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보상금 일괄지급 못해 선착순 보상ㆍ 제공
검단 등 선제 나섰던 주민들 이자부담에 시위도
활황기에 ‘로또’로 불리던 토지보상금이 시행자들의 자금경색으로 지급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보상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보상지연에 따른 사업차질은 물론 조만간 토지보상금을 나올 것을 예상하고 부동산 선투자에 나섰던 토지소유자들도 돈이 묶이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또 신도시 및 택지 개발 지연으로 2~3년 뒤 주택수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단위 선착순 보상, 현지인 채권지급 보상 첫 등장=지난달 31일부터 동탄2신도시 토지보상 신청을 받은 한국토지공사 동탄2사업단이 위치한 빌딩 주변은 한꺼번에 몰린 토지보상자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토지보상을 시작한 뒤 한달 안에 토지보상 대상자의 고작 20~30%만이 신청하던 것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같은 진풍경은 앞서 토지공사가 보상금을 일괄 지급하지 못하고 선착순에 따라 월별로 지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토공은 일단 4월에는 6500억원, 5월에는 4300억원을 책정해 보상 신청이 빠른 순서대로 지급키로 했다. 토공 관계자는 “월별 선착순 보상을 하거나 현지 주민들에게 현금과 채권지급을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토공이 신도시 토지 보상금을 이처럼 월별로 한정하거나 채권으로 지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작년말부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동탄2신도시 토지보상금은 공동사업시행자인 토공과 경기도시공사가 각각 3조5000억원, 1조1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 다른 택지개발지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택 고덕국제화지구(3조1000억원), 인천 검단신도시(5조2000억원), 향동지구(1조5000억원) 등도 대부분 당초 일정보다 크게 늦어진 내년 이후에나 토지보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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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신도시 |
▶‘보상금 빨리 지급해라’ 시위…토지주 소송 움직임도=검단신도시 예정지인 인천 서구 마전동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검단신도시 보상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이후로 미뤄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검단신도시 개발 소식에 인근 김포시 양촌면에 약 20억원 어치의 논과 밭을 매입했다. 통상 토지보상금이 풀리고 나면 일대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을 감안한 선제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당초 올 상반기에 지급될 것이라던 토지보상금이 계속 미뤄지면서 매달 1000만원 가량의 이자를 내고 있다. 그는 “주변에 토지보상금을 기대하고 부동산에 선투자한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투자한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진 데다 보상금이 늦어지면서 다들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신도시 예정지 일대에서도 흔히 보이는 주민들의 시위 양식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토공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기 싫다는 ‘신도시 반대’ 시위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보상금 지급 촉구’ 시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상금 지급 왜 늦어지나=신도시개발 사업 시행자들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발생한 자금경색이 주요 원인이다. 토공은 지난해부터 건설업계 위기 타개를 위해 주택건설업체에 팔았던 토지는 물론 판매하지 않은 토지까지 사주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주택건설업체들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토공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토공은 주택건설업체들의 지원을 위해 3조원 가량이 지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토공이 주택건설업체들에 땅을 판 대금은 회수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 1월말 기준 회수해야 할 택지 분양 대금은 4조원을 넘었지만 이중 87%인 3조5000억원이 연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교신도시 시행자인 경기지방공사, 검단신도시 공동 시행자인 인천도시개발공사, 대한주택공사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라 자금경색을 겪고 있어, 사업시행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