게 될 것이다. ”


그러자 불신[Incredulity] 시장이 목청을 돋우어 항의했다.

“도대체 남에게, 그것도 정체조차 전혀 알 수 없는 적에게 자기 백성
들을 순순히 내주는 어리석은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절대로 그
같은 허무맹랑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는 저들의 왕이 어
떤 태도를 지니고 있고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모르고 있지 않은가? 들
리는 말에 의하면, 그는 신하들이 조금이라도 곁길로 가는 듯 싶으면,
심하게 역정을 내며 백성들에게는 그들이 행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고 하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
해야 되오. 왜냐하면 일단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 쪽은 포기해야 하
며,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더 이상 여러분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오.
만약 여러분이 무한한 힘의 소유자에게 자기 자신을 포기한다면 그것만
큼 어리석은 일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회개할
수는 있겠지만 정당한 불평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오. 여러분들이 그의
지배 아래 들어간다 했을 때 그가 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살려둘지 분명
히 알고나 있소? 설령 우리 모두를 벌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를 이
땅에서 쫓아내고 다른 새로운 사람들로 이 영혼성에 살게 할 지 누가 알
겠소?”


시장의 이 같은 연설로 모든 것이 원 상태로 돌라가 협정 체결에 대한
장군들의 희망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따라서 장군들은 그들의 진지나 막
사로 원상 복귀했다. 물론 불신 시장도 디아볼로스에게로 돌아갔다.

그 때 디아볼로스는 불신 시장이 적절한 주장으로 적을 물리쳤다는 소식
을 전해 듣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가 궁전에 돌아
오자 그는 반갑게 맞이하며 “어서 오시오. 불신 경, 오늘의 회담 결과는 어
떠했소?”라고 물었다. 불신 경은 간단히 인사를 한 후 사건의 전후 상황을
자세히 보고했다. 그러자 디아볼로스는 매우 기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
다.

“나의 친애하는 불신 시장, 그대가 적의 주력 부대를 쳐부순다면, 그대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한 영광을 허락하겠소. 나는 그대를 나의 범우
주적인 부관으로 임명하겠소. 따라서 그대는 나 다음으로 국정을 손아귀
에 쥐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대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으며 누구도 거기에 대항할 수 없을 것이오. 신하들 중 누구도 그 이
상 자유롭게 다닐 수 없을 것이며, 모두가 그대에게 예속된 것을 만족해
할 것이오. ”


시장은 확실한 총애를 얻은 것에 만족해 하면서 물러갔다. 그는 의기 양
양하게 집에 돌아와서는 그의 지위가 최고에 이를 때까지 그의 욕망을 키워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두 무리의 대결

이처럼 시장과 디아볼로스가 보조를 맞추고 있는 동안, 영혼성은 용감한
샤다이 군의 장군들을 쫓아 버린 일로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늙은 불신 경이 회담 결과를 가지고 디아볼로스와 자축하기 위해
성안에 들어갔을 즈음에 전[煎] 서기관이었던 양심 경[the old Recorder,
Mr. Conscience]이 이문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은 그 장소에는 없었지만, 거기에서 일어났던 일을 미루어 짐작하고 장차
있을 일을 크게 염려했다.

그들은 몇몇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서 샤다이 왕의 장군들이 제시한 요구
의 정당성과 불신 경의 연설로 인해 빚어지게 될 불행한 결과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신 경이 얼마만큼 샤다이 왕이나 장군들에게 불
손했고 또한 얼마나 일방적으로 그들을 몰아붙였는지 잘 알고 이었다.

명철 경과 양심 경은,

“장군들이 우리들에게 자비를 보여 주었을 때 불신 경이, 우리를 진멸하
려는 음모라고 주장한 것은 그가 샤다이 왕의 말씀을 얼마나 멸시했는지
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소. ”


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범하였는가를
깨닫고 떼를 지어 온 성안을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처음에는 나지막한 목
소리로 소곤대다가 이따금씩 큰 소리로 말하더니 마침내는 “영광스러운 샤다이 왕의 장군들이여! 우리는 장군들의 지배하에, 그리고 샤다이 왕의 권세 하에 들어가길 원하오 ”라고 고함을 지르며 뛰어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영혼성의 이 같은 소동을 알게 된 불신 시장은 자신의 거대한 힘과 위용
으로 주민들을 진정시킬 생각으로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그를 본 주
민들이 그에게 덤벼들자 재빨리 집으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그가 숨어 있는 집을 습격하여 무너뜨리고 그를 박살내려 했지만
집이 너무 튼튼하여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틈을 이용하여 불신 경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흥분한 군중에

“여러분! 오늘 이렇게 소동을 피우는 이유가 무엇이오? ”


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명철 경[Lord Understanding]이 대답했다.

“당신과 당신의 상전은 샤다이 왕의 장군들에 대해 정당치 못하게 행

동했소. 정확히 말하면 당신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잘못을 범했소.
첫째, 당신은 나와 양심 경을 협상에 참석시키지 않았으며,
둘째, 당신은 샤다이 왕을 단지 명목상의 왕으로만 인정하여 그들이

도저히 수락할 수 없는 타협조건을 내걸었소. 그렇게 하면 주민들은 이
전과 같은 추잡하고 허영에 가득찬 생활을 하게 되고 디아볼로스는 영혼
성의 실질적인 왕으로 굳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오.

셋째, 우리가 샤다이 왕으로부터 용서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그들이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불순하고 터무니없는 말로 모든 것을 망
쳐 놓았소 ”


이 말을 들은 불신 경은 냅다 고함을 질렀다.

“배신자! 배신자! 디아볼로스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무기를 들라!
무기를 들라! ”

명철 경: 불신 경, 당신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건 샤다이 왕의
장군들은 당신들로부터 훨씬 더 극진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소.

불신 경: 이것 보시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은 하나도
없소. 나는 단지 우리의 왕과 나라와 주민들의 평화를 위해 그렇게 했을
뿐이오. 그런데 당신은 주민들을 선동하여 불법을 행하고 우리를 향해
폭동을 일으키게 했소.

양심 경: 불신 경. 그대는 명철 경에게 그런 식으로 반박해선 안 되
오. 그가 그대에게 말한 모든 것이 진실임을 나는 확신하오. 그대는 영
혼성의 적이오. 그대의 오만 불손함과 사악함, 그리고 샤다이 왕의 장군
들에게 가한 슬픔과 그로 인해 영혼성에 끼친 해를 분명히 인식하기 바
라오. 그대가 그 조건들을 수락했었더라면 더 이상 영혼성에서는 나팔소
리도, 공격 신호도 들려오지 않았을 것을 …. 그대는 저 무시무시한 소리
가 안 들리오? 다 그대의 어리석음 때문이 아니겠소?

불신 경: 그렇다면 내가 곧장 디아볼로스 왕에게 가서 당신의 말에
대한 해답을 받아 오겠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는데
당신의 충고를 꼭 들어야 할 필요는 없소이다.

명철 경: 당신과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의 이방인들이지 원주민은 아님
을 명심하시오. 만일 우리가 이보다 더한 곤경에 처하게 될 때 당신들은
연기 속에서 타는 불을 안내자 삼아 도망치고 불못과 잿더미 속에 우리
를 버려두고 떠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소?

불신 경: 당신은 위대하신 우리의 지도자에게 신하의 예를 갖추고 공
손하게 굴러야 한다는 사실을 잇고 있소. 오늘 이와 같은 일을 왕께서
알게 되면 심히 불쾌하게 여길 것이오.

이와 같은 입씨름이 한창일 때 성벽과 성문 쪽에서 자유의지 경, 편견
경, 악덕망설 경 그리고 새로 임명된 몇몇 의원들과 주민들이 달려 나와 이
소동과 함성이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한결같이 자기의 입장을 변
명하려고 떠들어 대는 통에 어떤 말도 분명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늙은 불신 경이 잠잠하라고 외친 다음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 경들은 들으시오! 여기 성질 급한 자가 둘 있는데, 이들은 아마
불만[Mr. Discontent]이란 자의 사주를 받아 괘씸하게도 주민들을 모아 나
를 공격하게 하고 그들을 선동하여 왕에게 반란을 일으키게 했소 ”


그러자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은 자리를 박차며 불신 경이 옳다고 우겨댔
다. 이렇게 불신 경의 편이 우세해지자, 사태가 악화될 것을 예측한 명철
경과 양심 경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렇게 되자 엄청난 무리가 양편으
로 나뉘어 맞서게 되었다.

불신 경의 편에서는 명철 경과 양심 경을 즉시 감옥에 쳐 넣으라고 주장
했고, 반대 편에선 절대로 그럴 수 없노라고 반박했다. 디아볼로스 편은 불
신경과 망선, 그리고 새로 임명된 의원들로 디아볼로스를 옹호했고, 샤다이
왕 편은 샤다이 왕, 그의 장군들, 그들의 법, 그들의 자비를 옹호하면서 그
들이 제시한 화해 조건과 방법을 지지했다.

이처럼 한동안 계속되던 말다툼은 마침내 몸싸움으로 변해 서로 치고 받
기까지 했다. 양심 경은 두 번이나 마비[Mr. Benumbing]라는 디아볼로스
부하에게 맞아 쓰러지고, 명철 경도 화승총(火繩銃)[arquebuse /
harquebus]에 맞아 죽을 뻔했다.

디아볼로스 편도 모두 안전할 수는 없었다. 무분별[Mr. Rashhead]은 자
유의지 경의 부하인 마음[Mr. Mind]의 손에 머리를 한 방 맞았고, 편견 경
역시 그에게 걷어 채이는 바람에 진흙탕에 굴러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아볼로스 군의 장군으로서 영혼성에 많은 피해와 상처를 입혔던 편
견 경[Mr. Prejudice]은 이제 명철 경 편의 사람들에게 장화발로 짓밟혔다.
다재다능 장군[Mr. Anything]도 크게 활약은 했으나 어느 편에도 진실함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양편 모두 그를 미워했다. 그의 뻔뻔스러움은 그의
한 쪽 다리를 부러뜨린 상대가 그의 목까지 부러뜨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

이렇게 쌍방이 큰 손해를 입었으니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유의지
경의 무관심한 태도였다. 그는 어느 한 편에 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
았고 편견 경이 진흙탕에 나뒹굴었을 때에는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재다능 장군이 다리를 절면서 그의 앞에 왔을 때에도 그는 거의
무표정하게 바라만 보았다. 소동이 진정되자 디아볼로스는 이 엄청난 소동의 주동자로 명철 경과 양심 경을 즉시 감옥에 처 넣으라고 명했다. 그리하
여 영혼성은 다시 잠잠해졌으나 감금된 자들은 한동안 혹독한 시련을 겪어
야 했다. 디아볼로스는 처음에 그들을 어떻게 처치할까 궁리하였으나 모든
성문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잠시 그 문제를 접어 두기
로 했다.


짙어가는 어둠

한편, 샤다이 왕의 진영에서는, 진지로 돌아온 장군들이 작전 회의를 열
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한 편에서는 “지금 당장 진격
하여 영혼성을 함락시켜야 하오 ”라고 주장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주민들에게 항복을 종용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부 영혼성
주민들은 이미 그들 편으로 기울어지고 있으므로 그들을 매정하게 대하고
순종을 강요하기보다는 좀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의견의 일치를 본 그들은 나팔수를 불러 주민들에게 전할 말
을 주지시키고 곧 최고 속력으로 달려가도록 했다. 숨돌릴 틈도 없이 영혼
성에 도착한 나팔수는 명령대로 나팔을 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인가 하여
모여든 주민들에게 다름과 같은 연설을 했다.

“오! 무정하고 가련한 영혼성 주민들이여! 언제까지 어리석은 죄악
속에 머무르느냐? 어느 때까지 우리가 제시한 평화와 구원의 약속을 멸
시하려느냐? 아직도 그대들은 샤다이 왕이 제시한 황금 같은 말씀을 마
다하고 디아볼로스의 거짓과 기만을 믿고 있느냐? 생각해 보라. 장차 샤
다이 왕이 그대들을 정복하는 날엔 이제껏 그분을 대적했던 그대들이 진
정 평화와 안락을 누릴 수 있겠는가? 또 그분의 서릿발 같은 질책 앞에
서 견디어 낼 수 있다고 보는가? 그분이 그토록 그대들이 돌아 오도록
간구하는 이유가 그대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녕 그
대들은 자신들이 그분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라. 그대들이
태양을 멈추게 할 수 있으며 달빛을 흐리게 할 수 있는가? 하늘의 그 무
한한 별을 셀 수 있으며. 물병자리 별의 위치를 고정할 수 있겠는가? 또
그대들이 바닷물을 끌어들여 육지를 뒤덮을 수 있는가? 교만한 자를 낮
추고 은밀한 중에 그를 얽[어]맬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일은 모두 우리의 왕께서만 하실 수 있다. 나는 오늘 그의 이름으로 그대들이 우리 왕
의 권세 하에 들어오기를 원하며 여기에 온 것이다. 그분의 이름으로 그
대들에게 말하노니 그분의 사자들에게 나아와서 항복하라. ”


이 같은 항복 권고를 들은 영혼성 주민들이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자 디아볼로스가 즉시 나서서 나팔수의 말을 반박했다.

“나의 충성스런 주민들이여! 설사 샤다이 왕에 대한 항복 권고자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대들은 그의 폭정 하에서 비참한 노예의 삶을
살게 될 뿐이오. 더구나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를 어찌 전지전능한 자라
고 그렇게 쉽사리 단정지을 수 있겠소? 그대들의 왕인 나는 여러분과 아
주 친숙하오, 그대들이 늘 곁에 두고 즐기는 장난감처럼 나는 항상 그대
들 곁에 있소. 그러므로 어떻게 하는 것이 유익이 되겠는가 잘 생각해
보고 또 이제껏 내가 베푼 면책특권들에 대해서도 기억해주기 바라오.
더구나 이 나팔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샤다이 왕의 신하들이 가는 곳마
다 노예생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이 세상에서 그들만큼 불행하고
억눌려 지내는 자들은 없을 것이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잘 생각해 보시
오. 내가 그대들을 뿌리치고 떠나기 싫은 것처럼 그대들도 나와 헤어지
는 것이 싫지 않소? 공은 이미 그대들의 발 밑에 있소. 그대들이 가진
자유를 향유할 줄 알고 그대들의 왕을 사랑하고 복종하는 법을 알기만
하면 왕도 그대들의 것이오. ”


이 말을 들은 영혼성 주민들은 다시 마음이 강팍해져서 샤다이 왕의 장
군들을 대적했다. 한 때 샤다이 왕의 위대함에 위압당하고 그 신성으로 인
해 절망에 빠졌던 그들은 짧은 논의 끝에 나팔수를 통해 샤다이 진영에 다
음과 같은 결정사항을 알렸다. 즉, 자기들은 디아볼로스 왕에게 복종하기로
결심했으므로 샤다이 왕에게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항복 권고를 받
아들이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각오가 돼 있으니 더 이상 항복을 강요할
생각은 버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이제 영혼성은 더 이상 구원의 손길을 뻗칠 수 없는 어둠 속으
로 빠져 들어간 듯이 보였다. 그러나 샤다이 왕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장
군들은 그 정도의 협박에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지난 번 보다 훨씬 엄중하
고 강력한 항복 권고문을 보냈다. 그러나 샤다이 왕과 화해하라는 권고문을 보내면 보낼수록 영혼성 주민들은 더욱더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저
희를 지극히 높으신 자 앞으로 인도하려 하면 할수록 저희는 점점 더 멀어
져 갔던 것이다.

탄원서

그리하여 장군들은 항복 권고문 외에 다른 방법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회의를 소집하고 영혼성을 디아볼로스의 속박으로부터 구출해 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는데 그중 확신 장군
[Captain Conviction]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형제들, 내 의견은 다음과 같소. 첫째, 그들을 밤낮으로 끊임없이 불
안 속에 몰아넣기 위해 계속해서 물맷돌을 던지고 공격 신호를 보냅시다.
이렇게 하면 그들의 세력은 약화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 아무리 거친
사자도 계속 부리면 길들여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우리 모두가 마음을
합하여 샤다이 왕에게 보낼 탄원서를 작성합시다. 그리하여 영혼성이 당
면한 슬픈 현실을 알려드리고 우리의 전과(戰果)의 미진함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합시다. 그리고 진심으로 왕의 원조를 요청하기로 합시다. 그
러면 왕께서는 우리에게 보다 강력한 군대와 우리를 이끌 최고의 적임자
를 보내 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왕께서는 처음 당신이 의도하신 선
한 계획대로 영혼성의 완전한 구원을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


그들 모두는 확신 장군의 제안에 따라 즉시 탄원서를 작성하고 적당한
사람을 선정하여 샤다이 왕에게 보내기로 했다. 그 탄원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극히 자비하시고 영광스러운 왕이시여! 세상의 주재이신 영혼성
의 창조주시여! 우리는 지존하신 왕의 명령을 받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의 영광스러운 피조물인 영혼성에 도전하였습니다. 위대한 왕이시
여! 우리가 영혼성에 접근하여 왕명대로 그들에게 화해 조건을 제시하였
으나 그들은 우리의 권고를 무시하고 우리의 설득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
습니다. 그들은 모든 성문을 잠그고 우리를 성밖에 내버려 두었을 뿐만
아니라 대포를 설치하고 우리를 공격하여 많은 피해를 입혔습니다. 우리도 돌격을 외치면서 그들을 추격하여 우리가 받은 만큼 그들에게 보복을
했습니다.

디아볼로스와 불신 시장, 그리고 자유의지 경이 영혼성 반란의 주모
자들입니다. 우리는 현재 겨울 진지에 머물로 있는데 이는 영혼성 주민
들에게 더욱 압력을 가하여 고통을 주고 괴롭히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영혼성 안에 믿음직스러운 지지자가 몇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우리의
권유대로 주민들이 항복했을 텐데 성안은 오직 당신을 적대하는 사람들
로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물론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지만
영혼성은 아직도 반역의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오! 만왕의 왕이시여! 바라옵건대 저희들의 실패를 용서해 주옵소서!
우리는 당신이 갈망하시는 영혼성의 정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왕이시여! 빠른 시일 내로 더 많은 원군과 영혼성 주민들이
사모하고 무서워하는 지도자를 보내 주셔서 영혼성을 정복하게 해 주소
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을 우리가 이 싸움을 포기해서가 아닙니다.우
리는 아낌없이 목숨을 버리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당신의 영광을 위해 영
혼성이 구원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바라옵건대 영혼성을 정복한
후 어떤 자비로운 계획을 가지고 계시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
멘.”

이렇게 작성된 탄원서는 영혼사랑[Mr. Love-to-Mansoul]이라는 선량한
사람에 의해 서둘러 왕에게 보내졌다. 이 탄원서가 샤다이 왕의 궁성에 도
착했을 때, 맨 처음 그것을 받아본 이는 왕자였다. 왕자는 편지 내용에 크
게 만족해 하며 자신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몇 군데를 고치기도 하고
첨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샤다이 왕에게 나아가 정중하게 탄원서를 전달하
고 탄원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왕은 탄원서를 보고 매우 기뻐했
다. 더구나 사랑하는 아들이 강력한 동의 의사를 밝혔으니 그 기쁨이 얼마
나 컸겠는가? 또, 그의 전 군대가 전력을 다해 전투에 임하고 있으며 이미
영혼성의 많은 지역이 허물어졌다는 소식에 매우 만족해 했다.

왕이 왕자를 향해 “임마누엘”하고 부르자 왕자는 “아버지시여, 제가 여
기 있나이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들아, 너는 영혼성이 처한 상황과 그곳에 대한 우리의 목적과 그
곳을 구원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때가 왔다. 자, 전쟁 군비를 서둘러라. 이제 영혼성을 정복하고 다스려야 할 때가 왔다. ”


그러자 왕자가 대답했다.

“아버지의 말씀은 제 마음에 기록되어 있으며 이제 아버지의 뜻을 이
루게 되어 무한히 기쁩니다. 그 동안 저는 오늘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적당한 군대를 주시면 제가 가서 디아볼로스와 그
의 부하들로 인해 멸망해 가는 영혼성을 구해 내겠습니다. 제 마음은 가
련한 영혼성 때문에 항상 고통스러웠으나 이제 그 고통은 기쁨과 환희로
변했습니다.”


그는 하늘로 뛰어오를 듯한 기쁨은 지닌 채 말을 이었다.

“저의 심중에 영혼성보다 더 귀한 것은 없었으므로 저는 영혼성을 위
한 복수의 날을 항상 고대해 왔습니다. 아버지, 저를 영혼성의 구원 장
군으로 임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서 영혼성 주민들을 괴롭혔던
악한 자들을 남김없이 무너뜨리고 디아볼로스의 손아귀로부터 영혼성을
구원시키겠습니다.”


왕자가 샤다이 왕께 고한 이 같은 말은 삽시간에 궁성 내의 모든 이에게
알려져, 임마누엘 왕자께서 손수 영혼성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이 그들의 유
일한 대화거리가 되었다. 고관들과 귀족들 역시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충분
히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가련한 영혼성을 샤다이 왕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
기 위해 왕자가 출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들은 전방 진지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임마누
엘 왕자가 강력한 대응책을 가지고 영혼성으로 출정할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를 대할할 수 없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궁성의 고관 대작들은 이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영혼성에 알리고 싶어서 종복들처럼 대기할 정도였다.

마침내 장군들도 왕께서 그의 아들 임마누엘을 보내 주실 것이며, 그 아
들은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 그 순간 그들 모두는 너무 기뻐서 함성을 질렀는데 그 소리 때문에
영혼성이 진동할 정도였으며, 동시에 모든 산들도 산울림으로 화답했다.

한편, 영혼성 주민들은 온통 쾌락과 주색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디아볼
로스만은 예외여서 그는 국외에 첩자를 두고 샤다이 궁성의 동정을 끊임없
이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임마누엘 왕자가 강한 능력으로 영혼성을 공격하
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왕자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그의 관리나 귀족들 중 어느 누구도 이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임마누엘 왕자의 네 장군

드디어 때가 되자 최종 점검을 마친 임마누엘 왕자는 다섯 장군과 수 많
은 병력을 거느리고 영혼성을 향해 출발했다.

전투 부대를 이끈 장군은 유명한 믿음 장군[Captain Credence]이었다.
군기는 홍색, 기수는 약속[Mr. Promise], 군기와 문장은 어린 양과 금 방패
이며, 거느린 병력은 만 명이었다.

두 번째는 소망 장군[Captain Good-Hope]이었다. 군기는 청색, 기수는
희망[Mr. Expectation], 문장은 세 개의 금빛 닻이며 일만 병력이 배속되었
다.

세 번째는 용감한 사랑 장군[Captain Charity]이었다. 군기는 녹생, 기수
는 자비[Mr. Pitiful], 문장은 벌거벗은 고아 세 명이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며 군사는 일만 명을 거느렸다.

네 번째는 씩씩한 순전 장군[Captain Innocent]이었다. 군기는 백색, 기
수는 무해[Harmless], 문장은 금 비둘기 세 마리였다.

다섯 번째는 충실하고 존경 받는 인내 장군[Captain Patience]이었다.
군기는 흑색, 기수는 오래참음[Mr. Suffer-Long], 문장은 황금 심장을 꿰뚫
은 세 개의 화살이었다.

임마누엘 왕자가 그의 군대를 거느리고 영혼성으로 행할 때 믿음 장군은
선두를, 인내 장군은 후방을 담당했다. 나머지 세 장군들의 군대는 중간 부
대를 이루었고 임마누엘 왕자는 말을 타고 전군의 선두를 지휘했다.

그들이 진군을 개시했을 때 나팔 소리는 우렁차게 울리고, 갑옷은 번쩍
이며, 군기는 바람에 펄럭거렸다. 왕자의 무기는 모두 순금이어서 태양과
같이 빛났고 장군들의 갑옷도 그 빛을 받아 별처럼 빛났다. 병사들 중에는
샤다이 왕에 대한 사랑과 영혼성을 구원하는 기쁨 때문에 의용군으로 지원
하여 참전한 사람도 상당수 되었다. 임마누엘 왕자는 부왕의 명령에 따라 54대의 공성추와 돌을 던지는 12대의 투석기를 가지고 갔다. 이것들은 모
두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영혼성에 이르기까지 진군 행렬 속에서 유난
히 빛났다.

그들은 영혼성에서 3킬로미터쯤 떨어진 지점에서 보아너게 장군을 비롯
한 네 장군의 상황 보고를 듣고 진군을 계속, 마침내 영혼성에 도착했다.
이때 진영에 있던 병사들이 새로 도착한 원병을 보고 성벽이 진동할 만큼
환성을 지르는 바람에 디아볼로스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임마누엘 왕자가 거느린 군대는 영혼성 앞에 포진하여 성을 사방으로 에
워쌌다. 그리하여 이전에 네 장군이 성문에서만 대치했던 때와는 달리 사방
팔방으로 에워싼 포위군의 힘과 위력을 영혼성 주민들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또한 영혼성의 한쪽에 은혜의 보루[Mount Gracious], 다른 쪽에
는 공의의 보루[Mount Justice]라고 하는 높은 언덕을 구축하고 진리의 언
덕[Plain-Truth Hill], 무죄의 제방[No-Sin Banks]과 같은 둑과 흙무더기
를 만들어 거기에 많은 투석기를 설치했다. 은혜의 보루에는 네 개를, 공의
의 보루에는 다섯 개를 설치하고 나머지는 영혼성 주변 여기저기에 설치했
다. 그리고 이문[Ear-gate]을 격파할 목적으로 가장 크고 성능이 뛰어난
공성추 다섯 개를 가져다가 성문 가까이에 있는 경청 보루[Mount
Hearken]에 설치했다.

영혼성 주민들은 사방을 에위싼 엄청난 수의 군사와 공성추, 투석기, 흙
무더기와 보루 그리고 번쩍이는 장비와 나부끼는 깃발을 볼 때마다 자꾸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 생각의 변화는 용감하고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쪽이 아니라 더 희미해지고 어렴풋해지는 쪽이었다. 그러한 생각의 변화는
처음엔 자신들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이젠 자신들의 운
명이 어찌될지 모르다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시작되었다. 임마누엘 왕자는
이처럼 영혼성을 완전히 포위하고 나서 맨 처음 은혜의 보루에 설치한 황금
투석기 사이에 백기를 올리라고 명했다. 그렇게 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그들이 지금이라도 왕자에게 돌아오기만 하면 곧 은혜를 베
풀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반역을
계속할 경우 그들을 멸망시키는 날에는 더 이상의 용서를 구할 수 없게 된
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주민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황금 비둘기
세 마리를 그린 백기를 이틀 동안 달아 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이 왕자의 호의적인 신호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왕자는 홍색기를 공의의 보루에 달도록 했다. 홍색기에는 심판
장군[Captain Judgement]의 활활 타는 불과 용광로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
는데 이것 역시 수일 동안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백기
가 없어지고 홍색기가 새로 달렸어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반응
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임마누엘 왕자는 세 개의 번개가 그려진 흑기를 영혼성 앞에 올
리도록 했으나, 그들의 반응은 여전했다. 자비도, 심판도, 무서운 형벌도 주
민들로 하여금 아무런 가책도 느끼게 할 수 없음을 깨달은 왕자는 이를 안
타깝게 생각하며 말했다.

“납들할 수 없는 저들의 이 같은 태도는 우리를 무시하거나 그들 자
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라기보다는 전쟁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들이 나름대로 전법에 대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사용하는
전법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하다. ”


그래서 왕자는 사람을 보내어 주민들에게 게양된 깃발의 의미를 알려 주
는 동시에 그들이 은총과 자비를 원하는지, 아니면 심판과 형벌을 원하는지
를 알아오게 했다. 그러자 영혼성 주민들은 신속하게 빗장과 모든 성문을
자물쇠로 잠가버렸으며 경비대도 이중으로 배치하고 보초병의 수도 늘렸다.
디아볼로스는 주민들의 마음 속에서 불안감을 없애고 저항심으로 가득차게
하기 위해 열심히 그들을 격려했다.

“위대한 왕자시여! 삼가 회답합니다. 당신은 사자를 통하여 우리에게
당신의 자비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당신의 심판을 받든지 둘 중 하나
를 택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영혼성의 법률과 관습에 속박되어
있는 우리로서는 확실한 대답을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디아볼로스 왕
의 허가 없이 평화와 전쟁 중 어느 것을 택하든지 그것은 그의 법률과
통치와 왕권에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왕께 나아가
가장 유익하고 정확한 판단을 당신들에게 공하도록 청원하겠습니다. ”


온유한 성품의 임마누엘 왕자는 주민들이 노예 상태에 있는 것과 그들이
포악한 디아볼로스의 압제 아래 지내면서도 매우 만족하고 있음을 알고서
몹시 마음 아파했다. 참으로 그는 주민들 중 많은 수가 디아볼로스의 폭정에 시달리면서도 만족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상심할 수 밖에 없
었을 것이다.

디아볼로스와 임마누엘

영혼성 주민들은 디아볼로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디아볼로스는 임마
누엘 왕자가 성밖 자기 진영에서 회답을 기다린다는 보고를 듣자, 한 마디
로 일축하고 성을 냈다. 그러나 그는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디아볼로스
는 자신이 직접 성문에 가서 적절한 답변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구
문[Mouth-gate]으로 가서 주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임마누엘 왕자
에게 변명을 늘어 놓았다.

“오! 위대한 임마누엘 왕자시요! 온 우주의 주재자시여! 저는 당신이
그 위대한 샤다이 왕의 왕자이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
에 당신은 여기까지 오셔서 저를 괴롭히고 제 영토에서 내쫓으려 하십니
까? 만인이 알다시피 이 영혼성은 저의 것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영혼
성은 제가 공개적으로 싸워서 얻은 소중한 전리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데 당신은 왜 한번 빼앗긴 전리품과 합법적인 포로들을 다시 찾아가려
한단 말입니까? 둘째, 영혼성은 그들 스스로 복종했기 때문에 제 것입니
다. 그들은 제게 성문을 열어 주고 충성을 맹세하고 저를 왕으로 선택했
습니다. 뿐만 아리라 제게 궁전을 내주고 성안의 모든 권력을 양도했습
니다. 더욱이 영혼성 주민들은 당신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율
법과 이름, 그리고 당신의 모습 등 당신에 관한 모든 것을 버리고 저와
제게 속한 모든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신의 장군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들은 영혼성 주민들이 항복 권
고를 받을 때마다 저에게는 경애와 충성을 나타내는 반면, 그들에게는
항상 경멸과 악의 그리고 조소적 태도를 보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거
룩하시고 유일하시며 불법을 행할 수 없는 이시여! 제발 저에게서 떠나
저의 정당한 소유물을 자유롭게 소유하도록 해 주십시오 ”


이 연설은 디아볼로스만의 독특한 언어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만나는 사
람들마다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그의 능력 덕
분이었다. 그런 능력이 아니었다면 그가 그처럼 많은 사람을 유혹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자기 자신에게 합당한 지옥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영혼성 주민들은 그가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

가 왕자 앞에서 굽실거리며 아첨하는 사실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또, 주민들은 디아볼로스가 그 누구도 당해 내지 못할 권세와 힘을 지녔

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주

장하면서 임마누엘 왕자에게 영혼성을 빼앗지 말라고 애원하고 있을 동안에

도 “누가 감히 우리 왕에게 대적할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하면서 그를 추켜

세웠다.
디아볼로스의 간절한 애원을 다 듣고난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활한 기만자여! 아버지의 이름과 나의 이름으로 이 바참한 영혼성
을 위해 너에게 몇 마디 해 두고자 한다. 너는 마치 네가 불쌍한 영혼성
에 대한 합법적인 권리를 소유한 것처럼 말했으나, 네가 성안으로 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너의 거짓과 기만 때문이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너는 나의 아버지를 배반하고 그의 율법을 어기고 주민들을 기만했다.
너는 그들이 너를 왕으로, 그리고 장군과 군주로 영접했다고 말했으나
그 또한 너의 기만과 거짓된 행위로 말미암은 거이었다. 만일 너의 온갖
거짓과 교활, 악의 그리고 위선이 나의 아버지로부터 정의와 공정으로
인정 받게 된다면 그때는 영혼성에 대한 너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마. 그
러나 도적이자 폭군이며 악마인 그대에게서 정의와 공정을 기대할 수 있
겠는가?

디이볼로스여! 영혼성의 정복에 대한 너의 그럴 듯한 핑계는 처름부
터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네가 내 아버지를 거짓말쟁이로, 또
영혼성을 갖고 싶어 안달하는 세계 제일의 기만자로 만들고서도 끝까지
네가 옳다고 주장하는가? 또 율법의 올바른 목적과 뜻을 의도적으로 왜
곡시킨 행위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변명하려는가? 영혼성의 순졀함을 미
친듯이 집어 삼켜 현재와 같은 비참한 상태에 이르게 한 네게 무슨 할
말이 남아 있겠는가? 사실 네가 영혼성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아
버지의 율법을 어기고 죄에 거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말로 주민들을 속
였기 때문이다. 네 자신의 경험만 비추어 보더라도 그들에게 절대로 그
러한 것을 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네가 모를 리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오! 그대 불화의 명수여! 너는 영혼성에 있는 내 아버지의 동상을 부수고 바로 그자리에 네 자신의 상을 세워 내 아버지를 심히 멸시했을 뿐
만 아니라 영혼성에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주었다. 너는 또 아무런 양심
의 가책도 없이 영혼성을 마구 짓밟았고 거짓과 기만으로 주민들을 현혹
케 하여 그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번번히 놓치게 만들었
다. 너는 그들을 선동하여 부왕의 장군들을 대적하게 하고 그들을 구원
할 목적으로 파송된 사자들에게 완강히 맞서 싸우게 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것들이나 그 이상의 것들에서 너는 빛을 거스려 행하고 내 아버지
와 그의 율법을 멸시하였다. 이는 영혼성을 영원히 아버지의 진노 아래
두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네가 아버지께 행한
부정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또 네가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
히기 위해 사용한 불경한 언행에 대해 너를 징벌하려 한다.

지옥의 왕이여! 나는 네 목을 걸고 이 모든 것을 보복할 것이다.나는
합법적인 권세로 너를 정복하고 무력을 써서라도 네 손아귀에서 허덕이
는 영혼성을 구원하기 위해서 왔다. 분명 영혼성은 나의 것이다. 거기에
는 한 치의 의심도 있을 수 없으며 기록을 자세히 조사해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네가 좋아할 리는 만무하겠지만 영혼성은 나
의 소유임을 다시 한 번 밝혀 두겠다.

영혼성은 내 아버지가 손수 건설하시고 꾸미신 곳이다. 성 중앙에 있
는 궁전도 아버지가 자신의 즐거움으로 지으셨다. 영혼성을 소유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자격을 갖춘이가 아버지임은 명약관화 한 사실이며,
이를 부인하는 자는 거짓된 자이다.

기만의 명수여! 영혼성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나의 것이다.
첫째, 나는 아버지의 장자로 상속자이며 아버지의 마음에 기쁨이 되

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 자신의 권리에 따라 여기에 왔다.

둘째, 나는 아버지의 상속자이기 때문에 영혼성을 소유할 권리와 자
격을 가지고 있다. 영혼성은 아버지의 성이었던 것을 내게 주신 것이다.
나는 아버지께 내가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회수하여
네게 주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은 것이 없다. 또 내가 파산하여 내 사랑
하는 영혼성을 너에게 팔았거나 또 팔려고 내놓은 적도 없다. 영혼성은
나의 소망이며 기쁨이며 즐거움이다.

셋째, 영혼성은 사들인 권리에 따라 내 것이다. 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이것을 샀다. 오, 디아볼로스여! 나는 내 몸을 희생하여 그것을

샀기 때문에 영혼성은 나의 소유이다. 또한 이 성은 아버지의 것이며 내가 상속자이기 때문에 내 것임이 더욱 분명하다. 그런데 너는 나의 영혼
성을 강제로 소유함으로써 횡령자, 독재자 그리고 반역자가 되었다.

내가 영혼성을 산 이유는 이러하다. 오래 전 아버지는 영혼성 주민들
에게 만일 그들이 계명을 범하게 되면 그날에는 정녕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다. 천지는 없어질지언정 아버지의 말씀은 이루지 못함이 없다
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혼성이 네게 귀를 기울이
다가 죄를 범했을 때, 나는 몸에는 몸으로 혼에는 혼으로 그 죄를 대속
할 것을 자청했으며 아버지께서는 그것을 허락해 주셨다. 그리하여 정한
때가 되었을 때 나는 몸에는 몸을, 영에는 영을, 목숨에는 목숨을, 그리
고 피에는 피를 주어 사랑하는 영혼성을 구속했다.

넷째, 나는 이 일을 할 때 모든 것을 혼자 감당했다. 이렇게 해서 죄
에 대해서는 한치의 용서함이 없는 아버지의 율법과 정의가 둘 다 온전
하게 이루게 되었다. 그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영혼성이 구원받는 것을
매우 기뻐하고 계신다.

다섯째, 아버지의 명령이 아니었던들 오늘 나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분은 영혼성을 구원하라고 내게 명하셨다. 그러므로 온갖 기
만의 원천자여! 그리고 무지 몽매하기 이를 데 없는 성이여! 이를 명심
하라! 만일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오늘 내가 너희에게 오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영혼성에게 한 마디만 더 해두겠다. ”


라고 황금 빛 머리를 지닌 임마누엘 왕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성문의 경비가 더욱 삼엄해지고 주민들에게 더 이상 왕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왕
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 불쌍한 영혼성이여! 너희들이 불쌍해서 가슴이 타는 듯하구나.
너희들은 스스로 디아볼로스를 왕으로 맞이하고, 그 부하들의 노예와 종
이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기꺼이 성문을 열어 주더니 나에게는 매몰
차게 성문을 잠그고, 그의 말에는 귀를 쫑긋 세우면서도 내가 부르짖는
말에는 귀를 틀어막고 있다. 너희들은 너희들을 멸망시키러 온 디아볼로
스는 기쁘게 맞이하면서, 너희들을 구원하러 온 나에게는 등을 보이는
구나. 게다가 불경스럽게도 성안에 있는 내 소유물에 손을 대어 나의 원
수며 내 아버지의 최대의 적인 그 자에게 모조리 내주었다. 어디 그 뿐 인가? 너희들은 그 자에게 스스로 충성을 맹세하여 너희들의 모든 것을
그에게 바치기까지 했다.

불쌍한 영혼성이여! 그대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구원할 것인
가? 멸망시킬 것인가? 정녕 그대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불시에 공
격하여 흔적도 없게 만들어 버릴 것이가? 아니면 가장 풍성한 은총을 입
은 자들이 되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들으라! 그대 영혼성아!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 그렇게 하면 너희는 살리라! 너희들은 머지않아 내가 자
비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성문을 열고 이를 거부하지 말라.

오 영혼성아! 내가 가진 계획이나 명령은 결코 너를 해롭게 하지 않
을 것이다. 어찌하여 친구들은 그렇게 마다 하면서 적들에게는 온갖 충
성을 다하느냐? 진정으로 나는 네가 모든 죄를 회개하기를 바란다. 그것
만이 네가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소망을 잃지 말라.
내가 온 것은 너에게 해를 입히기 위함이 아니라 너를 구원시켜 아버지
께 순종하는 자가 되게 하기 위함이다.

내가 대군을 거느리고 온 것은 디아볼로스와 한판 승부를 벌이기 위
함이다. 그는 분명 강한 자이나 나는 더 강하므로 그를 멸망시켜 전리품
을 나누어 주고 그의 갑주를 벗겨 성에서 그를 내쫓고 그곳을 나의 거처
로 삼을 것이다. 디아볼로스가 쇠사슬에 묶여 내 뒤를 따르는 것을 볼
때 너희들은 디아볼로스의 존재를 올바로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내게는
지금 당장에라도 너희들에게서 디아볼로스를 떠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은 까닭은 디아볼로스에 대한 도전의 정당
성을 만인에게 확실히 알게 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정으
로 영혼성을 탈취하여 폭력과 기만으로 다스리고 있다. 나는 이 사실을
만인 앞에 적나라하게 폭로할 생각이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진리이다.
구원의 능력을 가진 나는 디아볼로스의 마수에서 너희들을 구원해 낼 것
이다.”


불순종

왕자의 이 같은 말은 주로 주민들에게 한 말인데도 그들은 조금도 들으
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이문[Ear-Gate]을 굳게 닫고, 방책을 치고,
빗장과 열쇠로 잠그는 등 더 철저한 경계를 폈으며, 서로에게 어느 누구도
임마누엘 왕자를 만나러 가거나 외부인을 성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의를 주었다. 이처럼 디아볼로스의 마력에 완전히 사로잡힌 그들에게 군사
들의 함성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왕자의 목소리가 들릴리 만무했다.

임마누엘 왕자는 영혼성이 이처럼 죄에 빠져서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영혼성 공격의 날을 정하고 그에 대비하라는 명령
을 전군에 하달했다. 영혼성을 점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문을 공격
하는 것이었는데 특히 이문이 중요했다.

그래서 임마누엘 왕자는 장군과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내려 목문[EyeGate]
과 이문에 공성추와 투석기를 배치토록 했다.

디아볼로스와 전투할 만반의 준비를 한 임마누엘 왕자는 영혼성이 항복
을 해서 평화를 되찾을 건지 아니면 최후의 일전을 불사하겠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또 다시 사자를 파견했다. 왕자의 전갈을 받은 영혼성 주민
들은 디아볼로스 왕과 함께 작전 회의를 소집하여 몇 가지 제안을 결정하고
그것을 임마누엘 왕자에게 보내 그의 수락 여부를 알아보기로 했다. 문제는
전령으로 누구를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영혼성에는 불순종[Loth-to-stoop]이라고 하는 완고한 자가 있었는데
그는 디아볼로스의 총애를 받았다. 디아볼로스는 불순종에게 제안에 대한
답변을 주지시킨 후 왕자에게 보냈다. 불순종은 곧 왕자의 막사로 가서 왕
자를 만나 뵙기를 청했으며 면담이 이루어지자 한 두 가지 디아볼로스식의
예의를 차린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순종: 위대한 왕자시여! 지극히 선량한 우리 왕께서 나를 당신에게
보내 답변하게 하셨습니다. 요컨대 전쟁을 하느니 차라리 영혼성의 절반
을 양도하겠다고 제의하셨습니다. 그러니 이 제안에 대한 수락 여부를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임마누엘: 영혼성은 아버지께서 내게 하시한 것이고, 또 내가 값을
주고 샀기 때문에 한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다.

불순종: 왕자시여! 당신께서 명목상 만유의 주로만 계신다면 제 주인
께서는 영혼성의 일부만을 소유하는 것으로 만족하시겠다고 합니다.

일마누엘: 온 세상이 사실상 내 것이므로 나는 명목상의 주인이 아니
라 영혼성 전부를 소유한 유일무이한 주인이다.

불순종: 왕자시여! 제 주인의 겸손함을 참작해 주소서. 제 주인께서는
영혼성의 일부를 차지하여 그곳에 은밀히 거할 수만 있다면 당신이 나머
지 전부를 지배한다 해도 만족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임마누엘: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그들의 머리털 하나라도 내가 잃지 아니하리라. 나 외의 어느
누구도 영혼성을 소유할 수 없으며, 영혼성의 마지막 하나까지 다 내것
이다.

불순종: 왕자시여! 그러면 제 주인이 영혼성 전체를 당신에게 넘겨주
되 옛정을 생각하여 가끔 영혼성에 들러 이틀이나 열흘 혹은 한 달쯤 나
그네로 대접 받을 수 있기를 원하신다면 허락해 주시겠나이까?

임마누엘: 안 된다. 디아볼로스가 나그네로 다윗에게 들렀을 때 그
집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하마터면 다윗이 생명을 잃을
뻔하지 않았느냐? 단 하루라도 그가 영혼성 내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

불순종: 왕자시여! 당신은 너무 엄하십니다. 그러면 당신의 말씀대로
하되 영혼성에 거하고 있는 제 주인의 친구들과 친척들만이라도 그 곳에
서 자유롭게 장사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임마누엘: 안 된다. 그것은 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영혼
성에서 현재 살고 있거나 또 이후에 발견되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은 그
들의 토지와 자유는 물론 생명까지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불순종: 그렇다면 왕자시여! 제 주인이 당신께 모든 소유를 되돌려 드
리는 대신 서신, 인편 등을 통해 영혼성과 엣 우정을 계속 나누고 싶다
면 그것을 허락하시겠는지요?

임마누엘: 안 된다. 어떤 교제, 우정, 친교도 허락할 수 없다. 그것들
은 영혼성을 타락시키고 나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식게 하여 영혼성과 내 아버지와의 화평을 위태롭게 한다.

불순종: 하지만 왕자시여! 제 주인은 영혼성 안에 많은 친구가 있고
그중에는 매우 소중히 여기는 자들도 많습니다. 당신의 뜻대로 그가 기
어코 그들에게서 떠나가야 한다면 자비롭고 온순한 성품을 가진 제 주인
이 그들을 향한 그의 사랑과 호의의 표시로 어떤 선물을 주는 것을 허락
해 주시겠죠? 그 선물을 보고 옛 친구를 생각하고 그가 왕으로 있으면서
그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며 함께 즐거워했던 시절들을 잊지 않게 해 주
십시오.

임마누엘: 안 된다. 일단 영혼성이 내 소유가 되면, 누구에게든지 디
아볼로스의 선물이 하나라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보면 그들
은 영혼성과 디아볼로스 사이에 오갔던 그 사악한 영적 교제를 그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불순종: 그렇다면 왕자시여!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요청하겠
습니다. 제 주인이 영혼성을 떠난 후에도 영혼성 주민들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생길 텐데 그 때 그들을 돌보지 않으면 그
들은 아마 절망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왕자시여! 그러므로 어느 때라도
제 주인 외에는 해결할 수 없는 시급한 상황이 벌어지거든 그를 불러와
도 괜찮겠지요? 만일 제 주인이 영혼성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실 수 없
다면 그와 성의 실무자가 영혼성 근처에서 만나 머리를 맞대고 문제들을
상의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이 질문은 불순종이 디아볼로스를 대신해서 임마누엘에게 제안했던 가장
간교한 마지막 주장이었다. 그러나 임마누엘은 그 속셈을 이미 간파했다.

임마누엘: 그것도 허락할 수 없다. 디아볼로스가 떠난 후, 영혼성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든지 내 아버지께서 해결 못하는 문제는 없다. 더구
나 기도와 간구를 통해 모든 일을 아버지의 뜻대로 할 수 있는데도 불구
하고, 영혼성 주민들에게 디아볼로스의 조언을 받도록 허락한다면 이는
내 아버지의 지혜와 능력을 크게 경멸하는 것이다. 즉, 그와 같은 일을
허락하는 것은 디아볼로스와 그의 부하들이 영혼성을 자유롭게 오가면 반역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셈이 되어 내 아버지와 나를 비탄에
빠지게 하고 필경에는 영혼성을 파멸의 구덩이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같은 왕자의 답변을 들은 후 회담의 전모를 주인에게 전하겠다면서
그곳을 떠나 디아볼로스에게 돌아온 불순종은 그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디아볼로스가 일단 영혼성을 떠난 후, 영혼성과 어떤 방식으로든지 관계를
맺으려는 그의 의도를 임마누엘 왕자가 허락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상
세히 말했다.

회담의 결말을 다 들은 디아볼로스와 영혼성 주민들은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을 만장 일치로 결의했다. 그리
고 그 같은 결의를 임마누엘 왕자와 그의 장군들에게 전하기 위해 악덕망설
을 보냈다. 악덕망설은 이문 꼭대기에 올라가 상대방 전령을 향해 큰 소리
로 외쳐댔다.

“나는 내 주인의 명을 받아 너희에게 이른다. 가서 임마누엘 왕자에
게 전하라. 영혼성과 디아볼로스 왕은 생사를 함께 하기로 결심했으니
너희 왕자께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영혼성을 결코 손아귀에 넣을
수 없을 것이라고 ”


이 말을 들은 몇몇 병사들이 임마누엘 왕자에게 가서 전했다. 그러자 왕
자는

“그렇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구나. 영혼성이 나를 대적하여 반
격을 가해 온다 할지라도 포위 공격을 중지하거나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필코 성을 정복하여 적의 수중에 있는 내 백성들을 구원하리라. ” 고 말했다.


전 투

임마누엘 왕자는 곧 보아너게 장군, 확신 장군, 심판 장군, 형벌 장군에
게 나팔을 불고 전쟁 개시의 함성 소리와 함께 이문으로 진젹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그는 믿음 장군을 친히 불러 그들과 합세하라고 명하고 소망 장군 사랑 장군에게는 이문 앞에 정렬할 것을 명했다. 또. 그의 휘하에 있는
나머지 장군들과 그 부하들에게는 적을 공격하기 가장 유리한 곳에 포진하
도록 명했다. 모든 것이 그의 명령대로 실행되었다. 그리고 나서 왕자는 ‘임
마누엘’이라는 군호를 군사들에게 널리 퍼뜨리도록 했다. 이어 비상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공성추가 성벽을 부수며 투석기의 돌들이 영혼성 한 가
운데로 소용돌이치며 세차게 날아가면서 전쟁은 본격화되었다. 디아볼로스
는 직접 부하들을 각 성문 위에 적절히 배치했다. 임마누엘에 대한 그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고 난폭해졌다.

선한 임마누엘 왕자와 디아볼로스 사이에 대엿새 동안 교전이 오고갔다.
이때 샤다이 왕 휘하의 지휘관들은 참으로 멋진 활약을 했다. 우선 보아너
게 장군의 경우, 이문을 향해 거센 공격을 세 번이나 계속 시도하여 이문
기둥들을 흔들어 놓았다. 확신 장군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보아너게 장군과
협혁하여 이문이 흔들이는 것을 주시하면서 부하들에게 공성추를 계속 던지
도록 했다. 그런데 성문 근처까지 올라갔을 때 확신 장군은 적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입언저리에 세 군대나 상처를 입었다. 다른 장군들도 분투하여
그 두 장군을 격려했다.

임마누엘 왕자는 보아너게 장군과 확신 장군을 자신의 진지로 불러 그
들의 용맹을 치하하고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얼마 동안 휴식을 휘하도록 했
다. 확신 장군은 치료를 받아 상처가 빨리 치유되도록 했다. 왕자는 두 장
군에게 황금 사슬을 하사하면서 용기를 잃지 말고 싸우라고 독려했다. 소망
장군과 사랑 장군도 목문[Eye-Gate] 앞에서 열전을 거듭한 결과 거의 그
문을 부수어 열러 젖힐 뻔했다. 그밖의 다른 장군들도 영혼성 주위 여기저
기서 용감하게 싸웠다.

이 교전에서 디아볼로스의 부하 중 대여섯 명의 장교들이 죽었고 영혼
성 주민들도 상당수 부상을 입었다. 그 장교들 중에는 어느 누구도 이문의
기둥과 디아볼로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없다고 장담했던 자랑 장군
[Captain Boasting]도 끼여 있었다. 또 안심 장군[Captain Secure]도 죽었
는데 그는 늘 영혼성에 사는 장님과 절름발이들만으로도 임마누엘 왕자의
군대에 대항하여 영혼성을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하곤 했었다. 그러나 확신
장군이 입가에 세 군데의 상처를 입고도 두 날 가진 검으로 안심 장군의 머
리를 베어 버렸다. 이들 외에도 허풍 장군[Captain Bragman]이라는 아주
지독한 장군이 있었는데, 그는 관솔불, 화살 그리고 시체를 내던지는 무리
들을 지휘하다가 가슴에 치명상을 입었다. 또, 영혼성 주민들을 선동하여 폭동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인 감정[Feeling]은 보아너게 장군 휘하에 있는
한 병사의 화살을 맞아 한쪽 눈에 부상을 입었다. 만일 그가 재빨리 물러나
지 않았더라면 보아너게 장군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사실은 자유의지 경이 매우 의기 소침해져서 과거
의 그의 기상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다
리에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는데, 임마누엘 왕자의 몇몇 병사들이 그가 절뚝
거리며 성벽 위를 걸어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한다. 더 이상 이 싸움에
서 살상된 사람들의 이름을 기술하지 않겠다. 앞서 기술한 사람들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팔다리가 잘려 병신이 되고 심한 부상을 입고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황금 투석기에 의해 빛살처럼 영혼성 한 가운데로 날아
드는 돌에 맞아 쓰러졌다.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은, 이문 기둥들이 흔들리고
그들의 지휘관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혼비 백산해서 떨기 시작했다.

영혼성 주민들 중에는 디아볼로스를 추종하던 불의사랑[Love-noGood]
이 있었는데 그 역시 이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또 디아볼로스의
대변자처럼 온갖 망언을 지껄여대던 악덕망설도 두개골에 금이 갈 만큼 심
한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날뛸 수 없게 되었다. 편견[Prejudice]과 다재다능
[Anythin]은 오금아 나 살려라고 도망쳐 버렸다.

바람 앞의 등불

전투가 끝나자 임마누엘 왕자는 영혼성에서 쉽게 내다볼 수 있는 은혜
의 보루 위에 백기를 달았다. 가련한 영혼성 주민들에게 은혜를 베풀 여지
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디아볼로스는 백기를 보고 그것이 뜻하
는 자비가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영혼성을 위함이라는 것을 금방 알고 마
음에 또 다른 간계를 꾸몄다. 임마누엘 왕자에게 회개를 하겠다는 거짓 약
속을 함으로써 그가 포위망을 풀고 물러가게 하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저녁 무협 그는 성문으로 내려와 임마누엘 왕자에게 대화를 요
청했다. 임마누엘이 즉시 성문 가까이 다가오자 디아볼로스가 먼저 입을 열
었다.

“당신이 오로지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내건 백
기를 보고 알았습니다. 저는 조건부로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당신께 이를 알려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신
이 헌신적인 자를 좋아하며 또한 거룩한 자만이 당신을 기쁘시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영혼성을 공격하게 된 가장 큰 이유
는 그곳을 거룩한 장소로 만들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당신의 군대를
철수시키십시오. 제가 영혼성 주민들로 하여금 당신을 경배하도록 하겠
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에 대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기꺼이 당
신의 부관이 되어 영혼성에서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첫째, 저는 영혼성을 설득하여 그들이 당신을 구주로 섬기도록 하겠습니

다. 제가 당신의 부관이 되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되면 그들은
당신을 더 빨리 구주로 모시게 될 것입니다.

둘째,
저는 그들이 어떤 점에서 과오를 범했는지 지적해 주고 그들의 죄
악이 그들의 생명을 구원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겠
습니다.

셋째, 저는 그들이 순종해야 할 거룩한 율법을 보여 주고 그들이 위반한
율법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가르쳐 주겠습니다.
넷째, 저는 당신의 율법을 따라 회개가 필요함을 그들에게 알릴 것입니
다.

다섯째, 만일 이상과 같은 일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 제 자신의 경비
를 들여서라도 목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하고 필요하면 설교까지
도 하겠습니다.

여섯째, 당신이 원하신다면, 당신에 대한 우리의 충성심을 나타내는 표
시로 매년 당신이 원하시는 공물을 바치겠습니다. ”


그러자 임마누엘은 탄식하듯 말했다.

“야! 이 교활한 자여! 너는 참으로 정함이 없는 자로구나. 네 생각은
어쩌면 그다지도 변덕스러운가? 지금은 비록 네가 내 영혼성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전에 이미 분명히 밝힌 것처럼 나는 영혼성의 정당한 상속자이
다. 지금 네가 제안한 것들은 너의 상투적인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 간
교한 디아볼로스여! 험악한 모습으로는 남을 속이기 어렵게 되자 이제는
광명의 천사로 변신하고 정의의 사도로 위장하여 못된 농간을 부리는구나. 네 자신도 알겠지만 너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만 하고 있다. 너에게는 샤다이 왕을 향한 양심도 없고 영혼성에 대한 눈꼽만치의 사랑도 없다. 그러니 네가 지금까지 한 말들은 모두 못된 꾀와 속임수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 제멋대로 듣고 제멋대로 말하는 자여! 네가 한 말이 너를 심판할 것이며 너를 따르는 자들과 함께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할 것이다. 이제 와서 정의가 네 눈에 그렇게 위대하게 보인다면 전에는 왜 그렇게 사악함에 빠져 있었는가?

너는 방금 영혼성의 회개에 대해 언급하면서 내가 허락만 한다면 너
스스로 그러한 회개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영혼성 주민들이 율법을
힘껏 지킨다 해도 영혼성에 내려진 저주를 벗기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샤다이 왕은 영혼성 주
민들에게 율법을 내릴 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것
을 알고 계셨다. 그러므로 율법이 가져오는 것을 저주뿐이며 인간이 아
무리 유럽을 지킨다고 해도 구원을 이룰 수는 없다.

이 문제에 관해 네가 지금가지 한 모든 말은 오로지 너의 음흉함과
간교함을 드러낼뿐이다. 네 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구나. 네 갈라지 발굽을 보이면 많은 이들이 네 정체를 당장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네가 흰옷을 입고 광명의 천사로 위장하여 네 악한 속성을 다 가렸구나. 하지만 디아볼로스, 나는 네가 영혼성에서 이같이 행세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나의 영혼성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영혼성이 행위로써 살게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만약 내가 그것을 위해 왔다면 너나 나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나는 비록 그들이 죄를 지어 내 아버지를 분노케 하여 율법으로는 자비를 얻을 수 없지만, 내가 장차 행하고자 하는 일을 통해 내 아버지와 화평을 누리게 하기 위해 왔다.

또, 너는 영혼성 주민들을 선한 일에 복종시키겠다고 말했지만 네가
영혼성을 다스리는 동안은 어느 누구도 그럴 수 없음을 나는 잘 안다.
나는 아버지가 주신 능력으로 아버지의 뜻을 따라 내 아버지 보시기에 좋도록 그들을 인도할 것이며 아버지께 참으로 순종하는 영혼성이 되게하겠다. 따라서 너를 내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영혼성 한 가운데에 내 깃발을 달고 새로운 율법, 새로운 관리, 새로운 목적, 새로운 방법으로 그곳 주민들을 통치할 것이며 부패한 지금의 영혼성을 헐어 버리고 새롭게 재건할 것이다. 이후의 영혼성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며 온 세계의 영광이 되리라. ”


디아볼로스는 임마누엘 왕자의 말을 듣고 자신의 모든 간계가 드러났음
을 알았다. 하지만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 그리고 샤다이 왕이 가장
사랑하는 영혼성에 대한 분노와 원힌이 끓어 올라서 할 수만 있다면 온 힘
을 다해 임마누엘 왕자와 전젱을 치르고 싶었고 결국 그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다.

임마누엘 왕자는 이번에 있을 전투로 자신의 영혼성 입성이 판가름 난
다는 것을 알고 그의 휘하에 있는 모든 장군과 지휘관 그리고 병사들에게
영혼성에 대한 태도를 다시 주지시켰다. 즉 디아볼로스와 그의 부하들에게
는 철두철미한 전쟁 용사의 강한 면모를 보이되 주민들에게는 친절과 관용
과 온순함으로 대하라는 것이었다. 또, 그는 디아볼로스와 그의 부하들을
무찌르기 위해 최상의 전열을 갖추라고 명했다.

승 리

이윽고 전투의 날이 밝아 왔고 임마누엘 왕자의 군대는 전투 준비를 완
료했다. 전에 했던 대로 이문과 목문쪽에 그들의 주력부대를 배치했다. 그
리고 곧바로 ‘영혼성은 정복되었다’는 군호와 함께 공격을 개시했다. 디아볼
로스 역시 그의 주력 부대를 최대한으로 동원하여 강하게 저항하여 한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따.

마침내 계속되는 공격을 받은 이문이 산산조각이 나고, 임마누엘의 공격
을 막기 위해 견고하게 만들었던 문빗장과 빗장 자물쇠가 힘없이 나가 떨어
졌다. 임마누엘 군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함성과 나팔 소리를 크게 울리며
물밀듯이 영혼성 안으로 쳐들어 갔다. 디아볼로스는 이미 그의 궁전으로 퇴
각한 뒤였다. 임마누엘 왕자가 입성하고 병사들은 경청 고지[Mount Hearwell]
라 불리는 작은 언덕에 왕기를 세웠다. 임마누엘 왕자는 이문에 진을
치고 전투 태세를 재정비하여 황금 투석기로 공격을 계속 하도록 했다. 특
히 디아볼로스가 숨은 궁전으로 진격할 것을 명했다.

이문에서 곧바로 난 큰 길을 따라가면 전 서기관인 양심의 저택이 있었
고 그 집 바로 가까이에 디아볼로스가 거처하는 궁전이 있었다. 임마누엘
왕자의 장군들은 투석기를 사용하여 그 거리를 재빨리 장악하고 궁전으로
통하는 길을 냈다. 그런 다음 보아너게 장군, 확신 장군, 심판 장군 등이 양


심의 거처가 있는 곳까지 진군해 들어갔다.

양심의 저택은 디아볼로스의 궁전만큼이나 크고 견고했다. 그들은 가져
온 공성추를 저택 앞에 설치하고 문을 두드리며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임마누엘의 뜻을 충분히 간파하지 못한 양심 노인은
문을 꽉 틀어 잠그고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아너게 장군은 계속해서 문
을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공성추로 일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저택
전체가 흔들렸고 양심 노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제서야 그는 문으로
다가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누가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보아너게 장군이
대답했다.

“우리는 위대하신 샤다이 왕과 그의 아들 임마누엘 왕자 휘하에 있
는 장군들이다. 우리 왕자께서그대의 집을 쓰시고자 하니 어서 문을 열
고 영접하라 ”


이 말을 던짐과 동시에 공성추로 다시 한 번 일격을 가하자 양심 노인
은 두려움으로 온 몸을 떨었고 결국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세 명의 장군
들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양심 노인의 저택은 디아볼로스의 궁전을 향하
고 있어 그곳을 공격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장군들은 서두르지 않고 신중
하게 양심 노인을 대했다. 양심 노인은 지금까지 임마누엘의 큰 계획을 전
혀 알지 못했기 대문에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도 몰랐으며 청천 벽력
같은 이 사건이 어떻게 끝날지도 몰랐다.

양심 노인의 저택이 어떻게 점령되고 그의 방들이 어떻게 장악되었느며
그의 아름다운 정원이 어떻게 전투장이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가 더들썩하
게 번져 나갔고 소문을 들은 영혼성 주민들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 더
군다나 그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건너가면서 눈덩이 커지듯 불어나 임마누
엘 왕자에게 바랄 것이라곤 단지 멸망뿐이라는 소문이 영혼성 전체를 휩쓸
었다.

그 소문의 발단은 장군들과 양심 노인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구경하러
몰려온 많은 사람들은 양심의 저택을 향해 공성추를 날리는 장군들의 모습
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양심 노인은 자
기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모든 사람에게 이제 사망과 멸망이 영혼성을 엄
습했노라고 말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공포심은 더해졌다. 양심 노인은 떨며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한 때 우리로부터 수모를 받았으나 이제는
놀라운 승리를 쟁취하시고 영광을 받으신 임마누엘 왕자를 우리가 여태
껏 배반해 왔기 때문이오. 바야흐로 그분은 우리 주변의 포위망을 좁혀
오다가 무력으로 우리 성안까지 집입해 오셨소. 게다가 디아볼로스는 그
분의 면전에서 줄행랑을 쳤고, 여러분도 아디시피 그분은 내 집을 디아
볼로스가 숨은 궁전을 공격하는 거점으로 삼았소. 나 자신도 큰 죄인이
기에 죄없는 자가 무척 부럽소이다. 확실히 나는 입을 열어야 할 때에
침묵을 지켰고, 정의를 행해야 할 때 그것을 왜곡시킴으로써 큰 죄를 범
했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의 율법을 지지했다
는 죄목으로 디아볼로스의 수하에서 다소간 고통을 당했었소. 아! 슬프
게도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영혼성이 폭동과 대역죄를 저지를 때,
일언반구도 없이 방관만 했던 내 잘못을 무엇으로 갚을 수 있단 말이오.
아! 이렇게 무섭고 격렬한 상황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생각만 해도 마
음이 떨리는구려! ”


임마누엘 왕자의 세 장군들이 양심 노인의 집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동
안, 형벌 장군은 다른 한 쪽에서 뒷거리와 성벽을 점거하느라고 동분서주하
고 있었다. 또 그는 자유의지 경을 맹렬히 추격하여 어느 구석에서도 편안
히 쉬지 못하게 했다. 형벌 장군이 아주 심하게 추격전을 벌였으므로 자유
의지 경의 부하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고, 자유의지 경은 쥐구명이라도 있으
면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형벌 장군은 자유의지 경의 부하 중 세 명의 장교를 목 베었다. 그들 가
운데 한 명은 편견 노인으로 소동 중에 온 몸이 짓밟힌 사람이었다. 자유의
지 경은 이 노인을 이문의 경비 대장으로 임명했었다. 또 한 사람은 불퇴
[Bakward-to-all-but-nought]였다. 그 역시 자유의지 경의 수하에 있던
장교로서 이문의 망대에 배치되어 있는 두 대의 대포를 지휘했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반역 장군[Captain Treacherous]인데 그는 아주 비열한 자였지
만 자유의지 경은 그를 상당히 신뢰 했었다.

이렇게 형벌 장군은 자유의지 경의 부하들을 처치하는데 많은 공을 세
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었으므로 영혼성 주민들은
한 사람도 다치지 않았다. 소망 장군과 사랑 장군도 목문을 돌파하여 혁혁
한 전과를 올렸다. 소망 장군은 목문[Eye-Gate]을 지키는 경비 대장인 눈


속임 장군[Captain Blindfold]을 직접 죽였다. 이 눈속임 장군은 천 명의 병
사를 지휘하는 천부장으로 그의 부하들이 커다란 곤봉을 휘두르며 저항했으
나 소망 장군의 절도 있는 지휘로 많은 자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으며 나
머지는 도주해서 숨어 버렸다. 또 목문에는 수염을 허리춤까지 늘어뜨린 악
덕망설이 있었다. 그 역시 디아볼로스의 대변인으로 영혼성에 많은 악을 행
하던 자였는데 소망 장군의 칼에 목베임을 당했다. 이토록 디아볼로스의 부
하들이 모퉁이마다 죽어 나자빠졌지만 그래도 많은 자들이 영혼성 곳곳에
숨어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다.

사탄의 말로

상황이 이쯤 되자 양심 노인과 전 시장 명철 경, 그밖에 영혼성의 앞날
을 크게 염려하는 영혼성 유지들이 임마누엘 왕자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로
합의했다. 그들이 보내기로 합의한 탄원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희는 슬픔을 금치 못하는 영혼성의 주민들로 저희의 죄를 자복하
고 지존하신 왕자 폐하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린 것을 깊이 사죄드리오
니 저희의 목숨만 살려 주시옵소서. ”


이 탄원서에 대해 왕자가 응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더
욱더 괴로웠다. 이런 와중에서도 양심 노인의 저택에 있던 장군들은 애쓴
보람이 있어서 난공 불락이라던 디아볼로스의 궁전이 두 동강 나고 디아볼
로스가 숨어 있는 곳으로 곧장 갈 수 있는 길이 트였다. 그 때까지 이문에
머물고 있던 임마누엘 왕자에게 궁전의 문이 열렸다는 전갈이 급히 보내졌
다. 그 전갈이 도착하자 왕자의 진영 곳곳에서 나팔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
졌자. 그것은 전쟁 종료가 임박했고, 영혼성의 해방이 가까웠음을 예고하는
소리였다.

왕자는 원정을 떠나기에 가장 적당한 용사들을 데리고 영혼성의 거리를
지나 양심 노인의 저택으로 했다. 왕자는 황금 갑옷으로 완전히 무장하고
왕기를 앞세우고 진군했다. 진군하는 동안 그는 아주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그의 외모만 보고는 그가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 것
인지 보복을 할 것인지 판별하기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거리를 행진하는 그
의 모습에서 그의 인품과 거기서 풍겨나오는 영광스러움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침착한 그의 표정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왕자가 위로의 말과 미소 대신 영혼성 주민들이 이해
하지 못하는 행동을 더 많이 보여 주었기 때문에, 가련한 영혼성 주민들은
마치 요셉의 형제들이 요셉을 대할 때 그랬던 것처럼 임마누엘 왕자의 태도
를 시기하고 오해했다. 그래서 그들은

“만약 임마누엘 왕자께서 우리를 정말 사랑하신다면, 따뜻한 말과 표
정으로 우리를 감싸 주셨을 텐데. 그런 면은 조금도 보여 주시지 않는구
나. 아! 임마누엘 왕자께서 우리를 증오하신다면 영혼성은 멸망을 면치
못한 거야 ”


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샤다이 왕의 율법을 어기고, 왕자를 대
적했으며, 그의 원수인 디아볼로스와 한 통속으로 살아왔음을 잘 알고 있었
다. 또, 임마누엘 왕자가 이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임마
누엘 왕자가 샤다이 왕의 사자로서 지상에서 행해지는 모든 일들을 간과하
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마누엘 왕자가 그들을 참혹하게 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
들의 가련한 신세를 한탄했다. 또, 그들은 임마누엘 왕자가 현재 영혼성의
고삐를 손에 쥐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언제 벌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깊이 탄식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을 지나는
동안 그들은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꿇어 엎드리는 바람에 발 아래
있는 먼지까지 핥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임마누엘 왕자가 그들의
왕이 되어 그들을 돌봐 주기를 마음 속으로 수 없이 빌었다. 그리고 임마누
엘 왕자의 아름다운 인품과 위대한 그의 능력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나 그
들은 마음이 불안해서 생각이 자꾸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제 영혼성은 공포
와 희망 사이에서 비틀거리면서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바람 앞의 등불처럼
되었다.

드디어 궁전 문에 도착한 임마누엘 왕자는 디아볼로스에게 어서 나와
항복할 것을 명했다. 승리자 앞에 나타나기가 두려워 오금을 떨고 있던 디
아볼로스는 비굴한 모슴으로 왕자 앞에 나타났다. 그러자 임마누엘은 그를
사슬로 결박하여, 예정된 심판 날까지 가두어 둘 것을 명했다. 디아볼로스
는 영혼성을 조용히 떠날 테니 제발 무저갱으로는 보내지 말아 달라고 임마누엘 왕자에게 간청했다.

하지만 임마누엘은 그를 사슬로 묶은 채 시장 광장으로 끌고 가 영혼성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그가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여기던 갑옷을 벗겨 버렸
다. 이것이 임마누엘 왕자가 그의 대적을 무찌른 첫 승전보였다. 거인의 갑
홋이 벗겨지는 동안 계속해서 힘찬 나팔 소리가 울리고, 장군들의 환성과
병사들이 부를 환희의 노랫소리가 퍼졌다. 영혼성 주민들은 그들이 그렇게
도 믿고, 희망을 가지고 자랑했던 디아볼로스가 임마누엘 왕자 앞에 처참하
게 무너지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 볼 수 있었다. 디아볼로스는 임마누엘 왕
자 휘하의 장군들에게 또 한번 수모를 당한 뒤 벌거벗겨진 채로 왕자의 병
거에 붙들어 매졌다.

그리고 나서 왕자는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이 성을 탈환하려고 시도할 것
을 대비해 보아너게 장군과 확신 장군으로 하여금 성문을 지키도록 했다.
그는 영혼성 구석 구석을 돌고 나서 목문을 거쳐 그의 진영이 있는 평원까
지 병거를 타고 개선 행진을 했다.

디아볼로스가 임마누엘 왕자의 전차 바퀴에 묶여 끌려 오는 것을 보고
임마누엘 진영헤서는 엄청난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임마누엘 진영의
병사들은

“우리의 왕이 사로잡힌 자를 사로잡고 정사와 권세를 멸하였도다. 디
아볼로스가 임마누엘 왕자님 앞에 굴복했고, 그는 이제 만인의 조롱거리
가 되었구나. ”


라고 외쳤다. 전쟁에서 부하를 잃은 장교들과 지원군으로 왔던 사람들도
함성을 지르고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노래를 부르니, 하늘 옾이 거하는 자
들이 창문을 열고 그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궁금해 내려다 볼 정도였다.

영혼성 주민들 역시 하늘과 땅의 영광과 기쁨을 같이 지켜보았지만, 자
신들에 대해 어떤 결말이 주어질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세한
것을 모르지만 만사가 이렇게 멋있게 끝이 나자 자기들에게도 일말의 희망
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모든 관심을 임마누엘의 명령에 두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한편, 용감한 임마누엘 왕자는 승리를 축하하는 개선 행진을 끝낸 후 디
아볼로스가 고개를 들지 못하게 수치와 창피를 준 다음 그에게 더 이상 영
혼성의 소요자 노릇을 해선 안 된다고 명했다. 이제 디아볼로스는 임마누엘 왕자의 진영을 떠나 황량하고 메마른 땅에 거하도록 허락받았으나, 쉴 곳을 찾지는 못했다.

보아너게 장군과 확신 장군, 이 둘을 참으로 위엄 있는 장군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사자 같고 그들이 하는 말은 파도가 노호하는 것 같았는데
그들이 양심 노인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영혼성 주민들은 이 훌륭
한 장군들의 행동은 좀더 여유있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군들은 영
혼성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심을 갖도록 하여 영혼성 전체자 계속적으로 마
음의 고통을 느끼게 했다. 이제 영혼성의 행복이란 예측할 수 없게 되었고
주민들은 평안이나 소망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혼돈에 빠졌다.

심연의 고통

임마누엘 왕자는 아직 영혼성에 들어오지 않고 군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진영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는 보아너게 장군에게 지시
를 내렸다. 영혼성 주민 전체를 모아 놓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전 시장인
명철 경, 전 서기관인 양심 노인, 그리고 자유의지 경을 체포하여 모두 감
금하고 별다른 지시가 내릴 때까지 철저히 경비하라고 명했다. 보아너게 장
군이 그 명령을 집행하자 주민들의 공포는 더해져서 파멸에 대한 이전의 공
포가 되살아났다.

이제 어떤 죽임을 당해야만 하고, 죽임을 당하기까지 얼마만한 시간이
남아 있는가 하는 문제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괴로웠다. 디아볼로스가 가장
무서워했던 무저갱 속으로 그들도 함께 들어가라는 명령이 내릴 것만 같았
다. 영혼성 주민들은 그것만이 자신들의 죄에 대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
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영혼성 한 가운데서 공개적으로 수치를 당하면
서 그렇게도 선하고 거룩한 왕자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는 것도 그들에겐 너
무 가슴 아픈 일이었다.

영혼성 주민들에게는 감금되어 있는 자들이 바로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
자 인도자였기 때문에 그들이 목베임을 당하는 것을 영혼성 전체의 멸망과
도 같았다. 그러기에 그들은 더욱 괴로웠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감금되어 있는 자들과 마음을 합하여 임마누엘 왕자에게 올릴 탄원서를 작
성하여 생명 [Mr. Would-live] 편으로 보내는 것뿐이었다. 생명이 마침내
완성된 탄원서를를 왕자에게 전했다.


“디아볼로스를 무찌르신 승리자시며, 영혼성의 정보자이신 위대하
시고 경이로우신 주여! 애처롭고 불쌍한 저희 영혼성이 고개 숙여 간구
하오니 당신의 은혜를 입게 하여 주옵소서. 지난 날의 우리의 허물과 우
리 통치자들의 죄악을 기억치 마시고 넓으신 당신의 자비로움으로 우리
의 목숨을 살리시어 당신의 면전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소서. 그때에
우리는 기꺼이 당신의 종이 될 것이며, 당신이 허락하시면 당신의 상 아
래 떨어진 부스러기만이라도 만족하겠나이다.”

이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생명이 임마누엘 왕자에게 올렸지만 왕자는 아
무 말없이 그를 돌려 보냈다. 이렇게 되니 영혼성은 더욱 절망에 빠지게 되
었다. 하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으므로 또다시 탄원서를 올리거나 아니면 죽
는 수밖에 없다고 행각한 그들은 다시 상의를 하여 또 다른 탄원서를 만들
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처음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탄원서를 작성한 후 누구를 통해 그것을 전하느냐가 문제였는데, 그것은
처음에 간 생명의 태도가 임마누엘 왕자를 불쾌하게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다. 그들은 확신 장군에게 그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는 거룩한 임
마누엘 왕자를 반역한 자들을 위해 탄원하거나 변호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
조차 못할 일이라고 하면서 일얼지하에 거절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
왕자께서는 선하시니 목숨을 걸고 자비를 구하는 자가 있으면, 그 사람 편
으로 탄원서를 보내보는 것이 좋겠다. ”고 덧붙였다.

영혼성 주민들은 두려움 때문에 탄원서 보내는 일을 늦추고 있었다. 하
지만 시간이 늦어지면 더욱 일이 힘들어질 거라고 걱정하여 실신하는 자들
이 늘어나자 그들은 각성 [Desire-awake]을 통해 탄원서를 보내기로 결정
하고 그를 부르러 보냈다. 각성은 영혼성 안에 있는 아주 초라한 오두막에
살고 있었는데 소식을 전해 듣고 그들에게로 왔다. 그들은 각성에게 탄원서
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 그리고 임마누엘 왕
자에게 그가 가 줬으면 하는 얘기를 했다. 그러자 각성이 “멸망의 위기에
놓여 있는 영혼성을 구하기 위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곧바로 그들은 탄원서를 그에게 건네 주고, 임마누엘 왕자를 만나면 어
떤 식으로 말을 건넬 것인가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 준 다음 거듭거듭 그의
성공을 빌었다. 각성은 첫 사자가 했던 대로 임마누엘 왕자의 진영에 도착
한 후 그분을 뵙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임마누엘 왕자에게 연락이 전해지자
왕자는 친히 나와서 그를 접견했따. 그는 왕자를 됩자마자 땅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며 “영혼성 주민 모두가 당신의 면전에서 살아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라고 애원하면서 가지고 온 탄원서를 올렸다.

왕자는 그것을 다 읽고 난 후, 잠시 고개를 돌리고 슬픈 기색을 보였으
나 곧 자제하였다. 그리고 첫 사자와 마찬가지로 계속 꿇어 엎드려 통곡을
하고 있는 각성르 보고 말했다. “네 처소로 돌아가라. 너희 소원을 깊이 생
각해 보겠다. ”


각성을 보내고 영혼성 주민들은 한편으로는 죄책감 때문에,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들이 보낸 탄원서가 퇴짜를 맞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가
슴을 조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각성이 돌아오는 것을 발견한 그들은 그가
도착하자 일의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 임마누엘이 어떤 답을 주었는지, 그
리고 탄원서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서둘러서 물었다.

하지만 그는 투옥되어 있는 명철 경, 자유의지 경, 양심 노인을 만나보
고 나서야 자초지종을 얘기하겠다고 했다. 그가 감옥으로 가자 각성이 무슨
말을 하는가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각성이 감옥에 도착해
서 문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자 명철 경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
고, 양심 노인 역시 부들부들 떨었다.

“어서 오시오. 위대하신 왕자님께서는 뭐라고 답변하셨소? ”


라고 묻자 각성이 대답했다.

“제가 왕자님의 거처에 당도해 알현을 요청하자 그분이 직접 나오셨
습니다. 드래서 저는 그분의 발 아래 뚫어 엎드려 탄원서를 바쳤습니다.
그분의 고매한 인격과 영광스러운 풍채에 압도되어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탄원서를 받으시자 저는 ‘영혼성 주민 모두
가 당신의 면전에서 살아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라고 부
르짖었습니다. 그분은 탄원서를 보시고 잠시 고개를 돌리신 후 저에게
‘네 처소로 다시 돌아가라. 너희 소원을 깊이 생각해 보겠다 ’라고 말씀하
였습니다.”


각성은 덧붙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에 제가 만나본 왕자님은 참으로 미와 영광을 겸비한 분이셨습니다. 누구든지 그분을 만나보면 그분을 사랑하고 경외하지 않고는 못베
길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일의 결말이 어떻게 날
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


이러한 답변을 듣게 되자 옥중에 있는 사람이나 소식을 듣기 위해 거기
까지 몰려갔던 사람들 모두 어리둥절해져서 왕자가 한 말을 어떻게 해석해
야 좋을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감옥에 모여든 사람들이 다 물러자가 죄수들 사이에서는 임마누엘 왕자
의 말씀을 놓고 토론이 일기 시작했다. 명철 경은 임마누엘 왕자의 답변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으나, 자유의지 경은 왠지 불길하
다고 말했으며, 양심 노인도 그 말이 사망을 뜻한다고 했다.

뒤늦게 감옥에 온 자들은 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듣긴 했지만
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내용이 왜곡되었다.즉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한 마디만 겨우 알아듣고 어떤 이들은 다른 말만을 알아들었다. 또, 몇몇
사람들은 각성이 무슨 말을 했는가에만 신경을 썻고, 다른 사람들은 죄수들
의 판단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바람에 아무도 사태를 올바로 파악하는 사
람이 없었다. 이제 영혼성의 소용와 혼란은 상상을 불러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사건의 전말을 들은 사람들이 영혼성 여기저기를
다니며 서로 상반되는 얘기들을 하면서 모두 자기가 옳다고 믿고 있었다.
그들 각자는 자신들의 귀로 분명히 들은 것을 그대로 얘기하기 때문에 틀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우리 모두는 분명히 죽임을 당할 것이다. ”라고 말하면, 어떤
이는 “우리 모두가 분명히 구원을 받을 것이다. ”라고 했고, 또다른 이는
“임마누엘 왕자는 영혼성에 관심이 없다. ”고 말하면, 그 옆 사람은 “죄수들
이 불시에 사형당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자기 얘기가 옳고
자기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얘기는 모두 틀렸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이 길
을 지나다 이웃을 만나 자기 얘기를 하면 상대는 자기가 했던 말의 정반대
의 얘기를 하기 때문에 양편은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부딪칠 수밖
에 없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왕자가 영혼성 주민들을 무력으로 멸하고자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제 영혼성의 어느 누구도 편하지 못했다. 날이 점
점 어두워짐에 따라 영혼성 주민들의 두려움도 점점 더해져 밤새도록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동트기만을 기다렸다.

이러한 모든 소동은 양심 노인이 그의 판단만 믿고 주민들에게, 임마누엘 왕자의 답변을 죽음의 경고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한 데서 야기된 것이었
다. 그 같은 얘기가 영혼성 전체를 술렁이게 만들었고, 영혼성 주민들에게
공포를 가져다 준 것이다. 과거에 영혼성 주민들은 영심 노인을 예언자로
믿어 왔었고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최상의 웅변으로 칭송을 받았었기
때문에 그의 얘기는 주민들에게 더욱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이제 영혼성 주민들은 임마누엘 왕자에게 완강히 대항하고 불법으로 저
항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로인한 죄
책감과 공포심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완전히 비판에 싸여 있었다. 이 세상
죄인들 중에 그들만큼 마음의 고통을 당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명
철 경의 고통은 컸다.

점점 공포의 뜬 소문이 성에서 사라지고, 죄수들이 다소간 제 정신을 차
리게 되자 그들은 다시 용기를 내서 임마누엘 왕자에게 살려 달라는 찬원서
를 보내기로 했다. 그들이 작성한 세 번째 찬원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비로운 왕이시자 온 세계의 주이신 임마누엘 왕자시여! 몰락해
가는 영혼성에 살고 있는 가련하고 비참한 저희들은 당신과 샤다이 왕께
죄를 범한 이유로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죄인들임을 위대하시고 거룩
하신 왕자 폐하의 면전에서 자백하나이다. 당신께서 우리를 죽이신다해
도 또 고통의 심연에 빠지게 하신다 해도 그것은 마땅한 처사입니다. 그
러므로 당신께서 저희에 대하여 어떤 결정을 내리시고 그것을 실행에 옮
기신다 해도 저희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여, 제발 자비를 베
풀어 주옵소서. 주께서 자비를 내리셔서 저희 죄를 사해 주시면, 저희는
당신의 자비로우신 판결을 찬양할 것입니다.”

각성과 눈물의 애원

탄원서는 작성되었지만, 이번에도 누가 그것을 가지고 가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지난 번에 가지고 간 사람에게 다시 가지고 가게 하라
고 했으나, 다른 이들은 그가 적임자가 아니라고 반대했다.

그 당시 영혼성에는 선행[Good-Deed]이 살고 있었다. 이 노인은 이름
만 선행이지 그의 행실은 전혀 이름과 걸맞지 않았다. 몇몇은 그를 보내자
고 주장하였지만, 양심 노인이 결사적으로 반대하였다. 양심 노인은 “우리는 이제 자비가 필요하고, 자비를 구해야 하는데 그런 이름을 가진 노인 편에 우리의 탄원서를 보낸다는 것은 탄원 자체를 그르치는
일이 될 것이오. 우리의 탄원서가 자비를 부르짖고 있는데 어찌 선행을
우리의 사자로 보낼 수 있겠소? ”


라고 반문하면서 덧붙여 말했다.

“만일 임마누엘 왕자께서 탄원서를 받으시고 ‘그대 이름이 무엇인
가?’라고 물으면 그는 당연히 ‘선행입니다’라고 대답할 텐데 그 때 임마
누엘 왕자께서 ‘오! 아직도 영혼성에 선행이 살고 있다고? 그렇다면 그
대에게 구원해 달라고 부탁하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고 누가 보장하겠소?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지게 되면 우리는 끝장이오.
선행이 천 명 있다 해도 영혼성은 결코 구원될 수 없기 때문이오 ”


왕자에게 떠나가기에 앞서 각성은 영혼성 주민들에게 눈물[Wet-Eyes]
과 동행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눈물은 각성의 가까운 이웃으로 가련하면
서 수심이 가득찬 사람이었지만 탄원을 하는 데는 아주 적격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눈물이 그와 동행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각성과 눈물은 사
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각성은 머리를 밧줄로 감고 눈물은 양손을 꽉 쥐
고 왕자의 처소로 출발했다.

세 번이나 왕자에게 탄원서를 올리다 보니 너무나 자주 뵙는 일이 왕자
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은 왕자의 처소에 당도하자
우선 임마누엘 왕자에게 너무 빈번하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사죄했
다. 그리고 오늘 여기에 온 것을 성가시게 굴거나 말하기를 좋아해서가 아
니라 어쩔 수 없이 왕자를 꼭 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자신들은 샤
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에게 큰 죄를 범했기 때문에 잠시도 편안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번에는 각성의 불손한 행동이 임마누엘 왕자의 비위를 건드렸기
때문에 무안만 당하고 돌아오게 됐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따라서 그들은 백
배 사죄했고, 각성은 종전처럼 전능한 왕자의 발 아래 꿇어 엎드려서

“영혼성이 당신의 면전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옵소서 ”라는 말과 함께 탄원서를 드렸다.

탄원서를 받아 읽은 왕자는 꿇어 엎드려 있는 각성에게, 이름이 무엇이며 영혼성에서 어떤 위치에 있기에 이런 사명을 띠고 오게 되었는가를 물었다.

각성 : 오! 주여, 노하지 마옵소서. 어찌하여 저같이 천한 개의 이름
을 물으시나이까? 제발 저의 이름은 상관치 말아 주시옵소서. 주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저는 당신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하찮은 신분의 사람입니
다. 영혼성 주민들이 저를 주께 보낸 이유는 저를 보내면, 주께서 호감
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 자신 말고 저를 불
쌍히 여겨 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는 살고 싶고, 또제가 살
아야 영혼성 주민들도 살아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저지른 엄청난 죄를 사죄하기 위해 저를 여기에 보냈고, 저는 그
들의 이름으로 와서 주께 자비를 간구합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베풀
어 주옵시고 당신의 종이 어떤 사람인지는 묻지 말아 주옵소서

임마누엘 왕자 : 이렇게 중요한 일에 그대와 동행한 자는 누구냐?

각성 : 왕자 폐하, 황송하옵게도, 그는 영혼성에 사는 눈물이라는 사
람입니다. 그는 매우 불쌍한 사람으로 제 이웃입니다. 그런 이름을 가진
자 중에는 무가치한 사람이 많지만 그를 여기에 데려온 것이 주께 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물이 땅에 엎드리어 왕자에게 아뢰었다.

눈물 : 오 주여! 저는 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저의 진짜 이름
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제 부친이 회개[Repentance]였기 때문에 이러
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한 사람에게도 악한 자식
이 있고 정직한 자에게서도 종종 위선자가 태어납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제가 갓난아기 때부터 이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제 마음 속에 연민이 있
어서인지 아니면 제 마음이 부드러워서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저는 항
상 잘 웁니다. 그러나 제 눈물 속에도 가식이 있고 제가 드리는 기도의
밑바닥에는 불결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여! 제발 우리의 죄를 기억치 마옵시고 당신의 종들의 부족함을 탓하지 말아 주옵시며, 자비로써
영혼성 주민들의 죄를 용서하여 당신의 은혜를 찬송케 하옵소서

이렇게 말하는 동안 눈물은 줄곧 울고 있었다. 임마누엘 왕자가 그들에
게 일어나라고 분부하자 그들은 선 채로 온몸을 떨었다.

임마누엘 왕자 : 너희 영혼성 주민들은 내 아버지를 심히 대적하여
너희의 왕되심을 거절하였고, 그 대신 사기꾼이요, 살인자요, 부랑자인
디아볼로스를 너희들의 우두머리로 삼았다. 너희가 한 때 하늘처럼 떠받
들었던 디아볼로스는 하늘에서 내 아버지와 나를 대적하여 왕이 되고자
꿈꾸던 자였다. 하지만 적시에 그의 흉계가 발각되었고 그는 그의 추종
자들과 함께 세상으로 쫓겨났다. 쫓겨난 디아볼로스는 너희에게로 갔고
너희는 그를 영접하였다.

디아볼로스의 이같은 짓은 오랫동안 내 아버지를 모욕하고 괴롭혔다.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복종시키기 위해 강력한 군대를 파견하셨다. 그 때
부왕의 군대를 너희들이 어떻게 평가했고, 어떻게 대접했는지는 너희들
이 더 잘 알 것이가. 너희는 그들에게 반항했고, 그들의 면전에서 등을
돌렸으며, 심지어는 선전 포고를 하고 전투까지 벌이고 디아볼로스를 위
해 싸웠다. 그들은 더 많은 병력을 요청했고, 급기야는 내가 군사를 이
끌고 너희들을 진압하러 왔다. 그런데 너희는 나를 종 대하듯 하였다.
너희는 내게 적개심을 보였고, 내 앞에서 성문을 닫았으며, 내가 하는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저항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너희를 정복했다.

나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너희는 결코 내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부르짖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영혼성을
정복하고 나니 너희들은 울부짓는구나. 왜 내가 은혜를 뜻하는 백기, 공
의를 뜻하는 홍색 기, 그리고 심판을 뜻하는 흑기를 내걸어서 너희에게
보여 주었을 때에는 울부짖지 않았느냐? 내가 너희의 우두머리였던 디아
볼로스를 제거하고 나니 이제야 너희가 내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
하는구나. 내가 디아볼로스를 대항하여 싸울 때에는 왜 나를 도와 주지
않았느냐?

하지만 나는 너희의 간청을 깊이 고려해 보겠다. 그런 후에 내 영광
에 오점이 되지 않도록 답변하겠다. 그리고 영혼성에 가면, 보아너게 장군과 확신 장군에게 일러 내일 죄수들을 이쪽 진영으로 데려오라고 하고,
심판 장군과 형벌 장군에게는 별도의 지시 상항이 있을 때까지 성안에
머무르면서 영혼성이 안정을 유지하도록 각별히 유념하라고 전해라.

각성과 눈물은 왕자의 답변을 듣기는 들었으나 불안한 마음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왕자께서 아직 영혼성 주민들에게 자비를 베풀고자 하는 의
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빠지게 그들은 기다리던 사람들 앞에 섰
으나 도저히 말문을 열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각성과 눈물을 마중나
와 탄원서의 결말을 말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왕자에게서 어떤 소식을 가져왔소? 왕자께서 무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소식을 듣고자 했으나 그들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감옥에 가서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각성과 눈물이 감옥으로 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
들은 감옥에 도착해서 임마누엘 왕자가 말한 내용을 죄수들에게 말해 주었
다. 즉, 임마누엘 왕자가 자기와 샤다이 왕에 대한 영혼성 주민들의 반역과,
그들이 디아볼로스에게 충성하여 그를 위해 싸우고 그의 말은 귀담아 들으
면서도 임마누엘 왕자와 그의 병사들을 멸시했던 것에 대해 노하셨다고 전
해 주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전해 들은 죄수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
은 이어 “게다가 왕자께서는 우리의 탄원서를 고려는 해보겠으나 그의 영광
에 오점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답변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눈물을 말을 마치고 깊은 한굼을 내쉬었다.

이 같은 말을 듣자 주민들 모두는 몹시 실망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절망과 공포가 극도로 심해 눈 언저리에 사망의 그림자마저 스치는
듯했다. 그런데 그 무리 중에 날카로운 재치는 있지만 비열한 성격을 지닌
백만 장자인 호기심[Inquisitive] 노인이 있었다. 호기심 노인은 탄원자들에
게 임마누엘 왕자가 하신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햬기했느냐고 물었
다. 그들은 “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호기심 노인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바라건대 임마누엘 왕자
가 당신들에게 하신 말을 모두 들려 주시오 ”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잠시 머
뭇거리다가 드디어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
왕자께서는 우리에게 보아너게 장군과 확신 장군에게 내일 죄수들을 데려오라고 분부하셨고, 심판 장군
과 형벌 장군은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영혼성의 안정을 유지하라고 명하
셨습니다.”


은혜와 사면

탄원자들에 대한 왕자의 반응과 특히 죄수들이 왕자의 진영으로 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은 그들에게는 참으로 청천 벽력이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동시에 하늘 끝이 울릴 정도로 울부짖었다. 결국 세 명의 죄수는 죽음을 각
오하였다. 양심 노인은 조그만 목소리로 “이게 바로 내가 우려했던 일이었
소”라고 중얼거렸다. 영혼성 주민들은 자기들도 때가 되면, 차례로 동일한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영혼성 전체가 슬픔에 잠겨서 베옷
을 입고 재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죄수들은 왕자 앞에 서야 할 날이 오자 굵은 베로 허리를 묶고 띠를 머
리에 이었다. 주민들 역시 굵은 베옷을 입은 채로 성벽 위에 모습을 나타냈
으니, 이것은 왕자가 그 광경을 보고 불쌍히 여겨 주었으면 하는 기대에서
였다. 또 한편에서는 참견 잘하는 참견꾼들이 남의 일을 걱정해 준답시고
영혼성 거리를 때를 지어 다니면서 서로 다른 얘기로 엉뚱한 소문을 퍼뜨려
영혼성은 완전히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드디어 죄수들이 임마누엘 왕자의 진영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보
아너게 장군이 호위병과 함께 맨 앞에서 그들은 인도하고 확신 장군은 맨
뒤에서 엄호했다. 사슬에 메인 채 힘없이 걷는 죄수들은 가슴을 치며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 못했다. 영혼성을 빠져나와 임마누엘 왕자의
군대가 에워싸고 있는 평원에 이르렀을 때, 진영의 영광스러운 광경을 본
그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아, 가련하고 비참한 영혼성 주민들이여! ”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는 그들의 외침과 어울려 더욱 처절했다.

그들이 왕자의 처소에 당도해서 그 자리에 꿇어 엎드리자 호위병 중 한
사람이 죄수들이 당도했다고 왕자에게 고했다. 왕자는 보좌에 앉은 후, 죄
수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명했다. 그들은 왕자의 면전에 이르자 부끄러
움을 가누지 못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얼굴을 떨구었다. 그들은 비틀거리
면서 왕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발 앞에 꿇어 엎드렸으나, 왕자는 보아
너게 장군에게 죄수들을 이르켜 세우라고 분부했다.

왕 자 : 너희가 지금까지 샤다이 왕을 섬겨온 자들이냐?
죄인들 : 왕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왕 자 : 너희는 저 가증한 디아볼로스를 받아들여 타락하고, 더러워지


자들이 아니냐?
죄인들 : 왕이시여, 저희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저희는 스스로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선택했습니다.
왕 자 : 너희는 평생 동안 그의 폭정하에서 노예 생활을 계속 했다면
만족했겠느냐?
죄인들 : 주여, 그러하옵니다. 그의 통치 방식은 우리의 육신을 즐겁게
해 주었기에 그보다 더 나은 것을 생각조차 못해 봤었습니다.
왕 자:내가 영혼성에 싸우러 갔을 때 너희는 내가 이기지 못할 것을

진심으로 원했는가?
죄인들 : 그러하옵니다.
왕 자 : 그러면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너희들의 엄청난 죄의 대가로 당

연히 받아야 할 형벌은 무엇이겠느냐?
죄인들 : 주여, 사망과 지옥입니다. 우리가 그러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

한 일인 줄 아옵니다.
왕 자 : 너희가 각오하고 있는 형벌을 용서 받은 길은 없겠는가?
죄인들 : 주여, 우리는 할 말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죄를 범했고,

당신을 공의로우십니다.
왕 자 : 그런데 왜 띠를 머리에 이었느냐?
죄인들 : 만일, 우리가 당신의 자비를 얻지 못할 경우에 이 띠로 우리

자신들을 묶어 형장으로 끌려가기 위해서입니다.
왕 자 : 영혼성에 사는 모든 사람들도 다 이같이 생각하느냐?
죄인들 : 주여! 그러하옵니다. 하지만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점령하면서

데리고 들어온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에 대해서는 장담을 못하겠
습니다.

얘기를 마친 왕자는 전령을 불러, 전 진영을 돌며 나팔을 불고 샤다이
왕의 아들인 임마누엘 왕자가 샤다이 왕의 이름으로 샤다이 왕의 영광을 위
해 영혼성을 완전히 정복하고 승리했음을 선포하라고 명했으며 죄수들도 그
를 따르며 ‘아멘’을 말하도록 명했다.

이 명령은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다. 그때 하늘에서 아름다운 음악 소리
가 울려 왔다. 진영 안에 있던 장군들이 환성을 울렸고, 병사들도 임마누엘
왕자를 위해 개선가를 힘차게 불렀다. 오색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곳곳
에서 기쁨이 넘쳐났지만 영혼성 주민들의 마음에는 아직 기쁨이 없었다.

왕자가 다시 죄수들을 불러 그의 앞에 서게 하자 그들은 또다시 사색이
되었다. 왕자는 “죄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위임 받
은, 죄를 용서할 수 있는 능력과 새 율법에 의거하여 영혼성 전체와 너희들
의 죄를 용서해 주겠노라. ”고 말했다. 말을 마친 후 왕자는 그들에게 양피
지에 써서 일곱 번 봉인한 커다란 사면장을 주고 명철 경, 자유의지 경, 양
심 노인에게 내일 동이 트면 영혼성 곳곳을 다니면서 그것을 선포하라고 명했다.

왕자는 그들의 베옷을 벗기고 화관과 희락의 기름과 찬송의 옷을 주어
고통과 슬픔과 근심을 대신케 했다. 그런 다음 세 죄수 모두에게 금과 귀한
돌로 만든 보석을 주고 띠를 벗겨 그들의 목에 황금 사슬을 걸고 그들의 귀
에 귀걸이를 달아 주었다. 죄수들은 임마누엘 왕자의 자비로운 말이 귀에
울리고, 아름다운 선물들이 내려지자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 은혜와 은총,
사면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영과스러운 것이어서 그들은 휘청거리지 않고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자유의지 경은 기절까지 했으나, 왕자는 그를 자신의 영
원한 팔에 누이고 입 맞추면서 약속의 말ㅆ므으로 깨어나게 했다. 또 왕자
는 나머지 두 사람도 역시 입맞추고 껴안아 주면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이것들은 너희들에 대한 나의 사랑, 호의, 그리고 동정의 표시로 여
기라. 그리고 양심 노인에게 이르노니 너는 영혼성을 다니면서 네가 보
고 들은 것을 다 전해 주어라 ”


왕자는, 그들이 발에 차고 있는 쇠사슬을 그들이 보는 앞에서 산산조각
을 내어 허공에 날려 버리고, 그들의 발걸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그들은
감동한 나머지 왕자의 발 아래 꿇어 엎드려서 그의 발에 입을 맞추고, 눈물
로 그 발을 적시었다. 또, 힘찬 목소리로 “주의 영광을 찬송할지어다. ” 라고
외쳤다. 왕자는 또 부하를 불러 그들이 성으로 들어가기까지 그들 앞에서
피리와 작을 북을 울리라고 명했다. 이렇게 그들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현실에서 겪게 되고, 그들이 꿈꾸어 보지도 못했던 것들을 하사 받게 되었다.

왕자는 믿음 장군과 그의 부하 몇을 그 세 사람 앞에 세워 깃발을 날리
며 영혼성까지 행진하라고 명했다. 또 양심 노인이 사면장을 읽기 시작하면
바로 군대를 이끌고 깃발을 나부끼며 목문으로 입성하여 성의 언덕길을 지
나 궁전까지 진군해서 왕자가 거기에 당도하기 전에 그것을 예비하라는 명
령도 내렸다. 그리고 심판 장군과 형벌 장군에게는 그들의 본거지를 믿음
장군에게 맡기고, 영혼성에서 서둘러 철수하여 왕자의 진영으로 돌아오라고
명했다.

회복되는 영혼성

명철 경, 양심 노인, 자유 의지 경이 모두 사망했을 거라고 생각한 영혼
성 주민들은 파고드는 고통과 슬픔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들의 일관성 없는
생각처럼 바람조차도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불어댔으며 그들의 마음은 저울
추처럼 흔들였다. 그런데 성벽 너머 저 멀리 누군가 영혼성을 행해 오는 것
이 보였다. 도대체 누구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
들은 다름 아닌 죄수들이었고 화관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는 것을 보자 주
민들은 너무나도 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상복을 입고 머리에 띠를 이고 왕자에게 갔던 그들이 이제는 흰옷을 입
고, 황금 사슬을 목에 걸고 돌아오고 있다. 떠날 때 발에 쇠사슬을 달고 죽
음을 각오했던 그들이 이제 가벼운 걸음걸이로 생명을 확신하고 한 사람을
앞 세워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면서 돌아오고 있다.

그들이 목문(Eye-Gate)에 당도하자마자 가련하게 비틀거리던 영혼성
주민들은 죽을 힘을 다해 함성을 올렸으니, 그들의 함성 소리가 너무나 커
서 왕자의 진영 내에 있던 장군들마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죽었을 줄만 알
았던 친구들이 다시 살아왔으니 누가 그들을 말릴 수 있겠는가? 죄인된 자
들이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죽은 자들이 부활한 것과 다를 바가 없
지 않은가! 오직 도끼와 단두대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들에게 기쁨과 즐거움,
위로와 위안, 그리고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왔으니 설령 병든 자라 해도
그 순간 고통을 떨쳐 버렸으니라.

그들은 “어서 오시오. 당신들을 살려 주신 분을 찬양하오 ”라고 말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당신들이 무사한 것을 참으로 다행입니다만 우리
영혼성 주민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에게도 기쁨이 있을 것 같소? ”
“아, 좋은 소식이 있소. 가엾은 영혼성을 위한 굉장한 소식이 있소. ”


명철 경과 양심 노인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민들은 함성을 올
렸고 이로 인해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

기쁨이 다소 진정되자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의 진영에서 그 동안 어떤
일이 진행되었으며,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에 보낸 전갈은 무엇인지를 좀
더 상세히 물었다. 그에 대해 돌아온 세 사람은 왕자의 진영에서 그 동안
있었던 일들과 왕자가 그들에게 베풀어 주었던 모든 은혜를 상세하게 설명
해 주었다. 영혼성 주민 전체에 대해서 임마누엘 왕자로부터 어떤 명령을
받아가지고 왔느냐고 묻자 양심 노인이 말했다.

“여러분의 사면장을 가지고 왔소! 이것은 내일 발표하게 될 것이오!
그러니 영혼성 주민 모두는 내일 시장 광장에 모여 사면장이 발표되는
것을 귀담아 듣도록 하시오. ”


사면령이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혼성 주민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집집마다 노래를 부
르며 즐거워했다. 그 때 영혼성 주민들에게는 영혼성에 내려질 축복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으며 그것은 그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의
후렴이 되었다.

아! 날이 밝으면 모든 것이 변하겠지
태양이 실어오는 새 소식들이 우리의 가슴을 따뜻이 비춰 주겠지 단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이 기쁨아!
쇠사슬에 매여 끌려가던 날 아직도 가슴 아리도록 선한데, 아아, 우리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쇠사슬이 황금 목걸이가 되어 가슴 그득 빛나는구나.
무거운 죄 짐을 다 벗어버리고 사면, 가슴 저미도록 황공하게 사면을 받는다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
우리는 이 땅에 돌아오네라.


누가, 어느 누구가 용서할 수 있으랴!
이 대역 죄인들을 …..
아, 우리를 사하시는 유일한 사랑
샤다이 왕이시여! 임마누엘 왕자시여!


아침이 되자 명철 경과 자유의지 경, 그리고 양심 노인은 왕자가 정해
준 시각에 시장 광장으로 나갔다. 그들은 전날 왕자가 주었던 영광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어 길거리까지 환했다. 거기에는 영혼성 주민 모두가 그들
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옛날부터 공지 사항을 발표하는 장소로 쓰이던
시장 광장의 끝에 있는 구문[Mouth-Gate]으로 갔다. 예복 차림으로 거기
에 당도한 그들 앞에는 나지막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사면 내용을 자세
히 들으려는 주민들의 열성은 대단했다.

양심 노인이 일어나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한 후 큰 소리로 사면장을
잃어 내려갔다.
“자비롭고 은혜로운 샤다이 왕께서는 영혼성 주민들의 죄와 불법을 용서하
시고 그들의 모든 죄악에서 해방시키셨다. ”라고 씌어진 부분을 잃어내려 갈
때 영혼성 주민들은 마냥 기뻐 얼쩔 줄 몰랐다. 이 사면장 내용 속에는 영
혼성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고, 또 이 사면장에는
옥새가 분명히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심 노인이 사면장을 다 읽고 나
자 영혼성 주민들은 영혼성 성벽 위로 뛰어올라가 기뻐 뛰면서 임마누엘
[왕자의] 거처를 향해 일곱 번 절을 하고 기쁨에 벅차 “임마누엘 왕자 만
세 ! ”라고 외쳤다. 그리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환희의 종을 울리게 했다. 그
래서 종이 울리고, 주민들은 노래 부르고 영혼성의 집집마다 음악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임마누엘 왕자는 세 명의 죄수들을 영혼성으로 즐거이 보내면서, 그 장군들
과 장교 및 병사들에게 다음날 아침에 대기하도록 명하였는데, 그 이유는
양심 노인이 사면장을 읽게 되는 순간에 자신의 기쁨을 한층 더 누리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아침에 양심 노인이 사면장 낭독을 거의 끝낼 때가 되
자 임마누엘 왕자는 진영 내에 있는 모든 나팔을 불게 하고 모든 깃발을 휘
날리게 하면서 절반은 은혜의 보루에 계양하고 나머지 절반은 공의의 보루
에 게양하도록 했다. 또한, 그는 모든 장군들을 무장케 하고, 병사들은 기쁨
의 함성을 올리도록 명했다. 성안에 있던 믿음 장군도 이렇게 좋은 날에 가
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요새 꼭대기에 올라가 영혼성과 왕자의 진영을 향해
나팔을 불렀다.


왕자의 입성

이렇게 영혼성을 디아볼로스의 손에서 구해낸 임마누엘 왕자는 부하들
에게 축하 퍼레이드를 벌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그 놀라운 민첩성과 용
감무쌍함을 영혼성 주민들에게 보여 주도록 했다. 앞으로 행진하다가 순간
뒤로 돌아 행진했으며 좌우로 분산했다가 다시 밀집 대형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는 동안 전후좌우가 전혀 흐트러짐이 없이 다양한 대형을 민첩하게 만
들었고, 마침내는 원래 대형으로 돌아와 그것을 지켜보는 영혼성 주민들을
감탄케 했다. 더구나 그들이 행진하면서 동시에 무기를 다루고 조작하는 솜
씨는 보는 이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이 퍼레이드가 끝나자 영혼성 주민들은 한마음이 되어 진영 안에 있는
왕자에게 나아가 깊은 감사를 표하고 그의 풍성한 은혜를 찬양하면서 병사
들과 함께 영혼성에 와서 영원히 기거해 줄 것을 간청했다. 이 말을 하는
동안 그들은 왕자의 면전에 일곱 번씩이나 절을 하면서 그들의 뜻을 아주
겸손하게 나타냈다. 임마누엘 왕자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라고 답
을 하자 영혼성 주민들은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의 황금홀을 만지면
서 간절히 얘기했다.

주민들 : 오! 임마누엘 왕자시여! 당신 휘하의 모든 장군들과 병사들을
데리고 영혼성에 오셔서 영원히 거하소서. 그리고 공성추와 투석기들을 적
절한 곳에 설치하여 영혼성의 방패가 되게 하소서. 저희들은 당신과 당신의
군대가 거처할 곳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전쟁무기를 설치할 장소
와 수레를 보관할 창고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왕자시여! 부디 허락하소서.
그러면 당신은 영혼성의 영원한 군주가 되실 겁니다. 이 영혼성에서 당신의
뜻대로 우리를 통치하시고, 당신의 장군들과 전쟁 용사들을 우리의 지도자
들로 임명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종이 되어 당신의 법을 준행하는 자
가 되게 하소서.

왕자시여! 당신은 가련한 저희들에게 큰 은혜를 베푸셨지만, 만약 당신께
서 휘하의 장군들을 거느리고 지금 우리를 떠나신다면 영혼성은 멸망해 버
릴 겁니다. 임마누엘 왕자시여! 당신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엄청난 자비를
베풀어 주셨다 해도 당신이 우리를 떠나가시면 우리의 기쁨은 다시 사라지
고 우리의 원수들은 처음보다 더욱 난폭하게 우리를 공격할 겁니다. 영혼성
의 힘과 생명되시는 주여! 우리의 소원을 들어 주셔서 우리 가운데 거하시
고 우리를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소서

더구나 영혼성에는 아직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므로 당
신이 떠나시면 그들이 언제 우리를 속여 디아볼로스에게 넘겨 버릴지 모릅
니다. 그리고 이미 그들 사이에는 모종의 음모와 계략이 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왕자시여! 또다시 디아볼로스의 휘하에 떨어진다는 것을 상상조
차 하기 싫은 일입니다. 부디 당신의 궁전에 다시 거하시고 영혼성 내의 훌
륭한 저택들을 병사들의 숙소로 삼아 주시옵소서.

임마누엘 : 내가 만약 영혼성에 거한다면 원수를 무찌르기 위해 맘껏 싸
울텐데 그것을 참고 정성껏 협력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 : 왕자시여! 무엇을 해야 할지 저희는 모르고 있습니다. 처음에
샤다이 왕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그렇게 되고 말았
으니 이제 와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당신의
종들인 저희들을 믿지 마시고 우리와 함께 거하셔서 영혼성을 당신의 요새
로 만드소서. 당신 휘하의 장군들과 용사들로 우리를 통치케 하소서. 우리
를 당신의 사랑으로 정복하옵시고 당신의 은혜로 우리를 사로잡으소서.

사면령을 내리시던 그날 아침처럼 늘 우리와 함께 계셔서 우리를 도와 주
옵소서. 그리하면 당신께 순종하고 당신의 길을 따라가며 당신의 말씀을 따
라 살면서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을 물리치겠습니다.

측량할 수 없는 지혜를 지니신 왕자시여! 한 가지 소청만 더 들어 주소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구원의 기쁨이 지난 날 쓰디쓴 고통의 골짜기
를 통과하여 얻어진 것이라는 것을 이성의 지배를 받아온 사람은 어느 누구
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 앞에 빛을 세우시고 사랑으로 이끌어 주옵
소서. 우리 손을 굳게 잡아 당신의 말씀을 따라살게 해 주옵시고, 항상 말
씀이 우리를 떠나지 않게 하소서. 그렇게만 되면 저희는 만사 형통할 것입
니다. 주여! 부디 영혼성에 오셔서 당신 뜻대로 하옵소서.

임마누엘 : 너희는 평안히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기꺼이 너희 소원을
들어 주리라. 내일 나의 처소를 정리하고 목문[Eye-Gate] 앞에 군대를 집
결시켜 영혼성 안으로 진군하겠다. 진실로 나는 하늘 아래 있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왕국과도 비할 수 없는 것을 영혼성에 이루리라.

왕자가 말을 마치자 마자 영혼성 주민들은 기쁨의 함성을 올리고 그들
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또 그들의 친척과 친구들에게 왕자의 입성 소
식과 그가 영혼성 주민들에게 약속한 행복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 말을 들
은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 맞이할 준비를 서둘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왕자를 사랑하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왕자가 지나가기로 되어 있는
목문에서부터 궁전에 이르는 길에 나뭇가지와 꽃가루를 뿌렸다. 또 성안의
모든 악대를 동원해서 왕자의 앞에서 연주하도록 했다.

다음날 임마누엘 왕자 일행이 영혼성 가까이 이르렀을 때 주민들은 그
를 맞이할 준비를 모두 끝내고 성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드디어 왕자가 입
성하자 성안의 노인들과 장로들은 물론 어린아이들까지 왕자의 입성을 뜨겁게 환영했다. 임마누엘 왕자는 황금 갑옷을 입고 왕자 전용 병거를 탔으며, 그를 호위하는 군악대들은 계속 나팔을 불고, 주변에서는 각양 각색의 깃발
들이 휘날렸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그의 귀를 따르고 장로들은 그 앞에서
춤을 추었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성벽 위가 가득 찼다. 모든 창
문과 발코니, 지붕 위에도 왕자의 입성을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양심 노인의 저택에 도착한 왕자는 영혼성이 그를 맞이할 준비를 끝냈
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일을 책임진 믿음 장군을 불렀다. 믿음 장군은 곧바
로 왕자를 알현하고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말하고 왕자를 궁전까지 안내했
다. 이렇게 해서 왕자는 그날 그의 용맹스러운 장군들과 병사들을 거느리고
궁전 안으로 들어갔고 영혼성은 온통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이제 주민들의 관심은 왕자의 장군들과 병사들의 숙소 배치에 쏠렸다.
주민들은 서로 자기 집에 더 많은 병사들을 입주시키려고 했다. 당시 영혼
성 주민이면 누구나 임마누엘 왕자와 그 병사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지니고
있어서 만일 자신들이 너그럽지 못해 왕자의 병사들을 푸대접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이는 몹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일거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병사
들이 조그마한 부탁을 해도 마치 그들의 하인인 양 기쁘게 뛰어 다녔다. 마
침내 그들은 다음과 같이 숙소를 배치하기로 했다.

1. 순전 장군은 이성의 집에 거한다.
2. 인내 장군은 마음의 집에 거한다. (마음은 성안에 소동이 일어났을 때
자유의지 경의 비서였다.)
3. 사랑 장군은 애정의 집에 거한다.
4. 소망 장군은 명철 경의 집에 거한다.
5. 보아너게 장군과 확신 장군은 양심 노인의 저택에 거한다. 이는 그의
저택이 왕자가 거하는 궁전 바로 곁에 있으므로 왕자가 영혼성 주민
들을 비상 소집해야 할 경우 빨리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다.
6. 자유의지 경은 심찬 장군과 형벌 장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
는 비록 과거에 디아볼로스를 섬겼지만 이제는 왕자의 휘하에서 영혼
성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7. 그리고 영혼성의 나머지 전역에는 임마누엘 군대가 거처하게 되었다.
단, 믿음 장군과 그의 부하들만은 왕자가 거하는 궁전에 머물러 있었
다. 이리하여 왕자와 그 휘하의 장군들과 병사들은 모두 영혼성에 거하게 되었다.

내가 너와 함께 먹고 마시리라

영혼성의 노인들과 장로들은 임마누엘 왕자의 고매한 인격과 활동, 언행
등에 매료되어서 그와 만날 기회가 적음을 아쉬워했다. 임마누엘 왕자에게
더 가까이 가기를 열망한 그들은 왕자에게 종종 영혼성의 여러 거리, 집,
주민들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왕자는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여 그가 거
하고 있는 궁전 문을 항상 열어 두라고 명했다. 이리하여 영혼성 주민들은
언제든지 궁전을 방문하여 내부 시설을 돌아보기도 하고 왕자를 만날 수 있
게 되었다.

왕자를 향한 그들의 사랑이 지극해서 왕자가 말을 하면 모두 진지하게
들었으며 그가 지난갈 때면 그의 걸음걸이를 본받아 뒤따라 걸으면서 즐거
워 했다. 그들은 왕자의 현존, 왕자의 표정, 왕자의 미소, 왕자의 말씀 모두
를 영혼성의 생명이요, 용기요, 원동력으로 여겼다.

하루는 왕자가 주민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어, 주민들이 한 번도 먹어보
지 못한 음식들로 그들을 대접했는데 그 음식들은 영혼성에서 재배한 것도
아니요, 이 세상 어느 왕국의 것도 아니었다. 그들 앞에 각종 진귀한 음식
들이 계속해서 나오자 주민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탄성을 지른 후 배불리
먹었다. 또한 그들은 물로 만든 포도주도 마셨다.

영혼성 주민들이 천사의 음식을 먹고 반석에서 나온 꿀을 맛보는 동안
계속해서 아름다운 음악이 흘렀다. 이 아름다운 음악은 샤다이 왕의 궁전에
서 온 악사들에 의해 연주되었다. 잔치가 끝나자 임마누엘 왕자는 그의 아
버지인 샤다이 왕의 지혜와 솜씨를 본받아 그 신하가 연구해서 만든 진기한
수수께끼들로 영혼성 주민들을 즐겁게 했다. 이 수수께끼들이 풀어지자 주
민들은 수수께끼에 나오는 비유들이 바로 임마누엘 왕자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은 수수께끼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서 왕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 이 분이 바로 어린양으로 우리의 대속자이시구나 이분이 바로
길이구나.”


라고 탄성을 올렸다. 잔치가 끝나고 돌아가는 영혼성 주민들의 마음 속은 엄청난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들은 온통 왕자에 대한 생각으로 꿈 속에서도 왕자를 찬양했다.

임마누엘 왕자는 자신의 뜻에 맞추어 영혼성을 새롭게 단장해서 번창하
는 영혼성의 이익과 안전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바꾸어 나갈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영혼성을 대단히 사랑했으므로 성안의 폭동이나 외부의 침입
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우선 영혼성을 정복하는 데 사용했던
커다란 투석기 중 몇 대를 성안 보루 위에 설치하고 나머지는 몇 대는 왕자
가 입성한 후 신축한 망대 위에 설치하도록 했다. 또, 임마누엘 왕자가 직
접 발명한 무기도 있었는데 그것은 구문[Mouth-Gate] 밖으로 쏘기만 하면
반드시 표적에 명중하게 되어 있었다. 어떤 이름이 어울릴지조차 모를 정도
의 놀라운 효능을 가진 이 무기는 믿음 장군이 관리토록 했다.

또, 임마누엘 왕자는 자유의지 경을 불러 성문과 성벽, 그리고 성안에
있는 망대를 경비토록 했으며, 그에게 병사를 주어 샤다이 왕이 영혼성에게
준 평화와 안녕을 해치는 폭동이나 소요가 일어날 경우에는 언제든지 즉시
진압하라는 특별 임무까지 부여했다. 또 성안에 숨어 있는 디아볼로스의 잔
당들이 발견되면 즉시 체포, 감금시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할 권리도
주었다. 왕자는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점령했을 당시 시장직에서 쫓겨났던
멸철 경도 다시 새 시장으로 복위시켜 평생동안 그 직책을 수행토록 하고,
그에게 외부의 침입을 막을 수 있도록 목문[Eye-Gate] 근처에 요새를 구
축하도록 명했다.

또, 지식[Knowledge]을 서기관으로 임명했는데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
은 전 시기관인 양심 노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다른 직무를 맡기려
는 뜻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직무에 관해서는 추후에 알
려 주겠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으로 그는 성안에 세워 놓은 디아볼로스의 상을 끌어내려 완전히
부숴뜨리고, 그것을 빻아 가루로 만들어 성밖으로 날려 보냈다. 그 대신 샤
다이 왕과 자신의 상을 세웠는데 그는 아버지와 자신이 종전보다 더 큰 자
비와 은혜를 가지고 영혼성을 찾아왔으므로 이전 것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
것을 명하였다. 또한 그는 영혼성의 영광을 위해 그의 이름을 성문에 새겨
정금을 입히도록 했다.

임마누엘은 디아볼로스의 수하에서 큰 활략을 했던 세 사람을 체포하라
고 명했는데 그 세 사람은 전임 시장이었던 불신과 육욕, 그리고 서기관 일
을 보았던 망선이었다. 그 밖에 디아볼로스가 대의원과 시의원으로 명명했던 몇몇 사람들이 이제 용감무쌍하고 숭고한 인격의 소유자로 바뀐 자유의
지 경에게 체포되었다. 그들은 시의원 무신론[Atheism], 강팍[Hard-
Heart] 거짓평화[False-Peace], 대의원 거짓[No-Truth], 몰인정
[Pitiless], 거만[Haughty] 등이다.

이들은 감옥에 갇혀 진실[True-Man]이라는 이름의 간수로부터 엄중한
감시를 받았는데 진실은 임마누엘 왕자가 디아볼로스와 전쟁을 벌였을 당시
샤다이 왕의 궁성에서 왔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왕자는 디아볼로스가 성안에 세웠던 세 개의 요새를 완전히 무너뜨리도
록 명했는데, 그 요새들을 건축했던 우두머리 및 책임자는 앞에 언급한 자
들이다. 이 요새들은 매우 크로 견고해서 파괴된 돌 목재 금속류 및 모든
쓰레기들을 성밖으로 실어 나르는 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 판

왕자는 시장과 시의원들에게 명하여 현재 진실의 감시하에 있는 디아볼
로스의 부하들에 대한 재판을 위해 개정을 선포하도록 했다. 개정이 선포되
자 죄수들을 법정에 출두시키라는 명령이 진실에게 내려졌다. 잠시 후 관례
대로 죄수들은 양손이 사슬로 묶인 채 나타났다. 그들이 시장과 판사에게
소개되고, 배심원들이 선임되고, 증인들이 선서했다.

배심원들은 신념[Belief], 진심[True-Heart], 정직[Upright], 죄악증오
[Hate-Bad], 애신(愛神)[Love-God], 진리간파[See-Truth], 천심(天
心)[Heavenly-Mind], 절제, 감사[Thanksful], 덕행[Good-Work], 여호와
열성[Zeal-for-God], 겸손[Humble] 등 12명이었고, 증인들은 전지
[Know-All], 진실증언[Tell-True], 거짓증오[Hate-Lies]등이었다. 이외에
도 필요하면 자유의지 경과 그의 부하들도 증인석에 서기로 했다.

죄수들이 법정에 출두하자 재판장인 정의실현[Do-Right]이 “무신론
[Atheism]을 피고석에 앉히시오 ”라고 말했다.

재판장 : 무신론은 선서하라. 피고는 샤다이 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관
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다고 얘기함으로써 영혼성 주민들이 사악하고 어리석
은 생각을 갖도록 현혹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는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의 존재와 명예, 그리고 영광에 도전하고 영혼성의 평와와 안녕을 해쳐왔
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겠는가? 이 기소장에 대해 피고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가?

무신론 : 저는 죄가 없습니다.

정리(廷吏) : 전지와 진리증언, 그리고 거짓증오는 증인석에 서시오.

호명된 증인들이 곧 증인석에 섰다.

재판장 : 증인들은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 앞에 증인으로 섰다. 자! 피
고를 보라. 증인들은 그를 아는가?

전지 : 예, 재판장님, 저희는 그를 잘 압니다. 그의 이름은 무신론입니다.
그는 영혼성이 처참한 상황에 놓였던 지난 세월 동안 우리에게 매우 해로운
존재였습니다.

재판장 : 전지! 그대는 그를 분명히 아는가?

전지 : 물론입니다. 자주 만난 사이인데 어찌 그를 모를 수 있겠습니까?
그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도 디아볼로스의 열성적인 부하였습니다. 저는 그
의 할아버지도 잘 압니다.

재판장 : 좋다. 그는 무신론이란 이름으로 이곳 법정에 서게 되었는데,
샤다이 왕은 존재하지 않으니 그에 대해 관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가르
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샤다이 왕의 증인인 그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는가? 그의 죄를 인정하는가?

전지 : 재판장님, 저는 그와 함께 부랑자 골목[Villain ’s Lane]을 거닐었
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제게 자신의 여러가지 생각을 피력했는데, 샤
다이 왕의 존재를 믿진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샤다이 왕이 존재한다고 말
할 수도 있고 샤다이 왕을 깊이 신뢰하는 사람처럼 가장할 수도 있다고 말
했습니다.

재판장 : 그대는 분명히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는가?

전지 : 맹세컨대 사실입니다.

재판장 : 자, 그럼. 진리증언, 왕의 재판관들에게 피고에 대하여 진술할
말이 있는가?

진실증언 : 재판장님, 저는 지난 날 그와 친분이 있었던 것을 후회합니
다.저는 종종 그가 샤다이 왕이나 천사 또는 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재판장 : 그가 어디에서 그렇게 말했는가?

진실증언 : 험담 골목[Black Mouth Lane]과 신성모독 거리
[Blasphemer’s Row], 그외 여러 곳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재판장 : 그대는 그에 대해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가?

진실증언 : 그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로서 샤다이 왕의 존재를 무시하는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의 아버지의 이름은 불량[Never-be-good]이며 형제
들도 많습니다.

재판장 : 거짓증오, 피고를 보라. 그대는 그를 알아보겠는가?

거짓증오 : 재판장님, 저는 이 무신론처럼 비열한 인간은 일찍이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샤다이 왕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을 뿐만 아
니라 내세도 없고 죄도 없으며 심판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설교를 들으
러 가는 것은 매춘부에게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장 : 어디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가?

거짓증오 : 술고래 골목[Drunkard’s Row]과 불한당의 막다른 골목
[Rascal-Lane’s end], 그리고 불신실[Impiety]이 살던 집에서 들었습니다.

재판장 : 자, 이제 육욕[Lustings]을 피고석에 앉히라. 육욕, 그대는 인간이 육욕에 순응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유익하다는 말을 상습적으로 함으로써 주민들을 극악 무도하고 반역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갔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의 이름이 육욕이라고 일컬어지는 한 피고가 육체적 쾌락에 젖어 있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자, 피고는 어떻게 답변하겠는가? 자신이 유죄임을 인정하는가? 안 하는가?

육욕 : 재판장님, 저는 가문 좋은 집안의 사람이며 육체적 쾌락과 재치있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율법에 따라 의지적으로 행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것 때문에 제가 심문을 받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비밀리에 혹은 공공연하게 그러한 것들을 지지하고 좋아하고 시인하였는데 말입니다.

재판장 : 육욕, 우리는 그대의 대단한 의지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만 그대의 죄만을 다루고 있다. 자, 어떻게 답변하겠는가? 그대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가? 안 하는가?

육욕 : 저는 무죄입니다.

재판장 : 정리, 증인들을 불러 증언케 하라.

정리 : 증인 여러분, 앞으로 나와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을 위해 피고
에 대한 증언을 해 주시오.

재판장 : 전지, 피고를 보라. 그를 아난가?

전지 : 재판장님, 저는 그를 압니다.

재판장 “
그의 이름이 무엇인가?

전지 : 그는 육욕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본능[Beastly]이며 어머니는 음
란[Evil Concupiscence]의 딸로 정욕 거리[Flesh Street]에서 그를 낳았습
니다. 저는 그의 집안 내력을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재판장 : 그럼 증인은 그의 기소 사실을 들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는
가? 그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는가?

전지 : 재판장님, 그는 그의 말대로 대단한 사람입니다. 특히 사악함으로
말하면 형통에 나타난 것보다 천 배나 더한 사람입니다.

재판장 : 그렇다면 특별히 그의 기소와 관련하여 그의 세부적인 혈통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전지 : 제가 알기로 그는 욕설쟁이요, 사기꾼이요, 또 안식일을 범한 자
입니다. 또한 그는 간음자이며 부정한 인간입니다. 그외에도 엄청나게 음탕
한 죄들을 저질러 왔습니다.

재판장 : 그렇다면 그가 어디에서 그런 짓을 했는가? 은밀한 장소에서
그랬는가? 아니면 공공연한 장소에서 그랬는가?

전지 : 재판장님, 그는 영혼성 어느 곳에서든지 서슴치 않고 그런 것을
해왔습니다.

재판장 : 다음 진실증언은 피고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진실증언 : 재판장님. 제가 알기로는 전지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며,
그외에도 훨씬 더 많은 죄가 있습니다.

재판장 : 피고 육욕은 이 증인들의 진술을 들었는가?

육욕 : 저는 인간이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삶이란 이 세상
에서 원하는 것을 다 해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번도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평생 동안 제 생각이
옳다고 믿어 왔습니다. 이러한 제 생각 속에서 저는 꿀맛을 맛보았기 때문
에 지금까지 모든 사람에게 제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 할 수가 있었습니다.

재판장 : 그에게 유죄 판결을 언도할 수 있는 근거가 자신의 입에서 충
분히 나왔으니 간수는 육욕을 물러가게 하고 불신을 피고석에 세우라.

불신[Incredulity]이 피고석에 앉았다.

재판장 : 불신, 그대는 영혼성의 관리였을 때, 샤다이 왕 휘하의 장군들
이 영혼성의 소유권을 요구하러 오자 흉악하게 저항한 혐으로 기소되었다.
그대는 샤다이 왕과 그분의 군대, 그분의 뜻에 도전했으며 디아볼로스와 마
찬가지로 영혼성 주민들을 선동해서 샤다이 왕의 군대에 대항토록 했다. 자,
이제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불신 : 나는 샤다이 왕을 모르며 오직 디아볼로스만을 사랑하오. 지금까
지 나는 내게 맡겨진 임무에 충실했으며 되도록 많은 영혼성 주민들의 마음
을 사로잡아서 그들이 이방인과 외부인을 배척하고, 전력을 다해 그들과 싸
우도록 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해 왔소. 현재 당신들이 영혼성을 무력
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눈앞의 고난이 두려워서 내 생각을 바꾸는 일은
하지 않겠소.

재판장 : 이 사람은 참으로 어쩔 도리가 없구나. 그는 자신의 그릇된 행
실을 강하게 옹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반항심을 뻔뻔스럽게 변론
하고 있다. 자, 간수는 그를 물러가게 하고, 망선을 피고석에 앚히라.

망선[Forget-Good]이 피고석에 앉았다.

재판장 : 망선, 그대는 영혼성의 서기관이었을 때, 주민들을 선하게 섬기
는 것을 완전히 망각했다. 또, 폭군 디아볼로스와 한 마음이 되어 샤다이
왕을 대적함으로써 샤다이 왕을 모욕하고 그의 법을 어겨 영혼성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기소 내용에 대해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
는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가?

망선 : 배심원 여러분, 그리고 재판장님. 여런분 앞에 기소되어 있는 저
의 여러 죄목과 관련해서 부디 저의 건망증을 고려해 주십시오. 그것은 고
의라기보다는 제 나이 때문이며, 방심해서라기보다는 머리의 혼돈 때문에 생긴 일이므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비록 제가 유죄라 할지라도
여러분들께서 은총을 베푸사 사형만은 면하게 해 주십시오.

재판장 : 망선! 샤다이 왕에 대한 당신의 건망증은 허약해서라기보다는
고의적이며, 기본적으로 미덕을 간직하려는 마음이 그대에게 부족했기 때문
이다. 그대는 사악한 것은 간직하려고 애쓰면서도 선한 것은 생각조차 하려
고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이나 머리의 혼돈 때문이나는 핑계는 법정을
속이기 위한 잔꾀이며 자신의 부정한 행위를 위장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자, 이제 증인들의 증언을 들을 자례다. 그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거짓증오 : 재판장님, 저는 망선이 선에 대해서는 잠시도 생각해 본 적
이 없다고 말한 것을 들었습니다.

재판장 :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어디에서 들었는가?

거짓증오 : 비천 골목[All-base Lane]의 화인 맞은 양심[Conscience
sealed with a hot iron]이란 간판이 걸린 집의 옆집에서 들었습니다.

재판장 : 전지,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을 위해 증언하라.

전지 : 재판장님, 저는 이 사람을 잘 압니다. 그는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
지로 디아볼로스의 부하이며, 그의 아버지 이름은 무자비[Love-Naught]입
니다. 저는 그가 선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습니다.

재판장 : 그가 그런 말을 어디에서 했는가?

전지 : 욕정 골목[Flesh-Street]에 있는 교회의 바로 맞은 편에서 그랬
습니다.

재판장 : 진실증언은 이리 나와 피고에 대해 증언하라. 증인도 알다시피
피고는 증인의 증언을 듣기 휘해 이 신성한 법정에 기소되어 이 자리에 있
는 것이다.

진실증언 :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는 성경에 있는 말씀을 상고하기 보다
는 세상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것을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장 : 피고가 그런 말을 어디에서 했는가?

진실증언 : 너무나 많아서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악취의 거리
[Mauseous Street], 철면피[Shameless]의 집, 불결 골목[Filth Lane]의
지옥하강[Descent into the Pit]의 이웃인 책망[Reprobate]의 집에서도 들
었습니다.

재판장 : 다음으로 강팍[Hard-Heart], 그대는 사악하고 집요한 방법으
로 영혼성 주민들을 필사적으로 사로잡은 데다가 그들이 자신들의 죄 때문
에 괴로워하고 후회할 기회마저 빼앗아 샤다이 왕을 계속 반항하게 했다.
피고는 이 기소에 대한 자신이 유죄임을 인정하는가?

강팍 : 재판장 나리. 저는 제 평생에 자책과 후회가 무슨 뜻인지 몰랐습
니다. 저는 완고한 사람으로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또한 어느 누구의
슬픔에도 가슴 아파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신음 소리가 제게는 음악 소리로
들립니다.

재판장 : 피고가 디아볼로스의 하수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이고, 피고 자신도 인정하고 있으니 간수는 그를 데려 가고, 거짓평화를 피
고석에 앉히라.

거짓평화[False-Peace]가 피고석에 앉았다.

재판장 : 거짓평화, 그대는 가징 사악하고 악랄하게 영혼성 주민들을 사
로잡아서 그들로 하여 배교와 소름끼치는 적개심을 갖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거짓되고 근거없는 거짓 평화를 믿게 하여 샤다이 왕을 모욕하고
그분의 법을 어기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피고는 영혼성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피고는 이러한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거짓평화 : 재판을 보고 계시는 주민 여러분, 그리고 저를 재판하는 재
판장님. 저는 제 이름이 거짓평화가 아니고 평화[Peace]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제 이름이 거짓평화라는 것을 강력히 부인합니다. 재판장님께서는 부디 저를 잘 아는 사람이나, 제가 태어날 때 산파일을 보았던 사람,
아니면 제가 세례명을 받을 때 대모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불러 오시면, 그
들 가운데 누군가, 제 이름이 거짓평화가 아니라 평화라는 것을 입증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 이 기소장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 기소
장에 저의 진짜 이름이 씌어져 있지 않는 한 저는 그 기소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항상 평온하게 살기를 원하며, 제가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
람들 역시 좋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웃 중에 누가 아파서 괴로워
하면 될 수 있는 대로 도와 주려고 애썼습니다. 구체적으로 저의 좋은 행적
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영혼성이 샤다이 왕의 법을 거절한 후에 일부 주민들이 잘못을 후회
하며 괴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괴로워하는 그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하
다가 그들이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즉시 찾아냈습니다.
둘째, 구 시대나 소돔[Sodom]의 생활 방식이 한창 유행하고 있을 때에 만
약 그러한 생활 습관으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그들이
평온함을 되찾고 괴로움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힘써 도왔습니다.
셋째, 영혼성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샤다이 왕와 디아볼로
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멸망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
다. 저는 그들을 만날 때면 언제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들의 평온을 되찾
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덕스러운 성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평화 중재인이라고 부릅
니다. 제가 평화 중재인이라고 불릴 만큼 그 가치가 인정되었으니, 영혼성
에서 정의와 평등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재판장님께서 지금 이렇게 비인간적
인 대접을 받고 있는 저를 석방해 주시고, 저를 고소한 자들에게 손해 배상
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재판장 : 정리는 선언하라.

정리 : 예, 알겠습니다. 현재 피고는 기소장에 언급된 이름이 피고의 이
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본 법정은 죄인의 본래 이름을 알고 있
는 사람이 여기 있으면 앞으로 나와서 진술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자 두 사람이 앞으로 나와 피고석의 죄인에 대해 증언할 수 있도록 허
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사람은 진리탐구[Search-Truth]였고, 다른 한
사람은 진실보증[Vouch-Truth]이었다. 재판장은 죄인이 자신을 변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죄인을 알고 있는지의 여부와 그에 관해 어떤
진술을 할 것인지 물었다.

진리탐구 : 재판장님, 저는 ….

재판장 : 잠깐 멈추고 선서부터 하시오.

선서가 끝나자 그는 진술을 시작했다.

진리탐구 : 재판장님, 저는 피고와는 죽마고우로 그의 이름이 정확히 거
짓평화임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의 아버지도 압니다. 그의 아버지
의 이름은 아첨[Flatter]이고, 그의 어머니는 알랑 부인[Sooth-up]으로 이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낳은 아들이 저 거짓평화입니다. 그의
부모는 그를 거짓평화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소꿉동무였는데, 제가 그보
다 약간 나이가 많았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놀고 있는 그를 집안으로 불러
들일 때면, 항상 ‘거짓평화야, 거짓평화야! 어서 집에 들어오렴. 그렇지 않
으면 이 엄마가 데리러 간다. ’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를 젖먹
이 때부터 알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도 어렸지만, 알랑 부인이 그와 함께
문 앞에 앉아 있거나 그를 안고 장난을 칠 때면 스무번 가량이나 계속 ‘내
거짓평화야, 내 귀여운 새, 거짓평화야, 아! 귀여운 내 아들아! ”
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가 아무리 부인을 해도 저는 그의 이름이 거짓평화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다음 진실보증이 그에 대해 아는 바를 증언하기 위해 증인석에 섰다. 선
서가 끝나자 진실보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실보증 : 재판장님, 진리탐구가 앞에서 증언한 내용은 모두가 사실입
니다. 그의 이름은 거짓평화이며 그의 아버지는 아첨, 그리고 그의 어머니
는 알랑 부인입니다. 저는 전에, 사람들이 그를 거짓평화가 아닌 다른 이름
으로 부르자 그가 몹시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거짓평화 이외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마치 놀림받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디아볼로스의 하수인들이 영혼성에서 활개치고 다니고 거짓평화가 출세하여 사회적으로 굉장한 위치에 올라 있던 때의 일입니다.

재판장 : 방청객들은 이 두 증인이 피고에 대해 진술한 것을 들었다. 자,
이제 피고인 거짓평화는 자신의 이름이 거짓평화라는 것을 부인하지만, 두
사람의 정직한 증인이 피고의 이름이 거짓평화임을 증언했다. 따라서 피고
의 항변은 기소장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고의 주
장대로, 피고는 평화를 애호하는 사람이며 이웃간의 평화 중재인이기 때문
에 나쁜 짓을 했다는 혐으로 고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고는 사악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영혼성 주민들을 사로잡아 배교 행위와 샤다이 왕에 대해
반항을 하게 하고, 거짓되고 가증스러운 평화를 믿게 하여 그분의 율법을
거스르게 했다. 따라서 피고는 그 당시 불쌍한 영혼성을 멸망의 위기로 몰
고 간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가 자신을 위해 변론한 것이라고는 단지 자신의 이름을 부인한 것뿐
이다. 그러나 피고가 들은 대로 법정에 출두한 증인들은 피고가 바로 거짓
평화임을 입증했다. 그러므로 피고는 이웃간의 평화를 중재한다고 지나치게
자랑히 말고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진실과 거룩함
을 수반하지 않은 평화는 가증스러운 것임을 명심하라. 따라서 피고의 항변
은 기소장에 나와 있는 피고에 대한 혐의를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더욱 강
화시켰을 뿐이다. 그렇지만 피고는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이 일의 진상에 대해 증언하기로 되어 있는 증인들은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을 위해 진술하기로 하겠다. 증인 전지는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을 위
해 피고에 대해 진술할 말이 있는가?

전지 : 재판장님, 저 사람은 영혼성이 음탕과 불경과 혼란의 와중에 있
을 당시에 이 영혼성이 죄에 물든 평화에 현혹되도록 온 힘을 다한 사람입
니다. 저는 그가 ‘오시오, 자 오시오, 자, 어느 곳이든간에 모든 염려에서 벗
어날 수 있는 곳을 갑시다. 그곳에 비록 토대가 튼튼하지 않다 해도 거기서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삶을 누립시다! ’
라고 말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재판장 : 다음으로 거짓증오는 나와서 증언해 주시오.

거짓증오 : 재판장님, 저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의
가 수반된 것이 고통이 따르는 진리보다는 낫다고 그가 말했던 것을 기억하
고 있습니다.

재판장 : 증인은 그 같은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가?

거짓증오 : 자기기만[Self-Deceiver]이란 가게 옆의 단순[Simple]의 집
에 있는 우둔의 뜰[Folly Yard]입니다. 그곳에서 스무 번 정도는 그 말을
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재판장 : 이제 더 이상의 증언을 필요 없을 것 같으니, 간수는 거짓평화
를 물러가게 하고 거짓을 피고석에 앉히라.

거짓[No-Truth]이 나와 피고석에 앉았다.

재판장 : 피고는 거짓이란 이름으로 영혼성에 침입하여 영혼성 주민들이
존경하던 샤다이 왕을 배반하고, 질투심 많은 폭군 디아볼로스를 섬기게 한
후, 샤다이 왕의 동상과 율법을 흔적도 없이 말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바로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을 모독하고 영혼성을
완전히 멸망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피고는 뭐라고 답변하겠는가? 이 기소장
에 기록된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거짓 : 재판장님, 저는 무죄입니다.

증인들이 불려지고 첫번째로 전지가 거짓에 대해 증언하기 시작했다.

전지 : 재판장님, 이 사람은 샤다이 왕의 동상을 직접 쓰러뜨린 자입니
다. 저는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는 디아볼로스의 명
령을 받아 그런 일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바로 그 자리에 사악한
디아볼로스의 뿔 달린 동상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디아볼로스의 명령에 따라 샤다이 왕의 율법을 찢어 불살랐습니다.

재판장 : 증인 말고 또 누가 이것을 목격했는가?

거짓증오 : 저 외에도 많은 사람이 그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일은 한쪽
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만인이 보는 앞에서 행해졌기 때문입니
다. 그는 쾌감을 느끼면서 그런 짓을 공공연히 했습니다.

재판장 : 피고 거짓은 이처럼 사악한 일을 했다는 것이 명백한데도 어쩌
면 그토록 뻔뻔스럽게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가?

거짓 : 재판장 나리, 제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 제 이름이 거짓이니 제
행실도 거짓일 수밖에요.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처신해서 이익을 얻었으므
로 이번에도 거짓을 말함으로써 또다시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재판장 : 간수는 그를 끌어내시오. 그리고 몰인정을 피고석에 앉히시오.

거짓이 나가고 이번에는 몰인정[Pitiless]이 피고석에 앉았다.

재판장 : 피고는 몰인정이라는 이름으로 영혼성에 침입하여 극히 사악하
게 모든 자비로움을 없앴으며, 불쌍한 영혼성 주민들이 그들의 의로우신 왕
을 배반했을 때, 그들 자신의 비참함을 깨달을 기회마저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간교한 방법으로 그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 그들이 회개하
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기소장에 대해 피고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몰인정 : 저는 무죄입니다. 저는 제 이름 그대로 영혼성 주민들의 사기
를 북돋우었을 뿐입니다. 제 이름은 몰인정이 아니라 격려[Cheer-up]이기
때문에 우울한 영혼성을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재판장 : 피고는 왜 자신의 이름을 부인하여 몰인정이 아닌 격려하고 주
장하는가? 증인들은 이에 대해 증언할 것이 있는가?

전지 :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의 이름은 몰인정입니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서류에 몰인정이란 이름으로 서명했습니다. 사실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은 자신의 이름 바꾸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탐심 [Covetousness]은 가끔 검소[Good-Husbandry]라는 이름으로, 자만[Pride]은 필요에 따라 자신을 단정[Neat]이나 미남[Handsome] 등으로
가장하고 있으며, 그외의 자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재판장 : 자, 이번에는 진실증언이 증언하라.

진실증언 : 재판장님, 그의 이름은 몰인정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그를 어
려서부터 알아왔는데 그에 대한 기소장의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그는 지
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자들 중 한 명으로 어떻게 하면 지옥행을 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울증 환자라고 부
릅니다.

재판장 : 간수는 이제 몰인정을 데려가고 다름으로 거만을 피고석에 앉
히시오

거만[Haughty]이 피고석에 앉자 재판장이 재판을 계속했다.

재판장 : 피고는 거만이라는 이름으로 영혼성에 침입하여 가장 악독하고
반항적인 방법으로 영혼성 주민들을 선동하여 샤다이 왕 휘하의 장군들이
주민들에게 보낸 소환장을 거만하고 모질게 배척하도록 했으며, 그들이 섬
기던 샤다이 왕을 경멸하고 비방하도록 했다는 혐으로 기소되었다. 게다가
영혼성 주민들을 부추겨서 샤다이 왕과 그의 아들 임마누엘에 대항해 무기
를 들고 싸우도록 했다. 피고는 기소장의 내용을 인정하는가?

거만 : 재판장님, 저는 항상 용감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다닐 때에도 당당하게 걸었고 갈대처럼 머리를 숙이고 다녀본 적
이 없습니다. 또, 저는 자신을 적대시하는 자들을 의식적으로 피해다니기
위해 모자를 눈 아래까지 푹 눌러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늘 못마
땅하게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들의 원수가 그들보다 열배나 힘이 더 강해
보여도 말입니다. 저는 제 적이 누구인지, 또는 제가 종사하고 있는 일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용기 있게 처신하고, 사나이답게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것에 만족했을 뿐입니다.

재판장 : 피고는 자신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용맹성 때문에 기소된 것
이 아니라, 영혼성 주민들에게 만용을 심어 줌으로써 위대하신 샤
다이 왕과 그 아들 임마누엘에 대한하여 폭동을 일으키게 했기 때
문이다.

거만은 이에 대해 답변을 못했다.
재판장은 이렇게 피고 심문을 모두 마치고 나서 배심원들에게 말했다.


재판장 : 배심원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여기 있는 피고들에 대한
심문과, 그들의 항변, 그리고 증인들의 증언을 모두 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여러분들이 진실과 정의에 입각하여 심사 숙고한 후 판정을 내려 그
결과를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입니다

배심원들은 밀실에 모여 피고인들에 대한 판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배심원장인 신념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신념[Belief] : 여러분,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피고석의 죄인들은 모두
사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죄악증오[Hate-Bad] : 이런 악당들이 체포되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애신[Love-God] : 그렇습니다. 제 생애에 이보다 기쁜 날은 없을 겁니

진리간파[Sea-Truth] : 우리가 그들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면, 샤다이
왕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천심[Heavenly-Mind] : 맞는 얘기입니다.이 금수만도 못한 인간들이 영
혼성에서 사라지고 나면 영혼성은 정말 훌륭해질 겁니다

절제[Moderate] : 원래 저는 매사를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지만 저들처럼 범죄사실이 명백하고 증인들의 증언도 확실한 경우에는 사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자가 있다면 아마 그는 눈이 먼 자임이
분명합니다

감사[Thankful] : 이처럼 반역자들이 붙잡힌 것은 모두 샤다이 왕의 능
력입니다.

겸손[Humble] : 우리 모두 샤다이 왕을 찬양합시다

덕행[Good-Work] : 그들이 엄하게 검금되어 있으니 저 역시 기쁩니다

여호와열성[Zeal-for-God] : 그들을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그들은 흑
사병과 같은 존재들고 영혼성의 파멸을 도모했던 자들입니다

그들은 의견이 일치되자 즉시 법정으로 들어갔다

재판장 : 배심원 여러분은 제가 여러분의 이름을 각각 부르면 모두 대답
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념씨, 진심씨, 죄악증오씨, 애신씨, 진리간파씨, 천심
씨, 절제씨, 감사씨, 겸손씨, 덕행씨, 여호와열성씨, 자, 존경하는 여러분! 여
러분은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까?

배심원들 : 예 그렇습니다. 재판장님.

재판장 : 누가 대표로 말씀하시겠습니까?

배심원들 : 배심원장이 하실 겁니다.

재판장 : 우리 주이신 샤다이 왕을 위해 배심원으로 선임된 여러분께서
는 이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진술을 들으셨
습니다. 기소장에 나와 있는 그들의 범죄사실에 대해 여러분들은 유죄를 인
정합니까?

배심원장 : 인정합니다. 그들은 유죄입니다.

재판장 : 간수는 죄인들을 잘 감시하시오.

재판은 오전 중에 끝나고, 죄인들은 법에 따라 사형 선고를 받았다. 간수는
명령대로 죄인 모두를 깊숙한 감방에 집어 넣었다. 사형 집행일은 그 다음
날 아침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대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사형 언도를 받고 수감되어 있던 죄수
들 중 불신이 감옥문을 부수고 탈출한 것이다. 그는 영혼성에서 도망쳐 영
혼성에 보복할 기회를 노리면서 여기저기 토굴 같은 곳에 몸을 숨겼다.

간수인 진실은 죄수 하나가 도망친 것을 알고 사색이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달아난 불신은 죄수들 가운데 가장 악독한 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우선 시장, 서기관, 자유의지 경을 만나 사건 경위를 보고하고,
영혼성을 샅샅이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권한을 부여 받
은 진실이 영혼성 곳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불신을 찾을 수 없었다.

소문을 종합해 보면 불신은 얼마동안 성안에 숨어 있었으며, 그가 영혼
성을 빠져나갈 때 그를 잠깐 본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또 영혼성 밖에서
평야를 황급히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람도 한 둘 있었다. 그런데 목
격[Did-see]의 증언에 의하면 불신은 물이 없는 메마른 땅을 다니다가 지
옥문 언덕[Hell-Gate Hill]에서 그의 상전인 디아볼로스를 만났다고 한다.

디아볼로스를 만난 불신은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에서 단행한 개혁에
관해 얼마나 서글프게 얘기했는지 모른다. 그는 영혼성 주민들이 임마누엘
왕자를 성안으로 받아들여 궁전에 거하게 했던 것, 그리고 왕자의 병사들을
서로 자기 집에 유숙시키려고 했으며 음악과 춤으로 임마누엘 왕자 일행을
즐겁게 했던 일 등을 디아볼로스에게 보고했다. 불신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나 가장 분통 터지는 것은 임마누엘이 당신의 동상을 끌어내린
자리에 자신의 상을 세우고, 당신의 장교들을 파면시킨 대신 자신의 부
하들로 그 자리를 채운 일입니다. 더구나 당신을 절대 배반하지 않겠다
고 했던 자유의지 그 놈이 배신자가 되어 전에 당신에게서 받았던 것과
같은 엄청난 총애를 임마누엘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그는 영혼성에 있는
당신의 부하들을 색출, 체포해서 사형에 처라하는 특별 명령을 받고 당
신이 가장 신뢰하던 부하 중 여덟 명을 이미 잡아 감옥에 넣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말씀드린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여덟 명 모두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아마 지금쯤은 사형을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저까지 포함해서 아홉 명이 될 뻔했지만 당신이 보시다시피 저는 용케 감옥을 빠져나왔습니다. ”


이 통탄할 소식을 들은 디아볼로스가 마치 용처럼 울부짖으며 포효하는
바람에 하늘마저도 어두컴컴하게 내려앉는 듯했다. 그는 맹세코 영혼성에
보복하리라고 부르짖었다.

디아볼로스와 그의 옛 친구인 불신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영혼성 공략
에 관해 논의하는 동안 영혼성에서는 죄인들에 대한 사형 집행이 준비 중이
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엄숙하게 죄인들을 십자가로 끌고 갔다. 왕자는 주
민들에게 이 일을 직접 집행하라고 명하였다.

“이 일을 시키는 것은 내가 구원한 너희들이 내 말을 지키고 나의
명령을 잘 따르는 가를 보기 위함이다. 너희들이 나에 대한 충성을 보이
면 내가 기뻐하리니 너희들은 직접 디아볼로스의 부하인 죄인들을 처형
하라.”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의 명령대로 죄인들을 처형했다. 그러나 사형을 집
행하는 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큰 고역을 치루어야 했다. 죽음이 다가온
것을 느낀 죄인들은 영호성 주민들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 십자가에 매달린
채 심한 발악을 했다. 영혼성 주민들은 임마누엘 왕자의 여러 장군들과 병
사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혼성에는 주민들을 대단히 사랑하는 샤다이 왕의 장관이 한 명 있었
는데, 그 역시 사형 집행 현장에서 사형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죄수
들이 심하게 뭄부림을 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영혼성의 흑사병이요, 고통
이요, 모욕이었던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을 십자가에 못박아서 처형했다.

새 계명

이 선한 일이 끝날 즈음에 임마누엘 왕자는 직접 나와 영혼성 주민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왕자는 그들의 행동을 치하하고,
그들이 왕자를 사랑하고 그의 법을 준행하며, 그의 명예를 존중하고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들의 죽음이 영혼성에 어떤 손해가 되거나 해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고 영혼성의 이익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천부장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왕자는 시종[Waiting]을 불러 성문으로 급히 올라가 믿음 장군의 지중
을 들고 있는 경험[Experience]을 불러오게 했다. 임마누엘 왕자의 시종이
왕자의 명령을 전달하러 갔을 때, 젊은 경험은 연병장에서 부하들을 훈련시
키고 있는 믿음 장군을 시중들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시종이 말했다. “왕자
님께서 당신을 모셔 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


시종과 함께 왕자 앞에 간 경험은 왕자에게 엎드려 절했다. 그는 영혼성
에서 태어나 거기서 줄곧 성장했기 때문에 영혼성 주민들은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품행이 단정하고 용감하며, 성격이 솔직담백하고 주어진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신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므로 왕자가 경
험을 영혼성 주민들을 다스리는 천부장으로 임명하나고 하자 영혼성 주민들
은 기쁨에 들떠 임마누엘 왕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 “임마누엘 왕자
만세”라고 크게 외쳤다.

왕자는 경험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이 영혼성에서 신뢰 받고 존경
받을 수 있는 직책을 부여하고자 하노라 ”
그러자 경험은 머리를 숙여 경의
를 표했다. 왕자가 계속해서 “나는 그대를 나의 가장 사랑하는 영혼성의 천
부장으로 임명하노라. ”라고 말하자 경험은 임마누엘 왕자 만세 ”라고 외쳤다.

왕자는 즉시 대역사자[Chief Secretary]에게 명령해서 경험에게 수여할
천부장 임명장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내게 가져오라. 그러면 내
가 봉인하겠노라.”고 말했다. 임명장이 작성되고 임마누엘 왕자가 거기에
봉인을 하자 시종이 천부장에게 그것을 전했다. 임명장을 받은 천부장이 곧
나팔을 불러 지원병을 모집했는데, 영혼성의 유지들은 즉시 그들의 자식들
을 천부장에게 보냈다. 이렇게 해서 경험 장군은 영혼성의 행복을 위해 많
은 젊은이들을 임마누엘 왕자의 휘하에 들어오게 했다.

경험 장군은 숙련[Skillful]을 자신의 부관으로, 기억[Memory]을 기병
대의 기수로 임명하고, 그의 깃발은 영혼성을 나타내는 흰색 바탕에 사자와
곰의 문장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했다.

이 일을 마친 후 왕자는 다시 그의 궁전으로 돌아가 영혼성의 장로들,
즉 시장, 서기관 그리고 자유의지 경으로부터 영혼성에 대해 그가 보여 준
무한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깊은 동정심에 대해 감사를 받았다. 얼마 동안
왕자와 유익한 교제를 나눈 그들은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며칠 후 임마누엘 왕자는 영혼성 헌장 개정의 날을 정해 기존의 헌장 내용을 쇄신, 추가하고 몇 가지 문제점은 새로 수정하여 영혼성 주민들의 짐을 훨씬 덜어 주기로 했다. 이 일은 영혼성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왕자의 정직하고 고결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먼저 그는 옛 헌장을 가져오게 해서 읽어 본 후, 그것을 옆으로 밀치면서 말했다. “낡고 쇠한 것은 사라져 가니 영혼성은 지금보다 훨씬 확고하고 안정되고 새로운 헌장을 부여 받게 될 것이다. ”
새 헌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평화의 왕자요, 영혼성을 참으로 사랑하는 나 임마누엘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리고 나의 자비로움으로 나의 가장 사랑하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은혜를 주노라.

첫째, 내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내 이웃에게 범한 일체의 잘못과 죄를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용서하노라.
둘째, 거룩한 법과 성스러운 약속의 글을 주노니 그 모든 것이 그대
들에게 영원한 위안과 위로가 될지니라.
셋째, 나는 내 아버지와 내 속에 거하는 은혜와 은총을 그대들에게
베푸노라.

넷째,
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그대들의 유익을 위해 거
저 주며, 그대들이 원하는 바가 나의 아버지의 명예와 나의
영광과 일치하는 일이라면 그것에 대해 항상 큰 능력을 부여
하리라. 나는 진실로 삶과 죽음, 그리고 현재 일이나 장래 일
이나 가장 유익한 것을 그대들에게 주니, 이 특권은 오직 그
대들만이 누릴 수 있다.

다섯째, 나는 그대들이 언제든지 지상과 천상에 있는 나의 모든 궁
전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노라. 거기서 그대들
은 내게 구하고 나는 그대들의 모든 소원을 귀담아 듣고 해결
해 줄 것을 약속하노라.

여섯째, 나는 그대들에게 최대한의 능력과 권한을 부여하니, 영혼성
안과 그 주변에 잠적해 있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언제 어
디에서라도 발견되면 즉시 체포하여 죽이도록 하라.

일곱째, 외국인이나 이방인 혹은 그들의 자손이 영혼성에 출입하기
를 원하거나 그들이 영혼성 주민의 특권을 공유하기를 원할 경우 그대들에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노라.

내가 영혼성에 부여하는 모든 하사품과 특권, 그리고 면책권은 그대
들과 그대들의 자손들까지 함께 누릴 수 있노라. 하지만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은 국적이나 혈통에 상관없이 어느 누구도 영혼성 주민들의 특권
을 공유하지 못하리라.”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로부터 이 은혜로운 헌장(헌장 내용 자체는 여기
에 언급된 내용보다 훨씬 많다)을 부여 받자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
는 광장으로 가져가서 서기관에게 읽게 했다. 그리고 성문 위에 그 내용을
새기고, 황금으로 도금하도록 했다. 그것은 영혼성 주민들 모두가 항상 그
것을 보고, 왕자가 그들에게 부여한 놀라운 자유를 확인하며 기쁨을 느끼고,
선하고 위대한 임마누엘 왕자를 향한 그들의 사랑이 날로 새로워질 수 있도
록 하기 위해서였다.

영혼성 주민들은 말할 수 없는 환희와 평안함에 사로잡혔다. 성안의 모
든 종들이 천지간에 울려 퍼지고 악사들의 수금 연주에 맞춰 주민들은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장군들의 명령에 의해 각색 깃발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은나팔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쥐구명이라도 있으면 들어갈 듯한 표정이 되었다.

두 직분

이 일이 끝난 후 왕자는 영혼성의 장로들을 다시 불러서 새로 임명하려
고 하는 직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즉, 그들 중에서 목사를 선출하여 영
혼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관해 영혼성 주민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하고
자 했다. 그는 “그대들에게 선생이나 안내자가 없으면 그대들 스스로 이해
하지 못할 일에 직면했을 경우 그대들이 나의 아버지의 뜻을 분명히 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장로들이 이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하자 주민들이 모두 달려나왔다. (왕
자께서 하신 일은 무엇이든지 그들을 기쁘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구
동성으로 그들에게 목사를 주어 율법, 심판, 규칙, 계율에 관해 자신들을 가
르치고 그들이 모든 일에 선하게 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임마누엘 왕자에
게 간청했다.

그들의 간청을 들은 임마누엘 왕자는 두 사람을 세우겠다고 말했는데, 한 사람은 샤다이 왕의 궁성에서 왔고, 다른 한 사람은 영혼성의 원주민이었다.
왕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궁성에서 온 분은 나와 내 아버지 못지 않은 인격과 위엄을 갖춘
분으로 바로 아버지 궁성의 대역사자[the Lord Chief Seceretary]이시
다. 그는 아버지의 모든 율법에 대한 수석 집행자이며, 아버지나 나와
마찬가지로 모든 지식에 정통한 사람이다. 진실로 그는 우리와 동일한
존재로서 영혼성을 사랑하고 영혼성의 진리를 지킬 것이다. 또, 그가 영
혼성에 대해서 영원 불변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와 하나이
다. 이제 그분이 너희의 수석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그분만이
모든 초자연적인 비밀들을 너희들에게 분명히 가르쳐 줄 수 있고, 그분
만이 궁성에 있는 내 아버지의 뜻과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분 외에는 영혼성을 향한 내 아버지의 뜻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자가 없다. 사람의 사정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 외에는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아버지의 일은 고귀하고 능력 있는 대역사자
외에는 알 자가 없다. 또 그분 외에는 어느 누구도 영혼성 주민들에게
내 아버지를 섬기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없다. 그분은 너희가 잊어버린
것들을 기억나게 해주고, 잘래 일을 너희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이처럼 그분은 너희의 다른 어떤 스승보다도 사랑과 분별력에 있어
서 확실히 앞서 있다. 따라서 그분은 자신의 위엄과 탁월한 가르침, 그
리고 능란한 솜씨로 너희가 내 아버지께 올릴 탄원서를 작성할 때 큰 도
움을 주실 것니니 너희는 그분을 사랑하고 경외하며 결코 그분을 근심하
게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또, 그분의 모든 말씀 속에는 생명력과
활력이 넘치기 때문에 너희 마음 속에도 그것들이 불러 넣어질 것이다.
점점 그분은 너희를 선지자로 만들고 너희로 장래 일을 말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따라서 너희가 내 아버지와 내게 올릴 탄원서를 작성할 때에는
그분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그의 충고와 자문을 받지 않고서는
아무도 영혼성이나 궁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 고
결한 분의 마음이 상하게 되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대역사자의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지 말라. 너희가 그분의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면 그분이 너희를 대적 하게 되리라. 일단 그분이 너희를 향해 전투 태세를 갖추게 되면 너희는 내 아버지의 궁성에서 내려온 열 두 명과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 말대로 너희가 그분의 말을 듣고 그를 사랑하며, 그분의
가르침을 헌신적으로 받들어서 계속 교제를 나눈다면 이처럼 그분을 아
는 것이 온 세상을 얻는 것보다 몇 배나 나을 것이다. 진실로 이르노니
그분은 내 아버지의 사랑을 너희들 마음 속에 널리 퍼져나가게 할 것이
며, 따라서 너희들은 모든 민족 가운데 가장 지혜롭고 축복 받는 민족이
될 것이다. ”


말을 마치고 난 왕자는 전 시기관이었던 양심 노인을 불러 영혼성의 모
든 법과 규례에 관한 재판을 보게 했다. 그것은 양심이 영혼성의 법과 통치
에 정통하며 성격이 정직하여, 영혼성 내 모든 세속적인 문제에 대해서 주
민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데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왕자는 양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율법과 주민의 기본적 의무에 대해서만 가르쳐야 하며 만왕
의 왕이신 내 아버지께서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고귀하고 초
자연적인 비밀들에 대해서는 계시자로 행세해선 안 된다. 그것들은 대역
사자 외에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고 함부로 밝혀서도 안 되는 것들이다.
그대는 영혼성의 원주민이지만 대역사자는 내 아버지와 다름없는 분이다.
그러므로 그대가 영혼성의 법과 관례에 대해 정통한 것처럼 그분 역시
내 아버지의 일과 뜻에 정통하시다.

그러니 양심 경! 내가 그대를 영혼성의 부목사이자 전도자로 임명했
다 할지라도 대역사자가 영혼성 주민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들에 대
해서는 그대도 영혼성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하며,
고귀하고 초자연적인 모든 비밀들에 관해서는 그분으로부터 지식과 정보
를 얻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분만이 인간 속에 있는 영을 깨우치고 이해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심 경! 항상 겸손하라. 그리고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처음에 받은
명령을 지키지 않고 자신들의 위치를 저버린 연고로 지금 무저갱의 죄수
들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그대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라. 나는 그대를 내 아버지의 지상 대리인으로 임명한다. 이제 그대는 영혼성 주민들을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으니 그대의 명령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자가 있거든 채찍과 형벌로 다스려라.

양심 경! 지금 그대는 나이 들었고, 온갖 고난으로 말미암아 허약해
졌지만 그대가 힘들 때는 언제나 나의 샘터로 와서 나의 포도주를 마음
껏 마시도록 하라. 나의 샘터에는 항상 포도주가 가득 차 있느니라. 그
것을 마시면 그대의 마음 속과 뱃속에 들어 있는 온갖 더럽고 해로운 체
액이 밖으로 빠져날 뿐만 아니라 그대의 눈이 밝아져서 샤다이 왕의 지
체 높은 대역사자께서 가르치시는 모든 것을 간직할 수 있도록 그대의
기억력이 강화될 것이다. ”


왕자가 이처럼 양심 노인을 영혼성의 부목사로 임명하자 그는 감사하면서 그 직위를 받아들였다. 이 일을 다 마친 왕자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특별 연설을 했다.

“나의 사랑하는 백성들아, 내가 이미 너희에게 베푼 은혜와 더불어
또 하나의 자비를 너희에게 베풀고자 한다. 내 너희를 위하여 두 명의
전도자를 임명하겠다. 한 분은 가장 귀하고 뛰어난 비밀들을 너희에게
가르치게 될 대역사자이며, 또 한 분은 영혼성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제반 문제들에 대해 너희를 가르치게 될 양심 경이다. 양심 경의 업무는
인간적인 일에만 국한되어 있다. 이것은 그가 고매한 대역사자에게서 들
은 것을 일체 영혼성 주민들에게 말해서는 안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자신이 그 귀한 비밀들의 계시자로 행세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영혼성 주민들을 위해 비밀을 가르치는 일은 오직 대역사자의 능력
과 권한에 달려 있다. 그러나 영혼성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양
심을 비롯하여 영혼성 주민 누구나 이 비밀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그대들은 이 비밀들을 준수하고 이행해야 한다. 그러면 그것이 너희의
생명이 되고, 너희를 장수케 할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양심 경과 영혼성 주민 모두에게 또 한 가지 부
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너희들은 내세에 대한 너희들의 믿음과 기대에
대해서 양심 경이 가르치는 것을 마음에 두지 말라. 내세에는 완전히 새
로운 것이 예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대역사자
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양심 경의 가르침에서 생명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의 가르침은 반드시 대역사자의 가르침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대역사자로 부터 받은 가르침이 아니면 그 어떤 가르침고 믿지 않도록 하라. ”


왕자는 이와같이 영혼성 안의 제 문제들을 정리한 후 영혼성의 장로들에게 샤다이 왕의 궁성에서 영혼성에 보낸 지체 있고 고귀한 장군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 지에 대해 필요한 주의를 주었다.

“이들 장군들은 영혼성에 적당한 사람들로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
또, 그들은 영혼성을 지키기 위해 충성을 다해 디아볼로스를 무찔렀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이들 장군들이나 그 부하들을 공손히 대하라. 그들은
영혼성을 위해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선택된 자들이기 때문이다. 샤다이
왕의 군대가 영혼성의 원수들을 대항해서 싸울 때 그들이 사자처럼 포학
하고 매섭게 변할지라도 조금이라도 언짢은 눈치를 보이지 말라. 그들이
혹 낙담하여 사기를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영혼성 주민들이여, 내 휘하의 용감한 장군
들과 병사들에게 매정하게 대하지 말로, 그들을 사람하고 도우며 마음으
로 사모하라. 그러면 그들은 너희를 위해 싸울 뿐만 아니라 디아볼로스
의 잔당들을 색출해 그 뿌리까지 뽑고 말 것이다.

그로므로 그 들 중 누가 병이 나 전심전력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
하거나 (그들이 건강할 때는 충실히 직무를 수행할 것이다.) 너무 약해
져서 죽을 지경에 이른다 할지라도 그들을 무시하거나 경멸하지 말고 오
히려 그들을 북돋워 주고 격려하라.

그들은 너희의 울타리요, 파수병이요, 성문이요, 자물쇠요, 빗장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들이 약해져서 너희를 돕기는 커녕 오히려 너희들로
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형편에 이른다 해도 그들이 쾌유만 되면 그대들
을 위해 온갖 공훈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들이 약해지면 영혼성은 강해질 수 없고, 그들이 강해지면 영혼성
도 따라서 강해진다. 그러므로 너희들의 안전은 그들의 건강과 그들에
대한 너희들의 호의적인 태도에 달려 있다. 그들의 질병은 영혼성 자체
가 병에 걸렸음을 의미한다. 이것을 너희들에게 알리는 이유는 내가 영
혼성의 복지와 명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 나의 사랑하는 영혼성이여,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들을
엄히 준수하라. 영혼성의 장교들, 파수병, 수비 책임자들은 물론이고, 너희들 각자의 행복도 너희들의 주이신 샤다이 왕의 명령과 율법의 준행 여부에 달려 있음을 기억하라.

나의 영혼성이여, 다음으로 내가 너희들에게 경고할 것은 현재 너희
가운데 개혁이 진행되고 있지만 너희들에게는 아직도 주의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확실히 알게 되겠지만 영혼성에는 아직도 디아볼
로스의 졸개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들은 완악하고 무자비하여 내가 너
희들과 함께 하는 지금도 은밀히 활동하고 있으며, 내가 만일 떠나가면
즉시 양의 탈을 쓴 이리러첨 너희들을 고립시키고, 온갖 수단을 다해 애
굽의 굴레보다 훨씬 더한 상태로 몰고 갈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속임
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항상 주위를 살피라. 그들은 불신이 영혼성의 시
장이었을 때에는 디아볼로스와 함께 기거했지만, 내가 이곳에 온 뒤로는
성벽이나 성밖에 숨어 지내다가 토굴 속으로 잠적했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따라서 그대들은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너희가 내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들을 체포하여 사형시칸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혼성의 성벽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그들을 완전
히 섬멸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성벽이 무너
지는 걸 원치 않는다. 바라건데 너희들은 부지런하고 용감히 대처해야
한다. 먼저 그들의 토굴들을 감시하다가 그들이 숨어 있는 장소를 발견
하거든 즉시 공격하라. 또, 그들이 어떤 평화 협정을 제시해도 그들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면 그대들과 나 사이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내가 디아볼로스 수하의 주요 졸개들의 이름을 간단히 열거하겠으니 너희들은 그들과 영혼성 주민들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간음, 간통, 살인, 분노, 호색, 사기, 악한눈, 술고래, 연락(宴樂)[Revelling], 우상숭배, 마법, 변덕, 경쟁, 울화, 분쟁, 선동, 이교 등 이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이들은 너희들을 영원히 멸망시키려 하는 주
요 인물들이다. 이들은 영혼성 안에서 은밀히 활동하고 있지만 너희들이
왕의 법에 따라 살아가면 쉽게 이들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오!
나의 영혼성 주민들이여! 디아볼로스의 졸개들이 영혼성 내를 이리저리
쏘다니도록 내버려 둔다면, 그들은 독사같이 순식간에 너희들의 마음을
집어 삼키고 너희의 장군들을 독살기켜서 병사들의 힘을 쇠잔케 할 것이
다. 또, 성문의 빗장과 빗장 자물쇠를 부숴버리고 영혼성을 황무지와 폐허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이 이들을 발견하는 즉시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겠다. 그러니 영혼성 내를 숨어다니거나 성밖을 배회하는 디아볼로스의 졸개들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즉시 체포하고 십자가에 처형하라.

나는 그대들은 위하여 이미 목사의 직분을 두었다. 그러나 오직 대역
사자와 양심 경만이 그대들을 위하여 목회 직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아볼로스와 싸우기 위해 내가 데려온 네 명의 장군들은 사적
으로나 공적으로 어느 때나 선하고 건전한 교훈을 너희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 그들은 매 주일, 아니 필요하면 매일이라도 너희들을 가르칠 수
있다. 너희들이 이들에게 교훈을 받고, 그들이 가르치는 말에 주의를 기
울이면 크게 이로울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체포하여 처형하도록 결정
한 사람을 살려 주는 일을 일체 없도록 하라!

자, 나는 이미 너희들에게 디아볼로스 잔당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재
차 너희들에게 이르노니 깨어 있으라, 그들은 겉보기에는 종교심이 충만
해 보이지만 너희들을 기만할 것이다. 그 때 너희들이 만약 깨어있지 않
으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해를 입게 될 것이다. 예컨대 그들은 전에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너희들 앞에 나타날 것이니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만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


왕자는 영혼성을 새롭게 무장시키고, 그들이 알아두어야 할 유익한 가르
침을 얘기한 후, 한 날을 정하여 그들에게 한층 명예로운 선물을 주기로 했
다. 그 선물은 바로 영혼성 주민들과 이 세상의 다른 모든 백성을 구분하는
표시였다.

흰옷을 입으라

그 날이 되자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를 만나기 위해 궁전 안으로 이끌려
왔다.

“나의 사랑하는 영혼성 주민들이여!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그
대들이 나의 백성임을 온 세상에 알리고, 그대들 속에 몰래 섞여 들어온
거짓된 반역자들을 구별하고자 함이다. 내가 주는 것은 너희를 위하여
오래 전부터 예비해 두었던 것이다. ”


그는 곧 시종들로 하여금 그의 보물 창고에 가서 희고 빛나는 옷들을
가져오게 했다. 곧이어 보물 창고에서 가져온 흰옷들이 영혼성 주민들 앞에
놓여졌다. 왕자는 그들에게 각자의 몸 치수와 키에 맞추어 옷들을 골라 입
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백성들은 희고 깨끗한 세마포로 갈아 입었다.
그것을 보던 왕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이것은 내가 그대들에게 주는 옷이며, 나의
백성과 이방인을 구별하고자 하는 징표이다. 오직 나의 백성에게만 이
옷을 입도록 허락하노니 이것을 입지 않은 자는 어느 누구도 내게 오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그 옷을 입고 그것을 준 나의 뜻을 생각하
라. 그러하면 그대들이 나의 백성임을 온 세상이 알게 되리라. ”


이제, 영혼성은 너무나 찬란히 빛났다. 그것은 마치 아침빛같이 뚜렷하
고, 달같이 아름답고, 해같이 맑고, 기치를 벌이는 군대처럼 광채를 발했다.
왕자는 계속해서 말했다.

“나 이외에는 이 세상의 어느 왕이나 군주도 이 옷을 그대들에게 줄
수 없다. 그러므로 보라, 누구든지 그대들이 그것을 입은 것을 보고 그
대들이 나의 백성인 줄 알리라. 이제 내가 이 흰옷을 주노니 그대들은
이 옷과 관련된 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라.

첫째, 그대들은 그대들을 구별하는 징표로 항상 이 옷을 입으라.
둘째, 이 옷을 항상 깨끗이 입도록 하라. 만일 더러워지면 그것은 나

를 불명예스럽게 하는 것이다.
셋째, 이것이 땅에 끌리지 않ㄷ록 허리를 묶으라.
넷째, 이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 너희가 벌거벗은 수치를

당할까 염려하노라.
다섯째, 그것을 더럽히고 불결하게 하는 것을 나는 무척 싫어하나,
디아볼로스는 대단히 기쁘게 여길 것이다.

그러므로 바라건대 너희가 내 기록된 율법을 준행하여 나의 보좌 앞
에서 실족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리하면 나는 너희를 버리지도 않고
떠나가지도 않을 것이며 영혼성에 영원토록 거하리라. ”
이제 영혼성과 그 주민들은 마치 왕자의 오른손에 쥐어진 옥새처럼 귀
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이 세상에 영혼성 만큼 행복한 도시나 지역이
어디 있겠는가?

아! 디아볼로스의 마수로부터 구원을 얻은 영혼성이여! 샤다이 왕이 그
대들을 사랑하는구나. 왕의 보내심을 받은 임마누엘 왕자를 통해 지옥으로
부터 구원을 얻은 영혼성이여! 바로 임마누엘 왕자가 그대들과 함께 거하며
그대를 지키고 그의 군대로 견고케 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대는 이
제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황금옷 차림의 왕자와 그의 장군들과 같이 살 뿐
만 아니라, 눈처럼 흰옷을 가지게 되었다. 참으로 엄청난 은혜로구나. 영혼
성 주민들은 과연 이러한 은혜들을 귀하게 여기고 주신 분의 뜻에 순응하여
그것들을 잘 간직하게 될 것인가?

왕자는 이와 같이 영혼성을 개혁하는 일을 마친 후 크게 기뻐했다. 그래
서 번창해 가는 영혼성을 위해 자신이 행한 선한 일에 대한 기쁨을 나타내
고자 성의 흉벽 위에 왕지를 꽂아 놓도록 명했다. 그 후에도 왕자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했다.

첫째, 임마누엘 왕자는 주민들을 종종 방문하였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혼성 장로들이 그를 찾아왔지만, 혹시 그들이 오지 않을 때는 직접 그들
을 찾아갔다. 왕자는 그들과 함께 거닐면서 자신이 영혼성을 위해 지금까지
해온 일과 장차 하기로 약속한 일들에 대해 얘기했다. 왕자는 특히 명철 시
장, 자유의지 경, 부목사로 임명한 양심 경, 그리고 지식 서기관과 자주 만
났다.

왕자는 참으로 품위 있고, 자애롭고, 예의 바르고, 부드러웠다. 그가 방
문하는 모든 거리, 정원, 과수원마다 축복이 넘쳤고 가난한 자들은 위로를
받았다. 그는 그들에게 입맞추었으며 아픈 이들에게는 안수하여 그들을 치
료했다. 또, 좋은 말로 장군들을 격려했다. 그들은 그가 미소만 던져도 세상
의 그 무엇과도 비료할 수 없는 활력과 생명력과 용기가 솟아오름을 느꼈다.

왕자는 잔치를 베풀어서 영혼성 주민들과 끊임없는 교제를 나누었다. 일
주일이 멀다 하고 잔치를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잔치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
다. 뿐만 아니라 왕자는 영혼성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빈손으로 보낸
적이 없었다. 항상 반지나, 금목걸이, 팔찌, 백옥 들을 선물로 주었다. 영혼
성은 왕자에게 전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둘째, 영혼성 장로들과 주민들이 그를 찾아오지 않을 때에는 왕자는 그들에게 많은 양식을 보내곤 했다. 샤다이 왕의 궁전에서 가져온 고기와 샤다이 왕의 식탁에 올라가는 포도주와 빵이 그들에게 보내졌다. 그가 보낸 맛있는 음식들이 그들의 식탁 위에 오를 때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이 세상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셋째, 영혼성 주민들이 왕자가 바라는 것 만큼 자주 그에게 오지 않았을
때에는 왕자가 직접 그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래야만 왕자와 그들 사이에
사랑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왕자의 목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주면 그는 안으로 들어가 그의 이전 사랑을 회복시키
고, 새로운 징표와 계속적인 은혜를 베품으로써 서로의 사랑을 굳게 했다.

때때로 왕자는 전에 디아볼로스가 거처하면서 그 부하들과 함께 영혼성
을 파멸로 이끌었던 장소에서도 잔치를 베풀었다. 그곳에서 임마누엘 왕자
는 영혼성 주민들과 함께 앉아서 먹고 마셨으며, 장군들, 병사들, 나팔수들,
그리고 샤다이 왕의 남녀 합창단원들이 그들 주위에 둘러서서 시중[을] 들
었다. 그때마다 영혼성 주민들은 감격하여 외쳤다.

“당신은 지극히 선하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당신이 주신 은혜로 참으
로 존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


자비로운 왕자는 영혼성에 새로운 관리를 임명했는데, 그는 훌륭한 인품
을 지닌 참평화[Mr. God ’s-Peace]였다. 그의 소임은 자유의지 경, 시장,
서기관, 양심 경 마음을 위시한 영혼성의 모든 주민들을 통치하는 일이었다.
그는 영혼성의 원주민이 아니라 샤다이 왕의 궁성에서 왕자와 함께 온 사람
이었다. 그는 믿음 장군 및 소망 장군과 대단히 절친한 사이여서 어떤 이들
은 그들이 서로 친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참평화는 영혼성의 총독으로서 왕자가 거하는 궁전을 맡게 되었고
믿음 장군이 그를 보좌했다. 이제 영혼성은 아름다운 성품을 소유한 참평화
가 모든 문제들을 처리하는 한 가장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영혼성에는 불화나 꾸짖는 소리가 사라지고, 간섭이나 불미스러운
일도 없어졌다. 영혼성 주민들은 모두 각자의 일에 전념하였다. 귀족들, 장
교들, 병사들, 그리고 그외 모든 사람들이 각자 위치에서 질서를 지켰으며,
영혼성의 여인들과 어린이들도 그들에게 맡겨진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
냈다. 그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면서도 노래를 불렀다. 영혼성 어디
를 가든지 조화와 정숙, 기쁨과 건강이 넘쳐 흘렀다. 영혼성에는 여름 내내 평화롭고 즐거운 상태가 계속되었다.


4. 그 때 불법한 자가나타나리니


육신안일

그런데 영혼성에는 육신안일[Mr. Carnal-Security]이라는 자가 살고 있
었다. 그는 온갖 자비가 베풀어진 영혼성을 혹독한 노예의 굴레 속으로 다
시 전락시켰다. 잠시 그의 출생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디아볼로스
가 영혼성을 장악했을 당시, 그는 자신과 닮은 부하들을 상당히 많이 데리
고 왔었다. 그중에 눈에 띄게 활약하던 자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독단
[Self-Conceit]이었다.

그때에 디아볼로스는 독단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면이 마음에 들어 그에
게 생사를 걸어야 하는 엄청난 일을 맡겼었다. 그럴 때마다 독단은 누구보
다도 능숙하게 일들을 처리하여 디아볼로스를 무척 기쁘게 했다. 디아볼로
스는 독단이 자신의 의도에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그를 무척 총애하여 자유
의지 경의 다음 가는 자리에 앉혔다. 자유의지 경 역시 그를 만족스럽게 생
각하고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서, 자신의 딸 태연[Fear-Nothing]을 그의
아내로 살게 했다. 이 독단과 태연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바로 육신안일이
었다.

당시 영혼성에는 이처럼 기묘한 잡혼이 유행해서 영혼성 주민들은 자신
이 영혼성의 본토박이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워했다. 육신안일만 보
아도 그의 외할아버지인 자유의지 경은 영혼성의 본토박이인데 반해 그의
아버지인 독단은 디아볼로스의 부하였다. 육신안일은 교만한데다 두려움이
라곤 조금도 없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소식이나 교훈, 개혁에 대한 얘기가
영혼성에 나돌기 시작할 때면 육신안일은 이미 그 전모를 알고 있었다. 그
는 허약하다고 여겨지는 자들을 배척하고,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되는 쪽을
항상 지지했다.

전능한 샤다이 왕과 그의 아들 임마누엘이 영혼성을 정복하기 위한 전
쟁을 벌이고 있을 당시에도 육신안일은 영혼성 내에서 엄청난 일을 저질렀
다. 그는 주민들을 충동질하여 소동을 일으키게 하고, 샤다이 왕의 군대에
항거하도록 종용했다. 그런데 영혼성이 왕자에게 점령되고, 점차 임마누엘
의 뜻대로 바뀌면서 디아볼로스가 극심한 경멸과 조롱을 받아 궁전에서 쫓
겨나는 것을 보자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더구나 성이 임마누엘 왕자의 장
군들과 전쟁 무기들, 병사들과 그리고 충분한 식량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목격하자 그는 교활하게 방향을 전환했다. 그래서 과거에 디아볼로스를 섬
기며 선한 임마누엘 왕자를 대항했던 것처럼 이제는 임마누엘 왕자를 섬기
며 디아볼로스를 대항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임마누엘 왕자의 소유물들을 대강 파악하고 난 후, 그는 위험을 무릅쓰
고 용기를 내어 영혼성 주민들과 사귀기로 마음 먹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
기 시작했다. 그는 영혼성의 힘과 권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가 그들의 힘과 영광을 추켜세우기만 하면 그들이 매우 기뻐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므로 영혼성의 힘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혼성은
난공 불락이라고까지 단언했다. 또, 영혼성의 장군들과 투석기, 공성추를 칭
찬하고, 영혼성의 궁전과 요새를 추켜세우고,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 주민들에게 “영혼성은 영원히 행복할지어다 ”라고 말씀한 것에 대하서도 입빠르게 찬양했다.

영혼성 주민들 가운데 일부가 그의 야기를 듣고 현혹되자 그는 주민들
과 담소하는 것이 본업인 듯 이 거리 저 거리, 이집 저집을 찾아다녔다.
그리하여 주민들은 점차 육신안일의 피리 소리를 따라 춤을 추고 그를 따르
게 되었다. 처음에는 담소만 나누던 것이 잔치를 벌이는 일로 변하고, 또
잔치를 벌이는 일이 쾌락을 추구하는 일로 확대되어 그칠 줄을 몰랐다. 임
마누엘 왕자는 영혼성 안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낱낱이 살피고 있었
다.

그런데 시장, 자유의지 경, 서기관까지도 이 육신안일의 아첨에 사로
잡혀서, 디아볼로스 잔당에게 속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왕자의 경고를 까맣
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또, 영혼성의 안전 문제는 영혼성의 방위 능력에 달
려 있는게 아니라 왕자를 영혼성 내의 궁전에 계속 머무르게 할 수 있느냐
에 달려 있다고 이르던 왕자의 말도 잊어버렸다. 왕자의 가르침 속에는 영
혼성 주민들이 샤다이 왕의 사랑을 잊지 말고 잘 처신하여 그 사랑 안에 계
속 거라하는 주의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디아볼로스의 부하인 육신
안일의 꼬임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사실, 그들은 당연히 왕자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를 경회하며 사랑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육신안일을 돌로 쳐 죽이고 왕자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그들의 평강이 강과 같았겠고, 그들의
의가 바다 물결 같았을 것이다.

임마누엘 왕자는 영혼성 주민들이 육신안일의 계략에 빠져 마음이 강팍
해지고 자신에 대한 그들의 사랑이 식어가는 것을 알게 되자 대역사자와 함
께 이를 몹시 슬퍼했다.

“아! 이 백성이 나을 청종하며 나의 길을 행했으면 좋으련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좋은 말을 저희에게 먹이며 반석에서 나오는 꿀로
저희를 만족케 했는데 …..”라고 탄식한 후, 그는 “내 아버지의 궁성으로 돌아가 그들이 자신들의 죄를 뉘우칠 때까지
기다리겠노라” 고 다짐한 뒤 영혼성을 떠나 샤다이 왕의 궁성으로 돌아가 버렸다.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을 떠나가게 된 이유는 영혼성이 그를 배척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전처럼 임마누엘 왕자를 찾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궁전을 찾지도 않았다. 또, 왕자가 그들을 만나러 갔을 때도 왕자가 오든지
가든지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왕자가 계속 잔치를 베풀어 그들을 초대하였
지만 그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참석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초대를 조
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들은 점차 왕자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자고
하며 자신을 의지하게 되었고, 영혼성은 원수가 넘나볼 수 없을 만큼 완강
하고 안전하므로 현재의 평화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임마누엘 왕자는 육신안일의 농간으로 영혼성 주민들이 자신과 샤다이
왕에 대한 사랑을 버리고 자신이 베풀었던 은혜조차 저버리는 것을 보고 슬
퍼하며 그들의 나아갈 길이 위험하다는 것을 그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
법을 강구했다. 즉, 그는 대역사자를 그들에게 보내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
고자 했다. 그의 명대로 대역사자는 두 번이나 그들을 찾아갔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육신안일의 거실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대역사자는 그들이 자신
들의 행복과 관련된 문제를 기꺼이 상의할 기색이 없을 알아채고는 비통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자초지종을 보고 받은 왕자는 깊은 비탄에 싸여서 샤다
이 왕의 궁성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이다.

이제 왕자의 태도는 예전과 달랐다. 아직 영혼성에 머무르면서도 깊이
은둔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주민들과 만나게 될지라도 이전만
큼 즐겁고 친근감 있게 말하지 않았다. 영혼성 주민들에게 보냈던 산해진미
들도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 그들이 어쩌다 그를 방문하러 가도 예전처럼
여러가지 말을 하지 았았다. 전에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달려나가
길에 서 있는 그들을 반기며 껴안았었지만 이제는 그들이 한 번, 아니 두
번씩 문을 두드려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임마누엘 왕자가 이렇게 처신한 것은 영혼성 주민들에게 자신을 돌아보
고, 진정으로 다시 그에게 돌아오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반성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옵이지 않았으며 왕자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그의 행동 변화에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로
부터 받았던 은혜들을 마음에 떠올려 보지도 않았다.

이제 왕자는 영혼성 주민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간절히 그를 찾
을 때까지 그의 궁전을 은밀히 떠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참평화도 그의 직무에서 손을 떼고 영혼성에서의 활동을 중지했다.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에게 거역하는 행동을 계속 했고, 왕자도 역시 그
들에게 예전과는 다른 태도로 대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육신안일의 가르침에 심취해 마음이 완악해져서 왕자가 떠났음에도 불구하
고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들은 왕자가 떠난 사실
을 슬퍼하지도 않았고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여호와경외

그 후 육신안일은 영혼성 주민들을 위해 또 다시 잔치를 베풀었다. 당시
영혼성에는 여호와경외[Godly-Fear]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전에 많은 활
동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육신안일은 가능한 한 이 자를 속여서
타락시킬 속셈으로 잔치에 초대했다.

잔칫날이 되자 영호와경외는 다른 손님들과 함께 나타났다. 모두 식탁에
앉아서 먹고 마시고 흥겨워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 여호와경외는 마치 낯선
사람처럼 먹지도, 흥겨워하지도 않았다. 육신안일이 이를 눈치 채고 그에게
말했다.

육신안일 : 여호와경외씨,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몸과 마음이 다 불
편해 보이는데 약을 좀 드시겠어요? 저에게 망선이 만든 약이 있는데,
그것을 한 잔만 드시면 혈색도 좋아지고 기분도 유쾌해져서 우리 잔치
분위기에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여호와경외 : 당신의 호의와 친절에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영혼성 주민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소. 영혼성의 장로들
과 지도자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통곡을 해도 부족할 지경인데 어쩌면
이토록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소이다.

육신안일 : 당신에게는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소. 자, 잠시 누
워서 눈을 붙이시오. 그 동안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테니까요.

여호와경외 : 만약,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정직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이와 같은 짓은 할 수 없을 것이오

육신안일 : 뭐라구요?

여호와경외 : 내 말을 끝까지 들으시오. 영혼성 주민들이여, 이제껏 영혼
성은 난공 불락의 성이었소. 그런데 그대들 스스로가 영혼성의 힘을 약화시
켜서 이제는 원수들에게 굴복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소이다. 지금은 아첨하
거나 침묵을 지킬 때가 아닙니다. 육신안일! 당신은 교활한 방법으로 영혼
성을 유린하고 영혼성의 망대와 문들을 파괴하고 성문의 빗장을 망가뜨렸소.
솔직히 말하면 당신이 영혼성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영혼성
은 황폐해지기 시작했으며 왕자는 우리 곁을 떠나시고 말았소. 내 말이 의
심스럽다면 이 질문에 대합해 보시오. 임마누엘 왕자는 지금 어디 계십니
까? 여러분 중에 그를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의 소식을 들어본 사람이 있
습니까? 또 그분이 과거에 보내 주셨던 진미를 요즘에 와서 조금이라도 맛
본 사람이 있습니까?
여러분들은 지금 디아볼로스의 부하들과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디아볼로스
는 우리가 섬겨야 할 군주가 아니오. 그러므로 아직까지는 영혼성 밖에 있
는 원수들이 당신들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할지라도 당신들이 임마누엘 왕자
를 져버린 이상 언젠가는 영혼성 내에 있는 원수들이 당신들을 집어 삼키리
라는 것을 기억해 두시오.

육신안일 : 여호와경외씨,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시오. 당신은 언
제나 그 소심함에서 벗어날 참이오? 참새가 푸드덕거리며 날아가도 겁을
내니 원! 누가 당신을 해하려 한단 말이오. 이봐요, 나는 당신편이오. 당
신은 나에게 의혹을 품고 있지만 나는 당신을 믿고 있소. 지금은 우리가
슬퍼할 때가 아니오. 우리는 즐겁게 놀기 위해 잔치를 벌였소. 그런데
당신은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기는 커녕 갑자기 이처럼 우울한 얘기를 꺼
내어 우리에게 근심을 주려고 하다니 창피한 줄 아시오.

여호와경외 : 임마누엘 왕자께서 영혼성을 떠나셨으니 나는 당연히
슬퍼할 수 밖에 없소. 거듭 말하지만 그는 떠나 버렸고 그를 몰아낸 사
람은 바로 당신이오. 실제로 그분은 영혼성의 장로들에게 떠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리셨소. 그분이 진노한 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 하셨겠
소?


영혼성의 유지들과 주민 여러분, 내 말을 잘 들으시오. 당신들이 점차
왕자를 배척함으로 말미암아 그분도 서서히 여러분을 떠날 수 밖에 없었
지만 그분이 얼마 동안 당신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이라도 당신들이 그
상황을 빨리 깨닫고 회개했다면, 그분과의 관계가 회복될 수도 있었을
것이오. 그런데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분의 분노와 심
판의 조짐을 두려워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안 그분은 결국
영혼성을 떠나가셨소.
나는 그분이 가시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이제 당신들의 힘은
이미 쇠잔해져서 마치 어깨까지 길었던 머리카락을 잃어버린 사나이처럼
되어 버렸소. 이제 와서 당신들이 잔치를 베푼 이 집 주인과 더불러 새
로운 마음가짐으로 예전 상태를 회복하려고 해도 임마누엘 왕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소. 결국 사랑하는 그분이 당신들을 떠나갔으니 당신
들의 즐거운 잔치는 탄식으로 바뀌고 당신들의 쾌락은 통곡으로 바뀌어
야 마땅하오.

그 때 여호와경외의 얘기를 듣고 있던 양심 경이 깜짝 놀라면서 얘기했
다.

“형제들이여, 여호와경외씨의 말은 참으로 사실이오. 나 또한 오랫동
안 왕자님을 뵙지 못했고 그것이 언제부터인지 그 날짜조차 기억하지 못
하겠소. 여호와경외씨가 제기했던 질문에도 대답할 말이 없소. 정말 이
제 영혼성은 파탄에 떨어진 것 같소. ”


그러자 여호와경외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다시 영혼성에서 그분을 만나 뵙기 여려울 것이오. 실로
영혼성 장로들의 잘못 때문에, 그분의 은혜를 오만불손으로 갚은 우리들
때문에 그는 떠난 것이오. ”


이 말을 들은 양심 경은 식탁 아래로 쓰러져 마치 죽은 자처럼 일어나
지 못했다. 뿐만아니라 집 주인인 육신안일을 빼놓고는 잔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얼마 후 다소 기 운을 회복한 그들은 여호
와경외의 충고를 받아들려 그에 대한 최상의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육신안일은 그런 우울한 얘기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자리를 떠나 다른 곳을 가버렸다. 문제는 그들을 악한 길로 끌고 온 육신안일의 처리 문제와 임마누엘 왕자의 사랑을 회복하는 방안 모색으로 좁혀졌다.

그때 잊혀졌던 왕자의 가르침이 그들의 마음 속에 뜨겁게 다시 살아났
다. 바로 그것은 영혼성을 현혹시키기 위해 나타난 거짓 선지자들을 처라하
라고 했던 그의 명령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거짓 선지자임이 분명한 육신안
일을 체포하여 그와 그의 집을 함께 불태워 버렸다.

이 일을 마친 그들은 급히 임마누엘 왕자를 찾았지만 그를 찾을 수 없
었다. 그들은 여호와경외의 얘기가 사실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나 타락하고 사악했던 자신들의 행실을 되돌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는 그들이 섬기던 왕자께서 떠나가신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라
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자신들의 그릇된 행실을 뉘우친 그들은 대역사자를
찾아갔다. 그는 예언자이므로 임마누엘 왕자가 어디 계신지, 그리고 그들이
왕자에게 어떻게 탄원해야 하는지를 알려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
이다. 그러나 대역사자는 이 문제에 관한 상담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그
들의 방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애통의 날

이처럼 대역사자가 그들에게 얼굴을 보이지도 않고 해결책을 주지도 않
았기 때문에 영혼성은 더욱 우울하고 암울한 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비로소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달았고, 또한 육신안일
의 갖은 수다와 감언이설이 영혼성에 엄청난 해를 가져왔다는 것을 뼈저리
게 느꼈다. 그러나 그들은 이로 말미암아 그들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루어
야 되는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제 영혼성 주민들 사이에 여호
와경외에 대한 평판이 회복되어 그들은 진정으로 그를 선지자로서 존경하기
시작했다.

안식일이 되자 영혼성 주민들은 양심의 설교를 들으러 갔다. 그날 그의
설교는 마치 천둥 번개가 한꺼번에 내리치는 것처럼 주민들의 마음을 때렸
다. 그가 전한 내용은 요나 선지자가 성경에 기록했던 것으로 “무릇 거짓되
고 헛된 것을 숭상하는 자는 자기에게 베푸신 은혜를 버렸사오나 …”였다.
그의 설교에는 대단한 힘과 권위가 있어 좀처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설교가 끝난 후 영혼성 주민들은 도저히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들은 양심의 설교에 큰 감동을 받았지만 그 감동으로 말미암아 심적 고통이 점점 커지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양심은 영혼성 주민들의 죄만 드러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죄를 느꼈기 때문에 그들 앞에서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제가 그렇게 사악한 일을 저지르다니, 저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입니
까? 왕자께서 영혼성 주민들에게 그의 법을 가르치시기 위해 저를 부목
사로 임명하셨는데 저 자신마저 육신안일에게 빠져 주정뱅이로 살았고
오히려 남들보다 빠르게 죄악을 행해 달려가다니! 또 이러한 죄가 제 관
할 구역 내에서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막기는 커녕 영혼성 주민들
이 그러한 죄에 빠지는 것을 보고서도 방관하여 결국은 임마누엘 왕자를
성밖으로 내쫓아 버리고 말았소이다. ”


이 말을 하고 난 뒤 그는 영혼성의 유지들과 장로들을 모두 책망하였으
므로 그들은 괴로워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 즈음 영혼성 내에는 무서운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셨고 거의 대부분
의 영혼성 주민들이 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장군들과 병사들 역시 오랫
동안 병마에 시달렸다. 당장 원수들이 침입해 들어오면, 그들을 대처해서
싸울 만한 준비가 전혀 갖추어 있지 않았다. 이제 영혼성 거리에서는 창백
한 얼굴에 나약한 손과 떨리는 무릎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수 많은 사람
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신음 소리와 숨이 막혀 헐떡러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인사 불성의 사람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임마누엘 왕자가 그들에게 주었던 흰옷은 형편없이 더러워져서 어떤 옷
들은 헤지고 어떤 옷들은 찢어져서 엣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이들
은 입는 둥 마는 둥하여 덤불 숲을 지날 때면 나뭇가지에 걸려 벗겨질 정도
가 되었다.

이렇게 가련하고 비참한 상태를 얼마 동안 지내자 양심은 금식일을 정
하여 영혼성 주민들이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해
회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그날 보아너게 장군에게 설교해 줄 것을 요
청하자, 보아너게 장군은 기꺼이 수락했다.

금식일에 있었던 보아너게 장군의 설교 주제는 “찍어 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느냐?”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강력한 어조로 설교를 했다. 그는 우선 그 주제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바로 무화과 나무가 실과를 맺지 못했기 때
문이라고 말하고, 그 구절이 함축하고 있는 회개라든가, 완전한 폐허에 대
해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말은 샤다이 왕의 권위로 전달되었음을 밝히고
몇 가지 요점을 설명한 후 설교를 마쳤다.

설교 주제가 아주 시기 적절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설교를 듣는 동안
가련한 영혼성 주민들은 부들부들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설교도 전
번 설교와 마찬가지로 영혼성 주민들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호았다. 참으로
이번 설교는 지난 번 설교로 인해 휘저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일깨워
주었다. 이제 영혼성 어디를 가도 애통해 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설교를 듣고 난 영혼성 주민들은 함께 모여 자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
야 될 것인가를 상의했다. 양심이 말했다.

“내 이웃인 영호와경외와 의논을 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전에도 그가 우리보다 먼저 왕자님의 마음을 밝히 이해했기 때문에 비록 우
리가 다시 선해질려고 하는 이 시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오. ”


그래서 그들은 여호와경외를 부르러 사람을 보냈다. 그가 바로 나타나자
그들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그의 의견을 물었다.

“마음이 상하신 임마누엘 왕자에게 과거의 잘못을 참회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냅시다. 그러면 사랑과 은혜가 많으신 그분께서는 노를 푸시고
우리들에게 다시 돌아오실 것입니다. ”


영혼성 주민들은 여호와경외의 말을 듣고 모두 그의 의견을 받아 들여
즉시 탄원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누가 탄원서를 가져갈 것인지가 문제였다.
결국 그들은 시장이 가져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시장은 임무를 맡아 임마누엘 왕자가 거하고 있는 샤다이 왕의 궁성을
향해 길을 떠났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성문은 닫혀 있었고, 경비도 또한
철통 같았다. 그는 성문 밖에서 오랫동안 서성대다가 경비대로 가서 자신이
누구이며 무슨 용건으로 왔는가를 말하고 이를 왕자에게 보고해 달라고 요
청했다. 그러자 한 병사가 샤다이 왕과 임미누엘 왕자에게 가서 영혼성의
시장이 궁성 밖에 와 있으며, 온 용건이 무엇인지도 함께 보고했다.

그러나 왕자는 내려오기는 커녕 성문을 열러 주라는 허락조차 하지 않았다.

“전에는 내게 등을 돌리더니 어려움이 닥치니 이제서야 구원을 요청하
는구나. 그대들이 육신안일을 지도자로 삼았으면 그에게 물으라. 어찌하여
편안할 때에는 옆길로 빠지고 어려움이 닥치면 나를 찾는가? ”


이 말을 전해 들은 시장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왕자의 그 같은 말은
그를 당황하게 하였고 그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제서야 그는
육신안일과 같은 디아볼로스의 부하와 사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임마누엘 왕자로부터 어
떠한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을 쥐어뜯고 눈물을 흘리
면서 가련한 영혼성으로 돌아왔다.

명철 경이 영혼성 가까이에 도착하자, 성의 유지들과 장로들이 성밖까지
마중나와 궁성에서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물었다. 명철 경의 울먹이는 답
변을 들은 그들은 모두 큰 소리로 통곡하고 말았다. 장로들과 유지들이 머
리에 재와 티끌을 날리며 굵은 베로 허리를 두르고 성안 곳곳을 울부짖으며
돌아다니자. 그 광경을 본 다른 영혼성 주민들도 모두 통곡하였다. 그날은
영혼성에 있어서 견책과 애통의 날이자 비탄의 날이었다.

얼마 후 그들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들은 먼저 번처럼 여호와경외에게 또 자문을 구했는데 그는 지난 번에 했던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으며 샤다이 왕의 궁성에서 있었던 일로 그렇게
실의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탄원서를 보낼 때마다 왕자가 침묵이나
꾸짖음으로 응할지라도 참고 또 참는 것이 지혜로운 샤다이 왕이 원하는 것
이니 응답이 있을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혼성 주민들은 다시 용기를 내어 샤다이 왕의 궁성으로 사자를 보냈
다. 이제 매일 매시간 영혼성의 사자들이 샤다이 왕의 궁성을 향해 말을 타
고 나팔을 불며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사자들은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으로 다시 돌라오기를 간구하는 탄원서를 지니고 있었다. 어떤 이들
은 궁성에서 영혼성으로 되돌아오고, 또 어떤 이들은 영혼성에서 궁성으로
출발하느라 영혼성에서 샤다이 왕의 궁성으로 가는 길이 사자들로 메워질
지경이었다. 이런 일들은 겨우내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속에서 계속되었다.


되살아나는 암투

한편, 영혼성에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는데, 그들은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점령했을 당시 그와 함께 입성했던 자들이거나 영혼
성 주민들과 디아볼로스 부하들간의 비합법적인 잡혼으로 생겨난 자손들이
었다. 이들은 간음[Fornication], 간통[Adultery], 살인[Murder], 진
노[Anger], 호색[Losciviousness], 사기[Deceit], 악한 눈[Evil Eye], 신성
모독[Blasphemy], 탐심[Covetousness] 등으로 이들 외에도 많은 디아볼
로스의 부하들이 여전히 성벽이나 영혼성 주변에 거하고 있었다.

이들은 호시탐탐 영혼성을 파멸시킬 궁리를 하고 있었으므로 임마누엘
왕자는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을 모두 체포하여 섬멸시킬 수 있는 권한을 자
유의지 경을 비롯한 영혼성 전체에게 위임했었다. 그러나 영혼성 주민들은
그 명령을 무시하고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을 체포하여 섬멸하는 일을 등한시
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은 점차 그들의 모습
을 드러내고 마침내는 영혼성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용기마저 갖게 되었
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주민들 중 몇몇은 디아볼로스의 부하들과 상당히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영혼성 주민들이 죄를 지음으로써 임마누엘 왕자가 몹시 심령이
상하여 스스로 떠나가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영혼성을 파멸시키기 위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일단 해악[Mischief]의 집에 모인 그들은 어떻게
하면 다시 영혼성을 디아볼로스의 수하에 둘 것인지를 의논했다.

호색[Losciviousness]이 “최선의 방법을 아니지만 우선 성안에 사는 우리 편 중 몇몇이 위험
을 무릅쓰고서라도 주민들의 하인으로 들어갑시다. 그렇게 해서 주민들
이 우리를 받아주기만 한다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더 쉽게 영혼성을
함락시킬 수 있다고 행각하오. ”라고 제의했다.

그러자 살인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금 상황으로 그것은 무리입니다. 영혼성 주민들은 이미 우리들의
동료인 육신안일에게 걸려들었다가 임마누엘 왕자가 떠나는 바람에 신경
이 예민해져 있으니 이런 일을 우리가 다시 행하면 그들은 몹시 분개할 것이오. 그들은 현재 오직 임마누엘 왕자와 화해하는 길만을 찾고 있소.
더구나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기만 하면 어디서든지 우리를 잡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하오. 그러므로 우리는 뱀
처럼 지혜로워야만 하오. 우리가 죽게 되면 그들에게 아무런 해도 입힐
수 없소. 우리가 살아남아야만 그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오. ”


이와 같이 그 문제에 대해 이러저리 궁리하던 중에 누군가가 “우리의
의도를 디아볼로스에게 알리고 이 문제에 대해 그의 자문을 구합시다. ”


라고 말하자 결국 디아볼로스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그 편지에 영
혼성의 현 상태와 임마누엘 왕자가 얼마나 마음이 상했는가를 상세히 썼다.

땅 밑에 거하시는 우리의 위대한 주, 디아볼로스님께.

오, 위대한 아버지시며 전능한 디아볼로스 왕이시여! 반역의 영
혼성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저희들은 당신으로부터 생명을 부여 받
고 당신의 손으로 양육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혼성 주민들
이 당신을 헐뜯고 비난하는 것을 방관할 수 밖에 없고, 당신께서 오
랫동안 영혼성에 부재하심으로써 우리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괴롭습니다.

저희가 당신께 이 편지를 보내는 것은 형혼성이 또다시 당신의
거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
리가 희망을 갖고 있는 이유는 임마누엘 왕자의 마음이 영혼성에서
상당히 멀어져 스스로가 그들을 떠나갔기 대문입니다. 영혼성 사람
들은 임마누엘 왕자에게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어 그를 돌아오게 하
고자 노력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영혼성 주민들 사이에 무서운 전염병이 번져서 많은 주
민들이 기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무서운 전염병은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혼성의 유지들이나 장군들을 비롯한 상류 사회
에도 번져 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그들이 큰 죄를 짓고, 무서운 병
에 걸려 있으므로 영혼성은 다시 당신의 손아귀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영혼성을 다시 한 번 정복할 의사가
계시다면, 전갈을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은 영혼성 함락을
위해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당신 보시기에 합당치 않으시다면 당신의 뜻을 적어 보내 주십시오. 저희 모
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당신의 권면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영혼성에 거처하고 있는 해악의 집에 면밀히 상의한 끝에 친필로
상기 내용에 서명합니다.

이 편지를 가지고 지옥문 언덕[Hell-Gate Hill에 도착한 불경건
[Profane]은 놋문을 두드렸다. 그는 문을 열어 준 수문장[Cerberus] 9에게
영혼성에 있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보낸 편지를 건네 주었다. 수문장은
그것을 안으로 가지고 들어 가서 그의 주인 디아볼로스에게 올리면서 다음
과 같이 말했다. “주여, 영혼성에 사는 우리의 진실한 친구들로부터 소식이
왔습니다.”


이 말이 있자마자 바알세불, 루시퍼, 아폴리온[Apollyon] 10 등 디아볼로
스의 부하들이 곳곳에서 우르르 몰려나와 영혼성에서 온 소식이 무엇인가를
듣고자 하였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수문장도 옆에 지켜 서 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자 그 내용이 삽시간에 주위로 퍼져나갔다. 디아볼로
스는 죽음의 종소리를 끊임없이 계속 울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디아볼로스
의 부하들은 영혼성을 다시 함락시킬 수 있다는 소식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
고 기뻐 날뛰었다. 그 종소리를 “영혼성이 우리와 함께 살고자 한다. 영혼
성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라 ”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디아볼로스 잔당들
은 종이 울리는 동안, 영혼성을 재점령하겠다고 제각기 다짐했다.

소란스러움이 정리되자 디아볼로스 잔당들은 다시 모여 영혼성에 있는
그들의 친구들에게 보낼 회신에 대해 상의했다. 각자 의견이 분분했다. 서
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낀 그들은 디아볼로스에게 그 일을 전적으로 맡겼고,
디아볼로스는 불경건 편으로 영혼성에 남아 있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답신을
보냈다.

“영혼성에 살고 있는 귀하고 용감한 나의 백성들에게.
영혼성의 통치자인 나, 디아볼로스는 우리의 명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에서 영혼성을 다시 정복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지닌 모험심, 음모, 술책 등이 성공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나의
사랑하는 백성과 제자들이여, 그리고 간음, 간통 및 그 밖의 사람들
이여! 이 쓸쓸한 굴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우리는 너희들의 편지를
받아 보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 기쁨과 만족을 알리기 위해 기쁨
의 종소리를 울렸다. 우리는, 아직도 영혼성에 살아 남아서 영혼성
을 멸망시키려는 복수심을 키워온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
무나 감격했다.

또, 영혼성 주민들의 타락 때문에 임마누엘 왕자가 마음이 상해
서 떠나가 버렸다는 소식은 우리를 한량없이 기쁘게 했다. 그들이
무서운 병에 전염되었다는 소식도 우리를 기쁘게 하였다. 이 일은
너희에게 건강과 힘과 활력이 되는 것이다. 영혼성을 다시 한 번 우
리의 손아귀에 집어 넣게 된다면, 우리는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 받
게 될 것이다. 그대들의 용감한 출발이 바람직한 결실을 할 수 있도
록 우리는 지혜, 교활, 술책, 그리고 무시무시한 계략들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

우리는 불시에 영혼성에 들이닥쳐 모든 적들을 처치하고 그대들
을 영혼성의 자오들과 장군으로 임명할 터이나 이것이 그대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다시 영혼성을 점령하게 되면 그 후로
는 절대 추방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그대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예전보다 더 강한 병력으로 영혼성을 다시 장악하게 되면 영
혼성 주민들은 영원히 우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고 임
마누엘 왕자가 공시한 율법서도 나와 있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더욱 우의해서 영혼성의 동정을 살피고 허점
을 간파하도록 전력을 다하라. 영혼성 주민들을 더욱 더 병들게 하
고, 영혼성을 장악하는데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우
리에게 알려 주기 바란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헛되고 방종한 생활
을 계속 하도록 설득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의심과 절망에 빠지
도록 유혹할 것인지, 아니면 자만[Pride]과 허영[Ostentation]의 화
약으로 영혼성을 폭파시킬 것인지, 이들 중에 그대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전해 주기 바란다.

용감한 나의 부하들과 지옥의 참아들들이여, 그대들은 우리가 영
혼성 밖에서 공격 채비를 갖추는 동안 성안에서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바란다. 나는 그대들의 계획과 우리 모두의 욕망이 부디 성공하
길 바란다. 영혼성의 대왕이자, 그대들의 위대한 군주인 나 디아볼
로스의 간절한 소망이다. 지옥의 모든 축복을 그대들에게 하사한다.

이제 나 디아볼로스는 어둠의 모든 권세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내용의 공문을 불경건 편으로 영혼성에 있는 우리의 군사들에게 보
내노라.”

이 편지는 불경건 편에 다시 영혼성으로 보내졌다. 불경건을 영혼성에
도착하자 마자 곧장 해악의 집으로 갔다. 디아볼로스 잔당들은 안전하게 돌
라온 불경건으로 보고 대단히 기뻐했다.

불경건은 디아볼로스의 편지를 그들에게 주었다. 그들은 그 편지를 일고
난 후, 그 내용을 생각할 수록 기쁨이 커져감을 느꼈다. 그들은 불경건에게
디아볼로스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불경건이 대답했다. “그쪽에 있는 사람
들은 모두 무사합니다. 여러분께서도 편지를 읽어서 잘 아시겠지만, 그들은
여러분의 편지를 읽고서 그 기쁨을 표헌하기 위해 종까지 울렸습니다. ” 그
들은 편지를 다 읽고, 그들의 작업을 디아볼로스가 격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어떻게 하면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계획을 세웠다.
우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영혼성 주민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하자는
데에 합의를 보았다.

위장 침투

다음은 어떤 방법으로 영혼성을 전복시킬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들 서로
간에 의견이 상반되자 사기[Deceit]가 일어나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다.

땅 밑에 살고 있는 우리 친구들, 상관들 그리고 지존자들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안을 제의했습니다.
첫째, 영혼성을 방종하고 허무하게 만들어서 멸망하게 유도하는 것.
둘째, 영혼성 주민들을 의심과 절망에 빠지도록 할 것.
셋째, 자만과 허영의 화약으로 영혼성을 폭파시키도록 전력을 다할

것.
우리가 영혼성 주민들을 자만심에 빠지도록 하거나 방종하도록 하는 것
도 효과가 있겠지만, 더 큰 효과는 그들을 절망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임마누엘 왕자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면, 임
마누엘 왕자는 영혼성 주민들에 대하여 더욱 역겨움을 갖게 될 것이고,
뿐만 아니라 일이 잘만 풀리면 영혼성 주민들은 임마누엘 왕자에게 탄원
서를 보내는 것도 중단할지도 모르며, 도움과 지원을 간청하는 일도 중
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헛되이 구해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그들은 사기의 의견을 만장일치로 수락했다. 이 계획을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 옮기느냐는 문제에 대해서 사기는 다음과 같은 묘안을 제시했다.

우리 주의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려는
동지 여러분. 우리는 이제부터 변장을 하고 이름을 바꾼 후에 마치 먼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시장에 잠입해 들어가 영혼성 주민들이 하인으로
써 줄 수 있도록 사정하여 주인에게 충성하겠다는 시늉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영혼성 주민들이 우리를 고용하게 되면, 우리는 곧 바로 영
혼성 전체를 타락시키고 더럽혀서 임마누엘 왕자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
어, 결국에는 왕자가 그의 입에서 그들을 토해내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
게 되면 우리의 통치자이신 디아볼로스께서는 쉽게 영혼성 주민들을 집
어 삼킬 수 있으며, 주민들은 스스로 우리 주의 먹이 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행동 강령이 제시되자 디아볼로스의 하수인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였고, 그들 모두는 이 어려운 일을 수행하기 위해 앞장섰다. 하지만
성안의 디아볼로스의 부하 모두가 나선다는 것이 적당치 않았으므로 몇몇을
선정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탐심[Covetousness], 호색[Losciviousness],
진노[Anger]가 선출되었다. 탐심은 신중절약[Prudent-Thrifty], 호색은 희
희낙락[Harmless-Mirth], 진노는 열심[Good-Zeal]이라는 가명으로 위장
했다.

장날이 다가오자 그들은 마치 세 명의 일 잘하는 일꾼처럼 꾸미고 잠입
해 들어갔다. 그들은 영혼성 주민들이 입은 흰 세마포와 비슷한 흰 양 가죽
옷을 입고 영혼성 주민들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장터에 가서 영혼성
주민들의 하인이 되겠다고 자청하자마자 그들 모두는 즉시 채용되었다. 일
체의 급료를 받지 않고 주인들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마음[Mind]은 신중절약을 고용했고, 여호와경외는 열심을 고용했다. 그
러나 이즈음 영혼성은 사순절(四旬節) 기간이었기 때문에 희희낙락은 얼마
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둥거려야 했다. 그러나 사순절이 지나자 자유의지
경이 희희낙락을 자신의 시종 겸 하인으로 채용했다. 이리하여 셋 모두가
일 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 부랑자들은 영혼성 주민들의 집에 들어가게 되자 즉시 엄청난 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곧 추악하고 간교하며 교활한 수법으로 그 집안 식구들을
타락시켰다.

뿐만 아니라 집 주인도 상당히 타락되어 갔다. 특히 신중절약과 희희낙
락은 더욱 활발히 공작을 펴나갔다. 열심이라는 가명을 가지고 나타났던 진
노는 그의 주인인 여호와경외에 의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열심이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호와경외가 눈치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안 진
노는 그 집을 급히 도망쳐 나왔다.

이 단계 전략

진노가 도망쳤다고 해서 그들이 계획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영혼성을 타락시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영혼성 밖의 동지들과 합세
해서 영혼성을 함락시킬 시기를 궁리한 끝에 장날로 그 날짜를 정했다. 장
날은 영혼성 주민들에게 아주 바쁜 날로,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져도 그렇
게 크게 놀라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가 의심받지 않고서 우리 주 디아볼로스와 전우들을 도울
수 있을 테고, 또 실패해도 군중 속에 숨어서 탈출하는 것이 용이하다. ”고
그들은 생각했다. 이렇게 의견의 일치를 본 그들은 불경건을 통해 디아볼로
스에게 또 한 통의 편지를 전달했다.

영혼성과 그 주변의 토굴, 동굴 등에 살고 있는 당신의 부하들이 위

대하고 고매하신 디아볼로스님께 또다시 글을 올립니다.

우리의 위대한 군주시자 생명의 공급자이신 디아볼로스여! 당신이

우리의 뜻을 수락하시고 영혼성을 파멸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계획을 적

극 도와 주시는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선한 일을 보면, 언제

어디서든지 대항하여 싸우지 않고는 못 배기를 우리들의 이 기쁨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영혼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한 우리의 음모를
당신께서 격려해 주시니 저희들은 걱정이 없습니다. 원수들이 우리의 코
앞에서 죽거나 동망치는 것을 보는 것만큼 기쁘고 유익한 일은 없을 것
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일을 해내기 위해 계속 함께 모여 가장 음흉
한 꾀를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편지에서 제의하셨던 당신의 세 가지 계획 안은 간
결하지만, 소름끼칠 정도로 교묘한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혼성 주
민들을 자만과 허영의 화약으로 폭파시키거나 그들을 유혹하여 방종함과
허무함에 빠지도록 하는 것도 효과가 있겠지만, 그들을 절망의 늪속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혔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구상했습
니다. 우선 우리들이 그들은 타락시킨 다음 약속된 시간에 당신이 최대
한 의 병력을 동원해 그들을 덮치는 것입니다. 영혼성을 공격하여 함락
시키는 데는 의심군대[ Doubters]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원수들을 전복시킨 다음, 지옥문을 열어서 절망에 빠진 그들을
그 안으로 떨어뜨리면 만사가 끝납니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보다 효과
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당신 부하 중 믿을 만한 세 사람을 영혼성에 잠
입시켰습니다. 어리석은 영혼성 주민들은 복장과 이름을 바꾼 그들을 멋
모르고 받아 주었습니다. 그 세 사람은 탐심, 호색, 진노입니다.

탐심은 신중절략이라는 가명으로 잠입하여 마음에게 채용됐는데, 마
음을 자기만큼이나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호색은 희희
낙락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유의지 경의 시종으로 채용되었는데, 그 또한
자유의지 경을 대단히 방종하게 만들었습니다. 열심으로 이름을 바꾼 진
노는 여호와경외가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까다로운 영호와경외의 비위를
거스리는 바람에 그의 집에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진노가 우리
에게 전해 준 바에 따르면, 만일 그가 여호와경외의 집에서 도망치지 않
았으면 여호와경외가 그를 교수형에 처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비록 여호
와경외의 호전성과 심술 때문에 진노가 실패앴다 할지라도 다른 두 사람
이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계획을 후진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결실할 수 있을 것 같습
니다.

다음 계획은 이번 장날, 영혼성 주민들이 자기 일에 바빠서 동분서
주하고 있을 때 당신과 우리가 힘을 합쳐 영혼성을 급습하는 것입니다.

장날에 그들은 분명히 방심하고 있을 것이고, 우리들로부터 공격을 받으
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방비가 허술한 틈을
타 공격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날, 당신이 영혼성 밖
에서 맹렬한 공격을 가하시면 영혼성 내에 있는 우리도 지원공격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영혼성은 완전히 혼란에 빠질 것이고, 우리들은 영혼
성 주민들이 혼란을 수습하기 전에 그들을 집어삼킬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께 이보다 더 좋은 묘안이 있으시면 속히 저희들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영혼성에 있는 해악의 집에서 우리의 군주 디아볼로스에게 불경건편
으로 이 글월을 올립니다.

성난 부랑자들과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영혼성을 황폐화시키기 위해
이같은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안, 영혼성 주민들은 슬프고 비참한 지경에
빠져 있었다. 그들이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를 너무나 비통하게 만든
것과, 그로 말미암아 원수들이 영혼성 내에서 활력을 되찾은 것은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었다. 게다가 영혼성 주민들은 샤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에
게 용서를 빌고 사랑을 되찾고자 탄원서와 함께 수많은 사자를 보냈는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며, 오히려 영혼성 내에 있는 디아볼로스 졸
개들의 술책과 교활함으로 그들의 장래는 더욱 암담해질 따름이었다. 전염
병 역시 여전히 영혼성 내에 만연해 있어 영혼성 주민들은 물론 장군들까지
도 병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원수들만은 얼굴에 생
기가 돌고 건강해져서 영혼성 주민들은 꼬리로 전락해 가는 반면, 그들은
머리로 부각되는 듯 싶었다.

그 즈음 디아볼로스의 처소에서는 불경건[Profane]이 편지를 가지고 와
수문장[Cerberus]을 만나고 있었다.

수문장 : 오! 친구여, 지옥문 언덕에 다시 오셨군요. 다시 만나서 참
으로 반갑습니다!

불경건 : 예, 나리. 영혼성 문제로 다시 왔습니다.

수문장 : 현재 영혼성의 상황이 어떤지 얘기 좀 해 주시오.

불경건 : 예, 나리. 우리에게는 아주 유리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바라
던 대로 그들의 신앙심은 극도로 타락했고, 그들은 임마누엘 왕자와 사
이가 아주 멀어졌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안방을 차지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영혼성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데
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외에도 영혼성에 살고 있는 우
리의 동지들이 영혼성의 유지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습
니다. 또, 질병이 영혼성 주민들 가운데 여전히 만연해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력해졌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가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수문장 : 그들을 공격하는 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겠군요. 그
일이 면밀하게 추진되어서 바라던 일이 바로 성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역적인 영혼성에서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가련한
우리의 동지들을 위해서라도 그 일은 진정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경건 : 영혼성의 동지들이 음모를 꾸미는 일에 밤낮 매달려 있었던
덕에 이제 그 일은 거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영혼성
주민들은 어리석은 비둘기 같아서 그들의 처지를 걱정하고, 머지않아 영
혼성이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문장 : 당신의 말을 다 듣고 보니 가능한 한 빨리 디아볼로스님을
만나 뵈는 것이 좋겠군요. 그분은 당신을 환영할 것입니다. 당신이 가져
온 편지는 이미 안으로 들여 보냈습니다.

지옥의 최고 회의

불경건이 안으로 들어가자 디아볼로스는 “나의 믿음직스러운 종이여, 어
서오게 그대의 편지를 받아 보고 참으로 기뻤네 ”하면서 그를 맞이했다. 그
의 부하들도 역시 기쁘게 불경건을 맞이했다. 불경건은 그들 모두에게 인사
를 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혼성이 우리의 소유가 되고, 당신은 영원 무궁토록 영혼성의 왕이
되시길 바라옵나이다. ”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움푹 들어가 입을 벌리고 있던 지옥 골짜기가 아주 크고 무시무시한 신음 소리(이것이 지옥의 음악이다)를 발하고, 그 주변
에 있는 산들은 금새라도 박살날 것처럼 흔들렸다. 그들은 편지를 다 읽고
난 후 어떤 답장을 보낼지를 상의했는데 루시퍼가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영혼성에 사는 우리의 동지들이 제시한 첫번째 계획안을 채택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즉, 그들이 영혼성을 더욱 더 타락시키고 더럽힐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옛 친구인
발람도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같은 계획
이 우리에게 금과옥조가 되어 이후에도 우리 모든 동지들에게 모범이 되
길 바랍니다. 이 방안을 무산시킬 수 있는 길은 오직 영혼성이 임마누엘
왕자로부터 은총을 받는 길뿐인데, 현재로서는 영혼성 주민들이 이 은총
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기 일에 무척 바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장날에 영
혼성을 공격하는 문제는 좀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생각
하는 모든 계획이 이 문제에 걸려 있기 때문에 만일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하면, 우리의 계획 전체가 실퍄하고 말 것입니다. 영혼성에 있는 우리
동지들은 장날이 매우 바쁜 날이어서 주민들이 무방비일 거라고 주장합
니다만 만일 그들이 무장을 배로 하고 삼엄한 경비를 펼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의 계획은 좌절될 것이며 영혼성에 살고 있는 우리 동지들도 피할 수 없는 파멸에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바알세불이 말했다.

“루시퍼 경께서 하신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의 추측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루시퍼 경이 자기 주장을 고집하
기 위해서 이 주장을 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그 문제에 관해 격
렬한 토론을 버리게 유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우리
의 음모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영혼성 주민들이 장날에 성문을 경비, 감
독하고 병력을 배가시킬 정도의 판단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 지의 여부
를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그 점을 알아 보고 그들이 여전히
방심하고 있는 상채로 밝혀지면 어느 날이라도 무방하겠지만 장날이 가
장 적당한 공격 개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말을 마치자 디아볼로스는 그것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알아볼 수 있냐고 물었다. 이 때 불경건에게 물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곧 불경건이 불려 들어왔다. 질문을 받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불경건 : 제가 알기로는 현재 영혼성은 주민들의 신앙심과 사랑이 부
패해져 임마누엘 왕자마저도 그들에게서 등을 돌려 버렸습니다. 그들은
다시 그를 데려오기 위해 탄원서를 거듭해서 보냈지만 그가 답신을 보내
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 영혼성 주민들은 그다지 회개하는 빛을 보
이지 않고 있습니다.

디아볼로스 : 그들에게 그처럼 회개하는 빛이 없다는 것은 기쁜 일일
세. 그러나 그들의 탄원이 걱정되네. 하지만 그들의 방탕한 생활은 곧
그들이 탄원하는 일에 열성이 없다는 증거이니 그들에게 열성이 없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 자, 그대들, 논의를 계획하게. 난 더 이상 계획
을 바꾸지 않겠네.

바알세불 : 불경건이 언급한 대로 영혼성의 상황이 그렇다면 언제 영
혼성을 공격할 것인가는 문제될 것이 없으며, 그들의 기도나 군사력도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바알세불이 연설을 마치자 아폴리온이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은, 우리가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먼저 영혼성에 살고 있는 우리의 동지들이 영혼성 주민들을
계속해서 더럽히고 타락시켜 그들이 더욱 죄 가운데 빠지도록 해야 합니
다. 영혼성을 집어 삼키는 데에는 죄를 짓게 하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이 일을 성사시켜 효과를 보게 되면,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를
경외하는 것이나 탄원서를 올리는 일을 자연스럽게 중지하게 되고 그들
자신을 지키로 보호하기 위한 여타의 방법도 포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점점 임마누엘 왕자를 잊어버리고 그와 동행하는 것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또, 그들이 그런 식으로 살아가게 되면 왕자 역시 서둘러 그
들과 멀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신뢰했던 친구 육신안일은 단 한번의 속임수로 임마누엘 왕
자를 영혼성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러니 탐심 경과 호색 경의 힘이면
충분히 왕자를 영혼성 밖에만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군대를 보내어 영혼성으로 쳐들어 가기 보다는(우리들 중 두 세명을 영
혼성 주민들이 받아 주기만 한다면)더 많은 사람을 영혼성에 침투시켜
임마누엘과 주민들 사이를 떼어 놓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들은 영혼성을 우리의 소유로 만드는 큰 일을 해낼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혼성에 있는 동지들의 첫번째 계획 안에 상상을 초월하
는 온갖 술책을 동원하여 단기간 내에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더 많은 자들을 변장시켜서 영혼성에 보내 주민들을 농락해야 합니
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영혼성 주민들과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게 된다 해도 그들이 죄를 지으면 지을수록
우리에 대한 저항력이 그만큼 약해지므로 그들을 정복하기는 더욱 쉬워
질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에 임마누엘 왕자가 그들에게 다시 돌아온다하
더라도 동일한 방법으로 그와 그들 사이를 또다시 떼어 놓을 수 있을 거
입니다. 즉, 임마누엘 왕자가 처음에 그들을 떠나갔던 이유가 그들이 죄
를 범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그들이 또다시 죄를 범하게 되면, 이번에
는 영원히 그들을 떠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때는 임마누엘 왕자가 공성추, 투석기, 그리고 그 휘
하의 장군들과 병사들마저 함께 떠나게 될 것이므로 영혼성은 완전히 무
방비 상태가 될 것입니다.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을 완전히 떠나갔음을
깨닫게 되면, 주민들은 다시 우리에게 성문을 열어 주고 옛날처럼 우리
를 섬기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 일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
에 큰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이 말을 마치자마자 디아볼로스는 적의를 가라 앉히면서 말했다.

“지옥의 권세들과 나의 신뢰하는 동지 여러분, 나는 여러분들의 길고
도 장황한 얘기를 들으면서 참느라고 혼이 났소. 나는 분통이 터지고 속
이 답답하여 애를 먹었소. 영혼성을 재탈환하고 싶은 생각에 일의 경과
가 어떻게 나타나든지 간에 우리의 계획이 지체되는 것을 더 이상 관망
할 수 없소.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만족할 줄 모른 내 마음의 이 깊은 구덩이를 채워야만 하겠소. 그러므로 여러분의 지혜와 용기와 도움을 입어 나의 영혼성을 되찾고자 하오 ”


지옥의 권세 잡은 자들은 가련한 영혼성을 집어삼키려는 욕망이 이글이
글 타오르는 디아볼로스를 보고는 더 이상 반대를 못했다. 그들은 아폴리온
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영혼성을 훨씬 더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어쨌든 전력을 다해서 디아볼로스의 뜻대로 움직일 것을 다
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디아볼로스와 함께 전쟁에 참가할 때, 어떻게
그를 도와야 할 줄 전혀 모르는 채 무조건 전력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기 때
문에,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공격할 때 어떤 병력을 어느 정도 투입할 것
인가에 대해 의논을 시작했다.

의심군대[Doubters]

얼마간의 토론을 거친 후, 영혼성에 있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제의한
대로 무시무시한 의심군대를 원정 군대로 택하기로 결론을 내력다. 병력은
이만에서 삼만사이가 가장 알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위 대표자들로 구성
된 지옥의 최고 회의에서는 즉시 북을 쳐서 지옥문 언덕[Hell-gate Hill]에
인접한 의심의 나라[Land of Doubting]에 살고 있는 의심군대의 병사들을
모으도록 결의했다. 또, 지옥의 고위 대표자인 자신들도 디아볼로스와 함께
참전하여 끝까지 병사들을 진두 지휘하기로 다짐했다.

토론이 끝나자 불경건이 돌아오기만을 학수 고대하고 있는 영혼성의 디
아볼로스의 부하들에게 그들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방법과, 이를 신속하게
실행코자 하는 그들의 의도를 알려 주기 위해 답신을 써서 보냈다. 편지 내
용은 다음과 같다.

어둡고 답답한 지옥굴[dungeon of hell]에 살고 있는 우리는, 영혼

성을 정복하려는 그대들의 위대한 음모와 관련하여 우리의 가장 사악한

응답을 학수 고대하고 있는 믿음직스러운 동지들에게 다음과 같은 회신

을 보낸다.

우리가 매일 자랑하는 우리의 친구들이여, 우리는 그대들의 활동을

보며 내내 즐거웠소. 우리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불경건 편에 그대들의

귀한 서신을 받았소. 우리가 그 편지를 읽고서 그대들의 주도 면밀함에 탄복하자 움푹 들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우리의 거처지, 지옥 골짜기도 기쁨에 넘쳐 무시무시한 고함 소리를 내고, 지옥문 언덕을 둘러싸고 있
는 산들마저도 그 소리에 놀라 휘청거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박살날 뻔
했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바이오. 우리를 도와 영혼성을 정복하고자 그
대들이 머리를 맞대어서 짜낸 그 엄청난 간교함과 우리에 대한 그대들
의 의리 또한 칭찬해 마지 않소. 여러분은 반역적인 영혼성 주민들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을 고안해 내었소. 지옥굴에서 온갖
지혜를 다 짜낸다 해도 그 보다 더 나은 방법은 생각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오. 그러니 그대들이 전해 준 제안들을 보고 나서 우리가 할 수 있
는 일이라고는 그것들은 찬성하고 격찬하는 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
소. 심오한 술책을 고안해낸 그대들은 격려해 주기 위해 알려 주고 싶
은 것이 있소. 이 지옥굴의 고위 대표자들과 권세자들이 모인 총회의
비밀 회의에서 그대들의 계획안에 대한 토의가 있었는데. 결국 우리들
은 그 반역적인 영혼성을 기습 공격하여 점령하는 데에는 그대들의 계
획보다 더 낫고 적절한 방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소.

이런 이유로 그대들이 제의한 계획과 상치되는 모든 주장들은 일축 되었고, 디아볼로스 왕께서도 그대들의 안건만을 고집하셔서 그대들의 계획안을 당장 실행에 옮기라고 독촉하시고 있소.

그래서 강하시고 격렬하시고 잔인하신 디아볼로스 왕은 그대들을 안
심시키고 반역적인 영혼성을 멸망시키기 위해 의심병사들을 모집하시는
중이오. 그들은 모두가 용감하고 강인한 사람들로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전쟁 나팔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오. 디아볼로스 왕
께서는 마음과 정신이 완전히 이 일에 몰입되어 가능한한 신속하게 일
을 마무리 짓고자 노력하고 계시오. 그대들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충성
을 다했고, 또한 우리에게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니 이제는 우리
의 계획을 실천에 옮겨 주길 바라오. 이 일을 수행함으로써 그대들은
결코 실패하지 않고 승리할 것이며 우리는 그대들을 영혼성의 우두머리
로 세울 것이오. 또, 한 가지 꼭 빠뜨리고 싶지 않은 사항이 있소. 그
것은, 그대들이 온갖 힘과 교활, 재간을 발휘하여 영혼성 주민들을 현
혹하여 머지않아 그들 전체가 더 많은 죄와 사악함을 저지르도록 유도
해 결국은 죄가 장성하여 사망에 이르는 단계까지 끌어갈 수 있도록 노
력해 주기를 바라오. 우리가 이것을 요청하는 이유는 영혼성 주민들이
더 타락하고, 더 많은 죄를 지으며 난리를 피울수록 임마누엘 왕자가 나타나는 일이나 다른 방법으로 구원시키는 일이 더욱 지체될 것이고,
또 우리가 공격을 시도하더라도 그들의 저항력이 훨씬 약화되기 때문이
오. 실로, 그들이 범한 죄 때문에 샤다이 왕이 그들을 돌보아 주는 일
에서 손을 떼고, 그의 장군들과 병사들, 그리고 그의 투석기와 공성추
까지도 모두 철수하게 되면 영혼성 주민들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자연히 우리에게 성문을 개방하게 되고 우
리의 종으로 전락하는 수밖에 없소. 그러므로 우리는 영혼성을 불시에
습격하여 아주 수월하게 전복시킬 수 있으리라 믿소.

영혼성의 공격 날짜에 관해서는 우리 역시 장날이나 장날 밤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요.
그러나 모든 준비를 끝내고 우리를 기다리다가 성밖에서 우리가 북소리
를 요란하게 울리면 성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오. 그러면
영혼성은 진퇴 양난에 빠져 어디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갈팡 질
팡하게 될 것이오.

루시퍼 경, 바알세불 경, 아폴리온 경, 레기온 경과 나머지 수뇌들
도 우리 주 디아볼로스와 더불어 그대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우리가 현
재 바라는 바와 동일한 결실과 성공을 그대들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소. 그대들의 놀라운 번영을 기대하면서 무서운 지옥굴에 살고
있는 우리와 수 많은 군단들이 그대들에게 안부를 전하오.

불경건은 돌아가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편지를 들고 올라와 지옥굴 입구에 당도했다. 수문장은 그를 보자마자 영혼성 문제와 관련해서 지옥굴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었는지를 물었다.

불경건 :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일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가 가
지고 간 편지 내용에 대해 지옥굴의 모든 수뇌들이 열렬히 지지했기 때
문에 빨리 영혼성에 돌아가서 우리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줘야겠습
니다. 영혼성의 동지들에게 이 품속에 간직한 답장을 건네 주면 그들은
대단히 기뻐할 것입니다. 이 편지는 전력을 다해 그들의 계획을 추진시
키고, 또 우리 주 디아볼로스 왕이 영혼성을 포위할 때를 맞추어 영혼성
내에서도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으라고 독려하는 내용입니다.

수문장 : 디아볼로스 왕이 친히 영혼성을 공격하겠다고 하셨나요?

불경건 : 예, 물론입니다. 더구나 그는 의심의 땅에 배치되어 있던 이
만 명 이상의 강인한 의심 병사를 전쟁 용사로 뽑아 그들을 그 원정대에
편입시켜 데리고 올 예정입니다.

수문장 : 영혼성을 공걱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다니 ……
“나를 선봉장으로 임명해서 천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가게 허락해 준다
면 영혼성을 점령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울 자신이 있는데 ….”


불경건 : 내가 보기에 당신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아볼로스 왕은 용감하고 건장한 자들만 데려 가시려고 하는데 당신은
그에 마땅한 패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일이 시간을 다투는 일이므로
그만 가 봐야겠습니다.

수문장 : 아, 그렇게 하시오. 이 지옥굴이 당신에게 제공한 모든 악을
마음에 지니고 서둘러 영혼성으로 돌아가시오. 그리고 우리 동지들이 모
여 음모를 꾸미고 있는 해악의 집에 당도하면 그들에게 말해 주시오. 지
옥굴 수문장도 그들의 일에 합세하길 원하며 허락만 있으면 영혼성을 무
찌르기 위해 의심 군대와 함께 가겠다고 말이오.

불경건 :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영혼성에 살고 있는 동지들도 당신
말을 들으면 기뻐할 것이며, 또 당신을 만나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마친 불경건은 수문장과 작별을 했다. 수문장은 디아볼로스
의 사악한 계획이 성공하길 거듭 빌면서 영혼성의 동지들을 어서 빨리 만나
보기를 기대한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영혼성으로 돌아온 불경건은 전처럼 곧바로 해악의 집으로 가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학수 고대하고 있던 그의 동지들을 만났다. 그는 편지를 그들
에게 건네 주면서 안부의 말을 곁들였다.

“지옥굴에 사는 고매하고 힘센 권세자들과 지도자들이 여러분들에게
안부를 전했습니다. 우리의 군주이신 디아볼로스께서는 영혼성을 되찾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 하고 있습니다.”

통 찰[Mr. Prywell]

한 편, 영혼성은 주민들의 죄로 말미암아 왕자가 떠나가 버리는 바람에
이제 지옥의 세력들에 의해 완전히 멸망되력 하는 단계까지 와있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어느 정도 자신들의 죄를 알고 있긴 했지만 그들의 마
음은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거의 휘어 잡고 있었다. 그들은 절규했지만 임
마누엘 왕자는 이미 떠나 가 버린 후였고, 이제 와서 아무리 울부짖어도 그
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더구나 영혼성 주민들로서는 그분이 영혼성으로
다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인지의 여부조차 판가
름하기 어려웠고, 원수들의 세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영혼성을
무찌르기 위한 그들의 음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탄원서를 임마누엘 왕자에게 보냈지만 왕자는 묵묵부
답이었다. 그들은 회개하는 일을 점점 게을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디아볼로
스가 노리는 바였다.그들이 마음 속에 죄악을 품고 있는 한 그들의 왕은 그
들의 기도를 결코 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디아볼로스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더욱 악해졌고 그들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과
도 같았다. 그들은 샤다이 왕에게 도와달라고 울부짖었지만 그들의 마음 속
에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들어 앉아 있었기 때문에 샤다이 왕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진정 영혼성은 선과 악이 혼합되어 있는 것 같
았다. 디아볼로스의 부하들과 영혼성 주민들이 함께 거리를 걸어다녔다. 영
혼성 전역에 전염병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화해하기를 원했
다. 영혼성 주민들은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을 대항해서 싸운다는 것이 무가
치하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영혼성의 허약함은 원수들에게 힘이 되었고, 영혼성의 죄악들
은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에게 이익이 되었다. 이제 영혼성에 사는 원수들은
영혼성 함락을 공언하기 시작했다. 영혼성 주민들과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양쪽 다 영혼성의 주민들인 것 같았다. 사실 디아볼
로스의 부하들의 수는 많이 늘어나서 세력이 강해진 반면, 영혼성 주민들의
수는 상당히 줄었다. 영혼성에 만연한 전염병으로 인해 천 명 이상의 부녀
자들과 아이들이 죽어 갔던 것이다.

영혼성에는 영혼성 주민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통찰[Prywell]이었다. 그는 영혼성을 전복시키기 위한 어떤 음모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항상 영혼성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는 항상 경
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나 혹은 외부의 세력에 의해
영혼성에 어떤 재앙이 오지 않을까 늘 염려하고 있었다. 그날도 통찰은 평
상시와 마찬가지로 성안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디아볼로스의 부하들
이 모이곤 했던 타락 언덕[Vilehill]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그때 어디선가 얘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는 방이었다.) 그는 가만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집 한 채가 있었는데, 그 집의 처마 밑에서 엿
듣던 통찰은 얼마되지 않아 디아볼로스가 직접 영혼성을 공격할 것이며, 그
때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모든 영혼성 주민들을 칼로 베어 죽이고 샤다이
왕 휘하의 장군들도 섬멸시켜 모든 병사들은 영혼성 밖으로 내쫓는다는 내
용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음모를 성취시키기 위해 이만 이상의 병력을 준비
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그들 모두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
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통찰은 그것이 사실임을 재빨리 감지하고는 즉시 명
철 시장의 관사로 달려가 시장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시장은 즉시 부목사
를 오게 하여 그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영혼성 전역에 경계령을 선포하도록
했다. 대역사자의 마음이 아직까지 풀리지 않아서 양심 경이 그 역할을 대
신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목사인 양심 노인은 영혼성 전력에 경계령을
선포하고 설교 시간을 알리는 종을 쳤다. 영혼성 주민들이 몰려들자 부목사
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는 간단한 훈계를 하고, 통찰이
보내온 정보를 요지로 설교를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영혼성을 정복하기 위해 현재 디아볼로스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우리 모두를 하루만에 해치우려는 계획을
끝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이야기를
전해 준 장본인이 통찰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영혼성을 항상 사랑하는
침착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수다를 떤다거나 거짓을 유포하는 사람이 아
닙니다. 그는 매사에 핵심을 간파하고 오직 확실한 사실만을 얘기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내가 그분을 모셔올 테니 여러분이 그로부터 직접 이
야기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불려온 통찰이 영혼성 주민들에게 자신이 입수한 정보에 대해 정확하고 충분히 설명하자 주민들은 그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곧이어 양심 경은 통찰의 말을 뒷받침했다.

여러분, 우리는 당연히 그의 말을 믿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샤다이 왕을 노하게 했으며 임마누엘 왕자를 영혼성 밖으로 내쫓았습니
다. 그뿐만 아니라 디아볼로스의 부하들과 지나치게 친교를 맺으며 우리
가 받은 모든 은혜를 저버렸습니다. 그러니 영혼성의 안팎에 널려있는
원수들이 우리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이 못됩니다. 그
일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지금처럼 좋은 때가 없을 테니까요.

지금 영혼성 전역에는 병이 만연해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허
약해져 있습니다. 또,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죽는 바람에
디아볼로스 부하들의 세력이 최근에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외에도 통찰
이 엿들은 바에 의하면 우리 영혼성을 파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느라
최근 디아볼로스와 그 부하들 사이에 수 차례의 편지 왕래가 있었다고
합니다.

통찰은 영혼성 주민들 앞에서 부목사가 지금까지 한 말이 모두 사실이
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영혼성 주민들은 이것이 부
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알게 되자 목놓아 통곡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
되자 그들은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깊이 후회했다. 그리고 샤다이 왕과 그의
아들에게 탄원서 보내는 횟수를 배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그 자리에 참석
하지 못한 장군들과 고급 지휘관들, 그리고 전쟁 용사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해서라도 건강을 되찾고 용기를 잃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아울러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포위 공격해 올 때를 대비해서 그들의 갑옷
을 정비하고 밤낮으로 전쟁 준비 태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계 강화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장군들은 영혼성을 참으로 사랑했으므로 있는 힘
을 다해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디아볼로스와 그의 부하들이 꾸미고 있는
대담하고도 무시무시한 영혼성 점령 음모를 무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
하기 위해 함께 모였다. 그래서 그들은 다음 몇가지 세부사항에 합의했다.

첫째, 모든 성문은 굳게 잠그고 경비들은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을 면밀
히 검문한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숨어 들어 영혼성을 멸망시키려
하는 주동자들을 색출, 즉시 체포한다.

둘째, 디아볼로스의 부하는 한 놈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기 위해 영혼성
구석구석까지 엄밀히 수색하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집안을 샅샅이
조사한다. 가능하다면 영혼성 주민들 중에서 디아볼로스와 내통하
고 있는 자들까지도 체포한다.

셋째,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영혼성 주민들을 발견
했을 경우, 누구를 막론하고 일벌백계에 입각하여 만인이 보는 앞
에서 참회토록 한다.

넷째, 금식일을 정하여 그날은 임마누엘 왕자와 만왕의 왕이신 샤다이
왕 앞에 영혼성 주민들이 범한 죄를 자백하고, 회개토록 한다. 또
한 그날에 자기 일에 전념하거나 영혼성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하는
자들은 모두 디아볼로스의 부하로 간주하여 처벌한다.

다섯째, 영혼성 주민들은 죄를 회개하고 가능한 한 빨리, 샤다이 왕에게
탄원서를 보낸다. 또, 통찰은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왕이 계
신 궁성에 알린다.

여섯째, 영혼성 주민들은 영혼성의 행복을 위해 애쓴 통찰에게 감사를
표하고, 원수들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해 온 그를 영혼성의 정찰 대
장으로 임명한다.

영혼성 주민들은 그들의 장군들과 함께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후, 그
결정 사항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그들은 성문을 단단히 잠그고 디아볼로
스의 부하들을 체포하기 위해 영혼성을 철저히 수색하였으며, 디아볼로스
부하들과 함께 있다가 발각된 영혼성 주민들은 만인이 보는 앞에서 참회하
도록 했다. 또, 그들은 금식을 하였으며 계속해서 왕자에게 탄원서를 보냈
다. 그리고 통찰은 영혼성 주민들이 그에게 부과한 임무를 깨끗한 양심과
성실로서 수행했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전심 전력하기 위해 성안뿐
만 아니라 성밖에까지 나가 동정을 살폈다.

통찰은 동정을 살피러 다닌 지 며칠 안 되어 의심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지옥문 언덕 근처에 이르렀다. 그는 디아볼로스의 공격 준비가 거의
완료됐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래서 서둘러 돌아와 영혼성의 장군들과 장도
들을 모두 소집한 다음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을 얘기해 주었다. 특히 디아볼로스의 공격 준비가 거의 완료되었으며,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의 감옥을 탈출했던 불신을 자신의 군대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으며, 병력은 이만이 넘는다고 말해 주었다. 게다가 디아볼로스는 지옥굴에 사는 수석참모들도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점령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지원 장교로 출전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또, 통찰의 얘기에 따르면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불신은 누구보다도 디아
볼로스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고, 영혼성에 대해 화해할 수 없는 앙심을 품
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불신은 영혼성 주민들로부터 받은 모욕을 잊지 못
하고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그래서 지옥굴에 사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들
이 단지 사령관으로 임명된 데 반해 불신은 총사령관이 되었던 것이다. 그
것은 그가 다른 어느 신하들 보다도 더 쉽고 효활한 방법으로 영혼성을 포
위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통찰이 가져온 소식을 다 들은 영혼성의 장군들과 장로들은 임마누엘
왕자가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을 처벌하고, 영혼성 주민들을 지도하기 위해
제정했던 율법을 지체없이 바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서 즉시 디아볼로스의 모든 부하들을 잡아내기 위해 영혼성 내 집들을 모두
다니며 열심히 그리고 신중하게 수색작전을 펼쳤는데 마음의 집과 자유의지
경의 집에서 두 명의 디아볼로스 부하를 발견했다. 마음의 집에서 탐심을
발견했는데, 그는 신중절약이란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고, 자유의지 경의 집
에서 발견된 호색은 희희낙락이란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영혼성의 장군들과 장로들은 이 둘을 체포해서 간수인 진실에게 맡겨
감시하도록 했는데, 감옥에 들어간 그들은 얼마 안 돼서 심한 폐병에 걸려
옥사했다. 그들의 주인이었던 마음과 자유의지 경은 장군들과 장로들이 합
의한 방침에 따라 수치를 당했고, 나머지 주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인이 보는 앞에서 회개토록 했다. 당시에는 자신이 저지른 죄과를
깨달았을지라도 공개적인 참회와 확실한 회개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영혼성 장군들과 장로들은 계속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을 색출하러 다녔
는데, 그 원수들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즉 토굴나 동굴, 그리
고 지하실 등 영혼성 안팍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들의 발자국을 용케 발
견하거나 그들을 미행하여 그들이 요새나 토굴의 입구까지 간다해도 그들을
붙잡아 처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왕래하는 통로는 아주
비좁고 복잡했으며 요새는 너무 튼튼해서 체포자가 눈에 띄면 재빨리 숨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영혼성의 경비와 수색이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에 디아볼로스 부
하들은 몸을 움추리고 구석에 처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대낮에도 거리를 활보했으나 이제는 밤에도 몰래 숨어 다녀야만 했
다. 또한 예전에는 영혼성 주민들과도 친하게 지냈으나 잊는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 통찰이 수집한 정보 덕분에 영혼성에는 이처럼 좋은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디아볼로스 군단

이즈음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을 멸망시키기 위해 그가 데리고 갈 군대를
준비 완료시켜 놓고 그의 기분 내키는 대로 장군들과 다른 야전 장교들을
임명해 두었다. 불신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그의 군대를 이끌고 갈 다른 대
장들을 선임했는데 물론 최고의 권자엔 디아볼로스 자신이 앉았다. 디아볼
로스 군단의 군기, 그리고 문장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대장은 선민의심[Election Doubters] 부대를 지휘하는 격분
[Rage]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붉은 색이고, 문장은 붉은 색이며 기
수는 파괴[Destructive]였다.

두번째 대장은 소명의심[Vocation Doubters] 부대를 지휘하는 분노
[Fury]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회백색이고, 문장은 불뱀[fiery flying
serpent]이며 기수는 암흑[Darkness]이었다.

세번째 대장은 은혜의심[Grace Doubters]부대를 지휘하는 저주
[Damnation] 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붉은 색이고, 문장은 무저갱
[black den]이며 기수는 무생명[No-Life]이다.

네번째 대장은 신앙의심[Faith Doubters]부대를 지휘하는 불만족
[Insatiable] 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붉은 색이고, 문장은 크게 벌린
아가리[jaws]이며 기수는 탐욕[Devourer]이었다.

다섯번째 대장은 인내의심[Perseverance Doubters] 11 부대를 지휘하는
유황[Brimstone]대장이다. 그의 군기 역시 붉은 색이고, 문자은 악
취를 풍기는 파란 불꽃[blue and sticking flame]이며 기수는 화염
[Burning]이었다.

11 여기서 “인내의심”이라고 번역이 되어 있으나, 영어 Perseverance 는 원래 칼빈주의 5대교리를 말할 때,
“실패할 수 없는 하나님의 구원”을 이야기하는 “성도의 ‘견인’”에 사용되는 단어다. 그러므로 보다 적극적인
번역을 하자면, ‘견인’으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여섯번째 대장은 부활의심[Resurrection Doubters] 부대를 지휘하는 고
문[Torment] 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회백 색이고, 문장은 검은 구더
기[black worm]이며 기수는 심문[Gnaw]이었다.

일곱번째 대장은 구원의심[Salvation Doubters] 부대를 지휘하는 불안
[No Ease]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붉은 색이고, 문장은 무시무시한
사망의 형상이며 기수는 정서불안[Restless]이었다.

여덟번째 대장은 영광의심[Glory Doubters] 부대를 지휘하는 무덤
[Sepulchre] 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회백색으로 문장은 해골과 죽은
자들의 뼈이며 기수는 부패[Courruption]였다.

아홉번째 대장은 화평의심[Felicity Doubters] 부대를 지휘하는 허망
[Past-Hope] 대장이다. 그의 군기는 붉은 색이고, 문장은 달군 쇠와
강팍한 마음이며 기수는 절망[Despair]이었다.

디아볼로스는 이외에도 위의 대장들을 지휘할 총대장들고 바알세불 경,
루시퍼 경, 레기온 경, 파이던 경[Python], 케르베로스 경[Cerberus] 12 그
리고 벨리알 경[Belial] 13을 임명했다. 이들 위에 불신이 총사령관으로 임명
되었고, 그 위에 디아볼로스가 군림했다. 이제 그들은 지옥문 언덕에 집합
하여 영혼성을 향해 곧장 진군하기 시작했다.

한편, 영혼성에서는 샤다이 왕의 뜻에 따른 통찰이, 그들이 공격할 것을
미리 알고 비상 겅계령을 내렸기 때문에 각 성문마다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었다. 또, 디아볼로스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헤 커다란 돌들을 손
쉽게 날려 보낼 수 있게 투석기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해 놓았다.

그러나 슬프게도 가련한 영혼성 주민들은 그들의 원수들이 나타나 영혼
성 앞에 진을 치고 북소리를 요란하게 울려대자 몹시 겁을 냈다. 사실 그
북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록 무시무시한 소리였기 때문에 사방 칠 마일[약 11Km] 내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겁을 낼만 했다. 또, 디아볼로스 군대에서 펄럭이는 깃발의 물결도 주민들을 겁나게 했다.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에 이르자 먼저 이문[Ear-Gate]으로 갔다. 그리고
영혼성 안에 있는 자신의 부하들이 이미 폭동을 일으킬 준비를 완료했다고
생각하고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으나, 의외로 영혼성 장군들은 방비를 튼튼
히 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영혼성 내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영혼성 내에서
날아오는 돌들로 인해 그의 군대가 심한 타격을 받게 되자 영혼성 장군들은
오랫동안 성안에 유행했던 전염병으로 인해 아주 허약해져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용감히 싸웠다.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에서 후퇴하여 공격을 피할 수 있
는 곳까지 밀려나와 참호를 구축할 수 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디아볼로스는 영혼성 밖으로 어느 정도 떨어져 나와 영혼성을 향해 네
개의 보루를 구축했다. 첫번째 보루는 디아볼로스 보루[Mount Diabolus]라
고 이름지었는데, 그것은 영혼성 주민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 위해 명명한
것이었다. 나머지 세개는 알렉토 보루[Mount Alecto], 메가라 보루[Mount
Megra], 그리고 티시포네 보루[Mount Tisiphone]라고 칭하였는데 그 이름
들은 모두 지옥에 사는 복수의 여신을 뜻하였다. 디아볼로스는 이와 같이
보루를 구축하고 영혼성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자가 먹이를 탈취할
때처럼 영혼성이 그의 위엄 앞에 거꾸러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영혼성의 장
군들과 병사들이 큰 돌을 던져 가며 강력히 대항했기 때문에 후퇴할 수 밖
에 없었다. 따라서 영혼성 주민들은 사기 충천하게 되었다.

이제 디아볼로스는 새로운 것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영혼성 북쪽의
디아볼로스 보루 위에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공포스러운 군기를
꽂았다. 그 군기에는 무섭게 타오르는 불꼿과 불타고 있는 영혼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일을 마친 후, 디아볼로스는 그 휘하에 있는 고수를 불러 매일 밤 영
혼성의 성벽에 바싹 다가가평화 교섭을 제의하는 북소리를 울리라고 명했다.
밤에 그러한 일을 하도록 한 이유는 낮에는 영혼성 주민들이 디아볼로스의
부하들만 보면, 즉시 투석기로 돌세례를 퍼붓기 때문이었다. 디아볼로스는
현재 공포에 떨고 있는 영혼성 주민들과 평화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
다. 또, 매일 밤 북소리를 울리게 하여 (영혼성 주민들이 처음에는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할지라도) 북소리가 지겨워서라도 결국에 가서는 평화 협상
을 수락하게 만들고자 했다.

명령을 받은 고수는 그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일어나 북을 쳤다. 그가 북을 칠 때 영혼성은 암흑과 고통에 사로잡혔다. 샤다이 왕이 말 할 때의 음성을 제외하고는 영혼성에서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소리는 없었다. 영혼성의 두려움이 어떠했겠는가? 영혼성 주민들은 이제 자신들이 디아볼로스의 수중에 들어갈 수밖에 없도 생각했다.

고수는 평화협상의 북소리를 울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주인이 너희에게 이같이 말씀하셨다. 너희가 만일 평화 협상을
수락한다면 너희는 지상에서 행복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말을 듣
지 않으면 나는 너희를 무력으로 정복하리라.

하지만 고수가 북을 치고 있을 때, 영혼성 주민들은 궁전 안에 있는 장
군들을 만나러 갔기 때문에 고수의 말을 듣고 대답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
었다. 그날 밤 고수는 더 이상 북을 치지 않고 그의 주인이 있는 진영으로
되돌아 갔다.

디아볼로스는 북을 울려도 영혼성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자, 아
직도 자신에게는 영혼성 주민들과 평화 협상을 할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다음날 밤 다시 고수를 보냈는데, 이번에는 북을 가져가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디아볼로스의 평화 협상 제안은 영혼성 주민들에게 경
각심만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그의 제안에 관심도 갖지
않고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영혼성 주밎들은 자신들이 처음에 디아볼
로스의 말을 몇 마디 들어줌으로써 어떠한 대가를 치루었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밤 디아볼로스는 또 다시 영혼성에 그의 사자를 보냈는데, 사자
로 임명된 자는 무시무시한 무덤 대장이었다. 무덤 대장은 영혼성의 성벽
가까이에 당도하여 영혼성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장 연설을 했다.

“반역적인 영혼성 주민들은 들으라! 나는 디아볼로스의 이름으로 너
희들에게 명하노니 더 이상 법석을 떨지 말고 성문들을 활짝 열어 위대
하신 우리 주를 맞으라. 만약 너희들이 계속해서 반항한다면 우리는 무
력으로 영혼성을 함락시켜서 너희들을 무덤처럼 삼켜 버릴 것이다. 그러
니 너희들이 나의 항복 권고를 받아 들이면 ‘예’라고 대답하고, 받아들이
지 않을 경우는 ‘아니오’라고 말하라.

내가 너희들에게 항복 권고를 하는 이유는 이전에 너희들 자신도 인정했던 바 대로 디아볼로스는 더 말할 나위없이 너희들의 참 왕이자 군
주이시기 때문이다. 전에 임마누엘이 우리 주를 공격하여 망신을 주었지
만, 그것으로는 우리 주의 권리를 빼앗거나 영혼성을 재탈환하려는 그의
의지를 결코 꺾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영혼성 주민들아, 너희 자신을
깊이 생각해 보고, 평화 협상에 대한 수락 여부를 밝혀 달라. 너희들이
아무 소리없이 굴복하면 우리의 옛 우정은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너희
들이 계속 거절하고 반발한다면 너희들에게 오는 것은 불과 칼뿐이리
라.”
번민하던 영혼성 주민들은 이 항복 권고를 듣고 더욱 우울해졌지만 무
덤 대장에게는 일언 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무덤 대장도 왔던 길로 다
시 돌라갈 수밖에 없었다.

대역사자의 가르침

곧 이어 주민들은 서로 상의하고 영혼성 장군들과 협의를 거친 후, 다시
힘을 내어 대역사자에게 충고와 자문을 구하러 갔다. 대역사자는 그들의 목
사였다. 주민들은 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은 대역사자에게 세 가지 부탁을
했다.

영혼성 주민들 : 대역사자여! 저희들을 위로하여 주시고 더 이상 저
희들을 배척하지 마소서. 우리의 가련한 상황을 경청하여 주소서.

대역사자 : 나는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종전처럼 그대
들을 도와 줄 수 없소

영혼성 주민들 : 그렇다면 저희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
들에 대해서만이라도 무언가 권면을 해 주소서. 지금 영혼성 앞에는 이
만 명 이상이나 되는 디아볼로스의 의심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디아볼로스와 그 휘하의 장군들은 매우 악랄하기 때문에 저희들은 두렵
습니다.

대역사자 : (냉담하게) 그대들은 임마누엘 왕자의 율법서에 주의를 기울이시오. 거기에는 그대들의 행동 지침이 다 나와 있소.

영혼성 주민들 : 그러면 이 부탁만은 꼭 들어 주십시오. 저희들이 샤
다이 왕과 임마누엘 왕자께 탄원서를 보내려고 하오니 대역사자께서 이
작성 방법을 도와 주시고, 탄원서 내용과 관련하여 당신의 생각도 우리
와 일치한다는 표시로 서명을 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지금까지 수 많은
탄원서를 보냈지만 화해의 답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서명
한 탄원서를 보내면 분명히 영혼성은 행복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역사자 : (더욱 냉담하게) 그대들은 임마누엘 왕자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도 너무나 슬프게 하였소. 그러니 그대들은
그대들이 행한 대로 보응을 받아야 하오.

대역사자의 이같은 대답은 영혼성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영혼성 주민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그렇다고
디아볼로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따라서 영혼성 주민들은 진퇴
양난의 급박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의 원수들은 그들을 집어삼키려
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들의 친구는 못본 체하는 것이었다.

그때 명철 시장은 얼핏 보기에는 아주 혹독하게 들리는 대역사자의 대
답 가운데 감춰줘 있는 위로의 말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다음과 같
이 자헤시 설명했다.

“대역사자의 대답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고통을 당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 말씀 속에는 결국은 우리가 원
수들로부터 구원함을 받으며 얼마간의 슬픔이 지나가고 나면 임마누엘
왕자가 오셔서 우리를 도와 주게 된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
다.”


명철 시장은 대역사자의 가르침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었다. 대역사자는 선지자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이었고. 그날 그가 한 말은 아주 의미 심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장은 영혼성 주민들이 그 말을 깊이 생각해 보고 자기들에게 가장 유리하게 해석해도 괜찮다고 허락해 주었다. 그들은 대역사자와 작별 인사를 한 후 돌아와서 장군들을 만나 대역사자가 했던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듣고 난 장군들의 생각도 시장의 생각과 아주 흡사했다.
따라서 장군들은 더욱 용기를 내서 적의 진영을 향해 용맹스럽게 공격을 개시하기로 했다. 그들은 디아볼로스의 모든 부하들과 그가 데리고 온 의심병사들을 섬멸시키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이 곧바로 각자의 원위치로 돌아갔다. 장군들, 시장, 부목사,
자유의지 경도 모두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장군들은 임마누엘 왕자를 위해
공훈을 세우고 싶어했다. 다음날 그들은 함께 모여 상의를 한 끝에 디아볼
로스가 보낸 무덤 대장의 말에 대한 답례로 돌들을 날려 보내기로 결정했따.
그들은 아침 해가 떠오르자마자 투석기를 이용하여 돌세례를 퍼부었다. 디
아볼로스가 위험을 무릅쓰고 또가시 접근해 왔기 때문이었다. 돌들이 마치
말벌떼처럼 디아볼로스의 진영을 강타하자 영혼성 주민들이 디아볼로스 진
영에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무서워했던 것처럼 디아볼로스는 역시 몹시 두려
워하였다. 그는 또 한번의 후퇴를 해야만 했는데 이번에는 영혼성으로부터
더 멀리 물러났다. 그러자 시장은 성안에 있는 종을 모두 울리게 하였으며,
부목사인 양심 경을 불러서 장군들과 장로들이 힘을 내어 디아볼로스를 대
항할 수 있는도록 격려해 준 대역사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도록 했다.

감언이설

한편,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에서 날아오는 돌에 맞아 쓰러지는 부하들을
보고서 깊이 생각한 끝에 이렇게 말했다. “우선 그들을 감언이설로 꾀어 그
물로 나꿔채야겠다. ”
얼마 후, 그는 북소리도 울리지 않고, 무덤 대장도 동
반하지 않은 채 홀로 영혼성 성벽으로 나아갔다. 그가 온갖 아름다운 말로
주민들에게 얘기를 하자 마치 평화의 왕자처럼 보였다. 더욱이 자신의 유일
한 계획은 영혼성 주민들의 행복과 이익을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
의 모습은 마치 평화의 화신과도 같았다. 그는 주민들을 불러 모아 놓고 다
음과 같이 말했다.

“오, 나의 참소망인 영혼성 주민들이여! 그대들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세웠으며, 지친 발걸음으로 얼마나 자주
그대들을 찾아왔던가! 지금이라도 그대들이 내게 돌아온다면 그대들과
전쟁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다. 그대들이 나를 주로 섬기고 내가 그대들
을 신하로 삼았을 때는 그대들을 위해 고안했던 온갖 세상 기쁨들로 인하여 그대들은 조금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그대들은 나를 대적한 이후로 많은 고난으로 쓰라린 세월을 보냈지만,
내 안에 거했을 때에는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었으므로 그대들과 내가
종전처럼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앞으로 결코 평안함을 얻지 못하리라는 점
을 깊이 생각하라. 그러니 나를 다시 받아들이라. 그리하면 이전에 내가
수여했던 헌장에 더욱 많은 특권을 추가하겠다. 이로 말미암아 그대들은
세상의 온갖 권리와 자유를 누리며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와 달을 두고 맹세컨대 그대들이 지금까지 내게 보였던 무례한 행
위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겠다. 그대들을 두려워하며 영혼
성에서 숨어 지내는 나의 절친한 친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대들을
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진정 그대들의 종이 되며, 그들의 재산과
그들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나 그대들에게 베풀게 할 것이다. 그
대들은 그들을 잘 알고 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사귀는 것을
아주 즐거워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가? 그러니 우리가 더
이상 다툴 필요가 있겠는가?

친구들이여! 우리의 옛 우정을 다시 회복하자. 내가 진정으로 그대들
을 사랑하고 또한 그대들과 사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말하노니 제발
나를 더 이상 괴롭게 하지 말라. 또한 그대들도 나로 인하여 더 이상 두
려워하거나 놀라지 말라.

평화적인 방법으로든지 전쟁을 통해서든지 나는 그대들을 소유하리
니 그대들은 나에게 그대들의 대장의 힘을 자랑하거나 임마누엘 왕자가
그대들을 도우러 온다는 말로 우쭐하지 말라. 그러한 힘은 그대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대들을 대적하기 위해 데리고 온
나의 용사들은 강하고 용감무쌍하며, 지옥굴의 모든 수석 참모들이 그
선봉장들이다. 이 외에도 내 휘하의 대장들은 독수리보다 빠르고 사자보
다 세며 해질녘에 나타난 이리떼들보다 더 굶주려 있다. 바산왕 옥[Og
of Bashan](신명기 3:11)이 무슨 힘이 있으며 가드의 골리앗[Goliath of
Gath](사무엘상 17:4)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자들이 백 명이
더 있다 해도 내 휘하의 장군 하나만 못하리라! 그러니 그대들이 어찌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


디아볼로스가 이와 같은 아첨과 협박으로 주민들을 회유하려 하자, 시장
이 그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어둠의 왕자이자 온갖 기만을 일삼는 디아볼로스여, 우리는 지금까
지 그대의 거짓 아첨을 충분히 시험해 보았고 네가 주는 독배도 이미 마
셔 보았다. 그러니 우리가 또다시 너의 말을 경청하여 위대하신 샤다이
왕의 율법을 어기고 너와 친구 관계를 맫는 다면 우리의 왕자께서는 영
원히 우리를 버리시지 않겠느가? 그들에게 버림받게 되면 그분께서 너를
위해 예비해 놓은 곳이 곧 우리의 휴식처가 되어 버리지 않겠느냐? 너는
모든 진리를 왜곡하였으니 너의 알랑거림과 거짓 기만에 놀아나기보다는
차라리 네 손에 죽는 길을 택하겠다. ”


시장과 평화 셥상을 벌려 보아야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디
아볼로스는 격분한 나머지 영혼성을 재차 공격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그래
서 그는 고수를 불러오게 하고 북을 펴서 병사들을 불러 모아 영혼성을 공
격할 준비를 갖추게 했다. (고수가 북을 치는 동안 영혼성 주민들은 두러움
에 부들부들 떨었다.) 그 다음 그는 군대를 이끌고 영혼성으로 접근한 뒤
그의 휘하에 있는 대장들을 재배치했다. 즉, 잔인 대장[Captain Cruel]과
고문 대장을 촉가문 앞에 배치시켜 일전을 벌이기 위한 진지를 구축하도록
명했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불안 대장이 지원병을 보내도록 했다. 그는 유
황 대장과 무덤 대장을 비문[Nose Gate]에 배치하여 영혼성 쪽을 향해 경
계를 늦추지 않도록 했다.

한 편, 그는 잔인한 얼굴을 가진 허망 대장[Captain Past-Hope]을 목
문[Eye-Gate]에 배치하고 무시무시한 군기를 꽂아 놓았다. 불만족 대장은
디아볼로스의 병거들을 관리하고, 적으로부터 탈취한 약탈품이나 포로들을
감시토록 했다.

한 편, 영혼성 주민들은 구문[Mouth Gate]을 비상문으로 사용했기 때문
에 그곳을 철통같이 방어했다. 그들이 임마누엘 왕자에게 탄원서를 보낼 때
면 구문으로 출입했기 때문이었다. 또, 영혼성 장군들은 구문 꼭대기에서
원수들을 향해 돌들을 날려 보냈다. 구문 지대는 다소 높아서 이곳에 투석
기를 설치하고 돌을 날려 보내면 디아볼로스의 군대가 큰 타격을 받기 때문
이었다. 위에 열거한 사실 말고도 여러가지 다른 이유로 디아볼로스는 구문
을 가능한 한 흙으로 막아 버리고자 했다.


전력투구

이처럼 디아볼로스가 영혼성 밖에서 바쁘고 부지런하게 영혼성을 공격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한편 성안에서는 영혼성 장군들과 병사들
이 방어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은 투석기들을 설치하고 깃발을
꽂아 놓았으며 나팔을 불러 적을 최대한 괴롭혀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전세를 가다듬었다. 또 자유의지 경은 영혼성 내의 반역자들
을 색출하는 임무를 맡아 그들이 성안에 있을 경우에는 전력을 다해 체포했
고, 성벽에 있는 굴이나 토굴에 숨어 있을 때는 질식시켜 죽이기까지 했다.
자유의지 경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한 이후로 영혼성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구
보다 용감하게 디아볼로스 세력에 대항했다. 그는 자기의 눈을 속이고 자신
의 집에서 일했던 희희락락의 두 아들인 명랑[Jolly]과 쾌활[Griggish]도
체포하여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직접 십자가에 매달았다. 그가 그들을 십자
가에 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희희낙락이 감금된 후에도 그 두 아들은 아버지의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자유의지 경의 딸들을 희롱했었다. 게다가 자유의지 경의 딸들과 성
관계까지 가졌다는 소문이 자유의지 경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일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전에는 어떤 형벌도 주고 싶지 않았던 자유의지 경은 은
밀히 사람을 보내어 사실 유무를 확인하도록 했었다. 그의 명을 받은 정탐
[Find-out]과 직고[Tell-All]가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여 보고하자, 그 사실
을 확인한 자유의지 경은 디아볼로스의 두 젊은 부하들을 (그들의 아버지가
디아볼로스의 하수인이었으므로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잡아 목문으로 끌
고가 허망 대장과 디아볼로스의 군기를 외면한 채 그들을 목매달아 죽였던
것이다. 용감한 자유의지 경의 결단은 허망 대장을 대단히 무색하게 만들었
고, 디아볼로스 군사들의 사기를 저하시겪으며, 영혼성에 살고 있는 그의
하수인들에게는 두려움을 주었다. 반면 임마누엘 왕자에게 속한 장군들에게
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 이 일을 계기로 영혼성
주민들도 디아볼로스와 싸울 결심을 하게 되어 영혼성 내에 살고 있는 디아
볼로스의 하수인들은 더 이상 디아볼로스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용감한 자유의지 경이 영혼성 주민들에게 정직했고 임마누엘 왕자에게 충성
을 다했다는 증거는 이외에도 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
겠다.

한편, 마음의 집에 살았던 신중절약의 자식들은 (신중졀약은 자신이 투옥되었을 때, 자식들을 마음에게 맡겼는데, 그 자식들의 이름은 속박[Gripe]과 갈퀴[Rake-all]이다. 그는 마음의 사생아인 악질[Hold-fastBad]과 결혼하여 이들을 낳았다.) 자유의지 경이 희희낙락의 자식들을 십자가에 매달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들도 동일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마음이 그들을
잡아 동이 틀 때까지 집안에 가두었다. 그리고 그는 디아볼로스의 모든 부
하들을 마땅히 사형시켜야 한다는 (적어도 아버지 계통에 디아볼로스의 피
가 흐를 때는 분명히 사형시켜야 하고, 어떤 이들은 어머니 계통에 디아볼
로스의 피가 흐르고 있어도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혼성의
율법을 기억하고, 그들을 체포하여 사슬로 묶어 얼마 전에 자유의지 경이
명랑과 쾌활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그 장소에서 그들을 교수형에 처했다.

마음의 이같은 행위로 영혼성 주민들은 또 한 번 크나큰 용기를 얻게
되었고, 힘을 모아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을 일부 체포했다. 그 후 디아볼로
스 잔당들이 더욱 깊숙한 데로 잠적했기 때문에 체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
서 주민들은 그들에 대해 삼엄한 경계를 폈고, 그들이 갈만한 곳은 샅샅이
뒤졌다.

앞에서 약간 언급한 바와 같이 디아볼로스와 그의 병사들은 그들의 젊
은 용사 둘이 십자가에 매달리는 광경을 보고 모욕감에 얼굴을 붉혔으며 사
기가 크게 저하되었다. 하지만 디아볼로스의 실망은 이내 영혼성을 집어삼
킬 듯한 맹렬한 광기와 분노로 돌변했으며,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싸울 것을 결심했다.

한편 영혼성 주민들과 장군들은 희망과 기대에 부풀었고 최후의 승리는
그들의 차지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디아볼로스에 대한 두려움도 점점
없어져 갔다. 부목사도 그것에 관한 설교를 했는데, 그의 설교 주제는 “갓
[Gad]은 군대의 박격을 받으나 도리어 그 뒤를 추격하리로다”(찰세기
49:19)였다. 이 설교를 통해서 그는 처음에는 영혼성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
게 되나 결국에 가서는 기필코 승리를 챙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디아볼로스가 고수를 시켜 영혼성 침공을 알리는 북소리를 더욱 크게
울리게 하자, 영혼성 내에 있는 장군들도 이에 맞서 디아볼로스에 대한 공
격을 알리는 나팔을 불었다. 그들은 북은 갖고 있지 않았으나 북 대신 은나
팔을 불러 주민들에게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디아볼로스의 병사들이
영혼성을 점령하기 위해 개미떼처럼 몰려오자, 영혼성의 장군들은 구문에
있는 투석기들을 사용하여 적진 한 가운데로 돌세례를 퍼부었다. 이제 디아
볼로스이 진영에서는 무시무시한 분노와 욕설만이 들려왔지만, 영혼성에서는 복된 말과 기도와 찬송만이 들려왔다. 디아볼로스군이 무시무시한 독설과 소름끼치는 북소리로 응수하면, 영혼성 주민들은 돌 날아가는 소리와 아름다운 나팔 소리로 반격을 가했다.

이 같은 전투가 오육 일 동안 계속되는 동안 이따금씩 짧은 휴전이 있
었으며, 이 틈을 이용하여 주민들은 생기를 되찾고, 장군들은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임마누엘 왕자의 장군들과 병사들은 견고한 은갑옷을 입었으며,
디아볼로스의 병사들은 철갑옷을 입고 있었다.

얼마 후 영혼성 주민들 가운데 부상을 입은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영혼성에 외과 의사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임마누엘 왕자
사 영혼성에 없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나무 잎사귀를 사용하
여 부상자의 사망을 막았다. 그러나 부상자들의 상처는 심하게 곪아갔으며,
어떤 이들의 상처에서는 심한 악취가 났다. 이성[Reason] 경은 머리에, 용
감했던 시장은 눈에, 마음은 배에, 정직한 양심 경은 심장 부근에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치명상을 입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영혼성 주민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즉사한
이들도 있었다.

디아볼로스 진영에서도 상당수가 부상당하거나 죽었는데 격분 대장과
잔인 대장이 부상을 입었으며, 저주 대장은 후되하여 영혼성에서 멀리 떨어
지 녻에 은신하고 말았다. 디아볼로스의 군기는 쓰러지고, 그의 수석 비서
관인 중상 대장도 머리에 돌을 맞아 쓰러져 디아볼로스는 적지 않은 슬픔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병사들이 전사했다.

그러나 영혼성 주민들과 장군들은 용기 백배해 있었다. 다음날 영혼성
주민들은 휴식을 휘하면서 성안에 있는 모든 종을 일제히 울렸다. 나팔 소
리도 유쾌하게 울려 퍼지고 장군들은 영혼성 도처에 함성을 질러댔다. 자유
의지 경은 한시도 쉬지 않고 성안에 도사리고 있는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을
진명하는 데 힘썼다. 이제 디아볼로스 잔당들은 자유의지 경의 옷자락만 보
아도 숨어 버렸다. 자유의지 경은 마침내 다재다능[Anything]과 염탐
[Loose-Foot]을 체포했다.

염탐은 영혼성에 살고 있는 부랑자들의 척후병으로 영혼성의 소식을 디
아볼로스 진영에 보내고 반대로 그쪽 진영의 소식을 영혼성에 전달하는 일
을 도맡아 왔었다. 자유의지 경은 진실에게 그들을 이송시켜 쇠사슬로 묶어
놓도록 지시했다. 그는 영혼성의 사기가 충천하고 적진의 사기가 땅에 떨어
진 시기에 맞춰 그들을 십자가에 못박을 계획이었다.


시장도 최근에 입은 부상 때문에 종전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
지만 주민들에게 명령을 내려 영혼성의 경비를 강화하고 불침번을 서도록
했으며, 비상시에는 용기 있게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부 목사인 양심 역시
자신이 설교했던 모든 내용들이 주민들의 마음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
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야 습

얼마 후, 영혼성의 장군들과 용감한 병사들은 어둠을 틈타 디아볼로스
진영을 기습 공격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야간 공격은 영혼성
주민들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왜냐하면 야간 전투는 디아볼로스
에게는 항상 유리한 반면, 영혼성 주민들에게는 아주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그들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기가
충천해 있었고, 얼마 전 있었던 전투에서의 승리감에 아직도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임나누엘 왕자의 용맹스런 장군들은 디아볼로스와 그의 군대
를 공격하기에 앞서 위험하고 힘든 원정대의 선봉에 누구를 세울 것인가에
관해 제비를 뽑았다. 그 결과 믿음 장군, 경험 장군, 소망 장군이 뽑혀 이
위험한 전투를 지휘하게 되었다. (경험 장군은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에 거
할 때 임명한 장군이다.) 이리하여 그들은 그날 밤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디아볼로스의 군대를 향해 맹공격을 시도했는데 뜻밖에도 적의 주력 부대와
맞서게 되었다.

디아볼로스와 그의 군대는 야간 전투에 아주 능하기 때문에 비상 경계
령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적의 기습 공격을 예축했다는 듯이 모든 공격 태세
를 갖추고 있었다. 영혼성 장군들이 세찬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
방에서 거센 반격을 받았다. 임마누엘 군의 나팔 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지만,
디아볼로스 군의 지옥의 북소리는 더욱 젹렬하고 무시무시하게 울렸다. 교
전이 계속되는 동안 불만족 대장은 디아볼로스의 병거들을 지키며 영혼성
병사들을 집어삼킬 때만을 학수 고대했다. 영혼성 장군들은 혼신을 다해 명
렬하게 싸워 수 많은 적군들에게 부상을 입혔으며, 마침내 디아볼로스의 전
병력을 후퇴하게 만들었다. 용맹스런 믿음 장군, 소망 장군 그리고 경험 장
군은 적군들을 쓰러뜨리며, 도주하는 그들을 끝까지 따라붙으면서 추격을
계속하다 안타깝게도 믿음 장군이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심한 부상을 입은 믿음 장군은 경험 장군이 일으켜 세워 줄 때까지 일
어나지 못했고, 이로 말미암아 병사들도 싸울 의욕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믿음 장군은 통증이 너무 심해 큰소리로 울부짖었고 이 광경을 본 다른 두
장군들도 믿음 장군이 치명상을 입은 줄로 생각하고 무척 당황해 했다. 마
침내 병사들은 대오를 이탈하여 갈팡질팡했다. 관찰력이 뛰어난 디아볼로스
는 이 때를 놓치지 않았다. 추격을 계속하던 영혼성 병사들이 갑자기 정지
한 것으로 보아 장군들이 심한 부상을 당했거나 죽은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
을 내린 그는 일단 멈추어 서서 사방을 둘러본 후 임마누엘 군대를 향해 맹
렬한 기세로 반격해 들어갔다. 그리고 세 명의 장군들과 맞부딪히자 사정없
이 칼을 휘둘러 부상을 입혔다.

이런 상황이 되자 영혼성 장군들은, 비록 그들이 영혼성에서는 가장 우
수하고 힘센 장군들이었지만 낙담과 혼란에 빠졌고 또, 부상과 심한 출혈
때문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세 장군
이 어처구니 없이 쓰러지자 임마누엘 왕자의 주력 부대는 가능한 한 안전하
게 후퇴하는 것만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여 비상문으로 되돌아왔다.
이렇게 전투는 끝나 버렸다. 디아볼로스는 이번의 야간 전투로 말미암아 기
세 등등하여 이삼 일이 지난 후에는 영혼성을 완전히 정복하겠다고 장담을
했다.

그 다음날 그는 뻔뻔스럽게고 성벽에 다가가 영혼성 주민들에게 성문을
열고 즉시 항복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자 영혼성 내에 있던 그의 부하들이
때를 만난 듯 얼마간 활기를 되찾았다. 이에 맞서 명철 시장은 자기들은 임
마누엘 왕자가 살아 있는 한, (현재는 임마누엘 왕자가 주민들의 원대로 그
들과 함께 있어 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영혼성을 다른 이에게 결코 넘겨 줄
수 없으니 영혼성을 정복하고 싶으면 무력을 사용하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응수했다.

시장이 이같이 말하자 자유의지 경도 분연히 일어나 다음과 같이 말했
다.

“지옥굴의 우두머리이지 모든 선한 일의 원수인 디아볼로스여, 가련
한 우리 영혼성 주민들은 너의 법과 통치 방식에 너무도 익숙해져있고,
그러한 것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들로 하여금 너에게 항복하게 만들
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한때 우리의 무지로 말미암아 네가 우리를
장악했었지만, (마치 덫을 보지 못한 새가 사냥꾼의 손아귀에 들어가듯이) 이제는 우리에게도 어둠이 지나가고 광명이 찾아왔기 때문에 너의 세력에서 벗어나 샤다이 왕과 동행하는 삶을 누리게 되었다.

비록 너의 교활함과 영혼성 안에 살고 있는 네 부하들의 술책으로 인해 우리가 큰 해를 입었고, 또한 우리 스스로 큰 혼란 속에 빠졌다 할 지라도 우리 자신을 포기하여 무기를 버리고 너와 같은 끔찍한 폭군에게 항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여기서 죽음을 택하겠다. 더구나 우리는 만왕의 왕이 계신 궁성에서 머지않아 구원의 손길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 때까지 우리는 너를 대항하여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


시장과 자유의지 경의 힘 있는 연설은 디아볼로스의 노기에 불을 지른
격이 되었으나 덕분에 그의 뻔뻔스러움은 다소 누그러졌다. 또, 그 연설은
영혼성 주민들과 장군들에게 활기를 주었고, 용감한 믿음 장군의 상처를 치
료하는 고약과 같은 연설이 되었다. 영혼성 장군들과 전쟁 용사들이 참패를
당하고, 적군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용기 백배하여 성벽 근처에까지 접근하
여 성문 개방을 호령하고 있을 때, 이같이 힘있고 용감한 연설은 아주 시기
적절하게 영혼성 주민들에게 크나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전투 기간 동안 영혼성 내에서 사나이다운 면모를 보여 준 자유의지 경
역시 장군들과 병사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무장을 하고 있었으며,
디아볼로스의 하수인들을 발견하면 장소를 불문하고, 그의 날카로우 칼 맛
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많은 디아볼로스의 부하들, 즉, 트집[Cavil], 활발
[Lord Brisk], 실용(實用) [Pragmatic], 그리고 불평[Murmur] 등이 부상을
입었다.

영혼성의 장군들이 적군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고 없자 성안에
있던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은 “이제 우리가 영혼성에서 폭동을 일으킬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마치 영혼성에 폭풍우가 몰아친 것처럼 성안
을 뛰어다니며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에 자유의지 경과 그의 부하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들을 닥치는 대로 용감하게 처치했다. 이를 본 디아
볼로스의 부하들은 뿔뿔히 흩어져 재빨리 그들의 은신처로 도망가 버렸다.

자유의지 경의 이같은 용감한 행위는 영혼성 장군들이 디아볼로스로부
터 입었던 피해를 앙갚음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또 한두 번의 전투에서 패
한다 할지라도 영혼성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영혼성 주민들의 강력한 의
지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디아볼로스가 영혼성 장군들을 크게 혼냈듯이, 성안에 있던 그의 영혼성 주민들을 곤경에 몰아 넣았다면, 그는 기고만장했 었겠지만 자유의지 경 때문에 그는 다시 한 번 무안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디아볼로스는 영혼성과 다시 한번 일전을 벌일 결심을 했다. 그
는 저들을 한 번 무찔렀으니 또 다시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밤을 틈타 영혼성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병력을 촉각문[Feel-Gate] 쪽으로 집결시켜 놓고 그 문을 통해서 영혼성으
로 침입해 들어가라는 특별 명령을 그의 부하들에게 내렸다. 그때 그가 그
의 휘하 장교들과 병사들에게 전달한 군호는 ‘지옥불[Hell-fire] ’이었다.

“나의 뜻한 바대로 전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영혼성을 공격할 것이니 그
때에 출전 명령을 받은 자들은 군호를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라.
그리고 영혼성 내에서는 ‘지옥불! 지옥불! 지옥불! ’이라는 군호외에는 다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하라 ”


고수가 쉴 새없이 북을 치고 기수들이 깃발을 휘날리자 병사들 역시 용
기 백배하여 영혼성을 공격하는 일에 각자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보
였다.

생지옥

그날 밤 디아볼로스는 촉각문을 향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한 동안 교
전 꿑에 결국 성문을 활짝 열어재쳤다. 사실상 촉각문은 수비가 약했기 때
문에 아주 쉽게 점령할 수 있었다. 디아볼로스는 그의 수하에 있는 대장들
중 고문과 불안을 촉각문에 배치하고, 그는 계속해서 진군했다. 그러나 임
마누엘 광장의 장군들이 강력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입성하는 것은 어려웠다.
영혼성 장군들은 사력을 다해 저항했다. 그러나 가장 날쌔고 용감한 세 장
군들이 부상을 입어 영혼성을 사수하는 일에 헌신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숫자적으로도 너무나 열세였다. 아무리 사력을 다해도 디아볼로스와 그의
병사들을 성밖으로 내쫓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임마누엘 왕자의 장
군들과 병사들은 영혼성의 요새인 궁전으로 도주,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그곳으로 피신한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그들 자신과 영혼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크게는 임마누엘 왕자의 왕권을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궁전은 왕권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영혼성 장군들이 궁전으로 피신하자 디아볼로스는 큰 저항을 받지 않고
도 나머지 영혼성 전체를 장악하게 되었고, 영혼성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힘
을 과시했다. 그의 부하들은 디아볼로스가 명령한 대로 “지옥불! 지옥불! 지
옥불!”이라고 외쳐댔다. 그래서 한 동안 영혼성 곳곳에서는 요란한 북소리
에 맞추어 “지옥불! 지옥불! ”이라고 무섭게 외쳐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
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영혼성은 먹구름에 뒤덮인 채 파멸만 남은 것 같았다. 디아볼로스
는 그의 병사들을 영혼성 주민들이 사는 집에 거처하게 했다. 부목사 집에
는 외지에서 온 의심 병사들로 가득찼고, 시장과 자유의지 경의 집들도 마
찬가지였다. 모퉁이, 오막살이, 창고, 돼지 우리 등 어디든지 악당들로 채워
졌다. 그들은 영혼성 주민들을 내쫓고 그들의 식착에서 먹고, 그들의 침대
에서 잤다. 아, 불쌍한 영혼성 주민들! 이제 그들은 죄의 대가가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육신안일의 감언이설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하였는가! 의심 병사들이 지나가는 곳은 어디나 파쾨뿐이었다. 그들은
성안의 대여섯 곳을 방화하였고, 수 많은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뱃속에 든 태아들까지도 살해했다. 독자들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의심 병사들로부터 어떤 양심이나 연민
의 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수 많은 부녀자들을 강간, 약탈하고,
젊은이, 노인들을 짐승처럼 학대했다. 숱한 영혼성 주민들이 부상당했으며
많은 수가 죽어갔다. 그 시체들이 거리의 둔덕진 곳과 사람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나딩굴었다.

이제 영혼성은 오로지 용들의 굴혈이요, 지옥의 표상이요, 완전한 암흑
세계가 돼버렸다. 그곳은 황무지로 전락해 버렸다. 오로지 쐐기풀, 찔레나무,
가시나무, 잡초 그리고 악취만이 영혼성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와중에 양심도 의심 병사들로부터 부상을 입었는데 상처가 심하게
곪아 그는 밤낮 불안 속에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샤다이 왕이 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의심 병사들은 양심을 곧바로 살해 했을 것이다. 그들은
시장도 그런 식으로 학대하여 하마터면 시장은 시력을 잃을 뻔했다.

또한 자유의지 경이 궁건으로 피신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였을 것이다. 샤다이 왕을 향한 자유의지 경의 충성심이 한결 같았
기 때문에 디아볼로스와 그의 부하들은 영혼성에서 가장 골치아픈 사름으로
그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참으로 용감하게 싸웠으며 샤다이 왕
에게 충성했었다.

이제 영혼성에 신앙심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보기 힘들
었다. 아, 영혼성은 참으로 무시무시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영혼성 구석구
석에는 의심 병사들로 가득 차 있고 빨간 외투와 검은 외투를 입은 자들이
떼를 지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으며 집집마다 무시무시한 소리, 허무한 노
래, 거짓 이야기, 그리고 샤다이 왕과 그의 아들을 모독하는 불경한 말들이
그치지 않았다.

영혼성 성벽과 토굴에 숨어 살던 디아볼로스의 부하들도 이제는 만인
앞에 모습을 들어내고, 의심 병사들과 함께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뿐
만 아니라 남의 집을 무단 출입하며 그들 자신을 과시하고 다녔다. 그렇다
고 해서 디아볼로스와 그의 의심 병사들이 영혼성과 화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영혼성 주민들로부터 임마누엘 왕자의 장군들과 병사들이 받았던 환
영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무서운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는 주민들을 보았
다. 의심 병사들이 주민들의 생필품을 무조건 강탈했기 때문에 영혼성 주민
들은 할 수만 있으면 그들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영혼성 주민들은 현재 그
들의 포로가 되었고, 당분간은 포로신세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들은 할 수 있는 만큼 의심 병사들에게 무안을 주었으며, 증오심을 노골적
으로 나타내 보였다.

궁전에 있는 장군들 역시 투석기를 사용하여 돌세례를 계속 퍼부어 디
아볼로스의 무리들이 안달하게 했다. 디아볼로스는 여러 번 궁전문을 때려
부수려고 했지만 여호와경외가 그 문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품행
이 단정하고 용감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디아볼
로스가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그 문을 부술 수는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이 약 이 년 반 가량이나 계속되었다. 영혼성 한 가운데는
전투 구역이 되었고, 주민들은 굴 속으로 쫓겨 들어갔으며 영혼성의 영광이
이제는 한 줌의 흙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니 주민들에게 무슨 평안함이 있
겠으며, 영혼성에 무슨 평온함이 있겠고, 어떻게 태양이 그곳을 비칠 수 있
겠는가? 적이 영혼성 맞은 편 평원에서 오랫동안 진을 치고 있었다 해도 영
혼성 주민들은 굶어 죽었을 것이다. 하물며 이제는 그들이 영혼성 안으로
침투해서 영혼성이 그들의 거처가 되었고, 성안에 있는 궁전을 쳐부수기
위한 참호이자 보루가 되었다. 디아볼로스의 부하들이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고, 영혼성은 그들의 방어 기지가 되었으며, 궁전을 점령하여 멸망시킬
때까지 영혼성이 그들의 요새로 전락했으니 참으로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영혼성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기도

영혼성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혼성 주민들은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이
당면한 비참한 현실과 가련한 운명에 대해 서로를 위호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또 하나의 탄원서를 작성하여 임마누엘 왕자에게 보내어 구원을
요청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자 여호와경외가 일어나, 탄원서를 누구를
통해 보내든지간에 대역사자의 서명이 들어 있지 않는 한, 임마누엘 왕자가
탄원서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지
금까지 여러분이 보낸 탄원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라고 덧붙
였다.

그들이 탄원서를 작성하여 대역사자의 서명을 받겠다고 하자, 여호와경
외는 재차 대역사자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탄원서가 아니면 결코 서명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외에도 임마누엘 왕자는 대역사자의 필
적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필적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직접 대역사자를 만나 뵙고 도움을 청합시다. ”라고 부연했다. 아직 대역사
자는 모든 장군들과 무장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궁전에 거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여호와경외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그가 충고한
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들은 곧장 대역사자에게 가서 그들이 오게 된 이유
를 설명했다. 즉, 영혼성이 너무나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댜역사자가 임마누엘 왕자와 샤다이 왕에게 보낼 탄원서를 대신 작성해 줄
것을 원한다고 했다.

“그대들이 지금 내게 부탁하는 탄원서는 어떤 것인가? ”


“대역사지시여! 지금 이 영혼성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분은 바
로 당신이십니다. 저희가 임마누엘 왕자를 배반하고 타락한 일과, 우리를
공격했던 자가 누구이며, 또 어떻게 해서 영혼성이 지금과 같은 싸움터가
되었는지 당신은 잘 알고 계십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영혼성 주민들이 저
침략자들의 손아귀에서 얼마나 혹사당했으며 성안에서 자란 디아볼로스 잔
당들이 얼마나 뻔뻔스럽게 영혼성 거리를 활개치고 다니는지도 잘 알고 계
십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께서 하나님의 지혜를 좇아 불쌍한 우리를 위해
임마누엘 왕자에게 보낼 탄원서를 작성해 주십시오. ”

그들이 말을 마치자 대역사자는 “그렇다면 내가 영혼성을 위한 탄원서를 작성하고 서명하겠노라. ”고 답변했다.

“그러면 언제까지 저희가 그것을 받을 수 있을까요? ”


“내가 탄원서를 작성하는 동안 그대들은 나와 함께 있어야 함을 모르는
가? 이 탄원서에는 그대들의 소망이 반영되어야 한다. 물론 작성하는 손과
펜은 나의 것일 수 있지만, 잉크와 종이는 그대들의 것이어야 하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것이 어떻게 그대들의 탄원서라 말할 수 있겠느낙? 범죄하지 않
은 내가 나를 위한 탄원서를 쓸 필요는 없잖은가? 어떤 탄원서라도 그것에
관련된 자의 마음과 혼이 합해지지 않는다면, 내 이름만으로 왕자에게 보낼
수도, 또 왕자를 통해 샤다이 왕께 보내질 수도 없다. ”

그들은 마음 깊숙히 대역사자의 말에 동의하고 자신들을 위한 탄원서
작성에 동참했다. 그런데 누가 그것을 전달하느냐가 문제였다. 대역사자는
언변이 뛰어난 믿음 장군에게 가도록 했다. 믿음 장군을 불러 의견을 묻자
그는

“그 일이라면 쾌히 맡겠습니다. 내가 비록 부상을 당해 다리를 절긴 하
지만 영혼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임무를 수행하셌습
니다.”라고 말했다.

탄원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주인이시며 지극히 높으신 임마누엘 왕자시여!

당신의 능력은 우리가 감히 측량할 수도 없으며, 당신은 노를 더디 하시는 분이십니다. 또한 당신의 입술에는 은혜가 가득하며 우리가 당신을 배반했을 때에도 당신은 용서하셨습니다. 더 이상 영혼성의 백성이라 불리울 자격도, 은혜 받을 자격도 없는 저희가 당신과 당신을 통하여 샤다이 왕께 구하노니 저희의 허물을 사해 주십시오. 저희의 이 허물로 말미암아 당신께서 저희를 버리셨다는 것을 알고 잇씁니다. 그러나 당신의 이름으로만 하지 마옵시고, 마음으로 저희의 비참한 상태를 감찰하시어 당신의 자비를 베푸시옵소서. 주여! 저희 죄가 우리를 사방에서 괴롭히고 있습니다. 성안의 디아볼로스 잔당들이 저희를 두렵게 하며 무저갱에 있는 타락한 천사의 군대가 우리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은총이 곧 우리의 구원이며, 오직 당신에게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자비로운 왕자시여!

저희 장군들은 쇠약해져 용기를 잃고 병에 걸려 있습니다. 얼마 전
야간 전투에서 그들 중 얼마나가 디아볼로스의 군대와 싸워 참패를 당했
습니다. 우리가 가장 신뢰해 오던 용기 있는 장군들마저도 지금은 부상
자가 되어 있습니다. 혈기 왕성한 원수들은 오만불손하게 뽐내고 있고
우리를 그들의 전리품처럼 나누려 하고 있습니다. 주여! 그들이 수만의
의심병사들과 함께 우리를 덮치고 있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냉혹하고 무자비한 자들로 우리뿐만 아니라 당신
께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지혜도 없고 힘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떠
나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죄와 수치로 뒤
범벅된 얼굴뿐입니다. 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아멘.”

이 탄원서는 대역사자가 작성해 용감하고 굳센 믿음 장군이 궁성으로
가져가기로 했는데, 그는 영혼성의 비상 후문인 구문을 통해서 임마누엘에
게 갔다. 그런데 어떻게 비밀이 누설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탄원서에 관한
소문이 디아볼로스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 소식을 접한 디아볼로스는

“반항하는 고집쟁이 너 영혼성아! 내가 너희들로 탄원치 못하게 할진
대 그래도 너희가 계속해서 탄원할 것인가? 내가 기필코 탄원서를 보내
지 못하게 하리라. ”


고 영혼성을 비난했다. 또 누구에 의해서 그 탄원서가 왕자에게 전해지
는지를 안 그는 한편으로는 두여워했고, 또 한편으로는 화에 북받쳐 있었다.
마침내 디아볼로스는 북을 다시 치도록 명했다. 영혼성 주민들은 그 소리를
듣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디아볼로스가 그 북소리를 울리게 하는 한 그 소리
를 견뎌내야만 했다. 한참 동안 북이 울리더니 디아볼로스의 모든 무리들이
한 곳에 집결했다. 그리고 디아볼로스가 연설을 했다.

“오 그대들, 나의 굳센 동료들이여! 그대들은 반항의 도시 영혼성에
지금 반역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영혼성이 우리 수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심한 영혼성 주민들은 임마누엘 왕자에게 사
자를 보내 도움을 청했다. 내가 이 말을 그대들에게 하는 것은 가엾은
영혼성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하려 함이니라. 그러므로 나의
믿음직스러운 부하들이여, 그대들에게 명하노니 이제부터 더욱더 욕하고,
처녀들을 더럽히고, 아이들을 죽이고, 노인들의 머리를 깨고, 성에 방화
하고, 그 밖에 할 수 있는 모든 악을 저지르라. 이것은 영혼성 주민들이
나에게 무모한 반역을 한 데 대한 응분의 대가이다. ”


이것은 분명한 공격 개시 명령이었다. 디아볼로스는 명령을 한 후 자신
과 그의 병사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궁전문을 열라고 요구하면서 그에 응하
지 않을 경우엔 죽음의 고통을 주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성문 책임자인
여호와경외가 절대로 문을 열어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그는 그 동안
영혼성이 고통 가운데 혼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가
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디아볼로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를 대항하여 탄원서를 작성한 자들과, 특히 그 탄원서를
왕자에게 가지고 간 믿음 장군을 내게 보내라. 이 악한 자를 내 손에 넘
겨 주면 영혼성을 떠나겠다. ”


디아볼로스가 말을 마치자 그의 부하인 우매[Fooling]가 일어나 말했다.

“우리의 주인께서는 너희들에게 좋은 제안을 하고 계신다. 한 사람이
영혼성 전체의 멸망을 대신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더 좋을 것이다. ”


그러자 여호와경외가 이렇게 답변했다.

“영혼성이 디아볼로스에 대한 믿음을 포기했든데 또 다시 그의 압제
밑으로 들어가겠는가? 영혼성에서 믿음 장군을 잃는 것은 선을 잃는 것
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너희에게 하나를 내주면 다른 것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말에 대해 우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시장이 일어나 말했다.

“오, 탐욕에 찬 폭군이여! 우리 중에 누구도 네 말은 한 마디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두어라. 영혼성에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고 너에게
던질 돌멩이가 마지막 하나 남을 때까지 한사코 대항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러자 디아볼로스가 말했다.

“그대들은 아직도 소망을 갖고 임마누엘 왕자를 기다리며 구원과 그
의 도움을 구하는가? 그대들은 임마누엘 왕자에게 사자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대들의 몸은 죄악에 너무 익숙해져서 입술에서 순전한 기
도가 나올 수 없다. 그런데도 그대들의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
는가? 그대들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대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대들의 임마누엘조차도 그대들을 저버
릴 것이다. 그렇다. 그대들을 진압하기 위해 나를 보내 그대들과 대적시
킨 자는 다름아닌 임마누엘 그이다. 자, 상황이 이럴진대 그대들은 무엇
을 바라겠는가? 또 어떻게 피하겠는가? ”


시장이 디아볼로스의 말에 응했다.

물론 우리들은 죄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이 너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
할 것이다. 우리의 임마누엘은 진심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어쫓지 아니하리라 ’
또한 그는 ‘사람의 모든 죄와 훼
방은 사함싱을 얻되 ’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아직
도 은혜를 기다리고 있다. ”


왕자의 답변

바로 이때 믿음 장군이 꾸러미 하나를 가지고 궁성으로부터 돌아왔다.
시장은 믿음 장군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디아볼로스이 고함소리와 소란
을 뒤로 하고, 장군의 처소로 올라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 시장은 장군에게
그의 안부와 궁성의 소식을 물으며 눈에 눈물을 글썽였다. 장군은

“기운을 냅시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잘 될 겁니다. ”


라고 말하며 꾸러미를 옆에 놓았다. 시장과 다른 장군들은 그것이 좋은
소식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은혜의 때가 도래했다. 시장은 영혼성의 각 처소를 지키고 있는 장
군들과 장로들을 다 소집하여 믿음 장군이 궁성에 다녀온 결과를 구체적으
로 전달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믿음 장군에게 와서 인
사하고, 그의 여행과 궁성에서의 일을 물었다. 믿음 장군은 앞서 시장에게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좋은 결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를 마친 장군
은 꾸러미를 풀어 궁성에서 가져온 여러 개의 편지를 수신인에게 나누어 주
었다.

첫 번째 편지는 시장에게 보내진 것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임마누엘 왕자는 시장이 영혼성과 그 주민을 위해 맡겨진 임무를 충실
하게 수행하는 데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또한 그가 임마누엘 왕자를 위해
담대하고 충성스럽게 디아볼로스에 대항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여 그에게 곧
상을 내릴 것이다.

두 번째 편지는 자유의지 경에게 보내온 것이었다.

왕자의 부재 중에 디아볼로스가 왕자의 이름을 모독할 때마다 그가 주
의 명예를 위해 얼마나 용감하게 대항했는지 임마누엘 왕자는 잘 알고 있다.
그가 영혼성에 대해 매우 충실히이 일했으며 성안 은밀한 곳에 잠복하고 있
는 디아볼로스 일당을 붙잡아서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에 왕자는 기뻐하고
있다. 더욱이 본인이 직접 반역자의 우두머리 몇을 처형하여 적군의 사기를
크게 꺽고 영혼성 전체에 좋은 본을 보였다는 것을 알고 곧 상을 내리겠다고 적혀 있었다.

세 번째 편지는 양심 경에게 온 것이었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영혼성의 법에 따라 영혼성 주민들
을 권면하고 경고해 준 그의 행동은 칭찬 받을 만하다. 또한 주민들이 반란
을 일으켰을 때, 금식하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를 쓰라고 명령한 것, 또 중
대한 일에는 보아너게 장군의 도움을 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그 역시
곧 상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네 번째 편지는 여호와경외에게 온 것이었다.

여기에는 육신안일이야말로 디아볼로스의 열성적인 부하로 축복 받은
영혼성 내의 선을 부패시킨 장본인이라는 것을 여호와경외가 가장 먼저 발
견했다는 것을 샤다이 왕은 알고 있으며, 그가 영혼성의 형편을 돌아보고
흘린 눈물과 한탄을 기억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또, 육신안일이 자기 집
에서 디아볼로스 부하들과 함께 영혼성을 향해 악행을 꾀하려 할 때 그것을
알아차린 자 역시 여호와경외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임마누엘 왕자는 영호
와경외가 성문에서 디아볼로스의 위협이나 공격을 담대하게 감당해 내었고,
시민들로 하여금 임마누엘 왕자에게 탄원서를 보내도록 하여 자신이 그 탄
원을 받아들이고 화평의 답을 쓰고 있으므로 그에게도 곧 상을 내리겠다고
씌어 있었다.

이상의 편지 외에 또 한 통의 편지가 남았는데, 그것은 영혼성 주민 모
두에게 보낸 것으로 그 편지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계속해서 탄원서를 보
낸 것을 왕자가 알고 있으며 앞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이 더 많은 열매를 맺
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왕자는 주민들이 디아볼로스에게 그토록 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마음과 의지가 확고부동했으며 디아볼로스의
아첨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 잔악한 책략에 굴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고 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대역사자와 믿음 장군의 통치에 순종하면 마지막 때
에 상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덧붙여 있었다.

용감한 믿음 장군은 편지를 각자에게 전해 주고 대역사자의 처소로 가서 그와 담소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였으며 사실 영혼성에서 이루어져가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소원할 때에도 믿음 장군과는 만나곤 했었다. 얼마 동안 대화를 한 후 믿음 장군은 침실로 가서 쉬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대역사자가 사람을 보내 장군을 불렀다.

“당신의 종에게 하시려는 말씀이 무엇인지요? ”


믿음 장군이 묻자 대역사자는 그를 옆에 두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대를 영혼성의 모든 군대를 지휘하는 우리 주의 용장으로 임명하
노라. 오늘 이후부터 영혼성의 모든 사람은 그대의 명령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대는 영혼성을 인도하여 진리를 지킬 책임을 지며 왕자
와 영혼성을 위해 디아볼로스의 군대에 대항하여 우리 군사들을 지휘하
게 된다. 모든 장군들도 그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


이제 주민들은 믿음 장군이 대역사자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파견된 자 중에 이처럼 빠른 성과를 거둔 자가 없었
으며 장군이 임마누엘 왕자로부터 가져온 소식만큼 기쁜 소식을 가져온 자
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고난을 당했을 때 믿음 장군
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그들이 모든 것을 믿음 장군의
지배, 관리하에 들어가도록 해달라고 양심 경을 통해 대역사자에게 간청했
다.

양심 경은 대역사자로부터 이런 답을 얻었다.

“왕의 적을 대항하고, 또 영혼성의 복지를 위해 믿음 장군을 왕의 군
대의 최고 사령관으로 한다. ”


그러한 답을 들은 양심 경은 땅에 엎드려 감사를 표하고 돌아와 영혼성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영혼성 안에는 아직도 디아볼로스의
세력이 크게 활개치고 있었으므로 이 소식은 극비리에 전해졌다.

작전 회의

디아볼로스는 자신이 시장으로부터 심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여호와경외가 용감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자 불 같은 노를 발하며 영혼성에 대한 보복을 위해 작전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하여 늙고 교활한 부신을 선두로 지옥의 모든 장수들이 모여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영혼성이 임마누엘의 영향하에 있는 한 자신들이 영혼성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고는 말 할 수 없으므로 어떻게 하면 성을 완전히 빼앗을까 하는 문제가 다루어졌다.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할 때 의장인 아폴리온이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에게 제안하려는 것이 두 가지 있소.

첫째는 우리가 이 영혼성에서 철수하여 다시 평원으로 돌아가는 것
이오. 이 상태로 계속해서 우리가 여기 주둔하는 것이 아무런 이익이 되
지 않으며, 더구나 용기 있는 장군들이 그 성안에 있고 또, 담대한 여호
와경외가 그 성문을 단단히 경비하고 있는 한 그곳을 함락시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오. 이제 우리가 평원으로 철수하면 그들은 기뻐서 어
느 정도 긴장을 풀 것이오. 그때 그들이 방심하는 틈을 타 재 공격하면
현재 우리가 아무리 힘을 합쳐도 할 수 없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이오. 설혹 실패한다고 해도 우리가 영혼성 밖으로 나올 때, 성안에 있
는 장군들이 우리를 추격하도록 밖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오. 지난 번
평원에서 가진 전투에서 그들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 여러분은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우리가 그들을 평원까지 유인해 낼 수만 있다면 영혼
성 뒤에 복병을 숨겨두었다가 그들이 진격해 나간 후 재빨리 궁전으로
쳐들어가 점령하면 되오. ”


그러자 바알세불이 일어나 얘기를 받았다.

“그들은 전부 성에서 유인해 낸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오. 그들 중
일부는 반드시 남아 있을 것이오. 그러므로 그들 모두가 다 나온다는 보
장이 있기 전에는 그 같은 방법도 허사로 끝날 것이오. 다른 방법을 모
색해야만 하오. ”


바알세불은 이렇게 단언하면서 앞에서 구원받은 영혼성을 타락시킬 때
아폴리온이 내 놓았던 의견, 주민들을 다시 범죄케 해야 한다는 안을 지지
했다.

“우리가 성안에 있거나, 혹은 그들과 싸움을 하거나, 그들을 죽이는
것이 영혼성을 지배하는 것과 직결되는 것을 영혼성의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를 대적하는 한 임마누엘은 그들의 편이 될 것이기 때문이오. 임마
누엘이 그들과 함께 하게 되면 우리는 버틸 수 없게 되오. 그러므로 방
책을 강구하여 그들이 스스로 죄를 짓게 하는 것 외에 그들을 우리의 노
예로 묶어둘 방법은 없소. 우리의 의심 병사들이 성을 정복, 지배하지
못한 이상 그들을 데려올 필요조차 없었다고 생각되오. 지금까지의 일쯤
은 우리끼리만으로도 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오. 그러나 의심 병사들을
멀리 두는 것을 무익히고 해롭소. 사실 의심 병사들을 성안에 잠복시킬
수만 있다면 승리는 우리가 차지했을 것이오.

그렇다고 영혼성의 장군들이 우리를 추격해 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은 아니오. 그러나 철수하기 전에 우선 영혼성에 있는 충성스러운 우리
의 동지들에게 부탁하여 영혼성에 배도의 움직임을 일으켜 마침내 성을
우리에게 넘겨 주도록 협조하게 하는 것이오. 그들은 반드시 그렇게 해
야만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오. ”


회의 참석자 전원은 성을 차지하려면 영혼성 주민들로 하여금 죄를 짓
게 해야 한다는 바알세불의 제안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
은 이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루시퍼가
일어나서 말했다.

“이 일을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내 의견은 다음과 같소. 우리의 군
대를 일단 영혼성에서 철수시키고 더 이상 항복을 강요하는 위협이나 북
소리, 그밖에 그들을 놀라게 하여 공포심을 일으키는 일들은 그만두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다만 일전 간격을 두고 평원에 머무르면서 그들
에게 관심이 없는 듯 지냅시다.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일깨워서 우리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배가시켰을 뿐
이오.

그리고 또 하나의 작전은 다음과 같소. 아다시피 영혼성은 장이 서는
도시이며 장사를 좋아하는 성이오. 그래서 우리 디아볼로스 무리 중 몇
명이 먼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가장하여 시장에 우리의 상품을 가져다
파는 것이오. 얼마에 팔건 상관없소. 설사 반값에 판다 할지라도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소? 대신 시장에서 장사할 자들은 우리에게 충실한 자
라야 하오. 내 머리의 관을 두고 장담하건대 이 일은 잘 될 것이오. 이 일을 잘 해내리라고 생각되는 두 사람이 이미 내 머리에 떠올랐소. 낭비벽[Penny-wise-Pound-fololish]과 소득대실[Get-i ’the hundred-andlose-i’ the shire]이오. 이 둘 외에도 세상낙[Sweet-World]과 현실만족[Present-Good] 두 사람을 추가하는 바이오. 이 두 사람은 예절 바르
고 영리하며 우리의 진짜 친구이자 협력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이 일에 동참하도록 하고 영혼성으로 하여금 될 수 있는 한 많은
장사를 하게 하여 부유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을 넘어뜨리는 방법이
오. 그대들은 우리가 라오디게아[Laodicea] 14를 이긴 것을 잊지 않을 것
이오. 그리고 현재도 얼마나 많은 자들이 이 올무에 매여 있소? 이제 영
혼성이 크게 번창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비참함을 잊게 될 것이
오. 우리가 그들은 위협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방심하여 성문의 경비는
물론 성 전체의 경비도 소홀히 할 것이오.

그렇게 해서 물질적으로 풍부해지면 영혼성은 우리를 대적하는 군사
들의 피난처나 요새로 쓰이지 못하고 대신 성 자체가 하나의 큰 시장이
될 것이오. 우리의 물건과 상품들이 그곳에 쏟아져 들어가기만 한다면
성의 절반은 우리 수중에 들어오는 것과 다름이 없소. 여러분은 ‘재리의
유혹에 말씀이 막혀 ’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오. 그리고 ‘방탕함과 술취함
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질 때 ’
모든 재앙이 그들에게 임하게 되
는 것이오.

그대들도 아다시피 그곳 주민들이 우리의 물건을 풍족히 쓴다 할 지
라도 우리 동지 몇을 영혼성 주민들의 집이나 공공 기관의 하인으로 있
게 하기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오. 그러나 영혼성 주민들 중 세상 것
에 그 마음을 빼앗긴 자는 사치[Profuse]와 허비[Prodigality], 방탕
[Voluptuous], 그리고 실용[Pragmatic], 허영[Ostentation] 혹은 또 다
른 우리의 동지들을 그들의 종이나 하인으로 쓰지 않을 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오. 그리고 이 자들이 영혼성을 빼앗든가, 파괴하든가, 아니면
임마누엘의 군대가 주둔하기 부적당한 곳으로 만들든가, 이 중 어느 것
을 하게 되더라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오. 아마 이들은 이만 군
사보다 더 빨리 이 일을 해낼 것이오. 그러므로 앞에서 말한 바대로 조
용히 철수하여 적어도 이번만을 무력으로 성을 공격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이제 새로운 작전을 세워 그들을 자멸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


믿음의 방패

이 의견은 그들 모두로부터 대단한 성원을 받았고 지옥의 최걸작이라고
평가 받았다. 다시 말해 그 의견은 영혼성을 세상의 부요로 가득 채우고 영
혼성 주민들의 마음을 갖가지 즐거움으로 만족 시키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이들의 회의가 끝났을 때 믿음 장군은 임마누엘 왕
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그대는 사흘 후에 영혼성 부근의 평원에서 나를 만날 것이다. ”


그 편지를 받은 믿음 장군은 “평원에서 나를 만나시겠다고? 무슨 뜻일
까? 나는 도저히 모르겠는데. ”하고 생각하고 대역사자에게 그 편지를 가져
가 물어 보았다. 대역사자는 왕에 관한 모든 일과 영혼성의 이익과 복지에
대한 예언자이기 때문이다. 그 편지를 읽고 나서 대역사자가 말했다.

“오늘 디아볼로스 무리들이 영혼성을 공격하기 위한 중대 회의를 열
어 이 영혼성의 전멸을 모의했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 영혼성을 계략에
빠뜨려 자멸시키자는 결정을 내렸다. 회의를 마친 그들은 지금 영혼성에
서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들 작전의 성공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성밖 평원에 주둔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셋째 날에 주님의 군
사를 거느리고 평원으로 가서 디아볼로스 무리를 공격할 준비를 하라.
임마누엘 왕자께서는 그 때 즈음에 그곳 평원에 계실 것이다. 바로 이른
새벽, 해뜰 무렵, 혹은 그보다 좀더 이른 시간에 왕자께서 그들에게 대
항할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임하실 것이다. 그리하여 적의 후면에는
왕자께서, 정면에는 그대들이 서게 되어 그들을 양면에서 협공하여 전멸
시킬 것이다. ”


이것을 듣고 난 믿음 장군은 다른 장군들에게 편지 내용을 얘기해 주었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대역사자가 설명해 줘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그가 주님의 뜻에 응답하기 위해 자신과 그들이 해야할 일을 얘기하자, 장군들은 매우 기뻐했다. 믿음 장군은 왕의 모든 나팔수에게 성의 망대에 올라가 아름다운 음악을 디아볼로스 무리와 영혼성 주민 전체가 들을 수 있도록 연주하라고 명했다. 나팔수들이 성 꼭대기에 올라가서 나팔을 불기 시작하자 디아볼로스가 깜짝 놀라

“이게 무슨 나팔 소리인가? 안장을 얹으라는 소리도, 승마를 앞리는
소리도, 공격하라는 소리도 아닌데 이 미친 자들이 왜 저렇게 즐거워하
며 기뻐할까? ” 라고 외치자 그들 무리 가운데 한 명이 대답했다.

“이것은 머지않아 그들의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을 구원하기 위해
몸소 군대의 선두에 서서 영혼성에 오신다는 소식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
다.”


영혼성 주민들도 이 아름다운 나팔소리에 대단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들
은 서로 “이것은 우리를 위해 부는 나팔 소리야, 정말 그렇고 말고. ” 라고 얘기했다. 반면 디아볼로스 무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했다. 이에 한 사람이 말했다.

“영혼성에서 철수하는 것이 최상책이야. 우리가 마지막에 결의한 대
로 적이 우리를 향해 쳐들어오지 못하게 하면서 그들과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하는 거야. ”


이렇게 해서 이틀째 되던 날, 그들은 영혼성에서 철수하여 평원에 주둔
했다. 그러면서도 목문[Eye-Gate] 앞에 포진하여 영혼성을 위협했다. 그리
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탁 트인 평원에 주둔하고 있으면 싸우거나 도망치는 데 훨
씬 편리하다. 게다가 임마누엘 왕자가 와서 우리를 영혼성에 가둔다면
영혼성은 우리의 무덤이 되고 말 것이다. ”
그들이 평원으로 철수한 것은 영혼성으로부터 날아오는 돌맹이들을 피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사실 디아볼로스 도당들은 영혼성에서 날아오는
돌맹이 때문에 많은 괴로움을 당했었다.

한 편, 영혼성에서는 디아볼로스 무리에게 공격을 가할 시간이 다가오자
부지런히 전투 준비를 했다. 지난 밤에 믿음 장군이 싸움터에서 왕자를 만
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줬기 때문에 장군들은 적군과의 대전을 더욱 기다렸
다.

“그대들은 내일 왕자를 보게될 것이다 ”


라는 말은 망치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도 같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주님과 멀리 떨어져 지내왔기 때문에 이 전투 준비에 열심을 다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믿음 장군은 나머지 군사를 영혼성 출구에 정렬시켰다. 전투
준비가 완료되어 믿음 장군이 선두에 서서 다른 장군들에게 군호를 내리자
장군들은 다시 그것을 그 부하들에게 전했다. 그것은 ‘임마누엘 왕자의 검
과 믿음 장군의 방패’인데 영혼성 주민들의 해석으로는 ‘하나님의 말씀과
믿음’
이었다. 이리하여 장군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는데, 그들은 디아볼로스
의 진영을 사방으로 에워싸고 공격했다.

지난 번 디아볼로스와의 전투에서 얻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은 경험 장
군은 영혼성 안에 남겨 두었다. 그러나 다른 장군들이 전투에 임하는 것을
보고 그는

“형제들이 전투에 임하고, 더구나 임마누엘 왕자께서 친히 그의 종들
과 함께 하시는데 나만 어찌 여기 누워 있을 수 있겠는가? ”


며 목발을 짚고 전투에 참가하였다.

목발을 짚고 나타난 경험 장군을 본 적군은 깜짝 놀라 더욱 기가 죽었다. 그들은 “목발을 짚으면서까지 우리와 싸우다니 도대체 어떤 힘이 영혼성 군사들을 사로잡았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했다. 이때, 장군들은 ‘임마누엘 왕자의 검과 믿음 장군의 방패’라고 외치며 과감히 적군을 공격했다. 이렇듯 영혼성 장군들이 자신의 부하들을 완전히 포위한 것을 본 디아볼로스는 현재로선 ‘두 날 가진 검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 역시 필사적으로 왕자의 군대를 공격했다. 그렇게 전투는 시작되었
다. 맨 처음 디아볼로스와 맞부딪쳐 싸운 자는 누구였을까? 한 쪽에서 믿음
장군, 그리고 다른 쪽에선 자유의지 경이었다. 자유의지 경은 마치 거인처
럼 디아볼로스를 공격했다. 그는 팔 힘이 무척 샜다. 그는 디아볼로스의 보
좌관들인 의심 병사들을 맹렬히 공격했다. 믿음 장군은 자유의지 경이 싸우
는 것을 보고 다른 편으로 가서 적을 공격하여 큰 혼란에 빠뜨렸다. 한 편,
소망 장군은 소명의심 병사들과 접전했다. 그들 역시 억센 자들이었지만 소
망 장군이 워낙 용감했으며 경험장군이 그에게 일부 군사를 보내 줘서 결국
그들을 물리쳤다. 그밖의 군사들도 사방에서 디아볼로스 군사들을 대항하여
용감히 싸웠다. 대역사자는 역시 성에서 투석기를 쏘도록 명하여 한 치도
빈틈없이 디아볼로스군을 공격하도록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왕자의 장군들 앞에서 도주했던 적들이 재집결하여 왕
자의 군대 후면을 맹렬히 공격해 오자 병사들의 사기가 저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왕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사기를 진
작시켜 용감히 싸웠다. 그리하여 장군들이 ‘임마누엘의 검과 믿음 장군의
방패로라’
하고 크게 외치자 디아볼로스는 원군이 도착한 것으로 착각하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마누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전
투가 장시간 계속되자 양쪽 모두 약간씩 후퇴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하
면서 믿음 장군의 그의 부하들에게 끝까지 용감히 싸우도록 격려했다. 믿음 장군은 그의 군사들에게 뛰어난 격려의 연설을 했다.

“훌륭한 제군들! 그리고 이 싸움에 함께 하는 형제들이여!
그대들 같이 용감한 군대와 이처럼 영혼성을 진실되게 사랑하는 자
들을 임마누엘 왕자를 위한 이 싸움터에서 보게된 것을 나는 큰 기
쁨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대들은 디아볼로스 군에게 참된 진리와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도 자랑할 거리를 찾지 못하
고 있다. 이제 여러분들이 앞서 보여준 용기를 가지고 계속 싸워 주
길 바란다. 이번에야말로 그대들은 잠시 후에 왕자를 뵙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저 폭군 디아볼로스 무리에게 두 번째 공격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에야 비로소 임마누엘 왕자께서 오실 것이다. ”



5.만왕의 왕! 임마누엘!


오, 임마누엘! 구세주여!

믿음 장군이 연설을 끝마치자마자 민첩[Speedy]이란 자가 와서 임마누
엘 왕자가 가까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장군은 곧 싸움터
에 있는 다른 장군은 곧 싸움터에 있는 다은 장군들에게 연락했고, 그들은
다시 자신의 부하 병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장군
들과 병사들은 죽은 자가 살아난 것처럼 일제히 일어나 전번과 같이 “임마
누엘의 검과 믿음 장군의 방패 ”를 외치며 맹렬히 디아볼로스 군을 공격했다.
이에 디아볼로스 군은 완강히 저항했지만 수 많은 의심 병사들이 죽어 쓰러
지자 결국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렇게 격전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믿음 장군이 눈을 들어 바라보
니 ‘아! 찬양할지어다 ’
임마누엘 왕자가 오고 있었다. 깃발들이 휘날리고 나
팔 소리가 진동하는 가운데 왕자가 나타났다. 왕자와 함께 온 병사들은 발
이 땅에 닫자마자 접전을 벌이고 있던 장군들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이렇
게 해서 믿음 장군이 전열을 가다듬어 영혼성 앞에 병사들을 집결시키는 바
람에 싸움터에는 디아볼로스 무리만 남았다.

드디어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임마누엘 왕자는 디아볼로스 군의 후
면에서, 믿음 장군과 그 병사들은 그 전면에서 그들을 공격했다. 임마누엘
과 믿음 장군은 잠시 후 서로 만나게 되었고, 이를 본 다른 장군들은 땅이
울릴 만큼 우렁차게 “임마누엘의 검과 믿음 장군의 방패 ”라고 외쳤다. 왕자
와 그 병사들이 자신의 군대를 포위한 것을 안 디아볼로스는 지옥의 방백들
과 군대를 버리고 도주해 버렸고, 그 군대는 임마누엘과 믿음 장군의 손에
전멸하고 말았다. 한 명의 의심 병사도 살아남지 못하고 싸움터에는 시체만
이 널려 있었다.

전투가 끝나자 모든 것들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영혼성의 장군들과 장로
들은 임마누엘 왕자를 찾아가 왕자가 영혼성에 돌아온 데 대해 진심으로 경
배하고 충심으로 환영했다. 그러자 왕자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임마누엘 왕자에게 영혼성으로 들어갈 것
을 강권하자 왕자는 자신이 전쟁을 위해 거느리고 온 병사들과 함께 영혼성
으로 올라갔다. 영혼성의 모든 성문들이 임마누엘 왕자를 맞이하기 위해 활
짝 열렸으며, 영혼성 주민들은 왕자의 축복된 귀환을 매우 기뻐했다. 왕자
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영혼성에 입성했다.

첫째, 이미 얘기했듯이 모든 성문은 물론이고, 영혼성 내의 문이란 문은
다 열렸으며 영혼성의 장로들이 임마누엘 왕자의 입성을 맞이하기 위해 성
문 앞에 죽 늘어셨다. 왕자가 성문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너희 성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너희 영원한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라


고 외쳤다. 주민들은 영광의 왕이 누구뇨?라고 자문한뒤 바로
강하고 능한 여호와시요, 전쟁에 능한 여호와시로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원한 문들아 들릴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

라고 자랑스럽게 답했다.

둘째, 성문에서 궁전까지 이르는 길에서는 임마누엘 왕자를 위해 영혼성
에서 가장 훌륭한 합창단이 환희의 찬송을 부르기로 했다. 장로들과 주민들
은 임마누엘 왕자가 입성하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여!
저희가 주의 행하심을 보았으니
곧 나의 하나님! 나의 왕이
성소에 행차하시는 것이라.


고 찬송하며 왕자가 궁전 문에 도착할 때까지 나팔을 불었다. 합창단이
앞장 서고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는 그 뒤를 따랐는데, 그중에는 소고 치는
소녀들도 있었다.

셋째, 장군들은 영혼성에 입성할 때 그 순서에 따라서 했다. 믿음 장군
이 소망 장군과 함께 맨 앞에 갔고, 사랑 장군이 그의 동료들과 함께 그 뒤
를 따랐으며, 인내 장군이 맨 뒤에 섰다. 다른 장군들도 좌우에 서서 임마
누엘 왕자와 더불어 입성했다. 그러는 동안 군기는 힘차게 펄럭이고, 나팔
이 울리고, 병사들은 쉴 새 없이 환성을 올렸다. 왕자는 황금 갑옷을 입고
은 기둥에 황금으로 바닥을 입힌 자색 포장의 병거를 타고 있었다. 그 안에
는 영혼성의 딸들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었다.

넷째, 왕자가 영혼성 입구에 이르렀을 때 거리는 온통 백합화와 그 밖의
온갖 꽃들, 그리고 영혼성을 빙 둘러 자라고 있는 푸른 나뭇가지들로 꾸며
져 있었다. 집집마다 문 어귀에는 사람들이 몰려 나와서 저마다 왕자가 지
나갈 때 그를 기쁘게 하려고 갖가지 진기한 것들로 집 앞을 장식했다. 임마
누엘 왕자가 지나갈 때 그들은 기쁨의 환호를 올려 아버지, 샤다이 왕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영광이 있으라! 고 외쳐댔다.

다섯째, 궁전 문 앞에서는 영혼성의 장로들, 즉 시장, 자유의지 경, 양심
경, 지식, 마음 등 주요 인사들이 왕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범한 온갖 죄에 대해 왕자가 책망하지 않고 도리어 비참한 상태에 빠진 자
신들을 불쌍히 여겨 은혜를 주고, 영혼성을 영원히 일으켜 세운 것에 대해
허리 굽혀 왕자의 발에 입맞추며, 감사와 찬송을 드렸다. 왕자는 자신의 영
광을 위해 대역사자와 믿음 장군이 준비한 영광의 왕궁, 곧 궁전 안으로 들
어갔다.

여섯째, 그리고 나서 성안의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왕자 앞으로 들
어가서 그를 영혼성 밖으로 내쫓았던 그들의 사악함을 회개했다. 그들은 일
곱 번 땅에 엎드려 경배하고 큰 소리로 통곡하며 왕자에게 그들을 예전같이
사랑해 줄 것을 빌었다.

이에 대해 왕자가 대답했다.

슬퍼하지 말며 울지 말라. 너희는 가서 살진 것을 먹고, 단 것을 마
시되 예비치 못한 자에게는 너희가 나누어 주라. 샤다이 왕을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 나는 은혜를 가지고 영혼성으로 돌아왔으며 나의
이름은 그것으로 높아지고 찬양 받을 것이다.

그리고 왕자는 주민들을 한 사람씩 안아 입맞추고, 성의 장로들과 관리
들에게 황금 목걸이와 도장을 주었다. 또 그들의 부인들에게는 귀걸이, 보
석, 팔찌 등을 주었으며, 영혼성의 아이들에게도 귀한 것들을 많이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임마누엘 왕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 의복을 희게 하고, 내가 준 장식품을 달고 내게 오라

그러자 그들은 유다 족속과 예루살렘 거민을 위해 준비된 더러움을 씻는
샘에 가서 몸을 씻고 그들의 옷을 희게 하여 다시 궁전의 왕자에게 돌아와
그 앞에 섰다. 영혼성은 온통 음악과 춤으로 가득 찼는데, 이것은 그들의 왕자가 다시 자기들에게 모습을 나타내어 그의 얼굴빛을 바라볼 수 있기 때
문이었다. 성안에 있는 종이란 종은 모두 울리고, 태양도 오랫동안 화창하
게 그들을 내리쬐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영혼성 성벽이나 토굴에 살고 있는 디아볼로스 잔당들
을 전멸시키려고 했다. 영혼성에는 아직도 영혼성의 억압을 피해서 생명을
유지해 가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자유의지 경은 그들에게 전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였다. 그는 집요하게 그들을 추적하여 반드시 처형할 마음
을 굳히고 있었다.

영혼성에 질서가 잡혀지자 왕자는 영혼성 주민들에게 지체 없이 평원에
버려저 있는 적의 시체를 매장하도록 했는데, 그것은 시체들로부터 발산되
는 악취가 공기를 오염시켜 영광의 영혼성을 더럽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
해서였다. 이 명령을 내린 또 하나의 이유는, 가능한 한 빨리 영혼성과 영
혼성 주민들의 머리 속에서 적에 대한 기억을 불식시키려는 데 있었다.

현명하고 믿음직스러운 시장은 이 중요한 작업에 사람들을 보내도록 명
령했다. 여호와경외와 정직이 감독으로 임명되고 약간의 인원이 그 지휘에
의해 평원에 가서 널려 있는 시체를 매장하도록 했다. 어떤 이들은 무덤을
파고, 어떤 이들은 시체를 묻었으며, 또 어떤 이들은 평원과 영혼성 둘레를
돌아다니면서 죽은 의심 병사들의 두개골이나 뼈가 있는 지를 찾아다녔다.
발견반이 그것을 발견하면 거기에 표시를 해서 매장반이 그것을 매장했는데
이것은 의심 병사들의 이름이 하늘 아래서 더 이상 기억되지 않게 하기 위
해서였다. 의심 병사들의 시체를 다 묻고 그들의 두개골이나 뼈 조각까지
모두 찾아서 치우자 평원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참평화도 그의 소임을 다해
전과 같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영혼성 주변의 평원에 선민의심 병사, 소명의심
[Vocation doubter] 병사, 은혜의심[Gracer doubter] 병사, 인내의심
[Perseverance doubter] 병사, 부활의심[Resurrection doubter] 병사, 구
원의심[Salvation doubter] 병사, 영광의심[Glory doubter] 병사 들을 매장
했다. 적군들의 시체가 매장되자 영혼성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매장반은 그
들의 적군이 사용했던 잔인한 무기들도 같이 묻어 버렸다. 또한, 그들의 갑
옷, 군기, 그들의 표어가 담긴 현수막 등 의심 병사들의 냄새가 조금이라도
밴 것은 전부 매장해 버렸다.


유혈 군대

한편, 폭군 디아볼로스는 그의 오랜 친구인 불신을 데리고 지옥문 언덕
에 도착하자마자 지옥굴로 내려가서 영혼성과의 싸움에서 얻은 타격과 불운
에 대해 동료들과 한동안 한탄하다가 그에 대해 악착같이 복수할 것을 결의
했다. 그들은 즉시 회의를 열고 영혼성과 싸울 계책을 강구했다. 이는 루시
퍼와 아폴리온이 먼저 내놓았던 의견의 결과를 그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탐욕이 영혼성의 몸과 마음으로 채워지고, 살과
뼈로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그들에게는 하루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리하
여 그들은 의심 병사와 유혈 병사[Blood-men]를 더 모집하여 다시 한 번
영혼성을 공격하기로 했다. 이들 의심 병사들과 유혈 병사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 보기로 하자.

의심 병사들은 나면서부터 의심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그들은 천성적
으로 임마누엘의 진리를 완전히 의심했다. 그들 나라는 의심의 나라[Land
of Doubting]라고 불리웠는데 멀고 먼 북방 흑암의 땅[Land of Darkness]
과 죽음의 그늘 골짜기[Velly of the Shadow Death]라고 불리는 나라 사이
에 있었다. 흑암의 땅과 죽음의 그늘 골짜기란 나라가 간혹 같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두 나라는 가까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별도의
두 나라이며, 의심의 나라는 바로 그 가운데 있었다. 디아블로스와 함께 영
혼성을 멸망시키러 왔던 자들이 바로 이 의심의 나라의 사람들이었다.

유혈 병사들은 그들의 악랄한 성질과 영혼성을 해치려는 광폭함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들의 나라는 시리우스성[Dog star] 아래 있는
데 그들의 지력[知力]은 이 별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그들의 나라 이름
은 증선(憎善)[Loath Good]이라고 하는데 한쪽 부분은 의심의 나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옥문 언덕에 이르러서는 두 나라가 서로 인접해 있
었다. 증선 나라 사람들은 항상 의심의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었는데, 이는
영혼성 주민들의 신앙과 충성심을 의심케 하기 위해서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같이 디아볼로스를 섬길 수 있는 비슷한 자격을 갖추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디아볼로스는 북을 울려 이 두 나라로 하여금 영혼성을 공격할
이만 오천 군사를 모집하도록 했다. 일만 명의 의심 병사들과 일만 오천 명
의 유혈 병사가 전투에 대비해서 대장들의 지휘하에 들어가고 불신이 그 총
수가 되었다. 그는 전번 디아볼로스 군의 지휘관이었던 일곱 명의 대장들
중 다섯 명을 의심 부대의 대장으로 임명했는데, 그들의 이름은 바알세불
대장, 루시펴 대장, 아폴리온 대장, 레기온 대장, 그리고 케르베로스 대장이었다. 그리고 전에 대장이었던 자 중에 부관이나 기수로 임명된 자도 있었다.

그러나 디아볼로스는 이 원정에 있어서 의심 병사들이 그의 주력 부대가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전에 한 번 영혼성 군대에게
크게 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불러들인 것은 다만 숫자를 늘려
급할 때 약간의 도움이라도 얻고자 하는 뜻에서였다. 디아볼로스가 믿고 기
대하는 자들은 유혈 병사들이었다. 그들의 포악함과 지금까지 세워 온 공로
를 디아볼로스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유혈 병사들 역시 디아볼로스 휘하 대장들의 명령을 따랐는데 그들의 이
름은 가인 대장[Captain Cain] 15, 니므롯 대장[Captain Nimrod] 16, 이스마
엘 대장[Captain Ismael] 17, 에서 대장[Captain Eso] 18, 사울 대장[Captain
Saul]19, 압살롬 대장[Captain Absalom] 20, 유다 대장[Captain Juda] 21, 그
리고 법황[교황] 대장[Captian Pope] 22이었다.

가인 대장이 거느린 두 개의 부대는 광적인 유혈 병사와 성난 유혈 병사
로 그 부대의 기수는 홍색 군기를 들고 있었으며 문장은 살인 곤봉이었다.

니므롯 대장은 포악 유혈 병사와 침해 유혈 병사의 두 부대를 거느렸는
데 기수는 피에 주린 큰 개가 그려진 홍색 군기를 들고 있었다.

이스마엘 대장이 거느린 부대는 조롱 유혈 병사와 멸시 유혈 병사로 기수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을 조롱하는 문장이 새겨진 홍색 군기를 들고 있었다.

에서 대장의 유혈 부대는 남이 축복 받는 것을 싫어하는 유혈 병사와 다
른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복수를 단행하는 유혈 병사로, 기수는 야곱을 죽
이려고 찾는 교활한 자가 그려진 홍색 군기를 들고 있었다.

사울 대장의 유혈 부대는 이유 없이 질투하는 병사와 극악 무도한 병사
로, 기수는 죄 없는 다윗에게 던진 세 개의 피 묻은 단창이 그려진 홍색 군
기를 들고 있었다.

압살롬 대장은 세상 영광을 위해서는 아비나 친구까지 죽일 수 있는 유
혈 병사를 지휘했는데, 그 부대의 기수는 아비의 피를 찾는 아들이 그려진
홍색 군기를 들고 있었다.

유다 대장은 돈을 위해서는 사람의 목숨도 파는 유혈 병사와, 입맞춤으
로 친구를 배반하는 유혈 병사로, 기수는 은 삼십 냥과 목 조르는 밧줄이
그려진 홍색 군기를 들고 있었다.

법황 대장 휘하에는 모두 하나로 뭉쳐 있어서 한 개 부대만 있었다. 그
기수는 화형에 처해진 선한 사라밍 그려진 홍색 군기를 들고 있었다.

전번 전투에서 패한 후 디아볼로스가 그렇게 빨리 다른 병력을 소집했던
것은 유혈 군대를 의심 군대보다 훨씬 더 신뢰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
심 병사들도 디아볼로스 자신의 왕국을 강성하게 하기 위해 종종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디아볼로스는 가끔 유혈 병사들을 시험했었
는데 그들은 칼을 뽑아서 결코 피를 보지 않고는 다시 칼집에 꽂은 적이 없
었다. 그들은 일반인들은 몰론 총독, 왕자, 부모 형제, 심지어 왕 중의 왕까
지도 사나운 개처험 물고 늘어져 절대로 놓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알
고 있었다. 또, 그에게 더욱 힘을 준 것은 유혈 군대가 전에 임마누엘을 이
우주 왕국에서 내어쫓은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디아볼로스는 영혼
성에서 임마누엘을 쫓아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마지막 전투

이 이만 오천 군대는 그들의 총수인 불신의 지휘를 받으며 영혼성을 향
해 출발했다. 그런데 영혼성의 정찰 대장인 통찰[Prywell]이 정찰나갔다가
이 사실을 알고 영혼성에 알렸다. 그러자 영혼성 주민들은 성문을 모두 닫
고 영혼성을 향해 진군해 오는 디아볼로스 군의 새로운 공격에 대비했다.
디아볼로스는 영혼성을 포위하고 의심 병사들은 촉각문에, 유혈 병사들은
목문[Eye-Gate]과 이문[Ear-Gate] 앞에 배치했다.

준비가 끝나자 불신은 디아볼로스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 그리고 유혈
군대와 그외 그들과 함께 온 다른 모든 자들의 이름으로 영혼성에게 항복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으면 영혼성을 완전히 불살라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유혈 군대는 단순히 영혼성
을 항복시키기보다는 완전히 파괴시켜 이 땅에서 끊어 버리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비록 영혼성이 항복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것으로는 그들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영혼성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죽
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디아볼로스는 잠시 이들 유혈 군대를 대
기시켰다가 다른 모든 작전이 효과가 없을 경우 마지막 확실한 수단으로 이
들을 내놓을 생각이었다.

영혼성 주민들은 이 격한 항복 요구를 받고, 처음에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그것을 왕자에게 가져가기로 했다. 가지
고 갈 때 맨 밑에

“주여, 피 흘리기를 좋아하는 자들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소서. ”


라고 썼다. 왕자는 영혼성 주민들이 맨 끝에 짧게 쓴 것까지 읽고 한 동
안 생각한 다음, 믿음 장군에게 인내 장군과 함께 유혈 군대에게 포위되어
있는 영혼성의 측면을 경계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 소망 장군과 사랑 장군,
그리고 자유의지 경에게는 그 반대쪽을 방어하라고 명했다.

그런 후 왕자가

“나는 나의 군기를 성벽 꼭대기에 꽂겠다. 그러는 동안 세 장군은 의
심 병사들을 경계하도록 하라. ”


고 말하자 그들은 그대로 실시했다. 그리고 왕자는 용감한 경험 장군에게
병사들을 모집하여 영혼성 주민들이 보는 가운데서 매일 훈련을 시키도록
했다.

포위는 한 동안 계속되었고 유혈 병사들을 포함한 디아볼로스 군은 영혼
성에 치열한 공격을 가해 왔다. 영혼성의 병사 중에는 적과 여러번 격전을
벌인 자도 있었는데 특히, 이문과 목문을 방어하고 있는 자기절제 장군[Captain Self-Denial]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 자기절제 장군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경험 장군처럼 강한 자로 영혼성 주민이었다. 임마누엘 왕
자가 영혼성에 처음 입성했을 때, 왕자는 경험을 천부장으로 임명했었다.
이 장군은 강하고 용감해 영혼성의 이익을 위해서는 자신의 위험도 불사하
는 자로 유혈 병사들을 공격하여 몇 번씩이나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
며, 치열한 전투를 거듭하는 가운데 때로는 그들을 베어 버리기도 했다. 그
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 전투 중 얼굴은
물론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영혼성에 대한 믿음, 소망, 사랑의 시험 기간이 지나자 임마누엘 왕자는
장군들과 군사들을 소집하여 두 편으로 나눈 후, 출격 명령을 내렸다.

“너희 중 절반은 의심 군대를 공격하고, 나머지 절반은 유혈 군대를
공격하라. 의심 병사들은 닥치는 대로 죽이고, 유혈 병사들은 할 수만
있으면 생포하도록 하라. ” 고 했다.

이른 아침 정해진 시각에 장군들은 명령대로 적군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
했다. 소망 장군, 순전 장군, 경험 장군은 각각 휘하의 병사들을 이끌고 의
심 병사들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고, 믿음 장군, 인내 장군, 자기절제 장군
은 휘하의 병사들을 이끌고 유혈 군대를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다. 의심 군
대를 치러 가는 쪽은 우선 평원에 집결한 후 행군했다. 그러자 질서정연하
게 행군해 오는 샤다이 군을 본 의심 병사들은 지난 번 전투에서 패했던 기
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대항해서 싸울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하고 도망쳐
버렸다. 영혼성 병사들은 용기 백배하여 그들을 뒤쫓아 많은 자들을 무찔렀
지만 워낙 잽싸게 도망치는 바람에 다 잡지는 못했다. 패잔병들 중 일부는
그들의 소굴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부랑배들처럼 이곳
저곳을 습격하여 악마와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이들 의심 병사들은 그 후
에도 간혹 성안에 모습을 나타내곤 했지만 결코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그
들은 믿음 장군, 소망 장군, 그리고 경험 장군의 그림자만 봐도 꽁무니가
빠지도록 달아나 버렸다.

유혈 군대를 공격하러 간 영혼성 장군들은 임마누엘 왕자의 명대로 한
사람도 죽이지 않고 생포하려고 무진 노력했다. 그러나 유혈 병사들은 임마
누엘 왕자가 전투에 임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가 도성 안에도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따라서 장군들의 행동을 어리석은 생각의 결과라고 여기고 두려
워하기는 커녕 도리어 얕보았다. 그러나 장군들은 조금도 요동함이 없이 작
전대로 그들을 완전 포위했다. 게다가 의심 군대를 쓰러뜨린 군대가 응원군
으로 와 주었다. 그래서 약간의 충돌이 있은 후 유혈 병사들이 도망치려 했
지만 이미 때가 늦어 그들은 항복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 상황
이면 극악 무도했지만, 승산이 없을 것 같으면 줄행랑을 치는 겁쟁이들에
지나지 않았다.

생포한 자들을 왕자 앞으로 데리고 가서 조사해 보니 그들은 한 나라에
서 왔지만 세 개의 서로 다른 마을에서 온 사람들임이 밝혀졌다.

한 부류는 맹인의 마을[Blind-man-shire]에서 온 자들인데 그들은 무
지 때문에 그런 가증스런 일을 했고, 두 번째 부류는 맹목의 마을[Blindzeal-
shire] 출신인데 그들은 미신적으로 그런 일들을 했으며, 세 번째 부
류는 시기 지방[Country of Envy]에 있는 죄악의 마을[Town of Malice]에
서 온 자들로 그들 마음 속에 맺힌 한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

이들 중 맹인의 마을에서 온 자들은 그들이 현재 왕 있는 곳이 어디며
그들이 누구를 대적하여 싸웠는지를 알게 되자 몸을 떨며 통곡했다. 그러자
임마누엘 왕자는 자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각 사람의 입술에 그의 황금홀을
갖다대었다.

맹목의 마을에서 온 자들은 맹인의 마을에서 온 자들과는 달랐다. 그들
은 영혼성의 법이나 관습이 자기들이 살아 온 습성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
에 그들이 한 일은 정당하다고 변명했다. 극소수만이 그들의 잘못을 깨닫고
자비를 구해 왕자로부터 용서함을 얻었다.

시기 지방의 죄악의 마을에서 온 자들은 변명하는 기색도 없이 도리어
영혼성을 뜻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왕자 앞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며 발악했다. 그리하여 왕자는 죄악의 마을에서 온 자들과,
또 다른 두 마을에서 온 자들 중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빌지 않는 자들을
견고한 옥에 가두고 엄중히 감시케 했다. 그것은 임마누엘 왕자가 온 우주
의 왕의 임하여 최후의 심판을 할 때, 영혼성과 샤다이 왕을 대항했던 일들
에 대해 대답을 듣기 위함이었다.

해악탐구[Evil-Questioning]의 말로

도망한 의심 병사들 중에 이곳 저곳을 방황하다가 영혼성 안에 얼마간의 디아볼로스 잔당이 있다는 것을 알고 대담하게 영혼성 안으로 잠입한 자가 넷 있었다. 그들은 해악탐구라는 늙은이의 집으로 갔는데 이 해악탐구라는
자는 디아볼로스 부하 가운데 활약이 컸던 자로 샤다이 왕을 심히 대적했었
다. 의심 병사들이 자신의 집에 찾아오자 해악탐구는 그들을 기쁘게 맞이하
여 그들의 불운을 동정하고 자기 집에서 가장 좋은 것들로 그들을 대접했다.
얼마 후 해악탐구는 그들에게 모두 같은 곳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
들이 같은 곳에서 온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자 그들은

“아닙니다. 같은 곳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선민의심 병사입니다.”
“나는 소명의심 병사입니다. ”
“나는 구원의심 병사입니다. ”
“나는 은혜의심 병사입니다. ”


라고 말했다.

해악탐구: 아! 모두 다르군요. 그거야 뭐 어느 곳 출신이건 다 좋습니
다. 여러분은 나와 같은 처지이며, 또 나와 같은 뜻을 가진 훌륭한 분들
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그런데 영혼성 공격을 위
해 동료들이 몇 명이나 왔습니까?

의심병사: 일만 명의 의심병사와 일만 오천 명의 유혈병사가 왔었죠.
유혈병사들은 불쌍하게도 한 명도 남김없이 임마누엘 군에게 포로로 잡
혀갔다고 들었습니다.

해악탐구: 그렇게 큰 군대가 패했다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의심병사: 우리 군의 총수가 맨 먼저 도망했었죠

해악탐구: 그 겁쟁이가 누구죠?

의심병사: 한 때 영혼성의 시장까지 지냈던 분입니다. 그를 겁쟁이
총수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동서를 막론하고 불신 경만큼 디아볼로스님께 충성을 다한 자는 없을 것이오. 만약 그가 붙잡혔다면 그는 분명히
교수형에 처해졌을 겁니다. 그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죠.

해악탐구: 내가 그 군대를 충분히 무장시켜 그 지휘를 맡았더라면 잘
해낼 수 있었을 텐데 ….

의심병사: 맞아요. 그렇게 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이젠 그것
은 다 지나간 일이군요

그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해악탐구: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는 건 삼가시오. 당신들은 이곳에
있는 동안 몸을 숨기고 조심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기습
을 받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의심병사: 아니, 왜요?

해악탐구: 임마누엘 왕자와 대역사자, 그리고 그들의 장군들과 병사
들이 영혼성 안에 모두 모여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에게 가장 잔인한 자
유의지 경이 우리 중 한 사람도 남김없이 찾아내어 멸망시키려 하고 있
으니까요. 만약 그에게 걸리면 황금 머리를 가졌다 해도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그때 자유의지 경의 충실한 부하인 근면이 해악탐구 집의 처마 밑에서
지금까지 오고 간 이야기를 모두 엿듣고 있었다. 근면은 자유의지 경의 특
별한 사랑을 받는 용기 있는 자로 디아볼로스 무리를 끈질기게 찾아내어 체
포하는 자였다. 근면은 자신이 들은 모든 것을 자유의지 경에게 가서 보고
했다.

자유의지 경: 틀림없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는가?

근면: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저와 함께 가 보시면 제 말이
사실임을 아실 것입니다

자유의지 경: 그들이 아직 거기에 있는가? 해악탐구하면 나도 잘 알
지. 내가 주를 배반했을 당시 우리는 절친한 사이였으니까. 그러나 지금
은 그가 어디 사는지조차 몰라.

근면: 제가 그가 있는 소굴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자유의지 경: 자, 근면. 그들을 잡으러 가자.

그렇게 해서 자유의지 경과 그의 순사는 근면의 안내를 받아 해악탐구의
집으로 갔다.

근면: 자유의지 님. 해악탐구의 목소리를 아십니까?

자유의지 경: 물론 잘 알지. 하지만 오랫동안 그를 보지 못했어. 그는
아주 교활한 놈이지. 그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근면: 그건 제게 맡기십시오.

자유의지 경: 그런데 문이 어디 있지?

근면: 그것도 제게 맡기십시오.

근면이 자유의지 경을 문으로 안내하자, 자유의지 경은 별 어려움 없이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가 수군거리고 있는 다섯 명의 디아볼로스 잔당을 모
두 체포, 연행하여 진실에게 넘겨 옥에 가두도록 했다.

다음 날, 방 사이에 있어던 일을 알게 된 시장은 매우 기뻐했다. 의심병
사들의 체포도 체포지만 그 늙은 해악탐구의 체포는 큰 의미가 있었다. 해
악탐구는 그 동안 영혼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고 시장 자신도 많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를 찾아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찾아
내기 못했었다.

다섯 명의 죄수에 대한 재판이 준비되고 날짜가 정해지자 죄수들이 법정
에 불려나왔다. 그들을 처음 체포했을 당시 자유의지 경은 그 자리에서 그들을 처단할 권한을 가졌었지만 무엇보다 왕자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영혼
성에게 위안을 주고,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해 그들을 공개 재판하도록
한 것이다.

진실은 그들을 쇠사슬로 묶어 법정으로 데려왔다. 배심원들이 선정되고
증인들의 선서가 있을 후 재판이 시작되었다. 첫번째로 해악탐구에 대한 재
판이 시작되었다. 그는 디아볼로스의 일당이며 의심병사들을 영혼성으로 받
아들여 환대한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물론 피고는 자신의 기소 내용을 들은
후 변호할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재판장 : 피고는 본래 디아볼로스의 부하로서 임마누엘 왕자를 증오
하고 영혼성의 멸망을 꾀하여 온 자이다. 또, 피고는 왕자의 적을 후원
하여 그의 법을 다음과 같이 반대했기 때문에 기소되었다.
첫째, 피고는 영혼성의 법률과 규례의 진리를 의심했다.
둘째, 피고는 일만의 의심병사들이 영혼성으로 들어오길 원했다.
셋째, 피고는 의심병사 중 몇몇을 받아들여 환대하고 그들을 부추겼다.
이상 기소 내용에 대해 피고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가?

해악탐구 : 재판장님, 저는 제가 왜 기소되었는지, 재판장님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기소장 내용과 저는 상관이 없
기 때문입니다. 기소장에는 해악탐구란 자가 기소되어 있는 것 같은데
제 이름은 정직조사[Honest-Inquiry]이지 해악탐구가 아닙니다.

재판장 : 증인들 중 이에대해 증언할 자는 없는가?

자유의지 경 : 재판장님 존경하는 배심원님들, 그리고 영혼성 장군
여러분들 모두는 이 신성한 법정에서 피고가 자신의 이름을 부인하는 것
을 직접 들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피고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는 분명히 해악탐구입니다. 재판장님, 저는 삼십 년동안이나 이 자를
알고 지냈으며, 말하기 부끄럽지만 폭군 디아볼로스가 영혼성을 지배했
을 당시에는 매우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저는 그가 본래부터 디아볼로스
부하이며 우리 왕자에게 대적하고 영광의 영혼성을 미워하는 자임을 증
언합니다. 재판장님, 소동 기간 동안, 이십여 일을 그가 우리 집에 머물
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서로 나누었던 얘기의 내용은 근래에 그가 의심병사들과 나누었던 내용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그를 보지 못했는데, 아마 임마누엘 왕자가 영혼성에 오시자 그의 거처를 옮겼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재판장 : 피고는 할 말이 더 있는가?

해악탐구 : 예,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저에 대한 불리한 증언은 단 한

사람의 증인에 의한 것으로, 공의롭기로 이름난 영혼성이 단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아무나 사형에 처한다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습니다.

재판장 : 또 다른 증인은 없는가?

근면 : 재판장님, 며칠 전 죄악로[Bad Street]를 순찰하던 중 이 노
인의 집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수상한 생각에 아주
조용히 그 집 가까이 다가가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혹시 디
아볼로스 무리들의 비밀 모임이 아닌가 해서요, 이야기를 듣는 중에 저
는 그 안에 이방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여행을 해봤기 때
문에 그들의 말을 알아 들었습니다. 해악탐구가 의심병사들에게 어디서
무슨 일로 온 누구인가를 묻자, 의심병사들이 자신들에 대해 낱낱이 이
야기 했습니다. 그런데도 노인은 그들을 대접했습니다. 그는 또 그들의
병력을 물어보고 왜 더 이상 영혼성을 공격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또, 그는 도망친 불신을 겁쟁이라고 질책하고 자신에게 일만의 병사가
맡겨졌더라면 이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그들이 붙
잡히면 황금 머리를 가졌다 할지라도 정녕 죽게 될 것이니 조심해서 숨
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판장 : 해악탐구, 여기 피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자가 또 한 사

람 있다. 그리고 그의 증언은 완벽하다.

첫째, 피고는 의심병사들이 왕의 대적인 디아볼로스의 부하인 것을 알면

서도 그들을 집에 받아들이고 음식을 주었다.

둘째, 피고가 영혼성 안에 일만 명의 의심병사들이 들어오길 원했다고

하는 말을 근면은 증언했다.

셋째, 피고가 패잔병들에게 왕의 종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조용히 숨어 있으라고 충고해 주었다고 근면이 증언했다.
이 모든 것은 그대가 디아볼로스 부하임을 보여 주고 있다. 만약, 피고가 임마누엘 왕자의 편이었다면 그들을 체포했을 것이다.


해악탐구 : 첫번째 혐의에 대해 답하자면 그들은 내 집에 찾아온 손
님들이었으므로 나는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이 영혼성에서는 손님을 대
접하는 것이 범죄행위가 된단 말입니까?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한 것 역
시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나의 친절이 비난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그리
고 내가 그들의 일만 명이나 되는 군대가 영혼성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
고 한 이유를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내가 그들이 붙
잡히기 원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영혼성에 이롭게 하기 위한 내 소망
때문일 수도 있잖습니까? 또, 내가 그들에게 장군들의 손에 잡히지 않도
록 숨어 있으라고 했는데 그것 역시 왕의 대적이 도망치기 원해서가 아
니라 그 누구의 죽음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재판장 : 이에 대해 증언하실 분은 증언하시오

명철 시장 : 손님을 대접하는 일은 미덕이지만 왕의 대적을 환대하는
것은 반역 행위입니다. 또 그 밖에 피고가 이야기한 것은 말 장난으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려는 노력에 불과합니다. 디아볼로스의 부하라는 사
실 한 가지만으로도 피고는 사형에 처해야 마땅합니다. 더 이상의 증거
가 필요없습니다. 더구나 영혼성을 멸망시키기 위해 멀리 외부에서 온
디아볼로스의 잔당들을 맞이하여 음식을 제공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집
에 숨겨 준 것은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해악탐구 : 이 게임이 어떻게 끝날지 알겠군요. 결국 나는 내 이름
때문에, 내가 베푼 인정 때문에 죽어야만 하는군.

그렇게 말한 그는 이내 잠잠해졌다. 다음엔 의심 병사들이 법정에 세워

졌다. 첫번째로 선민의심 병사가 심문을 받게 되었다. 그의 기소장 내용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재판장 : 피고는 임마누엘 왕자의 대적으로 영혼성을 증오하고, 영혼성의 가장 건전한 교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피고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선민의심 병사 : 제가 선민의심인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부터 그것을 신앙으로 알아왔습니다. 만약 제가 제 종교 때문에 죽게된
다면 순교하는 것이이죠. 그러므로 더 이상 미련을 없소이다.

재판장 : 샤다이 왕의 선민을 의심한다는 것은 복음의 심오한 진리,
즉 샤다이 왕의 전지전능하심과 그 뜻을 부정하는 것으로 그것은 피조물
에 대한 샤다이 왕의 자유를 빼앗고 영혼성의 믿음을 동요시키는 일이며,
샤다이 왕의 은혜로 구원을 얻지 않고 행위로 구원을 얻게 하려는 것이
다. 그것은 말씀을 거짓으로 만들어 영혼성 주민들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에 따라 피고는 사형임을 선고하노라.

다음으로 소명의심 병사가 재판을 받았다. 그의 기소 내용은 다른 자들
과 비슷한데 영혼성의 소명을 부정한 것이 더 참가되었다.

재판장 : 피고는 기소된 사실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소명의심 병사 : 나는 영혼성에 대한 샤다이 왕의 특별하고 강력한
부름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 그와 반대로 누구에게나 임하는 보편적인
소명이 옳다고 생각하며, 착한 일을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약속을 믿습
니다.

재판장 : 그대는 임마누엘 왕자의 확실한 진리 중 하나를 부인했다.
영혼성은 왕자의 특별하고 강력한 음성을 듣고 새롭게 깨어나 놀라운 하
늘의 은혜로 교제하고, 그를 섬기며, 그의 뜻대로 행하여 그의 선한 기
쁨의 복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대는 이 좋은 가르침을 싫어 하므로 사
형을 받아야 마땅하다.

다음으로 은혜의심 병사의 기소장이 낭독되었다.

은혜의심 병사 : 나는 의심의 나라에서 온 사람입니다. 내 아버지는 바리새인의 자손으로 넉넉한 생활을 누렸습니다. 나는 부친으로부터 영혼성은 결코 은혜로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나는 그것을 믿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믿을 겁니다.

재판장 : 왕자님의 말씀은 확실하다. 우리가 구원을 얻는 것은 율법
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말미암은 은혜에 있다고 그분은 말씀하셨
다. 율법의 행위는 곧 육신의 행위이므로 그대의 신앙은 육신의 행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대가 말한 대로하면 샤다이 왕으로부터 그의 영
광을 빼앗아 죄 많은 인간에게 주는 것이 된다. 즉, 그대는 임마누엘의
약속과 능력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이 두 가지 다 육체의 행위로 돌리려
했다. 그대는 거룩한 영의 일을 경시하고 육신의 의지와 율법에 매인 마
음을 중시하였다. 그대는 디아볼로스의 부하로 그 주장을 따르는 자이므
로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

여기까지 재판을 진행시킨 재판장은 배심원들을 내어보냈는데 그들은 곧
사형이 마땅하다는 판결을 가지고 돌아왔다.

재판장 : 그대 피고인들은 여기에 기소된 대로 임마누엘 왕자를 대적
하고, 또 영광스러운 영혼성의 안녕을 침해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되었
다. 이같은 죄는 사형에 해당하므로 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한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십자가 형이 선고되었다. 집행 장소는 디아볼로스 군
대가 영혼성에 맞서 마지막으로 대전을 벌렸던 곳이다. 해악탐구만은 그가
살던 집의 맞은편 죄악로 입구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소탕작전

이처럼 영혼성에서 디아볼로스의 무리들이 제거된 후, 자유의지 경은 그
의 부하인 근면과 함께 영혼성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디아볼로스 잔당을 색
출, 체포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가운데에는 우매
[Fooling], 배도[Let-Good-Slip], 비정[No-Love], 회의(懷疑)[], 육신
[Flesh], 태만[Sloth] 등이 있었다. 또, 해악탐구의 자식들도 체포하고 그의
집은 부숴 버리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해악탐구의 자식들은 맏이인 의혹을 비혹하여 규율[Legal-Life], 불신용[Unbelief], 구세주오해[WrongThoughts-of-Christ]], 언약경시[Clip-Promise], 세속적 감각[Carnal-Sense], 육감[Live-by-Feeling], 자기애[Self-Love] 등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한 아내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며 그 아내의 이름은 낙망[No-Hope] 이었다. 그녀는 불신의 조카딸로 그녀의 아버지인 어둠[Dark]이 죽자 백부 되는 불신[Incredulity]이 데려다 키우다가 해악탐구에게 시집을 보냈던 것이다.

자유의지 경은 그의 부하인 근면과 함께 명령을 수행했다. 그는 우매를
길에서 붙잡아 그의 집 맞은편에 있는 우둔의 거리[Want-wit-Ally]에서
교수형에 처했는데 이 우매는 영혼성에게, 믿음 장군을 디아볼로스에게 넘
겨 주면 군대를 영혼성에서 철수하겠다고 했던 자다. 또, 어느 날 자유의지
경은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배도를 체포하여 법에 따라 처형했다.

당시 영혼성에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묵상[Meditation]이란 자가 있었는
데 그는 영혼성이 임마누엘 왕자를 배반하던 시기에는 인정 받지 못했지만
임마누엘에 의해 영혼성이 탈환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품을 기리
게 되어 영혼성의 최고 관리들과 함께 명성을 얻고 있어다. 임마누엘 왕자
는 배도가 그 동안 모아 놓은 많은 재산을 압수하여 묵상에게 관리하도록
했다. 이 재산은 영혼성의 복지를 위해 쓰도록 했으며 그가 죽은 후에는 그
의 아들인 심사숙고[Think-well]에게 넘어가도록 했다. 이 묵상의 아내는
신실 부인[Mrs. Piety]으로 서기관의 딸이었다.

며칠 후 자유의지 경은 언약경시를 체포했는데 그는 영혼성의 국고를 낭
비한 소문난 악당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그는 기
소되어 재판 받은 다음 거리에서 오가는 아이들이나 노비들에게 매를 맞은
후 교수형에 처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그 형벌이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영혼성의 정직한 상인들은 약속을 경시하는 자가 영혼성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잘 알고 있었다.

또, 자유의지 경은 세속적 감각도 체포하여 투옥시켰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그는 감옥을 부수고 달아나 버렸다. 이 대담한 악당은
성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낮에는 디아볼로스 부하들이 있는 굴에 숨어 있다
가 밤에는 유령처럼 선량한 주민들의 집에 나타났다. 그리하여 시장 관장에
는 포고문이 나붙었는데 누구든지 세속적 감각을 발견해서 신고하거나, 체
포 또는 죽이는 자에게는 매일 왕자의 식탁에 동석할 수 있게 하며, 영혼성
의 재산과 보물을 지키는 일이 맡겨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어쩌다 한 번씩 그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을 뿐 누구도 그를 잡아 죽이지는 못했다.

자유의지 경은 구세주 오해도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었는데, 그는 전부터
앓던 만성 결핵이 심해져 감옥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자기애 역시
체포, 투옥되었는데 영혼성에는 그와 가까이 지낸 자들이 많아 재판이 오랫
동안 계속되었다. 죽이자는 쪽과 살리자는 쪽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다 마침
내 자기절제 장군이 일어나 말했다.

“만약 영혼성에서 이런 류의 악당들을 눈감아 준다면 나는 장군으로
서의 내 임무를 그만 두겠소 ”


자기절제 장군은 이 말을 마치고 나서 사람들 틈에 있는 자기애를 끌어
내어 자기 부하들로 에워싸게 한 다음 그의 머리를 쳐서 죽였다. 주민들 중
에는 이것을 두고 투덜거리는 자도 있었지만 왕자가 성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자는 없었다. 자기절제 장군의 이 용감한 행동은 왕
자의 귀에 들어갔고, 왕자는 그를 불러 영혼성의 귀족으로 봉했다. 자유의
지 경도 영혼성을 위해 세운 공로로 칭찬을 들었다.

용기를 얻은 자기절제 장군은 자유의지 경과 함께 디아볼로스 잔당 소탕
작전을 펴서 육감과 규율을 체포하여 무기 징역을 살게 했다. 그러나 재빠
른 불신은 몇 번이나 잡으려 했지만 번번히 놓쳐 버렸다. 그리하여 이 불신
을 포함한 몇몇 교활한 디아볼로스 잔당들이 영혼성에 남아 있게 되었는데,
자유의지 경과 자기절제 장군은 그들을 굴 속이나 그들의 다른 은신처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어쩌다 그들 중 하나가 영혼성 거리에 모습을 나타
내면, 영혼성 주민들이 무기를 들고 몰려 나와 그들을 추적했다. 심지어 영
혼성의 어린아이들까지도 그들을 보면 마치 도둑을 쫓듯이 소리치며 돌맹이
를 던졌다. 이렇게 해서 이제 영혼성은 어느 정도 평온을 누릴 수 있게 되
었고 왕자도 영혼성 내에 머물렀으며, 장군들과 그의 군사들은 각자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이제 영혼성은 먼 나라와의 교역을 위해 상품 생산에 여
념이 없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영혼성 내의 그토록 많던 적들과 평화 교란자들을 제거하고 난 후, 왕자
는 앞으로 해야 할 여러가지 일을 명하기 위해 하루를 정해 영혼성 전 주민
들을 시장 광장에 모이게 했다. 임마누엘 왕자가 그들에게 명할 내용을 그
들이 지키다면 그들의 생활은 더욱 안락해질 것이며, 영혼성 출신의 디아볼
로스 잔당들도 정리되어 멸망될 것이라고 했다. 정한 날이 되어 영혼성 전
주민이 한데 모이자 임마누엘 왕자가 장군들을 좌우에 거느린 채 그의 병거
를 타고 시장 광장에 나타났다. 곧 엄숙한 가운데 서로 축복을 주고 받은
다음 왕자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이, 영혼성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부여한 특권이 크고 많도다. 나는 그대들을 모든 자
가운데서 선택했으니 이는 그대들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그대들을 위한 무한한 사랑 때문이다. 내가 그대들을 아버지
의 율법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시키고 디아볼로스의 손에서 구해낸 것은
내가 그대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며 그대들에게 선을 베풀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영원한 천국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제거하
고, 그대들 영혼에 큰 평안을 주기 위해 그대들의 죄를 대속하여 그대들
을 샀노라. 이를 위해 지불한 대가는 은이나 금같이 썩어질 것이 아니요,
아낌없이 흘린 내 자신의 피임을 잊지 말라.

오, 나의 영혼성이여!

나는 그대들을 내 아버지와 화해시키고, 그대들이 볼 수도, 들을 수
도, 마음으로 상상살 수도 없는 내 아버지의 집으로 영접하였노라. 그대
들이 내 아버지의 대적과 결탁하여 멸망으로 끌려가고 있을 때, 내가 무
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대들을 어떻게 대적의 손에서 구했는지 그대들은
보았다.

내가 그대들을 처음에는 나의 율법으로, 다음에는 나의 복음으로 일
깨우고자 했으며 나의 영광을 그대들에게 보여 주려 했다. 그대들은 알
것이다. 그대들이 어떤 자이며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했으며, 또 얼마나
내 아버지와 나를 대적하였는지를. 그러나 나는 그대들을 버리지 않고,
참고 기다렸으며 마침내는 나의 은혜와 사랑으로 그대들을 받아들여 그
대들이 방황하며 고통받는 일이 없게 하였다. 나는 또 그대들을 포위하
여 사방에서 공격했는데 그것을 그대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혐오하
고 마음을 괴롭게 하여 참 행복에 가까워지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리하여 내가 그대들을 완전히 정복했을 때, 나는 그것을 모두 그대들의
이익으로 돌렸다.

또, 그대들은 영혼성 안에 머물게 했던 내 아버지의 병사들이 큰 힘
이 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영혼성이여! 그대들은 나의 뜻을
알리라. 그들은 나의 종일 뿐 아니라 그대들의 종이기도 하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사용하여 그대들을 점령한 것은 그대들을 지키고 깨끗하고,
강하고, 아름답게 하여 내 아버지 앞에 서기에 합당한 자로 만들어 아버
지의 축복과 영광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대들은 이 목적을 위해
창조되었다.

나의 영혼성이여!

그대들의 배신을 내가 어떻게 고쳐 주었는지 그대들은 알고 있을 것
이다. 물론 처음에 나는 그대들에게 노여움을 품었지만, 즉시 그 노여움
을 그쳤다. 그대들을 향한 내 사랑이 그대들의 허물을 덮게 했고, 그대
들의 대적을 멸함으로써 노여움과 분노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범죄함으로 인해 내가 얼굴을 숨기고 멀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것은
그대들의 선함 때문이 결코 아님을 잊지 말라. 배신하고 떠난 것은 그대
들이지만 그런 그대들을 다시 회복시킨 것은 나의 방법과 수단에 의해서
였다. 그대들이 내가 기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때, 나는 울타리와
담을 만들어 그대들을 돌이키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단 것을 쓰게 하고,
낮을 밤으로, 평탄한 길을 가시밭 길로, 또 그대들의 파괴를 꾀하는 모
든 자를 심히 혼란스럽게 만든 것도 나다. 또, 영혼성에서 여호와경외를
활동하게 한 것도 나다. 그대들이 심히 타락한 후, 그대들의 양심과 명
철, 그리고 의지와 사랑을 깨우친 것도 나다.

영혼성이여!

그대들에게 생명을 불러 넣어 나를 찾게 하고 나와 만난 뒤로 각 사
람의 건강과 행복과 구원을 찾을 수 있게 한 것도 나다. 영혼성에서 디
아볼로스 무리들을 두 번째 몰아낸 것도, 그리고 그들을 정복하여 그대
들의 눈앞에서 멸망시킨 것도 나다.

나의 영혼성이여!
때가 되면 나는 그대들의 머리 위를 두세 번 돌아본 후, 이 이름난
영혼성을 기둥, 돌 할 것 없이 모두 헐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
람들은 물론이고 먼지까지도 내 아버지의 나라, 곧 나의 나라로 옮겨 지
금까지 결코 볼 수 없던 능력과 영관으로 거기에 세우리라. 영혼성이 처
음 우주의 왕국에 세워진 것도 그 목적 때문이었다. 나는 그곳을 참으로
경이로운 곳으로, 자비의 기념물로, 자비의 찬미자로 만들리라. 이곳에서
못 보던 것들을 그대들은 그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우열이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모두가 평등할 것이다. 그대들은 이 우주에서 천
년을 지낸다 해도 경험할 수 없는 나와 내 아버지, 그리고 대역사자와의
교제를 그곳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 나의 영혼성이여!

그곳에서는 살인자들이나 디아볼로스 무리의 위협을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그곳에는 음모나 계책, 또 그대들을 넘어뜨리기 위한
악한 계획이 없으며 디아볼로스의 기수도, 디아볼로스의 군기도 볼 수
없다. 또, 전쟁에 임할 군사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슬픔과 비애도 없으
며 어떠한 디아볼로스 무리들이 변두리에 숨거나 성벽에 구멍을 뚫어 성
안에 모습을 나타내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의 삶은 그대
들이 원했던 것보다 더 영원할 것이며 그곳 생활은 즐겁고 새로우며 어
떠한 장애도 없을 것이다.

영혼성 주민들이여!

나와 내 아버지가 예비하여 둔 곳은 태초 이래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들로 아버지께서 그대들을 위해 보관하고 계신다. 그것들은 다른 보물
들과 함께 인봉해져 있어 그대들이 그곳으로 받으러 갈 때까지 거기 놓
여 있을 것이다. 내가 영혼성을 옮기는 그곳에는 그대들을 사랑하고 즐
거워하는 자들이 있다.

나의 영혼성이여!
그대들은 바람의 날개를 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이 그토록 갈
망하던 천국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나는 그대들에게 장차되어질 일들을 이야기 했는데, 제대로
들었다면 어느 정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그대들에게 진리의
성경과 관련해서 내가 그대들을 맞으러 올 때까지 그대들이 지켜야 할
의무와 행할 일들이 무엇인지 얘기해 주겠다.
 첫째, 그대들 곁을 떠나기 전에 내가 준 옷을 희고 깨끗하게 간직하
도록 하라. 내가 말한 대로 하라. 그것이 그대들의 지혜가 됨이라. 그 천
은 고운 세마포로 짜여져 있으므로 그대들은 그것을 더욱 빛나고 깨끗하
게 보존해야 한다. 그것이 그대들의 지혜이자 명예이며 나의 큰 영광이
되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옷이 희면 세상은 그대들이 나의 것임을 인정
할 것이다. 나는 또 그대들의 흰옷을 보고 그대들의 행실을 기뻐할 것이
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내 명령을 따라 자신들을 예비하고 나의 법을 좇
아 그대들의 발걸음을 곧은 길로 향하게 하라. 그리하면 그대들의 왕이
그 아름다움을 사모하게 될 것이며, 그대들은 그를 경배하게 되리라.

나는 또 그대들이 옷을 깨끗이 보존할 수 있도록 열린 샘을 예비해
두었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나의 샘터에서 옷을 종종 빨아 더렵혀진 옷
을 입고 다니지 않도록 하라. 더렵혀진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나의 불
명예이며 수치이다. 그대들 또한 더러운 옷을 입고 다니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 옷, 곧 내가 그대들에게 준 그대들의 옷에 얼
룩이 지거나 육신의 때가 묻지 않게 하라.

나의 영혼성이여!

나는 그대들을 디아볼로스의 계략과 공격, 그리고 음모로부터 매번
구해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두고 그대들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 모든 선한 일을 악으로 갚지 말 것과 그대들을 행한 나의
사랑과 은혜가 계속되고 있음을 마음에 새겨둘 것을 당부한다. 그리하여
그대들에게 주어진 은혜를 따라 행하는 힘이 생기길 바란다. 전에는 줄
로 희생 제물을 제단 뿔에 매었도다. 나의 축복받은 영혼성이여! 그대
들에게 지금 내가 무엇을 예기하는지 잘 생각해 보라.

나의 영혼성이여!

내가 한 때 세상에 살다가 죽었더니 지금은 살았고, 이제는 더 이상
그대들을 위해 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산 것은 그대들로 죽지 않게 하
려 함이라. 내가 살았으므로 그대들 역시 살리라. 나는 내가 흘린 피로
그대들을 나의 아버지와 화목케 하였으니 그대들은 나를 통해 살 것이다.
나는 그대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대들을 위해 싸우며 그대들에게 선을
행할 것이다.
죄를 짓는 것 외에는 내가 슬퍼할 일도 괴로워할 일도 없으며, 죄를
짓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그대들을 대적 앞에서 비천하게 만들 수
없으니 나의 영혼성이여! 죄를 조심하라.

영혼성이여!
그대들에게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디아볼로스 무리들을 성안에 두
어 그대들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그대들을 일깨우기
위함이며 그대들로 하여금 사랑을 실천하고 방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
이다. 또, 그대들이 나의 고귀한 장군들과 군사들, 그리고 나의 자비를
높이 평가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 그것은 그대들에게 이전 생태가
얼마나 비참한 상태였는지를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영혼성 안에
있는 그들 모두를 전멸했다 해도 밖에는 그대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자가
수없이 많아 안에 있는 자들이 전멸할 경우 그들이 몰려들어 그대들을
삼켜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안에도 남겨둔 것은 그대들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
니라 그대들에게 유익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대들이 그들을 주목하여
싸운다면 그것은 분명히 그대들에게 유익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
이 무슨 방법으로 그대들을 시험한다 해도 그대들이 아버지를 더욱 가까
이 하고, 전술을 익히며, 그대들에게 합당한 탄원서를 올려, 디아볼로스
세력을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것이 나의 계획이다. 나의 영혼성이여,
이 말을 귀담아 들어 주기 바란다. 이제 그대들의 사랑을 보여다오. 그
리하여 성벽 안에 숨어 있는 자들이 나에 대한 그대들의 사랑을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하라. 뿐만 아니라 디아볼로스 무리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에 대한 사랑을 깊게 하길 바란다.

그대들을 죽이려고 만든 독 묻은 화살촉에서 그대들을 구하기 위해
나는 세번이나 그대들에게 왔다. 영혼성이여! 나를 가까이 하고 디아볼
로스를 대적하라. 그러면 내가 아버지와 모든 장로 앞에서 그대들의 편
이 되어 줄 것이다. 유혹을 물리치고 나를 사랑하라. 그리하면 그대들의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희를 사랑하리라.
오, 나의 영혼성이여!
내 장군들과 병사들이 그대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라. 그들
은 그대들을 위해 싸웠고 그대들 때문에 고난을 받았으며, 그대들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많은 고통을 감수했다. 만약 그들이 도와주지 않았다
면 그대들은 분명 디아볼로스의 손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영혼성이여, 그들을 마음에 품으라. 그대들이 온전히 행동하면 그들도
온전하리라. 나의 영혼성이여! 나의 장군들로 병들게 하지 말라. 만약 그
들이 병들면 그대들도 굳세고 용감해질 수가 없다.
나의 영혼성이여!
그대들은 육신의 소욕을 좇지 말고 오직 나의 말을 좇아 살아야 한다.
내가 그대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그대들은 사랑하
며, 그대들을 내 마음에 영원히 품고 있음을 믿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
로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내가 사랑하므로 그대들에
게 나의 대적들을 감시하고 항상 기도하고 그들을 대항하여 싸우도록 가
르쳤다. 그대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항상 변함 없음을 믿으라고 명하노
라. 오, 나의 영혼성이여! 내가 얼마나 나의 사랑을 그대들에게 쏟아부었
는지 그대들은 모르리라.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들을지어다. 다른 짐으
로 그대들에게 지울 것이 없노라. 다만 그대들에게 있는 것을 내가 올
때까지 굳게 잡으라. ”









존번연-거룩한전쟁.pdf
5.0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