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지도

[스크랩] 수학이야기- <집합과 명제>

주거시엔셩 2009. 3. 19. 18:55

❑ 집합과 명제 왜 배울까?

 

 

수학 공부를 시작하기로 독한 마음을 먹고 시작하면 늘 가장 재미없는 집합과 명제부터 시작이다. 덕분에 수학에 흥미를 잃고 책을 덮는 순간 집합과 명제 부분만 새카맣게 손때를 탄 문제집에 민망해진다.

 

대체 집합과 명제는 왜 배우는지 그 필요성을 모르겠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집합과 명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단원일까?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집합과 명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물론 시험 문제 출제 비중만 보면 안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집합과 명제 단원의 밑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을 이미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수학의 연구 대상은 모두 집합이라는 형태로 구분되어 있다. 집합은 수학적 연구 대상의 범위를 결정짓는다. 집합은 수학의 모든 논리체계가 발 딛고 서 있는 세계 그 자체다. 사고의 깊이가 지구 표면을 벗어나지 못했을 때 사람은 중력계 따위는 고민도 안 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중력계가 바뀐 어느 별에 와 있다면 어떨까? 이미 알고 있던 수많은 상식이 뒤집힐 것이다. 그 이유는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크게 보면 4개의 영역으로 다시 세분할 수 있다. 대수학은 수와 식을 다루며 기하학은 도형을 다룬다. 해석학은 함수를 분석하고 통계학은 자료를 분석한다. 집합은 앞으로 우리가 다루게 될 모든 이론의 연구대상이 속한 세계를 제한한다. 예를 들어 방정식 의 해를 생각해보자. 허수라는 개념이 없는 중학생은 이 방정식의 해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허수를 아는 여러분은 라고 답을 하겠지. 실수라는 세계에서 사고하는 사람과 복소수란 세계에서 사고하는 사람은 서로 전제가 다르다. 항등원, 역원, 닫혀 있다 등 연산의 기본 개념을 배울 때 늘 어떤 집합을 전제로 연산이 이루어지느냐 따져 물었던 기억을 생각해보자. 집합은 수학적 논리체계의 바탕이다.

 

기하학도 마찬가지다. 평면에서 다루던 기하학을 구면에서 생각하면 개념이 완전 달라진다. 선분, 직선, 각, 삼각형 등등을 구면에서 생각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해석학에서 집합은 더욱 중요해지는데 함수 자체가 집합과 집합 사이의 대응관계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통계학 역시 표본공간 내지는 모집단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한다.

 

둘째, 집합과 명제는 논리학의 기초를 이룬다. 수학에서는 참,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문장을 명제라고 하는데 수많은 명제의 참, 거짓을 판단하는 기초는 집합 사이 포함관계다. 집합으로 규정할 수 없는 문장은 아예 다루지를 않는다. 수학에서 다루는 성질 또는 공식이 모두 명제라고 할 때 집합의 개념 없이 수학을 사고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은 역할 때문에 현대수학에서는 논리적, 형식적 완결성을 추구하기 위해 집합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셋째,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 명제를 공부한다. 집합과 명제는 고교 수학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호 사용, 명제 구성, 논리 전개 등 수학이라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언어 및 사고 체계를 배우기 시작하는 단원이다.

 

 

❑ 명제 단원에서 시작하는 논리학-구체와 추상, 연역과 귀납

 

수학은 추상화와 구체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학문이다. 증명된 명제로부터 구체적인 예를 찾아 반복 적용해보는 연습 못지않게 구체적인 사례들 가운데 공통점을 찾아내서 추상화(抽象化, 없앨 추=抽, 그림 상=象)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일반적인 속성을 추려낸다는 의미에서 추상화와 일반화는 거의 같은 말이다. 추상화란 구체적인 그림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무슨 의미일까? 예를 들어보자.

 

3차원 입체에서 꼭지점(, 모서리(), 면()의 개수와 관련하여 를 만족하는데 이를 오일러 공식이라 부른다. 정사면체를 생각해보면 이므로 가 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육면체나 정팔면체에 대해서도 가 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3차원 입체도형에서 가 성립한다.”는 명제를 증명하려면 구체적인 사례들을 일일이 검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방식으로는 평생을 검토해도 모든 사례를 다 살펴볼 수 없다. 공통점을 뽑아내서 일반화시켜야만 한다. 이와 같은 일반화 과정에서 점점 구체적인 그림은 사라지고 고도로 추상화된(말그대로 구체적인 이미지가 사라진) 논리만이 남게 된다. 정십이면체나 정이십면체로 가면 그림도 못 그린다. 그래도 사고할 수 있다. 이것이 추상화의 힘이다.

이 추상화 과정의 출발점엔 늘 귀납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부터 그 사례들을 포함하는 일반적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을 귀납(歸納, induction) 추론, 또는 귀납법(수학에서는 수학적 귀납법)이라 한다. “3차원 입체에서 일반적으로 가 성립한다.”는 가설을 세우려면 먼저 정육면체, 정팔면체와 같이 특수한 경우에 가 성립함을 발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례를 자꾸 찾아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 이거 모든 경우에 성립하는 거 아닌가?”하는 호기심이 생겨난다.

 

이와 반대로 이미 알고 있는 사실로부터 새로운 명제를 증명해가는 과정을 연역이라 한다. 수학에서는 증명할 수 없어 그냥 참으로 받아들이는 명제를 공리(公理, axiom)라고 한다. 공리는 논리 과정에서 대전제에 해당한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용어나 개념을 정의(定義, definition)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 체계다. 공리나 정의는 증명하지 않는 것이지만 모든 논증의 출발점이므로 정확하게 외우고 있어야 한다. 정리(定理, theorem)는 공리와 정의를 바탕으로 증명해 낸 참인 명제다. 정리를 성질(性質)이라고도 부르고 자주 쓰는 정리는 공식으로 외우기도 한다. 거듭제곱근을 정의하고, 자연수에서 지수법칙이 성립함을 이용하여 정수에서 지수법칙이 성립함을 증명한다. 또 이 사실들을 이용하여 유리수 지수법칙을 증명한다. 로그를 정의하면 지수법칙을 이용해 로그 연산 법칙을 증명한다. 이와 같은 사고 과정이 연역이다.

 

수학을 잘하려면 구체화와 추상화, 귀납적 사고와 연역적 사고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집합과 명제 단원에서는 초보적인 논리 전개과정을 연습한다. 구체적인 예를 생각하고 이로부터 추상화된 명제를 이끌어낸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로부터 새로운 명제를 증명하거나 바로 생각이 안 나면 구체적인 사례들을 생각해서 참, 거짓을 추론하기도 한다. 반례를 찾아내서 어떤 명제가 거짓임을 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기본적인 논리 전개 습득 과정이며 그 바탕에는 집합이라는 세계가 놓여 있다.

출처 : 칸나일파
글쓴이 : 칸나일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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