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천로역정은 1885년까지 이미 74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천로역정은 청교도신학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청교도신학의 중요한 특징과 주제들을 풍유적으로 모두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로역정은 회심의 과정과 성화의 과정을 완벽하게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회심에 있어 거룩함을 추구하는 것이 심령에 원리로 자리 잡고, 그 원리로 성화에있어 연속적으로 계속 작용함을 매우 지혜로운 풍유적 묘사로, 그리고 신학적으로 정확하게, 성경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장 영적으로 깨어나는 죄인
나는 누더기 옷을 입고 어떤 곳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의 얼굴은 자신의 집 방향으로부터 돌아서 있었으며, 그의 손에는 책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등 뒤에 상당히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나는 그 남자가 책을 열어서 읽고는 울면서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남자는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어, 슬픈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하면서 울부짖었다.
이 장면은 천로역정의 시작으로서 한 죄인이 영적으로 깨어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영적 세계에 눈이 뜨이는 것은 죄를 인식하는 것이며, 죄의 결과인 심판과 영혼의 비참함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영적으로 깨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영적으로 깨어나지 못한 자들은 이러한 체험을 하지 못한 자들이다.
첫째, 천로역정의 주인공이 입고 있는 누더기 옷은 죄인인 자신으로부터 어떤 덕스럽고 의로운 행위가 없으며, 오히려 지금까지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면서 불의에 치우쳐서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사야 64장 6절의 말씀과 같이 “대저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아서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 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둘째, 그 남자는 자신의 집으로부터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자신의 집으로부터 얼굴의 방향을 돌린 것은 자신의 죄 된 삶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례의 길을 출발하기 이전에 자신의 죄 된 삶을 혐오하고 미워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가진 상태로 순례의 길을 출발할 수 없다. [눅 14:33] “이와 같이 너희 중에 누구든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이러한 이유로 영적으로 깨어나고 있는 그 남자는 지금까지 즐거워하던 자신의 죄된 삶을 더 이상 바라보지 않기 위해서 얼굴을 돌리고 있다.
셋째, 그의 손에 들린 책은 성경을 의미한다.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자신의 영적 상태를 발견하게 되었고, “어떻게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까?” 라고 부르짖으면서 구원받기를 갈망하는 자가 되었다. 진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거듭남의 수단으로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어떤 기적의 현상을 보거나, 꿈을 꾸는 것 등으로 거듭날 수 없다. [디모데후서 3:15] “또 네가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넷째, 그 남자는 상당히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있었다. 그가 등에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은 그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지은 죄를 나타낸다. [시 38:4] “내 죄악이 내 머리에 넘쳐서 무거운 짐 같으니 감당할 수 없나이다” 영적으로 죽은 자는 자신의 죄의 짐을 보지 못한다. 허물과 죄로 죽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죄의 짐을 볼 수가 없다(엡 2:1). 그러나 그 남자는 영적으로 깨어나면서 자신의 수많은 죄악들이 머리에 떠올랐고, 그의 양심을 온통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다섯째, 그 남자는 울부짖는 목소리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라고 소리쳤다. 그 남자의 이러한 부르짖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 지식이 증가되고, 성령의 역사로 인하여 죄의 질책 가운데 있을 때 부르짖는 소리이다. 영적으로 깨어나는 죄인은 성경을 보다 깊이 읽기 원하고, 말씀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면서 자신의 죄에 대한 슬픔이 증가한다.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발견하고 자신의 죄에 대한 심판의 불가피성을 깨달음으로 고뇌에 빠져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울부짖는다.
성령께서는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거룩함과 의로우심을 알게 하고, 한편으로 죄인이 지은 죄에 대해서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물론 성령께서 말씀을 수단으로 하여 죄를 책망하시는 것은 개인의 상황과 영적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믿음과 은혜의 삶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체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은혜의 시작과 출발은 영적인 죽음의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영적 각성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로서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과 하나님 앞에서 그 어떤 행위로도 의로움을 내세울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의로운 법과 하나님의 거룩한 속성을 깨닫고 심판의 불가피함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영적으로 깊은 탄식과 고뇌에 빠지는데 이것이 영적으로 깨어나는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해서 순례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하나님 말씀 가운데 성령의 역사로 죄인임을 깨닫고 죄 용서함을 갈망하였는가? 아니면 예수를 믿으면 건강해지고 부자가 된다고 해서 믿게 되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목적과 동기로 예수를 믿게 되었는가?” 스스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엡 2: 3-5] “전에는 우리도 다 그 가운데서 우리 육체의 욕심을 따라 지내며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여 다른 이들과 같이 본질상 진노의 자녀이었더니 긍휼에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너희가 은혜로 구원을 얻은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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