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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선족에 희망 안긴 방문취업제

주거시엔셩 2007. 12. 17. 00:05

조선족 사회 희망 안긴 ‘무연고 동포 방문취업제’


장연자


요즘 재중동포(조선족) 사회에는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한국 정부가 올해부터 실시하는 무연고 동포에 대한 방문취업제 덕분에 한국에 특별한 연고가 없더라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무연고 동포 방문취업제는 실무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동포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일정 수의 인원에게 방문취업 사증(H-2)을 발급해 주는 제도다. 사증을 발급받으면 1회 입국 시 최장 3년까지 체류가 가능해 우리 동포가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즘 연변, 베이징 등 우리 동포가 모이는 곳에서는 모두 한국에 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와 동포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그런 불평불만도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동안 중국 내 동포사회를 괴롭혀온 한국 방문 관련 사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실무 한국어능력시험에 친지들도 여럿이 치렀는데 이들을 포함해 많은 동포들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2만5964명의 합격자 중에서 추첨을 통해 2만2863명이 한국으로 가게 됐으며, 탈락한 3000여명도 3년간 더 추첨 기회가 부여된다고 한다.

방문취업 사증 발급이 11월12일부터 시작돼 당첨된 동포들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여행사에 600∼1200위안(약 7만∼15만원)의 수속비를 내고 사증 발급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따르면 사증 발급 시작 일주일 만에 이미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1만2000여명이 발급신청을 했을 만큼 동포들의 한국행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도 강하다.

그러다 보니 사증 발급 통지를 고대하고 있는 동포사회에서는 요즘이 마치 설 명절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이 되면 외지에 나갔던 일가 친척이 모두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중국 동포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데 올해는 설보다도 방문취업 사증 발급을 더 애타게 기다리는 분위기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어한다. 또 어떤 분들은 한국의 동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실제 눈으로 보고 싶어 가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젠 예전과는 달리 수속비를 조금만 내면 마음대로 갔다 올 수 있다. 전에는 생각조차 못하던 것이 가능해지니 동포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수속비나 뭐다 해서 없는 돈을 형제나 친지한테 빌려서 브로커에게 바치다시피 했다. 그러고도 사기를 당하고 빚만 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험에 통과하면 얼마 안 되는 수속비만 있으면 돼 경제적·정신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다 한국에 가도 자신은 가지 않겠다고 머리를 좌우로 돌리던 분들이 이제 한국에 가게 됐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내가 한국에 가는 양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늘 중국에 있는 동포를 잊지 않고 많은 관심과 편의를 제공해 준 한국 정부와 동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어능력시험 고사장이 우리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연변에는 설치돼 있지 않아 적지 않은 동포가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베이징은 물론 멀리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까지 가서 시험을 보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많은 배려를 부탁한다.

*본문은 한국 '세계일보' 2007년 12월 5일자에 실렸습니다.

출처 : 내 삶은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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